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월클이 튼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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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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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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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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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인

DUMMY

“33번.”


그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저 친구는 누구지?”


60미터를 단독 돌파해서 가볍게 마무리하는 검은 머리의 동양인.

홀슈타인 킬의 공격수가 페드로 감독의 눈에 띄었다.


그도 그럴 게, 건방진 셀레브레이션을 하는 저 어린 선수는 자신이 감독하는 베르더 브레멘의 수비를 농락했다.

말 그대로 혼자서 가지고 놀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단하군. 그래서 저 친구에 대한 정보는? 설마, 저 친구에 대해서 아는 게 아무것도 없나?”

“아, 아닙니다. 그게 아직 제대로 확인된 자료가 적어서···.”

“흠, 유소년 리그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선수인가.”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정보를 찾아온 패트릭 코치가 설명을 시작했다.


“저 공격수의 이름은 나우도. 올해 6월경 킬과 프로계약을 했다고 확인되고, 그전까지의 기록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아카데미와 유소년 기록이 전무합니다.”

“···뭐?”

“자료상으론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 그 외에는 며칠 전 5부리그 오이틴과의 친선경기에서 전반전 45분을 출전해 3개의 골과 1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는 것과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것만 확인되고 나머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부입니다.”

“그렇군. 알겠네.”


페드로 감독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고 해도 무관하다.

생긴 것만 봐도 혼혈이라는 걸 알 수 있었고, 5부리그와의 경기결과 역시 놀라울 게 없었다.

지금도 믿을 수 없는 퍼포먼스로 자신의 팀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비록 자신의 팀 브레멘이 2군에 가까운 스쿼드를 활용하고 있는 중이라곤 하나, 분명히 대단하고 특출난 재능이라는 건 확실했다.


“하늘에서 떨어진 천재라도 된다는 건가.”


물론, 그 끝이 어디일지는 모르겠으나.

오늘 보여주는 활약상은 과거의 월드클래스가 돌아왔다고 봐도 좋을 만큼 군더더기가 없었으며 노련했다.


“지금 저희 스카우트 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나이가 어린 터라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 유망주는 앞날을 모르는 복권과 다를 게 없지.”

“네, 저게 저 선수의 포텐셜이 터진 고점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 스타일 또한 옛날의 일 페노메논을 떠올리게 해서 부상의 위험이···.”

“하하하. 그만, 이 친구야. 설마 내가 그걸 모르겠는가, 지금 나를 가르칠 셈인가?”

“···그건 아닙니다.”


짓궂게 웃음 짓던 페드로가 여전히 필드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문을 열었다.


“그래. 자네 말이 틀린 건 아니야, 지금이 만개한 걸 수도 있지.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게 있네.”

“네···?”


패트릭이 반문했고, 나긋한 어투의 페드로 감독이 운을 뗐다.


“유망주가 됐건, 노장이 됐건. 선수의 앞날을 함부로 예측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돼.”

“그 말씀은?”

“지금이 저 어린 선수의 최고점이라면? 그건 그거대로 훌륭하지 않은가. 왜냐하면, 저 친구는 아직 3부리그에 있으니까. 프로 무대의 경험이라는, 동 나이대는 누리지 못할 비약을 쏟아부으며 성장할 게 분명하지.”

“더 성장하실 거라 보시는 겁니까?”

“에이, 이 사람아. 뭘 들은 건가. 선수의 앞날은 함부로 왈가왈부하는 게 아니라니까.”


그 말에 패트릭 코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아직 감독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기 때문.


“주머니 속의 송곳은 튀어나오기 마련이야. 두각을 나타내면 너도 나도 침 한번 발라보겠다고 난리를 치겠지. 저 정도만 해도 봐봐. 당장 우리 2군이 버거워하지 않는가? 그런데 만약 저 선수의 포텐셜이 자네가 단정 지은 걸 상회하는 수준이라면?”

“···그건.”

“그래. 우린 이제 막 비상하려는, 시대를 대표할 선수를 보고 있는 걸지도 모르는 거야. 그리고···.”


패트릭은 감독의 말에 집중했다.


“상위리그의 팀 중에선 우리가 최초겠지.”


그 말을 듣고 패트릭 코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방금도 우도라는 저 어린 선수에게 뚫린 선수가 1군 승격에 가장 근접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뿐만 아니었다.


‘다들 놀랐어.’


자신을 제외하고도 선수, 코칭 스태프 할 것 없이 모두가 감탄했다.


‘특히 감독님 같은 경우엔···.’


패트릭이 고갤 흔들었다.


‘더 하면 더했지 덜 하진 않군.’


이미 페드로 감독의 눈빛엔 감탄과 동시에 탐욕의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아마도 오늘 경기를 계기로 홀슈타인 킬의 어린 공격수에게 지대한 관심이 생길 게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스카우트 팀에게 지시하겠지.

홀슈타인 킬의 어린 공격수를 지켜보라고 말이다.


‘정말 가능성이 있는 걸까.’


패트릭은 의문이 담긴 시선을 그라운드로 던졌다.


