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월클이 튼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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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작품등록일 :
2024.08.16 13:42
최근연재일 :
2024.09.08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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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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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영광의 시대는...

DUMMY

전반 45분이 모두 흐르고.

주어진 3분의 추가시간에 마그데부르크의 역습 상황이 전개됐다.


와아아아아아!


경기장을 울리는 홈팬들의 함성처럼, 우리 팀은 전반전 막바지 선취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리고 심판의 휘슬이 울렸다.


삐익 삐익!


“쯧.”

“젠장!”


결국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선수들을 따라 걸음을 옮길 때였다.

카스파리 감독이 날 불렀다.


“우도, 후반전에 들어갈 거다. 준비해.”

“예. 알겠습니다.”


차라리 예상보다 일찍 뛰게 됐다는 걸 감사히 생각하자.


***


후반전이 시작되고, 터치라인의 근처를 뛰면서 천천히 몸을 풀었다.

그 모습에 마그데부르크의 홈팬들이 욕설과 야유를 배설했다.


“우우우우!!”

“오늘은 우리가 이긴다!”

“리가3의 폭격기? 웃기지도 않는군, 갈색폭격기라니!”

“애송이는 집에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라!”


미친놈인가 싶었다.

그러는 자기는 이 나이가 될 때까지 모유를 먹었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등골브레이커도 그런 등골브레이커가 없을 것이다.


‘신경 써서 뭐하겠냐만.’


마그데부르크 홈팬들이 지껄이는 트래쉬 토크를 무시하고 몸을 푸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여유로운 내 모습과는 다르게 홀슈타인 킬은 후반전 4분만에 아까와 똑같은 상황을 만들며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와아아아아아!!


“으하하하! 좋아! 좋았어!”

“1위를 때려잡고 이제 하위권에서 벗어나자고!”

“폭격기가 뜨기전에 쐐기를 박아버려!”


가까운 위치에 자리한 홈팬들로부터 여러 말들이 들렸다.

그리고 그때, 카스파리 감독님이 급히 나를 찾았다.


“우도! 조금 이르지만 나가야겠다.”

“네. 알겠습니다.”


상관은 없었다. 몸도 거의 다 풀었으니 슬슬 필드에 올라야겠지.


“가기 전에, 간단하게 숙지하고 가.”


감독님은 내게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대충 크로스를 잘 받아먹고, 2선에 위치한 선수들을 잘 활용하라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무조건 이기라는 거죠?”

“그래.”


그렇게 고개를 끄덕인 뒤 교체를 기다렸다.


[킬, 마이어에 이어서 두 번째 교체카드를 꺼냅니다.]

[우도! 리가3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가 교체되어 필드에 투입됩니다.]


나는 2대0이라는 점수와는 상관없이 터치 라인 안쪽의 잔디를 밟으며 산뜻하게 출격했다.

동시에 선수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카일, 루크 두 사람은 특히 체력 관리를 잘하고 역습으로 기회를 살리라는 감독님의 전언입니다.”

“그래?”

“네, 무리한 공격보다 패스 위주로 상대의 체력과 집중력을 뺏으래요.”

“공격하기도 바쁜데?”

“감독님 말씀이 그렇다면 음, 알겠어.”

“네, 역습 기회만 잘 살려봐요. 우리.”


한네스의 포지션에 투입된 카일은 불만이 가득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불만이면 진작 잘해서 이런 상황을 만들지 말았어야지.

뭐, 결코 내색하지는 않고 나는 자리로 돌아갔다.


어차피 2점 차가 나는 순간 우리 팀 선수들의 집중력이 쿠크다스처럼 박살났다.

지금은 카스파리 감독의 말처럼 공을 돌리며 기회를 보는 게 최선.


슈우우우-


조금은 서늘한 바람이 필드를 스쳐 지나갔다.

오히려 이런 날씨가 축구를 하기엔 딱 좋았다.

그런 잡념도 곧이어 돌아가는 패스 플레이에 사라졌다.


마침 상대의 공을 뺏어내고 이곳저곳 왔다 갔다하는 상황.

지금 같이 역습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상황에는 과감히 올라가라는 전언이 있었지.

