돌아온 월클이 튼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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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작품등록일 :
2024.08.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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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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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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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슈타인의 신인

DUMMY

심장이 두근거린다.


출근하는 길에 나도 모르게 응원가를 흥얼거렸다.

분명 평소와는 다를 게 없는데, 오늘따라 거리에 심어진 가로수며 꽃이며 전부 새롭게만 보였다.


이내 도착한 경기장도 마찬가지였다.


“어서와라! 우도.”

“네, 아저씨.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흐흐흐, 개막전이잖아. 게다가 홈에서 열리니까.”


어제부터 다시 출근을 시작한 마르쿠스 씨가 날 반겼다.

그와는 가벼운 인사를 주고받았다.

내게 징크스가 있다는 걸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경기에 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지만··· 나는 그렇게 속이 좁은 놈이 아니다.

오히려 마르쿠스 씨의 안타까운 사정을 공감했기에 언제든지 용기가 생기면 말하라고 했다.


“티켓이 필요하면 말씀만 하세요. 제가 구해드릴 테니까. 그리고 그날 아저씨의 징크스를 깨트려줄게요.”

“하하하. 우도, 이 녀석.”


아저씨는 감동받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왠지 그에게 티켓을 부탁받을 일은 없을 것만 같았다.

그에게 홀슈타인 킬이라는 우리 팀이 너무 소중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아마 징크스로 인해 팀이 한 번이라도 질까 봐 걱정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마르쿠스 씨가 징크스를 깨길 바란다.

가장 첫 번째는 스스로의 용기였고.


“언제가 됐건 꼭 부탁하세요! 아저씨가 승리해달라고만 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드릴 테니까.”

“하하, 말만으로도 고맙구나. 그럼··· 대신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오늘 개막전에서 승리해주면 어떻겠냐?”


음, 그거야 어렵지 않은 부탁이었다.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원하신다면 무조건 상대보다 한 골을 더 넣을게요.”


그리고 도착한 구장엔 내가 가장 먼저였다.

경기 전까지 가볍게 휴식을 취하고 컨디션을 조절하며 생각했다.


오늘 리그 개막전의 상대는 할레셔 FC.

3부 리그에서 꾸준한 성적을 거두는 구단이다.


시즌의 스타트로는 나쁘지 않은 상대라고 할 수 있었다.

내외부적으로도 우리 팀이 우위에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단적인 예로 오늘 경기의 도박사들 예상이 1.99대4.53였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홀슈타인 킬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홈에서 치러지는 개막전 경기였기에 구단 관계자나 우리 선수단 역시 승리를 기원하는 중이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인터뷰에서도 서포터즈들이 얼마나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경기 전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 대부분이 나고 자란 지역 연고의 팀이 이기길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팀의 카스파리 감독은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인물이었다.


“준비는 완벽합니다. 우리는 이번 시즌 무리 없이 승격할 겁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본 사람은 저뿐만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닙니까?”


할레셔를 포함한 다른 지역지의 기자들이 못마땅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카스파리 감독의 인터뷰는 당당하면서도 일관적이었다.

그가 옅게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오늘부로 기자님과 같은 분들도 알게 될 겁니다. 그 가능성이란 게 무엇인지. 이상입니다.”


그렇게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꽤나 건방진 발언으로 할레셔의 입방아에 오를 게 분명한 감독님은 라커룸으로 들어오더니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선수단을 주목시켰다.


그나저나, 그 가능성이 나를 말하는 걸까?

그렇다면 이런 기분은 오랜만이다.


서포터즈와 감독의 기대를 어깨에 짊어지는 느낌.

그건 팀을 한걸음 전진시킬 수 있는 에이스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었으니까.


나쁘지 않다.

어서 빨리 보여주고 싶다.

내가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


“킬! 가자!”

“죽이자!”


오늘도 역시나 죽여버리자는 구호를 외치고 라커룸을 나섰다.

게이트에서 입장을 기다리며 에스코트를 담당할 어린이를 만났다.


“안녕?”

“아, 안녕하세요.”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였는데, 부끄러운지 몸을 움츠리는 게 귀여웠다.

절로 걸리는 미소에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던 때였다.

꼬마가 나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오··· 오늘 이겨주세요.”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미소 짓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당연하지. 오늘은 꼭 이길 거야.”

“···그럼 약속해 주실 수 있나요? 우도가 오늘 경기에서 꼭 골을 넣어주겠다고.”


그런 아이의 순수한 물음에 우리는 물론이고 상대 팀 몇몇도 웃음을 머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들의 웃음은 나의 대답과 함께 깨끗이 사라졌다.


“오늘은 무조건 할레셔 보다 많이 넣어줄게.”

“정말요?”

“그래. 약속한거야.”

“히히. 약속!”


