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월클이 튼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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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작품등록일 :
2024.08.16 13:42
최근연재일 :
2024.09.08 01:1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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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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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DUMMY

- 벌써 6경기가 진행됐습니다.


킬에 위치한 작은 라디오 방송국.

‘FM킬’의 팟캐스터인 마린이 입을 열었다.


- 이번 시즌 홀슈타인 킬은 심상치 않습니다. 리그에서 5승 1무로 리그 1위를 지키고 있어요.

- 확실히 지난 시즌과는 다릅니다. 비록 강등을 당했다곤 하나, 약점으로 꼽혔던 득점력이 개선됐어요. 아예 다른 수준입니다.


그의 옆에 있는 축구전문가 마르코가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


- 그렇습니다. 리그 6경기에서 11골을 터트린 우도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어요.

- 네, 팀의 17득점 중 11개가 우도의 발끝에서 나왔습니다.

- 우도는 이번 시즌 직전에 프로 계약을 맺은 어린 선수인데··· 개막전에서 데뷔해서 지금까지 멋진 활약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우도 선수의 타고난 결정력이 환상적입니다.

- 이전까지 기록이 없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모든 경기가 대단했죠. 제가 보기에도 결코 쓸모없는 움직임이 없었어요.

- 페널티 에어리어안에서 공을 받으면 무조건 넣어줄거라는 믿음이 생기죠.

- 동감입니다.


그들은 신나게 킬과 우도를 찬양했다.


- 그는 환상적인 선수입니다.

- 그와의 계약은 역사에 남을 일이예요.


독보적인 득점포를 가동하는 우도를 구세주혹은 동앗줄이라 칭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들도 불만은 있었다.

선수진의 평균연령이 높은 만큼 체력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기 시작했으니까.


- 선수단의 댑스가 부족합니다. 개막전부터 뛰어오던 선수들이 하나둘씩 체력적인 문제를 호소할 때가 되고 있습니다. 서서히 문제가 드러날 조짐이 보이죠.

- 그건 홀슈타인 킬의 선수들이 대부분 노장이라는 데 이유가 있습니다. 주장인 야닉스는 벌써 서른 후반을 바라보고, 다른 선수들도 비슷합니다. 우도와 마이어, 올리버만이 혈기왕성한 나이에요.

- 네, 그들 말고는 가끔씩 모습을 보이는 한네스가 유일합니다. 2군에 모인 선수들도 대다수가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라니···. 팀의 성향이 너무 올드합니다.

- 지난 시즌 강등의 여파로 댑스의 절반가량이 팀을 떠났는데, 그들이 젊은 선수들이었다는 게 주요합니다.

- 합류한 선수는 우도와 마이어, 올리버가 전부라는 것도 문제죠. 자유계약으로 영입됐던 선수들 역시··· 전부가 1군에서 활약하지 못했으니까요.


부족한 선수단이 문제다.

리가 3에서 재정적으로는 여유로운 편이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강등의 여파로 모든 지출이 축소된 터라 빅마켓도 아닌 구단 입장에선 난처할 뿐이었다.

더욱이 시즌 전에 매물도 없었던 터라, 마이어 한 명에게 전액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금액을 쏟아부었으니.

긴축재정에 돌입한 상황에서 지금의 스쿼드가 최선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서포터즈들은 물론이고,

라디오에서 떠드는 두 사람 역시.


- 올리버도 돌아왔고, 마이어도 시즌 개막부터 지금까지 준수한 활약상을 보이곤 있으나··· 부족한 게 사실이죠.

- 당장 이전 두 경기만 해도 댑스의 약점이 들어났어요.

- 체력적 문제를 호소하는 선수들이 종종 보였죠. 파비안이라던가, 세르 하트, 발렌틴 등등.

- 대부분이 명실상부한 주전선수라는 게 문젭니다. 그들의 백업 선수들도 감각이 떨어지고요.


그렇게 비슷한 말만 되뇌던 두 사람이 내린 결론은 하나로 통일된다.


- 수비적인 부분에선 수치와 기록 모든 게 리그 순위에 꼽히는 데 중요한 건 미드필더진입니다. 빌드업이 엉망이에요.

- 확실히 마이어 혼자 고군분투하는 감이 없진 않죠. 발렌틴과 세르하트가 시즌 초반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마이어가 짊어지는 역할이 많아지고 있어요.

- 분담할 선수가 필요합니다.

- 공격진에 창의적인 패스를 넣어주고 만들어줄, 그런 선수가 필요합니다.

- 네. 많이도 아닙니다. 단 한명.

- 한 명만 있으면 만족합니다.


어쩌면 이게 가장 많은 걸 바라는 걸 수도 있지만.

그들은 그렇게 의견을 도출해냈고, 마지막 인사를 남긴 뒤에 방송이 끝났다.


‘패스를 넣어줄 선수라···.’


한참을 경청하며 누워있던 나는 눈을 감았다.

나도 그 말에 공감한다.


