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월클이 튼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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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작품등록일 :
2024.08.16 13:42
최근연재일 :
2024.09.08 01:1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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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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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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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친선(2)

DUMMY

올해로 마흔이 된 나연옥.

그녀는 스포츠 문외한이다.


최근 들어서는 축구에 대해서 공부하고 관심을 기울이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아직까진 수박 겉핡기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온 경기장에 우왕좌왕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리고 그때.

경기장 내에서 커다란 함성이 울렸다.


깜짝 놀라서 움츠러드는 것도 잠시.

그녀가 왠지 모르게 조급한 마음에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근처에서 서성이는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고 길을 물었고, 설명을 따라 내부로 진입했다.


숨이 찼지만 티낼 수가 없었다.

가장 먼저 보인 건 어깨를 늘어뜨리고 돌아가는 아들이었으니까.

방금까지 헐떡거리던 그녀는 숨이 찬 게 언제였냐는 듯.

있는 힘껏 아들의 이름을 외쳤다.


“와아아아! 우도야!”


혹시나 늦었을까봐.

그래서 아들을 보지 못하고 실망시키면 어쩌나, 라며 가슴 졸인 게 언제였냐는 듯 소리쳤다.


“내 아드을!”


서둘러 오느라 숨이 찬 것도 잊었다.

시간을 내기 위해 어제와 오늘 무리해서 업무를 마친 것도 잊어버렸다.

그저 이 순간만큼은 생전 처음 오는 경기장 안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아들만 보였다.


“우도야! 엄마 왔어!”


그리고 아들은 목소리에 반응하듯 용케도 자신을 바라봤다.

이 넓은 잔디밭 위에서 단번에 아들을 찾아낸 자신처럼.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는 아들이 자신을 향해 너무 맑게 웃었다.


별것도 아닌데 눈물이 난다.

나 홀로 키웠다는 미안함과 알게 모르게 쌓였던 피로와 고난이 씻겨 내려가듯.


축구선수가 된 아들을 지켜보는 엄마는 숨죽여 눈물을 훔쳤다.


***


기뻤다.

여기서도 엄마가 보인다.

동시에 눈물을 훔치시는 것도.


그래서 서둘러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경기에 집중하면서도 엄마에 대한 생각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경기장이 처음이라곤 하시지만, 정 반대편에서 나타나실 줄이야.

어떻게 찾아가는 지 설명드릴 걸.

부디 누군가의 도움으로 빨리 제자리를 찾아가시길 바랄 뿐이다.


‘음?’


그때 주변에서 시선이 날아든다.

날 바라보는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경기를 뛰면서도 한 번씩 엄지를 치켜들거나, 호의 섞인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의 훈련에서 충분히 내 실력과 존재감을 보여준 것 같았는데.

그것과 별개로 실전에서 느끼는 감정은 다른 것 같았다.

이 정도로 놀라다니.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엄마에게 예약한 건 두 골이었으니까, 가볍게 헤트트릭하고 교체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경기는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선취점을 먹힌 오이틴이 어쩔 수 없이 라인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고착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이 지속됐다.

하지만 그들에게 기회가 생기는 건 아니었다.


오이틴 같은 경우 마땅한 공격 루트가 없었기 때문에 30분이 지나가는 지금까지도 단 한 개의 슈팅만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었다.

반대로 우리에겐 몇 번의 기회가 있긴 했다.

쉽게 얻은 기회를 대부분 날려 먹었다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나 역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상대 팀 감독은 내가 위협요소라고 지목했는지, 내가 움직일 때마다 붙는 수비수들의 움직임이 질릴 정도였다.

그래서 대부분을 비어있는 선수를 향해 찔러줬고 찬스를 만들어냈는데, 세모발이라도 되는 건지 그걸 전부 마무리하지 못했다.


그나마 34분이 지날 때.

내가 찔러준 패스를 받은 올리버가 드디어 골로 마무리 지은 걸 빼고는 오늘 홀슈타인 킬의 결정력은 참담하다고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때려낸 슈팅이 10개였는데, 들어간 게 2개뿐이었다.

가면 갈수록 커지는 카스파리 감독의 목소리가 이해가 간다.


“하트! 중앙에서의 플레이도 좋은데, 조금 더 신경 써서 움직이도록 해! 우도가 공을 잡으면 돌아 들어가는 움직임으로 찬스를 만들란 말이야!”

“야닉스 수비 라인에 조금 더 신경 써! 다른 녀석들이 우왕좌왕하면 언질을 주라고!”

“마이어! 너는 조금 더 과감한 플레이를 해!”


그렇게 카스파리 감독은 테크니컬 에이리어 근처에 오는 선수가 있으면 한마디씩 했다.

하지만 내가 근처에서 플레이하게 됐을 땐.


“우도! 좋아. 너는 욕심을 부려도 돼!”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마음대로 하라며 호탕하게 소리쳤다.

그리고 다시, 내가 멀어지면 다른 선수들을 향해 신나게 외쳤다.


“똑바로 해! 친선경기라고 우습게 보는 건가!”