‘정말···. 저 어린 선수가 그 정도 위상의 선수가 될 수 있을까?’


페드로 감독의 말처럼 시대를 대표하는.

과거의 펠레와 마라도나.

그리고 메시가 그랬듯.

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역사를 새로 쓰는 선수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아직 멀었구나.’


자신에겐 저 선수가 더 이상 성장할 거라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만 해도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니까.

그 이상을 생각하기엔 패트릭 코치, 자신의 수준이 낮은 건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의 상상력으론 과분하다고만 생각할 뿐.

아무튼, 그는 다시금 고갤 돌렸다.


“확실히 달라.”


감독이 저런 말을 하는 것도 벌써 몇 번째였다.

저 말도 안 되는 어린 공격수는 잠시라도 베르더가 기세를 잡으려 하면 여러 가지로 맥을 잘라냈다.


방금 한 골을 만회해서 스코어는 2대1이었지만, 결코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다.

홀슈타인 킬 같은 경우는 5개의 슈팅을 가져간 반면 우리는 16개의 슈팅을 가져갔으니까.

결정력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이젠 다르겠지.’


패트릭 코치는 걱정하지 않았다.

아직 자신들의 진가는 드러나지 않았으니까.

페드로 감독의 말처럼.


“정말이지 예상 밖의 일격을 맞았군.”

“네.”

“버크와 볼테마데, 두체를 투입할 준비를 하게.”

“알겠습니다.”


패트릭이 고개를 끄덕였고,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휘슬 소리와 함께 페드로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위리그에 머문다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도록 하지.”


그리고 저 어린 선수에게 프로선수로서의 야망을 심어줄 생각이었다.

그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의 일.

그저 오늘은 비상하려는 어린 선수에게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만 들어가지.”


우도를 바라보던 페드로 감독은 몸을 돌려 라커룸으로 향했다.


***


전반전이 끝났다.

점수는 2대1.


딱히 마음에 드는 점수는 아니었으나, 선수들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아마도 열세지만 해볼만 하다는 기분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 터였다.


그런데 이들은 아직 모른다.

후반전에 교체투입 될 상대 선수들이 경기에 미칠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할지 말이다.

부디 그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카스파리 감독은 달랐다.


“우선 훌륭히 싸웠다고 말해주지. 하지만 이대로 만족하라는 소리는 아니다. 우리는 이제 고작 절반을 뛰었을 뿐이고 상대의 진가는 이제부터 나타날 거다. 그걸 명심하도록 해.”


우려했던 점을 언급하며 경각심을 심어주었다.

칭찬도 잊지 않는 걸 보면 감독의 역량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이후로도 카스파리 감독은 전술판에 체크해가면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적하고 수정했다.


“후반전엔 올리버와 세르 하트가 투입될 거다. 그리고 우도, 너는 30분 정도 더 뛸 거야.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걸 보여주도록.”

“예. 알겠습니다.”

“그래, 다들 내가 한 말 명심하고 준비하자고.”


그 말에 선수단이 모였다.

다행이다.

이번엔 감독님이 출전시간에 대해서 따로 언급하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그것과 달리 충분한 시간을 주셨다.

아무래도 풀타임을 소화하는 능력이나, 열세의 상황에서의 움직임을 보고자 하는 것 같았다.


나로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다.

이건 골을 넣을 기회가 생겼음을 뜻하는 거니까.


아무튼, 수분을 채워 넣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 함께 모여서 파이팅을 외쳤다.


“홀슈타인!”

“킬! 죽이자!”


킬이 죽인다의 킬은 아니지만 굳센 다짐이 느껴지는 구호라 좋았다.

그래, 찍소리도 못하게 죽여버리자.


예감이 좋다.


***


필드에 들어서니 베르더의 선수들이 꽤 많이 바뀌어있었다.

전반전 막바지에도 두 명을 교체했는데, 후반전이 시작하자 세 명이 교체되어 들어왔다.


버크와 볼테마데. 그리고 두체.


모두 저번 시즌 1부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주전급 선수였다.

그래도 걱정이 되진 않았다.


팀닥터들이 성골이라 부르던 나의 몸뚱이는 가면 갈수록 미쳐가고 있었으니까.

지금도 어서 빨리 날뛰라며 재촉한다.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고 말이다.


삐이이!


휘슬을 소리에 맞춰, 후반전이 시작됐다.


“결국 이렇게 나오는구나.”


베르더의 수비진이 이전과는 다르게 압박해왔다.

기본적으로 내가 움직이는 경로를 차단할 수 있는 선수가 두세 명씩이다.

협력 수비를 기초로 한 움직임에 길목이 차단되길 몇 번.

그럼에도 베르더의 움직임은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겁먹지 마. 꼬맹아. 어차피 못 지나갈 거니까.”


전반전의 멍청이는 어디가고 새로운 수비수가 내 앞을 막는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이 주위를 알짱거렸다.

이거 뭐 어지간한 성벽이나 다를 게 없었다.


“꼬맹이, 꼬맹이 하는 당신은 꼬맹이에게 자비를 베풀 줄 모르는 어른이군요.”