또 다른 패스 셔틀.

확실히 우리 팀엔 또 다른 미드필더가 필요했다.

조금 더 창의적인 기회를 만들어낼 누군가가.


***


과연.

우리 팀에서 가장 패스 능력이 좋은 선수는 누구일까.


나는 마이어라고 단정할 수 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20살의 미드필더로 준수한 능력을 갖춘 육각형 플레이어.


다만, 중앙에서 뛰기엔 생각보다 몸싸움이 약한 터라 타고난 패스 능력으로 빠르게 연계를 하는데 치중하고 있지만.

나는 마이어가 창의력을 불어 넣어줄 선수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활동량도 좋고, 판단력이나 팀워크도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뛰어나다.

게다가 시야가 넓었다.


하지만 문제는.

녀석이 안전한 플레이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패스는 도전적인 정신에서 비롯되는데··· 마이어 녀석은 최대한 안전한 위치를 선호하지.’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그로 인해서 우리 팀이 감내해야 하는 것도 생긴다는 것이 문제다.


가령 몸싸움을 싫어하는 녀석이 서둘러 패스를 하다 보니 안전한 위치로만 공을 주면서 오히려 기회가 만들어지기 힘들다는 것.


최근 들어서 그런 점이 부각 되고 있다.

상대의 수비를 뚫고 균열을 일으키려면 과감하게 도전해야 하는데, 안전하게만 하니 오히려 압도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나는 그걸 비스바덴과의 경기에서 느꼈다.


거기다 이번 겨울까지는 좋든 싫든 이 스쿼드로 버텨야 하는데··· 그때까지 부족한 부분을 메꿀 방법이 없다.


‘그러니까, 녀석을 바꿔야지.’


다행히 카스파리 감독님은 그 부분을 인지하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


“마이어.”

“네.”

“난 너의 가능성을 믿어. 우리 팀의 코어가 될 수 있지, 지금도 충분히 잘 해내고 말이야.”


감독님은 마이어를 붙잡고 어떻게 플레이 했으면 하는 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예상보다 부족해. 부딪힐 땐 부딪히고 상대를 찍어 눌러야 하는데, 넌 언제까지 회피만 할 생각이냐.”

“그건···.”

“네가 부상의 트라우마가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네 녀석의 그 이기적인 선택으로 인해 우리 팀 전부가 한순간 침몰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줬으면 하는구나.”


그가 마이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진지하게 덧붙였다.


“나도 너의 희생을 강요하는 게 아니야. 대신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플레이하라는 거다. 마이어 너는 접근하는 상대를 보면 일단 쫄고 들어가니까. 네 본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지. 나는 그게 안타까울 뿐이다.”


너는 분명 더 높게 날 수 있는 녀석이 확실한데─ 라는 말과 함께 카스파리 감독이 격려하고 등을 돌렸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녀석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아니, 알을 깨려는 시도조차 겁내는 것이다.


저건 비단 누굴 탓할 게 아니다.

아마도 트라우마로부터 비롯된 정신적인 문제겠지.


“마이어!”


훈련이 종료되자 마자 녀석의 옆으로 다가갔다.


“어, 우도구나. 왜?”

“그냥 수고했다고.”

“그게 뭐야.”


마이어가 멋적게 웃었다.


“오늘 훈련 어땠어?”

“···나쁘지 않았어. 근데···”

“응.”


녀석이 잠깐의 침묵 뒤 입을 열었다.


“요즘따라 조금 불안해.”

“뭐가?”


마이어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젖히더니 말문을 열었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 한 것 같다.


“감독님은 내가 조금은 적극적인 플레이를 하길 바라는 것 같아. 우도 너처럼··· 상대에게 맞서고 때론 투사처럼 저돌적이게. 근데 나는 그때마다 식은땀이 나고 몸이 무거워져.”

“그래?”


나는 녀석의 말을 경청했다.

그러자 마이어는 술술술 털어냈다.


“부상으로 기량이 저하된 적이 있어. 그 뒤로 나는 아직도 그 영향에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카스파리 감독님이 원하는 만큼의 재능이 없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거든.”

“멍청하긴. 내가 보기엔 너만큼 뛰어난 패스 능력을 갖춘 선수는 드물어. 우리 팀, 나아가서 지금 이 리그에도 없을 걸? 지금까지 본 너는 아주 뛰어난 선수야.”

“···하지만 겁이 나는 걸.”


···나는 이 녀석이 정녕 마이어가 맞는지 의심이 된다.

정말로 프리시즌에 어시스트를 했다고 좋아하던 녀석이 맞는 걸까.

너무 생소하다.

그래서 녀석의 고민이 가볍지 않다는 걸 실감한다.


“거기다 발렌틴도 있고, 레벨로도 있잖아. 두 사람 모두 나보다 경험도 많고 실력도 뛰어난 걸.”

“···하지만 두 사람은 노장이야. 지금도 체력의 한계를 느끼잖아. 카스파리 감독님도 그래서 널 영입한 거라는 걸 알잖아?”


