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월클이 튼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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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작품등록일 :
2024.08.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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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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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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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영입

DUMMY

이번 시즌.

홀슈타인 킬의 관계자들에게는 무조건 승격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객관적인 평가에서도 리그에서 승격에 근접한 구단에 속했으며, 자체적인 평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재정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홀슈타인 킬, 이번 시즌권 구매자 3천여 명에 그칠 것으로 보여.]

[전년도 보다 30% 줄어든 수치.]


지난 시즌 강등당한 홀슈타인 킬, 자신들처럼.


지역 연고의 팀이 부진하면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었고, 구단의 수입이 줄어드는 건 필연적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것 때문에 선수의 질이 낮아지고 자연스레 부진하게 된다.


운이 나쁘면 시설의 축소도 피할 수가 없었다.

늪에 빠진 것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이다.


아주 특별하고 결정적인 계기.

그런 게 존재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승격이라는 목표에서 멀어질 뿐이라는 소리다.

그래서 구단 관계자들에게는 이번 시즌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렇게 가다간 유니폼 스폰서도 재계약하지 않을 거야.”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지.”

“그래도 이번 회장님은 수완이 좋기로 소문이 났잖아. 지시하신 대로 운영하는 수밖에.”


구단의 회장과 감독이 입을 모아 말하는 유망주들에게 희망을 걸었다.

그 둘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여 공격진의 보강 대신, 증명된 중원을 보강하기로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상대측에서 과도한 조건을 요구했고, 지금이 아니면 시장경쟁이 더욱 과열될 것을 우려한 관계자들은 멍청한 판단을 내렸다.

명백한 오버페이로 ‘조금은’ 괜찮은 선수를 영입한 셈이 된 것이었다.


[홀슈타인의 멍청하고 통 큰 영입.]

[하노버의 월 마이어를 280만 유로로 데리고 오다!]

[서포터즈, 충격에 말문이 막혀. ‘얼마 전에 밝혔던 포부가 이것인가?’]

등등.


여러 가지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월 마이어라는 선수는 이미 2부리그에서도 증명된 선수였고, 감독과의 불화로 인해 저번 시즌 부진의 늪에 빠졌던 것뿐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어디서든 중요한 건 주변 환경이었다.

과거의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아무튼, 패스만 확실하게 넣어주면 상관이 없지. 뭐.’


어차피 공격을 마무리하는 것도, 골을 넣는 것도 전부 내 일이었으니까.

이전 생활의 짬이 어디 가겠는가.

나의 훌륭한 어시스턴트라고 쓰고, 패스 셔틀이라고 읽는 친구가 될지도 모르는데.

아주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잘 정착시켜줄 생각이다.


그렇게 핸드폰으로 공식 홈페이지에서 소식을 확인하고 훈련장으로 들어섰다.


띠링.


동시에 문자가 왔다.

어머니였다.


나연옥 여사님: 나도 사랑해. 아들. 하트.


토독 톡톡톡.


바쁘실 텐데도 짬을 내서 문자를 남기셨을 어머니께 사랑의 인사를 한 번 더 남기면서.


- 오늘은 훈련 끝나고 데리러 갈게요. 사랑해요.


식당으로 향했다.

느지막이 나오긴 했다만.

벌써 점심시간이 됐을 줄이야.


***


구내식당은 조용했다.

언제나 1등으로 출근하던 터라 놀랍지는 않았다.

다만 평소와는 다른 그림에 조금 당황했다.


‘월 마이어가 벌써 와있네?’


달그락 소리와 함께 방금 접했던 이적 소식의 당사자가 홀로 밥을 먹고 있었다.

뉴페이스인 그가 소문보다 빠른 게 아니라면, 아마 물밑에서 접선이 끝났던 것 같다.

오피셜 기사를 일부러 늦추는 것도 흔하다면 흔하니까.


아무튼, 조금 신기했던 나는 시선을 돌려 음식이 진열된 트레이로 향했다.

그러자 구단 모두의 식사를 책임지는 셰프가 반겼다.


“우도! 어서와, 언제나 제일 먼저 도착하는구나?”

“하하, 아직 젊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메뉴가 뭐에요? 밖에서부터 맛있는 냄새에 침이 고이던데.”

“연어구이랑 샐러드, 과일은 여러 가지 있고. 빵은 직원들이 단골로 이용하는 곳에서 공수 해왔다. 어때? 별로면 다른 것도 준비해줄 수 있어. 물론, 네가 좋아하는 고기류도 잔뜩 있거든.”

“오, 그건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푸짐하게 세 덩이 정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동안 연어로 몸을 풀고 있을 테니까.”

“물론이지!”


방긋 웃어준 레일이 주방으로 사라졌다.

절로 흡족해진다.

열심히 땀 흘리는 만큼 먹어주는 것도 중요하잖은가.


나는 트레이에 준비된 연어와 샐러드를 접시에 듬뿍 담고 움직였다.

새로운 이적생 월 마이어가 있는 테이블이었다.


“월 마이어 맞죠? 앞에 앉아도 될까요?”