바닥을 박참과 동시에 전방을 달리는 내게 강력한 패스가 날아들었다.


‘전반보다 긴장했는데?’


마이어를 대신한 발켄호프의 패스가 너무 강했다.

하지만 이런 패스라고 놓칠 정도는 아니었기에, 가볍게 공을 잡아놓은 뒤에 수비진이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를 살폈다.


‘방심한건가?’


상대의 간격이 듬성듬성 벌어져 있었다.

안일했다.

이건 마치 중거리포를 쏴달라는 것과 다를 게 없잖아.


그럼 사양 않고 멋진 포격을 때려줄 생각이다.

공을 조금 더 앞으로 몰다가 그대로 오른발을 힘껏 가져다 댔다.


뻐엉!


발등에 제대로 걸린 슈팅이 한없이 잔잔한 무회전 슈팅을 만들어냈고.

사방으로 휘었다가 흔들리면서 골키퍼를 교란했다.


“어, 어억!”


마그데부르크의 얀스 레이먼 골키퍼가 몸을 달리다가 급히 무게중심을 반대로 옮겼지만, 역동작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공의 탄착점을 예측하기란 불가능했다.

일정하지 않은 움직임의 공이 드넓은 골대로 들어가는 건 당연했다.


[고오오올! 엄청난 골이 터졌습니다! 우우우도오오오!]

[원더 골!]

[홀슈타인 킬의 추격을 알리는 득점입니다!]


그러니까, 나를 상대할 때는 수비 간격이 빡빡해야한다.

이제는 배웠으려나?

지금까진 그걸 간과했으니 이렇게 실점하는 거지만.


나는 골이 들어가기 무섭게 내게 모유를 추천하던 대머리 홈팬을 향해 달려가서 춤을 췄다.


“우우우우우우!!”

“꺼져! 꺼져!”


엄마 젖은 아마도 30은 훌쩍 넘어 보이는 네 녀석이 먹어야 할 것 같다는 뜻이었다.


“이 개새끼가!!”


***


삐익! 삐익! 삐익!


음, 최선을 다했음에도 2-2 무승부가 끝이었다.

충분히 역전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마냥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라 이 정도로 만족해야 할 것 같았다.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경기 양상은 더욱 험해져서 마그데부르크는 나를 죽일 듯이 집중 견제 했으니까.

덕분에 우리 팀 최고 다혈질 레벨로는 세 번째 교체카드로 나온 주제에 15분을 뛰고 퇴장당했다.

그 순간 머리를 부여잡던 카스파리 감독을 봤을 땐 망했구나 싶었는데, 이 정도로 끝난 건 정말이지 양반이었다.


“그 아저씨는 성질 좀 죽여야돼.”


하마터면 골키퍼 제외 8명 이서 피똥 싸는 것도 모자라 역전 골 헌납하고 장렬하게 전사할 뻔했다.


아무튼, 집으로 돌아오고 며칠 뒤.


어머니는 이제 정말 축구 팬이 되기로 작정하셨는지, 내게 들이대던 마그데부르크 선수를 하나둘씩 연구하더니 최후엔 두 사람의 악행들을 섭렵하기까지 하셨다.

과거를 캐는 흥신소 직원 같은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어머, 이 녀석들 못된 놈들이네! 작년에만 4번을 퇴장당했어. 어머 어머! 싸인을 거부한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야. 이런 천인공노할 놈들!”


나는 엄마가 이렇게 즐거워하시는 게 얼마만인지 감회가 새로웠다.

과거에도 알지 못했던 엄마의 일부를 엿본 느낌이랄까.


그리고 다음 경기에서도 우리 팀은 승점을 착실히 쌓아나갔다.


11월 9일 리그 16라운드.

FSV 츠비카우와의 경기에서 3대0 대승을 거두며 승리했고, 2골을 넣은 나는 기어코 28호 골을 달성했다.


이제 리가 3의 전반기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경기가 사흘 뒤에 있다.

상대는 지난 시즌 홀슈타인 킬과 함께 강등당한 FC 잉골슈타트 04.

함께 강등당했다곤 하나, 잉골슈타트 같은 경우는 달랐다.

