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월클이 튼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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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작품등록일 :
2024.08.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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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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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벌써??

DUMMY

“하, 저 나이에 저런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다니.”


베르더의 수석스카우트 베른트는 감탄했다.

벌써 두 번째 골이 나왔다.

그것 역시 자신이 지켜보는 검은 머리 소년의 작품.


“손색이 없군. 헤더는 아주 결정적일 때 빼고는 피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스트라이커로는 더없이 완벽해.”


그가 보기 드물게 감탄했다.

그도 그럴 게, 현대축구는 포지션 이외에도 부여되는 역할이 세분화되고 다각화되어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 선수에게는 그런 건 상관이 없다고 보여진다.

왜냐하면 과거 축구황제, 일 페노메노라고 불리던 호나우두의 모습이 보이니까.


아직 그에게 비할 바는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머지않아 그의 그늘을 벗어나는 위상을 가질 게 분명한 선수였다.


센터 포워드의 정수.

스트라이커의 정석이라고 봐도 무방한 움직임.


“거기에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마무리 한다라···. 확실히 탐나.”


페드로 감독이 어째서 자신에게 이 일을 맡긴 건지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저런 선수를 보려면 끈기 있게 지켜봐야겠지.”


적어도 반시즌.

어쩌면 그 이상이 될수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지금 당장은 9점도 아깝지 않군.”


소위 말하는 포텐.

꾸준한 인기를 끄는 풋볼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그가 매기는 포텐셜의 최고치는 10.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 현역에 머물면서 최고점을 준 적은 딱 한 번이었다.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

그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던 호날두도 베른트 자신의 눈엔 9점이 한계치였다.


“하지만 이제 고작 첫 경기일 뿐이니까.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


그러나 베른트는 오래된 수첩에 33번 나우도의 이름을 적으면서도 9점을 체크한 부분이 변화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점수가 상승할 일은 없겠지만.”


항상 그래왔으니까.

언제나 자신이 점수를 매긴 선수들은 시즌이 진행될수록 점수가 떨어졌다.

당연한 일이다.


첫 경기에서 선수의 장점을 모조리 파악해서 남긴 점수였기에, 다음 경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단점과 리스크가 부각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왠지 기대가 되는군.”


과거의 향수를 느끼는 플레이 스타일 때문일까.

베른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수첩에 소년의 스타일과 강점 외에도 성향을 필기해나갔다.


그리고.

그러는 와중에도 필드를 누비던 소년은 기어코 세 번째 골을 넣으며 헤트트릭을 달성했고,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이며 무릎을 바닥에 쓸었다.


“내 이름을 외쳐!!”

“우도오오오! 다 죽여버리는 공격수!”

“우리의 선봉장! 이예에에에에!”


100여 명에 불과한 홀슈타인 킬의 원정 서포터즈들의 함성.


고작 전반전의 30분이 흘렀을 시점이었다.


“이거···. 환장하겠군.”


이 순간 베른트는 너털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


“이예에에에에!”

“우도오오오!”

“der General-!”


내가 골을 넣은 뒤, 우리 서포터즈들은 세상이 무너져라 소리를 질렀다.


경기는 벌써 3대0.

성급할지도 모르겠지만, 경기는 기울어졌다.


내가 이 도시를 폭격하고 있었다.


“우우우우!”


드레스덴의 홈팬들이 야유를 보낸다. 그러나 나완 상관없는 일이다.

한 명의 공격수에게 3골을 헌납했으면 욕먹어도 싸다.

그렇게 생각한다. 설마 저게 환상적인 경기를 보여준 내게 보내는 야유는 아닐 테잖아.


“저 빌어먹을 공격수 녀석!”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버리라고! 머저리 같은 놈들아!”


나는 드물게 혀를 찼다.

설마 나한테 하는 거였다니.

극찬이 따로 없다.


셀레브레이션 뒤 자리로 돌아가려는데도 온갖 욕설이 들렸다.

개중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드레스덴의 어린 팬도 보인다.

마흔 먹은 귀신의 마음을 쑤시는 장면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오늘 장난이 아니었고, 드레스덴을 융단폭격할 거라고 마음을 먹은 상태다.

밖에서 받은 수모만큼 필드 위에서 갚아주는 게 축구선수가 원한을 갚는 법이니까.

그리고 나는 적어도 10배로 갚아주는 인간이다.


경기가 재개되고 조금은 여유롭게 주위를 살폈다.


“더욱 빠르게 움직여! 공격적으로 전개하란 말이야! 아직도 느려!”


카스파리 감독은 여전히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붙어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느라 열정적이었다.

그리고 선수들은 카스파리 감독의 말을 성실히 이행했다.

