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월클이 튼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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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작품등록일 :
2024.08.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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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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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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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할 맛이나

DUMMY

[우도오오! 바턴까지 제쳤습니다!]


골이 들어가기 무섭게 선수들이 내게 달려들었다.

저 멀리서 듬성듬성한 머리의 감독님이 주먹을 흔들며 기뻐하는 모습이 보였다.

최근 들어 감독님의 머리가 비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팀의 장 케일러 단장처럼 말이다.


아무튼, 전방에서 서포터즈들이 간단한 첸트를 만들어 외치기 시작했다.


“우도오오오!! 사랑한다!”

“우리 팀 공격은 너만 믿으면 돼!”

“벌써 시즌 13골이야! 미쳤다고!”

“으하하하하하! 멍청한 제비꽃녀석들!”


아우에의 애칭인 Veilchen (제비꽃)을 활용한 조롱이었다.


멍청이 멍청이!

내성적이고 쑥스러움이 많은 제비꽃!

찌질한 성격답게 우도에게 처맞지!

멍청한 아-우-에-!


워낙에 간단해서 그런지 몰라도 금세 경기장을 메운 서포터즈 사이에서 울려 퍼졌다.


***


한네스는 새로운 세계를 느끼고 있었다.

평소보다 시야가 넓었고, 자기 뜻대로 신체가 움직였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올리버···.’


반대편에서 공을 몰던 녀석이 자신에게 길게 패스를 연결했다.

공을 잡은 뒤엔 상대 측면 수비수인 페르야니를 주력으로 찍어눌렀다.

그리곤 중앙에 있는 마이어나 쇄도하는 우도에게 공을 찔러준다.

하나의 패턴과도 같은 플레이였다.


당연히 아우에 녀석들도 홀슈타인 킬의 단순한 루트를 예상했다.

하지만 새로운 무언가에 눈을 뜨기 시작한 한네스는 상대에게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발을 따라오지 못해서 막을 수가 없었다.


“빨라!”

“미, 미친 이게 뭐야!”

“젠장 어서 막으라고!”


정말 빨랐다. 너무 가공할 속도에 아우에의 선수 중에서 그를 가로막을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압도적인 주력에 조금씩 눈이 트기 시작한 시야를 보유한 한네스.

그를 막을 수 있는 3부 리거는 적어도 이곳엔 존재하지 않았다.


단순한 패턴 공격임에도, 알고도 못 막는 수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내, 내 몸이 맞나? 미친 것 같군.’


경악과 동시에도 한네스의 발은 빠르게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어쩌면 오늘 한네스는 최고의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축구 할 맛이 난다.


***


시발···.

아주 오랜만에 욕지거리가 치솟는다.

다른 게 아니라, 적토마처럼 측면을 질주하는 한네스를 보라!


‘그래, 이거지!’


그에 맞춰 선취점과 같은 움직임으로 공격진이 쇄도했다.

또 한 번 내게 날아드는 크로스를 곧바로 마이어에게 연결하고 다시 받는다.


앞을 막아서는 수비수는 둘.

하지만 내겐 뚫어야겠단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이번엔 바로 슈팅을 가져갈 거니까.


“젠장!”

“저 새끼 찬다!”


생각을 읽었는지 곧장 달려 나오는 아우에의 수비수를 보며 웃었다.

오늘따라 더욱 재미있었다.


한네스가 대오각성을 했기 때문일까.

덩달아 내 컨디션도 빨딱 서는 것 같아.

그래서 절로 입이 움직인다.


“느려.”


그리고 동시에 움직인 다리.

발에 후려 맞은 공이 골대에 또다시 빨려 들어가는 건 변함이 없었다.


철썩!


“으아아아아아!”

“우도오오! 시즌 14번째 골이야!”


내 앞마당과 다름없는 홀슈타인 슈타디온이 들썩였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눈에 제대로 불이 붙은 것이다.


전반전의 막바지에 들어간 두 번째 골.

오늘 경기 승부의 추를 기울게하는 그 골에 1만이 넘는 팬들이 환호성을 내지른다.


“우도! 으하하!”

“마이어, 올리버! 좋았어!”

“으하하!”


그리고 나는 한네스의 머리를 두들겼다.


“한네스 이 자식, 끝내줬어!”


날 기쁘게 만드는 건 날개 잃은 우리 팀의 새로운 날개로 발돋움한 한네스의 성장이었다.

조금 더 과감한 움직임을 가져가는 마이어는 말할 것도 없고.

올리버는 나만큼이나 훌륭하게 활약하니까.


그리고 전반전이 끝난 뒤.

라커룸으로 들어가면서 한네스에게 은근슬쩍 말을 걸었다.


“한네스, 뭐 좋은 꿈이라도 꿨냐? 어쩌면 오늘 mom은 네 차지가 될지도 모르겠는데?”

“어, 어?”


얼빵하게 되묻던 녀석이 돌연 푸흐푸흐- 소리내며 쪼개기 시작했다.


“흐··· 그렇게 괜찮았어?”

“아까 말했잖아. 끝내줬다고.”