“오, 정답이야.”

“쳇. 못 되먹었네.”


내 말에 멍청이 대신 들어온 두체라는 수비수가 웃음을 터뜨렸다.


“너는 생긴 것만 꼬맹이지, 덩치며 하는 짓이며 위험하기 그지없거든. 흐흐.”


아까 그 멍청이완 달리 노련했다.

확실히 주전을 맡는 선수다웠다.


그래서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이빨까는 것도 먹히질 않는다.


머릿속으론 지금까지 겪었던 여러 가지 상황이 스쳐 지나갔다.

개중에 쓸만한 방법이라곤 역시···.

하나뿐이다.


젊어진 것도 모자라 미쳐버린 몸뚱이로 가장 잘하는 플레이.

그리고 마침, 내게 공이 날아들었다.

기회가 왔다.


‘보여주지.’


높게 날아드는 공을 가슴으로 부드럽게 트래핑했다.

바짝 붙어선 두체를 등지고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가 내 옆구리를 쥐어뜯었다.


“윽!”


조금 아팠지만 부상 따위는 걱정 없는 몸뚱이 아니던가.

나도 최대한 티 나지 않게 갚아주면서 상대의 손을 떨쳐냈다.


투욱!


발바닥으로 공을 굴리면서 속도를 끌어올렸다.

수비수 두체는 여전히 나의 발을 주시하며 따라붙었다.

참 성가신 수비수였다.


하지만, 내겐 계획이 있다.

여기까지 왔으면 절반은 성공한 거나 다름없었다.


“젠장! 붙어!”


스프린트하며 진행 방향을 급격히 꺾었다.

부상 당하기전 과거, 그리고 지금.

내가 가장 잘하는 움직임.


“제기랄!”


사람들이 나를 신이 선택한 선수라고 부른 이유이자, 21세기 축구황제.

새로운 일 페노메노라고 칭송했던 플레이.


폭발적인 스피드로 달리면서 수비를 따돌리고, 또 다시 나타나는 수비수를 현란한 스텝오버로 농락하고 제쳤다.

배르더의 오프사이드 라인을 순식간에 붕괴시켰다.


이 와중에도 볼은 결코 발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드리블은 계속됐다.


마지막 장벽.

골키퍼를 앞에 두고 슈팅을 때릴 때까지.


나는 다섯 명의 선수를 지나쳤다.


“고오오오올!”

“이예에에에!”


동시에 평범하고도 소박한 이 경기장에.

나의 이름이 울려 퍼진다.


“우도! 우도!”

“우도! 우도!”


커다란 함성이 이 공간을 울렸다.


“우와아아아아!”

“예에에에에!”


오늘 밤은 그 어느 때보다 멋진 밤이 될 거란 예감이 든다.

첫 번째 골을 넣었을 때처럼 다시 한번 이곳을 사뿐하게 산책하면서 손을 들었다.


“우도! 우도!”

“우리의 장군!”

“선봉에 선 그가 적장의 목을 베지!!”

“예에에에!”


어느새 나는 작은 전사에서 장군이 됐다.

그리고 나는 정말로 적진에서 무쌍을 찍은 대장군처럼 주변을 훑었다.


베르더 브레멘의 벤치는 조용했다.

필드 위의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


내게 따인 수비수들도.

벌써 두 골을 먹힌 골키퍼도.

나를 보고 환호하는 서포터즈들도.


오늘 밤은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할 것이다.


내가 그들의 뇌리에 커다란 임팩트를 쑤셔 박아줬으니까.


오늘은 나를 제외한 모두가 잠 못 드는 밤에 시달릴 것이다.


그게 월드클래스이자,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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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과감하게 +1 24.09.05 444 16 12쪽
22 분위기 +2 24.09.04 531 17 12쪽
21 뒤를 맡길 아군, 조력자 +1 24.09.03 549 18 12쪽
20 선봉장 +3 24.09.02 575 17 11쪽
19 나만 믿어 +1 24.09.01 615 16 12쪽
18 벌써?? +2 24.08.31 652 19 12쪽
17 극찬인걸 +1 24.08.31 661 18 12쪽
16 파장 24.08.30 682 15 12쪽
15 활약상 24.08.29 682 17 13쪽
14 홀슈타인의 신인 24.08.28 702 16 12쪽
13 나우도 24.08.27 709 15 12쪽
12 각인(2) +1 24.08.26 742 19 12쪽
» 각인 +1 24.08.25 747 18 13쪽
10 친선(3) +1 24.08.22 780 15 13쪽
9 친선(2) 24.08.21 803 13 12쪽
8 친선(1) 24.08.21 850 15 13쪽
7 영입 24.08.20 870 17 12쪽
6 소문, 소문 24.08.19 921 18 11쪽
5 전초전이 임박해오다 24.08.18 988 16 13쪽
4 역사를 쓰자 24.08.17 1,056 16 12쪽
3 킬! 24.08.17 1,134 17 13쪽
2 신의 농락, 회귀와 가호 24.08.16 1,202 17 15쪽
1 부상의 끝 +1 24.08.16 1,336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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