아마 어제의 동기부여가 없었다면 지금 같이 일방적인 스코어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까지 빠른 역습을 좋은 마무리로 기회를 잡았던 우리가 마음먹고 중원 점유율을 늘리자 드레스덴의 선수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젠장!”

“중원 싸움이 안 되잖아! 이러다 한 골 더 먹히겠어!”


드레스덴 선수들의 고함은 틀리지 않았다.

세 번째 골을 넣고 10분여가 더 지났을 무렵, 우측에서 측면으로 파고들던 올리버가 기회를 만들었다.

아, 띄워 올린 크로스다.


“흐으읍!”

“비켜!”

“쳇.”


상대 수비수와 경합했지만 머리를 가져다 대는 데는 실패했다.

볼은 라인 밖으로 흘렀고.


“좋았어! 올리버.”


나는 괜히 큰소리로 엄지를 치켜들었다.

주관적이든, 객관적이든 내가 헤딩에 취약한 게 사실이었으니까.


“미안! 올리버!”

“괜찮아!”


그리고 올리버는 어린애 같은 면이 있지만, 경기장에선 어른스러웠다.

오히려 내게 손을 들어 보이며 위치로 돌아갔다.

이후로도 우리는 좋은 기회를 많이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걸론 부족했다. 나는 또 한 번의 찬스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조금 더 힘내봐야겠어.’


이미 헤트트릭도 달성한 마당.

카스파리 감독님은 아마 후반전에 나를 교체할 게 뻔하다.

프리시즌부터 저번 경기까지 조금이라도 무리하는 걸 보고 있을 위인이 아니었으니까.


미친개처럼 뛰어다녔다.

이곳저곳 수시로 전방압박을 하며 상대를 괴롭혔다.


그리고 결국 드레스덴의 수비가 급하게 걷어내는 공이 내 발에 걸렸다.


‘나이스.’


살짝 스치며 뒤로 빠졌지만, 공이 우리 팀의 소유가 됐다는 건 변함이 없었다.


‘기회다.’


나는 찰나의 고민도 없이 전방을 달렸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기회인 만큼 시간의 싸움이다.

그리고 그건 최전방을 쇄도하는 내가 얼마나 빠르고 깊게 상대의 심장부를 선점하느냐에 달려있다.

쐐기를 박는 건 다음의 일.


이번 기회에 사활을 걸었다.

후반전에 뛰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좋다는 생각으로 잔디를 박찼다.

이미 뒤에선 나보다 느린 선수들이 후방을 따라오고 있었다.


“여기!”


그때 공을 몰던 마이어가 좌측을 향해 패스했다.

손을 들며 빈 공간을 달리던 발렌틴이었다.

그는 안정적으로 공을 받아내고 안으로 파고들었다.


가장 선두의 중앙에서 뛰던 나는 오른쪽의 올리버를 확인하고 곧장 좌측으로 움직이며 발렌틴에게 공간을 만들어줬다.

하지만 발렌틴은 씩 웃더니 우리 둘이 교차되는 순간 내게 짧은 패스를 흘려줬다.


“우도!”


[발렌틴, 우도에게! 우도 완벽한 찬스!]


“마무리해!”


예상밖의 선택이다.

분명 발렌틴이 마무리하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었는데, 그는 내가 더욱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러니까 실망시킬 수 없었다.

발렌틴의 두 번째 어시스트를 만들어줘야지.


나는 당연히 포트트릭이고.


[우도오오! 골입니다! 전반전 막바지 네 번째 골을 만들어냅니다!]


철썩!

골키퍼가 닿을 수 없는 위치로 빨려 들어간 공이 그물을 때린다.

동시에 우리 팀의 선수들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내게 공을 준 발렌틴부터 마이어와 올리버, 심지어는 수비진의 야닉스와 파비안까지.


“우도! 이 자식! 진짜 미쳤어!”

“이 멋진 꼬맹이! 말도 안 된다고, 으하하!”

“이 자식 제대로 드레스덴을 폭격했어! 크하하!”

“폭격기! 폭격기가 나타났다!”

“이예에에에!”

“우도! 우도! 우도!”


100여 명에 불과한 서포터즈들의 함성까지 합쳐지자 정말로 대단을 활약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나를 향해 불러주는 응원가는 더욱 기분 좋았다.

언제나 비운의 선수로 기억됐으며, 결국엔 잊혀져버렸던 나였으니까.


내게 주어진 능력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건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삶의 나는.

도저히 실패할 수가 없다.


오늘 경기는 우리가 가져간다.


***


경기가 끝났다.

후반전 역시 예상대로였다.


전반전만 뛴 나는 후반전에 교체되었고, 이를 갈고 나온 드레스덴에게 다시 한번 골을 넣어준 뒤 1개의 실점을 허용하며 끝이 났다.