그리고 잠시 볼이 아웃 됐을 때 마이어가 속삭였다.


“감독님 눈에서 하트가 보이던데? 널 짝사랑하나 봐. 큭큭.”

“제가 사랑할 수밖에 없긴 하지만, 그건 좀···.”


으으으.

내가 어깨를 부르르 떨자, 월 마이어가 큭큭 거리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잠시 잡담을 나누긴 했지만, 우린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공이 전개됨에 따라서 각자의 위치로 움직였다.


어느덧 전반전도 막바지에 다다른 것 같은데, 아직 한 골밖에 넣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다짐한 게 있으니 조금 더 열심히 뛰었다.

어차피 전반전만 뛰고 나올테니까.

남은 시간 동안 전심전력을 다 할 생각.


그래서였을까?

간곡한 바람을 하늘이 알아주기라도 한 것 같았다.

쇄도하는 내게 마이어의 패스가 절묘하게 깎여 들어온다.


‘좋아.’


패스를 흘린 뒤 그대로 몸을 돌려서 뛰었다.

마크하고 있던 수비수를 가볍게 따돌렸다.

그러자 반대편에서 뛰어들어오는 루크가 소리쳤다.


“여기야!”


그리고 자신에게 패스하라고 재촉한다.


“뿌려!”


미안하지만, 나는 루크에게 공을 줄 생각이 없었다.

지금까지 만들어준 기회 대부분을 날려 먹은 게 저 세모 발 녀석이었으니까.


중심을 낮춰 스프린트 하면서 수비수 사이를 침투했다.

상대 수비수들의 발은 내가 모는 공의 근처에 닿지도 못했다.


하지만 끈질기게도 달라붙었는데, 이미 예상한 움직임이었다.

오른발을 움직여서 비어있는 공간에 공을 집어넣고 그대로 돌파를 시도했다.


뒤에선 날 놓칠 수 없었던 수비수가 유니폼을 잡아당겼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난 이미 신체 밸런스가 낮게 잡혀있던 터라 쓰러지지 않고 더욱 깊게 치고 나갔다.


“좋아! 지금이야! 줘!”


여전히 옆에선 루크가 시끄럽게 소리쳤지만, 그에게 패스할 생각 따위 추호도 없었다.

그리고 마침, 상대 골키퍼도 깨달은 것 같다.

내가 루크에게 패스하지 않으리란 걸 말이다.


하지만 그땐 이미 늦었다.

오른발을 딛으며 힘을 실었다.

반대편에서 왼발이 힘껏 쏘아진다.


지지대 삼은 오른발이 잔디를 즈려 밟으며 버텼고, 힘을 받은 왼발이 공의 표면을 가격했다.


뻐어엉!


위협적인 소리.

비록 왼발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발은 아니지만, 나는 양쪽발 가리지 않고 골을 넣던 선수였다.

그리고 지금처럼 잘 맞은 공은 볼 것도 없었다.


발등에 제대로 걸린 공은 미세하게 흔들리더니 골키퍼 앞에서 뚝, 떨어졌다.


“이예에에에!”

“야아아아!”


골이 들어가자 올리버가 엄지를 치켜들었고, 뒤에서 달려온 마이어는 박장대소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내게 패스를 달라며 패스셔틀로만 생각하던 멍청이는 작게 혀를 찼다.


싹수 한 번 노랗다.

지가 못 넣는 걸 마무리해줬으면 감탄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튼, 골을 넣으니까 어머니가 계신 곳으로 달려가야겠지.

자리를 잘 찾으셨으려나?


***


“넣었나본데?”

“으하하. 그래. 또 넣었나보네.”


경기장에서부터 들리는 소리에 두 사람은 귀를 기울였다.

프리시즌 경기라 관객은 적었지만, 함성 소리에 담긴 단어를 들을 수 있었다.


“우도를 외치는 소리가 들리네. 하하하.”


그리고 환하게 웃던 마르쿠스가 몸을 일으켰다.


“벌써 가려고?”

“가야지. 마음 같아선 끝까지 봐야겠지만 나도 비번인데 집에서 편히 쉬어야 할 거 아닌가.”

“이 친구도 참, 이해가 안 되는군. 티켓을 받아놓고 경기는 보지도 않고, 굳이 찾아와선 이 좁은 경비실에나 박혀있고 말이야.”

“그럼 어떡하나. 자기가 이 팀을 바꾸겠다면서 가슴을 울리는 어린 스타가 나타났는데. 약속은 지켜야지.”


그 말에 니콜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티켓을 받고 여기 와서 보는 게 약속을 지킨 건가?”

“뭐, 나로선 최선을 다해 지켰다고 할 수 있지. 그러니까 혹시라도 어디 가서 소문내지 말란 말이야. 이 친구야.”

“나 참, 그러면 그 친구한테 진작 말하지 그랬나. 그 티켓을 받을 때.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우도가 오늘 아침 너는 뭐하냐고 물어보는데 뭐라고 한지 아나?”