그나저나 뒷통수가 따갑다.

소곤거린다고 작게 말한 건데 다 들렸던 것 같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약속한 것을.


아이의 동심을 지켜주고, 바람을 이루어주는 건 참된 어른이 할 일이 아닐까?

비록 나는 17살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우리는 아이들과 손을 잡고 그라운드로 입장했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아니, 무조건 이기겠다고.


나 같은 경우는 더했다.

오늘 경기에만 두 개의 약속을 했으니, 무조건 지켜야한다.

그게 에이스가 가져야 할 덕목이고, 월드클래스의 자존심이다.


그리고 이내 주심의 휘슬 소리와 함께.


삐이익!


경기가 시작됐다.


***


나는 곧바로 전방을 압박했다.

우리 팀은 전술에 맞춰서 움직였다.


“마이어 상대를 놓치지마!”

“야닉스, 파비안! 패스의 길목을 차단해!”


카스파리 감독의 목소리 만큼이나 우리 팀 선수들은 발 빠른 윙어를 필두로 한 할레셔의 공격에 적절히 대응해나갔다.

그 사이에도 나는 기회가 오면 전방을 압박하는 걸 쉬지 않았다.

오늘 경기는 빠르게 상대를 공략하지 않으면 내 체력이 먼저 바닥을 보일 것 같았다.


할레셔의 공세는 물론이고, 우리 팀의 투지까지.

역시 개막전은 개막전 다웠다.

우리 팀의 서포터즈도 경기가 시작된 이래로 한시도 노래를 쉬지 않았다.

정말 뜨거운 열기였다.


아마도 오늘 경기가 예상을 벗어나는 순간 우리 팀은 팬들로부터 몰매를 맞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 확실하려나?’


아무튼, 계속해서 전방압박을 하며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폈다.


야닉스를 필두로 한 수비진들은 할레셔의 공격진을 거의 완벽하게 봉쇄하고 있었다.

측면 공격에도 미드필더진의 마이어와 발렌틴이 따라붙으며 카스파리 감독이 원하던 대로 정확하게 카운터를 먹이고 있었다.


‘그런데도 경기가 안 풀리네.’


하지만 마냥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아쉽게도 내게 공이 굴러오는 일이 없다시피 했다.

어쩌면 나는 오늘 탈진을 염려에 두고 뛰어다녀야 할지도 모르겠다.

수비진까지도 움직이는 걸 염려에 두고 다리를 움직였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야겠지.’


그리고 전반 15분 만에 기회가 왔다.

시작은 상대 공격수를 잘라낸 파비안으로부터였다.


그가 빠르게 걷어낸 공을 잡은 마이어가 측면으로 벌리면서 전개를 시도했다.

완벽한 역습 찬스였다.

하지만 발렌틴을 보고 올린 크로스가 정확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바로 뒤에 내가 위치했다는 것.


오오오오오!


나는 뛰어가는 속도 그대로 머리를 가져다 댔다.

다리를 뻗기엔 늦었다.


내가 비록 헤더가 약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오늘은 아니다.

이를 악물고 머리를 댔다.

동시에 안타까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 오- 오!

으아아아!!


팬들의 탄식이 결과를 말해준다.


쳇.

골포스트를 맞고 나가는 공이 보인다.


제기랄.

나쁘지 않은 역습이었는데,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마무리였다.


아무래도 예상보다 더 뛰어다녀야 할 것 같다.

기회는 한정돼있으니까.

나는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해야 했다.


그러니 계속해서 뛰고 또 뛰면서 기회를 찾았다.

그리고.


“키이일!”

“할 수 있다! 이기자아아아!”


팬들이 저렇게 열성적인 목소리로 응원하고 있으면 기대에 부응하는 게 도리다.


“우우우우우!”

“뭐하는 거야! 마이어!”

“발렌틴! 네녀석은 머저리라도 되는 거냐?”

“어떻게 저번시즌이랑 변한게 없냐!”


비록 실수가 나오면 저렇게 야유하고 소리치지만.

열성적인 만큼 실망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그게 저들의 팬심이기도 하고.


나는··· 입에서 똥내가 나도록 뛰었다.

그래서였을까.

내 노력에 감동한 하늘이 다시 한번 기회를 주셨음이 분명하다.

좋은 위치에서 공을 받았다.


방금까지 죽어라 욕을 먹던 발렌틴이 만들어준 기회였다.

나는 곧장 시야를 확보했지만, 공간은 빠르게 차단됐다.


어느새 내 앞을 가로막은 수비수가 둘.

이미 다른 선수를 향해 패스할 길도 막힌 상태.


아마 공격수 혼자서는 뚫기가 힘들 것이다.

그래. 보통의 공격수라면 말이다.

그리고 나는 보통의 공격수가 아니다.