“그럼. 당연하지.”


월 마이어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알아?”

“그럼요. 방금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확인했어요.”

“아 그렇구나?”


나는 그의 맞은편에 착석한 뒤 식사를 시작했다.

생각과는 달리 월 마이어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셰프의 솜씨가 제법이네? 너흰 매번 이렇게 맛있는 밥을 먹는 거야?”

“당연하죠. 어때요, 우리 주방장의 솜씨가.”


물론, 내가 한 것도.

내가 고용한 사람도 아니지만, 장난스럽게 어깨를 활짝 폈다.

그가 엄지를 치켜들었다.


“아주, 아주 환상적이야.”

“하하하, 레일이 좋아하겠네요. 다 먹고 나서 그 말을 그대로 전해주면 마이어가 좋아하는 걸 해주고 싶어서 안달이 날 거예요.”

“정말이야? 훌륭한 요리를 제공해준 요리사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건 당연하지만, 나를 위해 신경까지 써준다니. 미쳤군.”

“맞아요. 여긴 미쳤죠. 물론 셰프 레일도.”

“큭큭큭. 말하는 게 재밌네. 너의 말솜씨도 제법이야.”

“뭐, 여기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크하하. 그래서 이름도 모르네. 이름이 어떻게 돼?”

“저요? 우도. 우도라고 부르면 되요. 다들 그렇게 부르고.”

“우도? 좋은 이름이네.”

“그렇죠.”

“큭큭.”


난 느낄 수 있었다.

월 마이어는 새로운 클럽에서 적응하는데 크게 애로사항이 있을 만한 성격이 아니었다.


아마도 지금처럼만 잘 지낼 수 있다면 팀에도 금방 녹아들 거다.

여러 팀을 돌아다녀 보고,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이 팀에서 보냈던 내 경험에서 오는 감이다.


이 선수가 힘들어할지 아닐지는 어지간한 대화만 해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월 마이어라는 23살의 미드필더에겐 매우 훌륭한 점수를 줄 수 있겠다.

그래서 나 또한 월 마이어와의 대화를 이어나갔는데, 그 사이 선수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꼬맹이. 오늘도 1등으로 도착했나 보군.”


주장 야닉스 테란이 식기를 들고 다가왔다.


“아뇨. 오늘은 2등인데요.”

“으응? 네가 2등이라고?”

“네. 1등은 앞에 있는 마이어예요. 저보다도 먼저 와서 혼자 쓸쓸하게 밥을 먹고 있지 뭐예요.”

“으하하. 그렇게 궁상 맞았나?”


혼잣말하며 월 마이어가 웃었다.


“뭐, 그 정도는 아니였어요.”

“꼬맹이가 그렇다는군. 친구.”

“그럼 다행이네.”


그렇게 야닉스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합석하고, 다른 선수들도 합류했다.


“둘이 언제 그렇게 친해진 거야?”

“방금요. 밥 먹으면서.”

“방금?”

“네, 같이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친해지는 법이죠.”

“하긴, 너는 한창 먹을 때야.”


나와 마이어를 번갈아 보던 야닉스 테란이 웃으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테이블에 앉은 선수들이 하나둘씩 이야기를 꺼내자, 우리 테이블은 금방 시끌벅적해졌다.


“프레딕은 유소년 코치로 계약하기로 했다면서?”

“그런 것 같아. 은퇴할 때가 됐는데, 그래도 구단에서 자리를 마련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

“이전부터 제안받아 왔잖아? 고민이 많더니 그쪽으로 가닥을 잡았나 보네.”

“저번 시즌부터는 코치 연수를 받느라 바빴잖아. 잘됐어, 프레딕은 남을 가르치는데도 재능이 있었잖아.”

“그건 그래.”


따지고 보면 나도 신입생과 다를 바 없는 입장이라, 마이어와 나는 대체로 다른 선수들의 말을 들으며 간간히 고개를 끄덕이는 게 전부였다.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건 역시나 주장인 야닉스 테란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마이어와 나에게 대화의 참여를 유도하는 걸 보면 확실히 리더십이 남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다른 소식은?”

“공격진은 뭐 없나? 듣기론 새롭게 취임한 회장이 재밌는 말을 했다던데.”

“맞아. 발렌틴이랑 라이너가 떠났잖아.”


문득 들려온 대화에 새로 받아온 고기를 먹으면서 귀를 쫑긋거렸다.

그도 그럴 게, 내가 경쟁해야 할 자리였으니까.


***


식사를 마치고 피치에 나와서 가볍게 몸을 풀었다.

식사 중에 나왔던 공격자원 건에 대해선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다.

아직까지 확신할 순 없겠지만, 과거와 크게 다르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전과 달리 홀슈타인 킬은 월 마이어라는 미드필더 한 명을 영입하는 데 그쳤고, 거기에 들인 자금도 만만치 않았으니까.


아마 공격수의 영입은 물 건너 갔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도 나를 제외하고 팀에는 두 명의 공격자원이 있었고, 유소년 팀에서 두각을 보이는 예비 자원들도 있었으니까.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며 휴식과 회복 세션 위주로 짜여진 일정을 소화한 뒤 퇴근을 준비했다.