“푸흐흐···. 너무 비행기 태워주는 거 아니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건 막을 수 없는 것 같았다.


“에이, 나는 그런 말 할 줄 몰라.”

“으흐흐. 오늘은 뭔가 되는 날인 가봐! 갑자기 확! 시야가 트이고 몸이 가볍네.”

“그렇구나.”


일시적인건지 지속적인 건지 아직까지 확신은 할 수 없다.

그래도 이거하난 확실하다.

리저브를 오가던 이 친구는 급격히 성장했다는 것.


“뭐, 그래도 아직 갈 길은 멀지만 흐흐.”


그렇게 머저리처럼 웃는 녀석의 등을 두들겨주었다.


***


“우도오! 으악!”

“으아아! 미쳤어! 미쳤다고! 도대체 저런 녀석이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제길! 너무 아깝잖아!”

“한 골만 더 넣자! 한 골만 더 넣으면 해트트릭이야!”


경기를 보러온 팬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그들 모두가 이번 시즌 데뷔한 우도를 보며 더 큰 목소리로 응원했다.


“달려!”

“멍청한! 왜 우도한테 연결하지 못하는 거야!”

“그래도 오늘은 좀 낫네! 최근 들어 우도를 빼고 사람이 없었다고!”

“오! 간다!”


우도가 빠르게 상대 수비를 뚫고 달려나갔다. 그리고 자세를 잡고 슈팅을 가져갔지만 골키퍼의 손에 맞고 크로스바를 넘었다.


“으아아아!”

“아깝다, 크으!”


올리버-마이어-한네스로 이어지는 패스의 마지막은 항상 우도였다.

간결하고 빠른 역습.

덕분에 이전 몇 경기와 다르게 오늘 경기는 속도감이 상당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단점도 존재했다.

두 윙어가 공격에 심취해서 그런지 수비로 전환하는 속도가 늦었는데,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아우에가 역습을 강행했다.


“파비안! 라인 잡아!”

“웨슬리!”

“막아! 막아야 돼!”


아우에의 역습은 생각보다 매섭고 날카로웠다.

후반전에 투입된 포워드인 필립 베송이 우리 팀 측면의 수비 복귀가 느린 걸 노리고 손쉽게 측면을 허물었다.

오른쪽 풀백인 웨슬리 하이만이 급하게 몸을 욱여넣으며 막으려고 했으나, 베송의 쏜살같은 드리블에 허물어지고 말았다.

야닉스가 커버하고 파비안이 백업해도 변한 게 없었다.

아우에의 필립 베송은 또 다른 선수와 패스를 주고 받으며 2선 수비를 허물었고 결국엔 위험지역까지 뚫어냈다.


“젠장! 홀슈타인 킬! 이 망할 놈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정신 똑바로 안 차리냐!”


우우우우우─


경기장 가득 야유와 절규가 퍼졌다.

골키퍼 필리프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우우우우우─


“제기랄!”


파비안과 웨슬리가 그라운드를 거칠게 찼다.


이로써 2대1.

홀슈타인 킬이 리드하고 있지만, 위태로운 경기라는데 변함은 없었다.


***


내가 감동한 지 몇 분이나 됐다고 실점을 하다니.


하긴, 이게 요즘 우리 팀이다.

한네스가 눈을 떴다곤 하나 아직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공격이 조금 나아지자마자 수비가 박살이 날 줄이야.


아무튼, 저번 시즌 등신같이 강등을 당한 홀슈타인 킬 치고는 잘하고 있고 할 수 있었다.

저런 역습을 우리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게 긍정적인 부분이랄까.


“한네스, 올리버! 아까처럼 좋은 패스 한 번 더 가보자고!”

“그래! 다시 하나 더 벌리자.”

“좋아.”


이처럼 다른 경기와는 달리 선수들의 표정에서 조급함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의 안일함과 부족함을 한탄할 뿐.

그렇다면 우리도 다시 좋은 기회를 가져오지 않을까.


확실히 매우 허무한 실점이었지만, 만회하는 득점을 올리면 될거라 믿는다.


“가자! 킬!”

“킬! 죽이자!”


킥오프 이후. 마이어가 공을 잡았고 차분하게 올리버에게 연결했다.

올리버는 바로 반대편에 있는 한네스에게 긴 패스를 연결하고 방향을 전환했다.


“좋아!”


공을 잡은 한네스가 아까처럼 빠른 속도로 아우에의 왼쪽 측면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했다.


‘마이어가 조금 더 공격적인 성향을 배우면 장난이 아니겠네.’


이렇게 선 굵은 직선적인 공격이 잘 먹히는 걸 보면 말이다.


“막아! 저 자식 아까도 저렇게 돌파했다고!”

“치고 달리기 빼면 별 볼 일 없는 놈이야!”


다급한 상대 수비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광견처럼 헐레벌떡 달리는 한네스가 보인다.

그리곤 우리 팀 측면을 허물었던 필립 베송을 제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확실히 주력만 보면 리가 3에서는 상대를 찾을 수가 없는 정도다.