그걸 증명해 보일 기회가 바로 지금이다.


툭.

차며 천천히 움직였다.

바로 앞에 자리한 할레셔의 수비가 긴장한 표정으로 내 발을 주시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이런 기회는 언제나 설레기 마련이다.


스으윽.

나는 몸을 좌우로 움직였다.

그러나 수비수는 흔들리지 않았다.

너무 간단한 페인팅이었을까.

생각보다 침착했다.


하지만 조금 더 빠르게 상체와 하체를 움직이면 통할 거란 예감이 들었다.

곧장 속도를 올리며 다리를 움직였다.

그러자 오히려 수비를 압도하는 모양새에 할레셔의 선수가 속아 넘어갔다.


“흐읍! 이, 이···.”


차라리 나를 붙잡기라도 했으면 나았을 텐데, 너무 정직했다.

나는 발을 뻗는 수비수를 피해 공을 움직였고, 또 다시 뻗어오는 발까지 피해냈다.


“크윽!”


너무 좋은 기회다.

평소라면 발끝에만 감각이 집중되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을텐데.


우오오오오오!

오오오오!


지금은 다르다.

팬들의 염원이 담긴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그런 감각을 만끽하며 문전을 쇄도했다.


[오! 훌륭합니다! 홀슈타인의 공격수 우도가 수비수를 제치고 돌파를 성공합니다!]

[할레셔의 아콤이 완전히 속아 넘어 갔어요!]

[빨라요! 빠릅니다! 할레셔의 선수들이 속수무책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앞을 가로막는 수비수 앞에서 가볍게 패스한 뒤.

툭.


[또 한 번 당합니다! 우도가 마이어에게!]


리턴 받는다.

툭!


[다시 마이어가 우도를 향해 패스합니다!]

[두 선수의 2대1 패스에 할레셔가 완벽히 속아 넘어갔습니다!]


마이어 녀석.

저번 경기 이후로 폼이 좋다.

내가 원하는 것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이로써 나의 첫 번째 패스 셔틀이라고 해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


[이제 남은 건 아무도 없어요!]


웃음이 나왔다.

뻥 뚫려버린 할레셔의 수비를 보며 오른발을 휘둘렀다.


[우도오오오!]

[고오오오올! 시즌 개막전! 첫 번째 골이 프로 데뷔전인 신인! 우도의 발끝에서 나옵니다!]

[대단한 플레이였습니다! 현란한 개인기와 가공할만한 속도, 판단력이 선취점을 만들어냈습니다.]


나는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슬라이딩했다.


와아아아아아아!

우도오오오!

der General!


크나큰 함성이 들린다.

뒤에선 마이어와 선수들이 덮쳐왔다.

우린 어깨를 얼싸안으며 기뻐했고, 모두가 나의 데뷔골을 축하해줬다.


“봤어! 이 녀석이 우리의 공격수야!”


그리고 야닉스는 본인이 더욱 흥분했다.

그는 계속해서 팬들을 향해 소리치라는 제스쳐를 취하면서 외쳤다.


“우리의 선봉장이라고오오!!”


그를 따라서 마이어가 소리 지르며 점프를 했다.

팬들의 응원가가 더욱더 커지기 시작했다.


오오오! 홀연히 나타난 작은 전사!

오오오! 우도가 적진을 향해 쇄도한다!

오오오! 우리의 우도! 홀슈타인의 우도!


그래. 이런 기분이다.

내가 골을 넣으면 환장하고.

내가 셀레브레이션을 하면 환호하는.

서포터즈들.


나는 이걸 위해서 뛰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 너무 짜릿하다.


그래서 나는 몇 골이고 넣어 줄 수 있다.


나는 다시한번 월드클래스가 될 거다.

바로 이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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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벌써?? +2 24.08.31 652 19 12쪽
17 극찬인걸 +1 24.08.31 660 18 12쪽
16 파장 24.08.30 682 15 12쪽
15 활약상 24.08.29 682 17 13쪽
» 홀슈타인의 신인 24.08.28 702 16 12쪽
13 나우도 24.08.27 708 15 12쪽
12 각인(2) +1 24.08.26 741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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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친선(3) +1 24.08.22 779 15 13쪽
9 친선(2) 24.08.21 803 13 12쪽
8 친선(1) 24.08.21 850 15 13쪽
7 영입 24.08.20 870 17 12쪽
6 소문, 소문 24.08.19 921 18 11쪽
5 전초전이 임박해오다 24.08.18 988 16 13쪽
4 역사를 쓰자 24.08.17 1,056 16 12쪽
3 킬! 24.08.17 1,134 17 13쪽
2 신의 농락, 회귀와 가호 24.08.16 1,201 17 15쪽
1 부상의 끝 +1 24.08.16 1,335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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