최종 스코어는 5대1.


나는 무려 4골을 넣고, 그날 경기 후 스코어드닷컴과 공식 리뷰에서 9.9의 평점을 받으며 맨 오브 더 매치(MOM)에 선정이됐다.


[MOM에 선정된 킬의 우도]

[2라운드 만에 헤트트릭을 넘어 포트트릭]

[득점 선두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다!]


등등.

기사도 여럿 나왔다.

내가 3부 리그를 보는 이들과 이곳 드레스덴의 서포터즈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선사해줬다는 뜻이리라.


그리고 더욱 즐거운 소식은 드레스덴의 반응이었다.


[디나모 드레스덴, 인종차별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서포터즈 두 명의 신원을 확인.]

[경기장 입장 영구제명 조치 취할 것.]

[17세 소년에게 융단폭격을 당한 드레스덴 무릎을 꿇다]

[드레스덴 회장曰 ‘그가 선수가 아니었을지라도 지우지 못할 악몽이 됐을 것. 이 자리를 빌어 사과의 말을 전한다.’]


등등.

경기도 사과도 모두 가져가는 건 나였다.

나와 우리 팀은 명백한 승자다.


***


그리고 홈으로 돌아온 우리는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하루의 휴식을 마친 뒤 곧바로 훈련에 들어갔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분위기가 좋은걸?”

“이 분위기를 이어가면 승격도 어려운 문제는 아닐거야.”

“그치? 주장은 어떻게 생각해요?”


올리버와 마이어의 대화였다.

엿듣고 싶은 건 아니지만, 저 둘의 대화 소리가 컸기에 어쩔 수 없었다.

나와 함께 훈련을 진행하던 발렌틴도 마찬가지.

우리는 죽어라 뛰면서도 태평하게 공을 차는 녀석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올리버, 마이어. 훈련에 집중해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왜, 왜 갑자기 정색을 하고 그래요?”

“···오늘따라 이상하네.”


의외로 꼬맹이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야닉스가 선을 긋는다.

그가 FM같은 원리원칙주의자라서일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그랬으면 우리처럼 어린 녀석들과 죽이 잘 맞을 리가 없으니까.

아마도···.


“멍청한 녀석들. 지금 고작 2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벌써부터 설레발 칠때가 아니야.”


그래. 저거겠지.

나도 과거 늙다리 시절에 주장을 맡으면서 저런 말을 참 많이도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설레발은 설레발로 끝났다.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하던가? 딱 그짝이다.


또한, 저렇게 안일한 생각은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들이고는 한다.

누구는 미신이라고 하지만 나는 어느 정도 맹신하는 편에 속한다고 보는 게 좋겠다.

왜냐하면···.


빠직.


지금 같은 소리가 들려오곤 하니까···.

시발.


반사적으로 무릎을 확인했다. 그래, 일단 나는 아니다.

고갤 들어 주위를 살피자 누구의 소리였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으아아아악!”

“올리버! 괜찮아?”


모두가 뛰어간다.

이 순간 야닉스의 외침이 가슴에 와닿는다.


“이런 빌어먹을 녀석! 내가 설레발 헛소리하면서 똥폼 잡지 말라고 했지!”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 잘나간다고 거만을 떨던 때였다.

내가 저랬으니까.

그리고 그 뒤로도 나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녀석은 매년 발생했다.

내가 속한 팀마다.

잠깐··· 그럼 내가 원인인가?


젠장.

지금와서 무슨 상관인가.

일단 한심한 올리버 녀석에게 뛰어갔다.


“올리버! 이 머저리 자식!”


부디 큰 부상이 아니길.

우리 팀은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뗐으니까.


2라운드만에 녀석을 잃기엔 공백이 너무나 뼈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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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2 24.08.31 653 19 12쪽
17 극찬인걸 +1 24.08.31 661 18 12쪽
16 파장 24.08.30 682 15 12쪽
15 활약상 24.08.29 682 17 13쪽
14 홀슈타인의 신인 24.08.28 702 16 12쪽
13 나우도 24.08.27 709 15 12쪽
12 각인(2) +1 24.08.26 742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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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친선(2) 24.08.21 803 13 12쪽
8 친선(1) 24.08.21 851 15 13쪽
7 영입 24.08.20 870 17 12쪽
6 소문, 소문 24.08.19 921 18 11쪽
5 전초전이 임박해오다 24.08.18 989 16 13쪽
4 역사를 쓰자 24.08.17 1,056 16 12쪽
3 킬! 24.08.17 1,135 17 13쪽
2 신의 농락, 회귀와 가호 24.08.16 1,202 17 15쪽
1 부상의 끝 +1 24.08.16 1,336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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