19득점이라는 빈곤한 득점력과 쓰레기 같은 경기력으로 강등당한 홀슈타인 킬과는 반대로 60득점 89실점이라는 기함할만한 성적으로 강등을 당한 기적의 팀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득점력은 리가 3로 내려온 지금 시즌에도 여전했다.

비록 승점 차이가 10점 이상 나는 3위에 랭크 되어있지만 17라운드를 앞둔 지금부터 40득점 25실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려 두 자릿수 득점의 선수가 세명이나 있다는 건 경계할만한 요소였다.


덕분에 우리 팀이 긴장한 건 말할 것도 없었다.

훈련장을 찾은 나와 선수들은 카스파리 감독님 휘하 코칭 스태프와 함께 극한의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다.

어차피 삼일 뒤의 경기 이후론 2달간의 휴식기 겸 브레이크 타임이 있으니 무조건 승리로 장식하겠다는 생각인 것이었다.


“우도, 쟤는 왜 저래?”


개처럼 헥헥거리면서 다가온 마이어가 물었다.


“아~ 올리버? 감독님이 요즘 체력 좀 기르라고 미친 듯이 굴리잖아. 저것 봐. 방금 뛰고 왔는데 크로스컨트리하러 가잖아.”

“죽을 것 같은 표정이라 물어본건데··· 음, 나는 그나마 다행이네. 저런 훈···.”

“마이어! 따라 와라!”


저런, 올리버에 비해 비교적 괜찮은 훈련을 배정받았다고 안심하던 마이어를 나단 기술 코치가 불렀다.


“잘가.”

“···아 입이 방정이지.”

“마이어 빨리 와라! 오늘부터 후반기까지 새로운 스케쥴에 적응해야하니까!”

“네, 네! 갑니다!”


참고로 나단 기술 코치는 우리 팀에 있을 만한 인재가 아니다.

비단 과거만 해도 이번 시즌이 끝나고 상위리그로 영입된다.

그러니 마이어에겐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이참에 많이 배워둔다면 피가 되고 살이 되겠지.


“그나저나··· 나는?”


낙동강 오리알처럼 던져져서 트레이닝 센터와 훈련장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곡소리를 듣는 게 전부였다.

분명 내게도 배정된 훈련 파트와 스케줄이 있었지만, 저 녀석들처럼 죽을 정도의 강도가 아니었다.

오히려 얼마전부터 2배로 끌어올린 강도에도 적응해서 나를 신경 쓰는 건 아무도 없었다.

알아서 한다는 인상을 심어줘서일까?


“이거 방치 플레이잖아.”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배정된 스케쥴을 알아서 소화했다.

각 훈련을 담당하는 트레이너와 코치들도 아주 기본적인 조언만 해줬을 뿐 방임하는 수준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근육을 쓰고 땀을 흘리다보면 아직은 어린 몸뚱이가 성장한다는 걸 느낄 수 있다는 게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


대망의 그날이 찾아왔다.

전반기의 마지막.

FC 잉골슈타트 04와의 리그 17라운드 경기다.


우리는 바이에른 주 오버바이에른 현 잉골슈타트에 자리한 호텔에 묵게 되었다.

확실히 독일 북부 끝자락에 위치한 킬과는 환경부터가 달랐다.

근교에 그 유명한 바이언의 뮌헨이 자리한 건 물론이고, 체코와 오스트리아와도 아주 밀접하다고 할 수 있다.

솔직히 따지면 먼 거리지만 킬에 비하면 국경에 맞닿아 있는 게 사실이잖은가.


아무튼, 킬에 비하면 조금 더 세련된 느낌을 받는 도시였다.

인구는 킬이 더 많지만 아우디의 본사가 있어서 그런가 꽤 정비된 느낌을 받았다.


“자격지심인가?”

“뭐라고?”

“아니야. 그것보다 우리 동네보다 훨씬 덜 춥네.”

“그건 마음에 들어.”


내 옆에서 떠드는 올리버와 함께 호텔 근처를 거닐었다.

마이어 녀석은 장거리 원정에 진이 빠졌는지 숙소에 틀어박혔고, 결국 둘이 나오게 된 것이었다.