그리고 훈련장을 빠져나가는 내게 야닉스가 다가왔다.


“어이, 꼬맹이!”

“주장?”

“퇴근하는 길이지? 태워줄 게 타!”


그리 말하며 야닉스가 엄지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거기엔 네 개의 원이 교차하는 마크의 차량과 조수석에서 해맑게 손을 흔드는 마이어가 있었다.


“음.”


평소라면 팀원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지 않았겠지만.

오늘은 어쩔 수가 없다.


“죄송해요. 오늘은 갈 데가 있거든요.”

“어딜? 괜찮아. 조금 돌아가도 되니까 말만 해. 이상한 데만 아니라면 말이지.”


야닉스가 의심하는 듯한 얼굴로 쳐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진 몰라도, 그런 거 아니예요. 오늘은 엄마가 일하시는 곳에 마중 가기로 했거든요.”

“아, 그런 거였나? 그럼 사과하지. 그래도 태워줄 수 있으니까 너만 괜찮다면 데려다줄게.”


아차하는 표정으로 말하는 야닉스를 보자, 별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는 수 없죠. 그럼 부탁할게요.”

“아주 좋은 생각이야. 내가 기사를 자처하는 건 둘도 없을 기회지. 잘 생각했어. 흐흐.”


그렇게 말한 야닉스를 따라 차로 향했다.

아마도 야닉스는 주장으로써의 의무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나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좋은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 타! 오랜만에 남자들과 드라이브군.”

“저도 오랜만이네요.”


그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뒷자리에 몸을 파묻고 야닉스에게 목적지를 말했다.


“조금 거리가 있네? 어머니께서 공장에서 일을 하시나봐?”

“네, 저를 위해서 매일 밤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시죠.”

“그건 좋은 거야, 꼬맹아. 훌륭하신 어머니를 두었구나? 물론 어머니를 아끼는 너도 훌륭해. 예상 밖이지만, 큭큭.”

“흐흐흐, 그러게요. 야닉스. 그럼 우도의 목적지부터 가는 게 어떨까요? 저는 혼자 살아서 조금 더 떠드는 게 좋거든요.”

“그럴까? 나도 마침 여우 같은 아내가 기다리지만, 조금 늦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


이들은 집과 정반대 방향인 내 목적지를 위해서 이런저런 쓸데없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나쁘진 않았다.

나도 모르게 피식거리기도 했고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별거 없는 말들의 향연이었음에도.

짧은 시간 동안 우리의 사이가 조금은 돈독해졌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차에서 내려, 돌아가는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머니랑 좋은 시간 보내라, 꼬맹이.”

“오늘은 재밌었어. 내일 보자 우도!”

“네, 야닉스도 마이어도 둘 다 고마워요! 조심히 가세요!”


인사하면서 멀어져가는 차량을 바라봤다.

뭐랄까.

참, 이상하다.

저 두 사람보다 내가 더 오래 살았을 텐데 왜 이렇게 감동받는 걸까.


이전엔 오지 않았던 갱년기가 지금 와서 생기기라도 한 걸까?

참나, 17살에 사춘기도 아닌 갱년기라니.

뭐, 웃기긴 하다만 그것도 나쁘진 않다.


이제 엄마가 퇴근하는 걸 기다리고, 둘이서 오순도순 데이트하며 돌아가기만 하면 완벽한 하루가 될 것 같으니까 말이다.


정말이지, 친선전을 앞둔 것치고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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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과감하게 +1 24.09.05 445 16 12쪽
22 분위기 +2 24.09.04 531 17 12쪽
21 뒤를 맡길 아군, 조력자 +1 24.09.03 550 18 12쪽
20 선봉장 +3 24.09.02 576 17 11쪽
19 나만 믿어 +1 24.09.01 616 16 12쪽
18 벌써?? +2 24.08.31 653 19 12쪽
17 극찬인걸 +1 24.08.31 661 18 12쪽
16 파장 24.08.30 682 15 12쪽
15 활약상 24.08.29 682 17 13쪽
14 홀슈타인의 신인 24.08.28 702 16 12쪽
13 나우도 24.08.27 709 15 12쪽
12 각인(2) +1 24.08.26 742 19 12쪽
11 각인 +1 24.08.25 747 18 13쪽
10 친선(3) +1 24.08.22 780 15 13쪽
9 친선(2) 24.08.21 804 13 12쪽
8 친선(1) 24.08.21 851 15 13쪽
» 영입 24.08.20 871 17 12쪽
6 소문, 소문 24.08.19 921 18 11쪽
5 전초전이 임박해오다 24.08.18 989 16 13쪽
4 역사를 쓰자 24.08.17 1,056 16 12쪽
3 킬! 24.08.17 1,135 17 13쪽
2 신의 농락, 회귀와 가호 24.08.16 1,202 17 15쪽
1 부상의 끝 +1 24.08.16 1,336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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