마르쿠스를 쳐다본 니콜레가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그런 징크스가 있는 줄도 몰랐으니까 안 온다고 했지. 그러니까 순식간에 시무룩 하는 게 눈에 보이더군.”

“···그것도 그렇군.”

“그래도 이번엔 어머니가 왔으니까 괜찮을 거란 헛소린 하지 않네?”

“실수라는 걸 인정하지. 다음에 출근해서 말해줄 생각이야. 이유가 있었다고. 그리도 당당한 어린 스타를 실망시키는 건 첫 번째 팬으로서 해선 안 될 행동이겠지.”


그리고 마르쿠스는 간다는 인사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경비실엔 우도가 출근하던 그때처럼, 홀로 남은 니콜레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삐익- 삐익- 삐이익!


주심의 휘슬 소리.

경기가 끝났다.


오이틴 08 선수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필드를 빠져나왔고, 우리 팀 선수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걸어 왔다.


최종스코어 5대0.

프리시즌 첫 번째 친선경기를 대승으로 기분 좋게 시작했으니까.

이해할 수 있었다.


밖에서 지켜보던 나도 흐뭇했다.

전반전 막바지에 한 골 더 추가할 수 있었으니까.

생각했던 대로 헤트트릭을 성공했고, 교체되서 후반전을 즐겼다.


경기장에 처음 오신 어머니께도 좋은 선물을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골을 넣고 내 이름을 연호하던 팬들이 나를 보고 아들이라고 외쳤던 엄마를 기억하고 여기저기서 환호했으니까.

당황하시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렇게 나는 게이트를 빠져나오는 선수들 한 명씩 손을 마주쳤다.

나머지 두 골을 넣은 올리버에게도 한마디 건넸다.


“훌륭했어. 오늘은 내가 이겼지만.”

“하하, 고마워.”


부끄러운지 올리버가 머리를 긁적인다. 귀여운 녀석.

후반전에도 열심히 뛰어다니더니 결국 혼자서 한 골을 더 넣을 땐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더라.

아마 유소년 팀 중 시즌 멤버로 합류할 확률이 가장 높은 게 이 녀석일 것이다.


뭐, 나는 말할 것도 없었다.

유소년 팀은 아니지만, 나이가 어려서 고민이 많았을 텐데.

오늘 보여줬잖은가? 나 괜찮은 놈이라고.

골을 넣는데 일가견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욱 많은 걸 확실하게 보여줄 놈이라고.


그렇게 우린 경기 후 피드백까지 마치고 난 뒤, 해산했다.

몇몇은 샤워실로 몇몇은 마사지실로.


“우도, 어디가?”

“퇴근.”

“바로 퇴근한다고? 네가? 회복 마사지도 안 받았잖아?”

“응. 오늘 경기에 엄마가 오셨거든. 밖에서 기다리실 거야.”

“아, 그럼 어쩔 수 없네. 오늘 수고했어!”

“그래, 올리버 너도 마사지 열심히 받으면 나처럼 좋은 선수가 될거야. 수고.”

“이 자식이!”


큭큭.

그렇게 올리버를 놀리는 걸 끝으로 구장을 빠져나왔다.


어두워진 하늘 아래 그림자를 등지고 걸었다.

이윽고 도착한 빛을 뿌리는 가로등.

그곳의 환한 빛 아래 엄마가 서 있었다.


“아들! 너무 멋있던데? 이런 추억을 선물해줘서 고마워.”


그리곤 날 보며 아주 해맑게.

소녀처럼 웃으신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엄마, 이제 시작인걸요?”


그렇게 오늘 밤도 무르익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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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과감하게 +1 24.09.05 445 16 12쪽
22 분위기 +2 24.09.04 531 17 12쪽
21 뒤를 맡길 아군, 조력자 +1 24.09.03 550 18 12쪽
20 선봉장 +3 24.09.02 576 17 11쪽
19 나만 믿어 +1 24.09.01 616 16 12쪽
18 벌써?? +2 24.08.31 653 19 12쪽
17 극찬인걸 +1 24.08.31 661 18 12쪽
16 파장 24.08.30 682 15 12쪽
15 활약상 24.08.29 682 17 13쪽
14 홀슈타인의 신인 24.08.28 702 16 12쪽
13 나우도 24.08.27 709 15 12쪽
12 각인(2) +1 24.08.26 742 19 12쪽
11 각인 +1 24.08.25 747 18 13쪽
10 친선(3) +1 24.08.22 780 15 13쪽
» 친선(2) 24.08.21 804 13 12쪽
8 친선(1) 24.08.21 851 15 13쪽
7 영입 24.08.20 870 17 12쪽
6 소문, 소문 24.08.19 921 18 11쪽
5 전초전이 임박해오다 24.08.18 989 16 13쪽
4 역사를 쓰자 24.08.17 1,056 16 12쪽
3 킬! 24.08.17 1,135 17 13쪽
2 신의 농락, 회귀와 가호 24.08.16 1,202 17 15쪽
1 부상의 끝 +1 24.08.16 1,336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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