올리버와는 이번에도 룸메이트가 됐다는 점도 있지만, 확실히 체력이 좋아진 것 같았다.


“오늘은 인형 가져왔냐?”

“당연하지. 내 표정 보면 모르겠어?”


음, 이 녀석은 아직도 인형을 가지고 다닌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다.

시즌 초반 실수한 뒤로는 줄곧 챙겨서 다니는 덕분에 더는 징징거리는 울음을 듣지 않아도 됐다는 건 좋았으니까.


아무튼, 근처를 한 바퀴 유랑한 우리는 늦지 않게 숙소로 돌아갔다.

미친놈과 또라이 보존법칙이라고, 드레스덴 때와 같이 정신 나간 인간들을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는 거니까.

나 혼자만 있으면 모르겠다만, 지금은 꼬맹이도 옆에 끼고 있으니 사려야 할 때다.


“우도, 불 끈다!”

“응, 고마워.”


방의 불이 꺼지고, 애틋한 목소리의 올리버가 혼잣말을 지껄였다.


“핑키, 코 잘자.”


음, 다음부턴 그냥 먼저 자야겠다.

사람은 실수로부터 배우는 법이지.


***


아우디 슈포르트파르크.

잉골슈타트는 05-06시즌 5부리그에서 우승한 이후로 승승장구의 나날을 보냈다.

어떻게 보면 아주 짧은 시간만에 성장한 팀이다.

무려 10년 만에 2부리그를 우승하고 분데스리가의 최정점, 1부리그를 경험해봤으니까.

따지고 보면 우리 팀 홀슈타인 킬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팀인 것이다.


우리의 영광의 역사는 적어도 70년에서 100년 전이 전부인 반면, 두 팀의 합병으로 탄생한 잉골슈타트는 창단 30년 역사에 절대다수를 1부와 3부까지 두루두루 오가는 팀이니까.

1부 리그를 그만큼 자주 드나들 수 있다는 게 결정적인 차이였다.

때론 지금처럼 3부리그에 처박힐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금방 자리에 복귀한다는 게 특징이었다.


지금은 비록 3위에 자리하고 있지만, 리그 우승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게 자명한 팀.


그래서 나는 오늘 경기를 질 수가 없다.

이런 팀을 상대로 전반기 30골을 달성하고 마무리한다면 환상적일 테니까.


“킬! 가자!”

“죽이자!”


정말 죽여버릴 생각이다.

역사적인 내 기록의 제물이 되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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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박살내줄거라서 +1 24.09.07 307 15 12쪽
24 축구 할 맛이나 +1 24.09.06 340 14 12쪽
23 과감하게 +1 24.09.05 444 16 12쪽
22 분위기 +2 24.09.04 530 17 12쪽
21 뒤를 맡길 아군, 조력자 +1 24.09.03 549 18 12쪽
20 선봉장 +3 24.09.02 575 17 11쪽
19 나만 믿어 +1 24.09.01 615 16 12쪽
18 벌써?? +2 24.08.31 652 19 12쪽
17 극찬인걸 +1 24.08.31 660 18 12쪽
16 파장 24.08.30 681 15 12쪽
15 활약상 24.08.29 681 17 13쪽
14 홀슈타인의 신인 24.08.28 701 16 12쪽
13 나우도 24.08.27 708 15 12쪽
12 각인(2) +1 24.08.26 741 19 12쪽
11 각인 +1 24.08.25 746 18 13쪽
10 친선(3) +1 24.08.22 779 15 13쪽
9 친선(2) 24.08.21 803 13 12쪽
8 친선(1) 24.08.21 850 15 13쪽
7 영입 24.08.20 870 17 12쪽
6 소문, 소문 24.08.19 921 18 11쪽
5 전초전이 임박해오다 24.08.18 988 16 13쪽
4 역사를 쓰자 24.08.17 1,055 16 12쪽
3 킬! 24.08.17 1,134 17 13쪽
2 신의 농락, 회귀와 가호 24.08.16 1,201 17 15쪽
1 부상의 끝 +1 24.08.16 1,334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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