그 말에 마이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부담감도 느끼고 있는 건가.


나는 그만 입을 닫았다.

녀석은 스스로가 깨달을 필요가 있었다.

지금처럼 어설픈 조언으로는 알지 못할 것이다.

최악의 상황엔 나로 인해 흔들리다 자리를 잃을 수도 있고.


그렇게 떠나가는 녀석의 뒷모습은 축 처져 있었다.

조금은 자신감을 가져도 될텐데.


“저 멍청한 조울증 환자 같으니.”


***


[홀슈타인 킬이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가져갑니다.]

[전반전에 교체된 우도의 골이 유일했습니다. 결승골이었어요.]

[심각한 문제입니다. 시즌 초반 승승장구하던 팀이 한순간 기세를 잃어버립니다.]

[주전 대부분이 휴식했다곤 하나, 아직까지 승리가 없는 페를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리고 우도는 오늘도 전반전을 소화했죠. 아직 성장가능성이 많은 젊은 선수라지만, 홀슈타인이 그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고 있습니다.]

[우도는 아직 ‘어린’ 선수라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 팀은 7라운드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나와 주변, 모두의 우려처럼 우리 팀의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으니까.


주전의 평균연령이 높은 만큼, 매번 완벽한 전력을 구사할 수가 없다는 것.

아직 절반의 시즌도 소화하지 못한 걸 감안했을 때.

우리 팀의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는 필수 불가결이다.


그리고 다음 날.

평소와 같이 훈련을 위해 트레이닝 센터로 향했다.

오늘은 경기 후 회복 훈련을 하기 때문이었다.


“여어! 다들 일찍 왔네?”

“네가 늦은 거야 파비안.”

“맞아. 조금은 일찍 다닐 만도 하지 않아?”


선수단의 분위기는··· 의외로 좋았다.

경기력은 썩어 가고 있지만, 적어도 무패를 이어가며 순항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이번 시즌 승격은 무리 없을지도 모르겠네.”

“이대로만 간다면 우승으로 자력 승격이지.”


나는 이런 분위기를 잘 안다.

지금처럼 지지 않고 성적을 유지하면 상관이 없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무너지면 순식간에 허물어진다.

작은 균열에도 형체를 유지하던 물체가 한순간 박살나듯.


무너진 경기력이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를 역으로 반전시키고, 와해시키겠지.


그럼?

그 시즌은 통으로 끝이 나는 거다.


그래서 카스파리 감독이 최근 들어 더욱 신경 쓰는 이유였다.

훈련 뒤와 시간이 날 때. 각자를 불러 면담을 하고 멘탈리티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그런다고 완전무결할 거라는 기대는 없지만···.


나는 괜히 머리를 털고, 시선을 돌렸다.

마이어가 모리츠 수석코치의 지도를 받는 게 보였다.


“상대 선수와 대치상황에서 어떻게 하냐고?”

“네. 제 플레이는 소극적이니까, 조금 변화를 주려고요.”

“마이어, 네가 마음을 먹었다면 도와줘야지. 봐라, 내가 어떻게 하는 지. 너라면 어떻게 할지.”


그래도 다행이다.


어찌됐든,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었으니까.


그렇게 나도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찾으려고 몸을 움직일 때였다.


“우도!”


카스파리 감독의 호출이 왔다.

아마도 마지막 면담 상대는 나인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CENTER
    작성일
    24.09.04 06:14
    No. 1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유랑무인
    작성일
    24.09.04 08:02
    No. 2

    간단하네요. 집중과 선택이죠.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만 주전을 모두 출전시키고 아니면 후보를 출전시켜야죠. 승격을 위해 리그 경기를 제외한 컵대회는 다 포기해야죠. 리그 경기도 피곤하면 몇경기 후보로만 뛰어서 주전을 쉬게해야죠. 전승해야 승격하는게 아니니까요. 2위만 해도 충분하죠.

    찬성: 2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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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극찬인걸 +1 24.08.31 660 18 12쪽
16 파장 24.08.30 682 15 12쪽
15 활약상 24.08.29 682 17 13쪽
14 홀슈타인의 신인 24.08.28 702 16 12쪽
13 나우도 24.08.27 708 15 12쪽
12 각인(2) +1 24.08.26 741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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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친선(3) +1 24.08.22 779 15 13쪽
9 친선(2) 24.08.21 803 13 12쪽
8 친선(1) 24.08.21 850 15 13쪽
7 영입 24.08.20 870 17 12쪽
6 소문, 소문 24.08.19 921 18 11쪽
5 전초전이 임박해오다 24.08.18 988 16 13쪽
4 역사를 쓰자 24.08.17 1,056 16 12쪽
3 킬! 24.08.17 1,134 17 13쪽
2 신의 농락, 회귀와 가호 24.08.16 1,202 17 15쪽
1 부상의 끝 +1 24.08.16 1,336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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