뭐, 폭발력이 대단한 만큼 지구력이 조루라는 게 문제지만.

저 깔끔하고 정석적인 크로스만큼은 마음에 든다.


덩치값 못하던 마이어에게 뿌려주는 크로스.

그걸 보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옆에서 아까부터 알짱대는 아우에의 수비수가 긴장하는 게 느껴졌다.

모르는 척 붙잡고 있는 내 유니폼 끝자락이 파르르 떨린다.

그러나, 방해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를 악물고 제공권 우위를 점한 마이어가 떨궈주는 공을 걷어차기에는 충분했다.

뒤에서 걸리적거리는 감각이 신경을 거슬린다.


“으으윽!”


하지만 나는 몸싸움을 걸어오는 상대 수비의 방해에도 견제에 성공했다.

살짝 튀어 오르는 공을 동체 시력이 인지하기도 전에 감각적으로 왼발을 움직여서 공의 아랫부분을 가격했다.


“오오─!”


살짝 뜨긴 했지만, 결코 골대를 넘어가는 각도는 아니었다.

골키퍼의 손이 닿지 못한 공은 크로스바를 직격하며 아래로 굴절됐고.

그 순간 홀슈타인 슈타디온이 광란에 빠진 것처럼 환호성을 토해냈다.


“이예에에에에─!”

“해트트릭!!”

“15번째 골이야! 으아아아아!”


아주 오랜만에 맛보는 해트트릭의 맛은 끝내줬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은 쉽게 오는 게 아니다.

막말로 한네스가 대오각성하는 날이 언제 또 오겠는가.


나는 셀리브레이션 대신, 네 개의 손가락을 펴보였다.

그래. 명백한 도발이었다.


***


아우에 선수들은 광견병걸린 들개마냥 달려들었다.

네 번째 골을 넣겠다는 도발 때문이다.

하지만, 딱히 신경쓰이진 않았다.


‘뭐, 예상했잖아.’


거기다, 생각보다 아우에로선 나를 신경 쓸 틈이 없는 것 같았다.

교체로 들어온 노장 선수들이 의외로 선전하면서 중원을 꽉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레벨로와 세르 하트 같은 경우는 똑같이 갚아주겠다는 듯 아우에의 미친개들에 비견할 정도로 발광을 했다.

최근 들어 벤치에서 시작하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넘쳐나는 체력으로 중원의 이곳저곳을 누볐다.


덕분에 5분여 정도 거칠게 압박하던 아우에 들개들한테서 벗어날 수 있었다.

중앙이 뻥 뚫린 건 말할 것도 없다.

나는 그 공간 전부를 안방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었다.


“우도!”


지금처럼 날 부르는 선수들의 외침에도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다.


미친개처럼 활보하던 레벨로가 결국은 공을 뺏는데 성공한 뒤, 내게 공을 찌른다.

최근 들어 발을 맞추던 한네스와 달리 조금은 빠른 패스.


내게 붙은 수비수는 한 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를 막기 위해서 할퀴는 것도 모자라, 유니폼을 잡고 늘어지는 녀석을 거칠게 쳐내면서 달렸다.

혼신의 힘을 다해 앞을 가로막는 수비수가 튀어나올 땐 스텝오버로 중심을 무너뜨리면서 질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수비수들이 존재했다.

도발은 둘째치고 더 이상 내겐 골을 먹히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이번에는 양쪽에서 달라붙으면서 슈팅 각도를 틀어막는 게 증거다.


“더는 안돼!”

“꼬맹아, 절대 안 먹힌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건 내가 그럴 생각이 없다는 건데···.


‘이럴 때는 속도는 중요하지 않지.’


나는 그간의 경험과 튼튼한 육체를 바탕으로 무너지지 않는 중심과 균형 감각을 이용해 상대와 어깨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속된말로 발라버렸다.


둘의 자세가 무너지자 완벽한 각도가 나를 기다린다.

타이밍도 좋다.

아우에의 골키퍼가 뛰쳐나와야 할지 자리를 지켜야 할지 고민하는 게 보였으니까.


‘때리자.’


주저 없이 오른발로 슈팅을 가져갔다.

미세하게 아웃사이드에 걸치면서 굴절이 생기는 공이 쏘아졌다.


──!!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어림도 없는 거리였다.

공은 그대로 망을 흔들었다.


나는 코너 아크로 무릎을 쓸었고, 다섯손가락을 전부 펴보일까 말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직도 경기는 10분이 넘게 남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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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과감하게 +1 24.09.05 445 16 12쪽
22 분위기 +2 24.09.04 531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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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선봉장 +3 24.09.02 576 17 11쪽
19 나만 믿어 +1 24.09.01 615 16 12쪽
18 벌써?? +2 24.08.31 652 19 12쪽
17 극찬인걸 +1 24.08.31 661 18 12쪽
16 파장 24.08.30 682 15 12쪽
15 활약상 24.08.29 682 17 13쪽
14 홀슈타인의 신인 24.08.28 702 16 12쪽
13 나우도 24.08.27 709 15 12쪽
12 각인(2) +1 24.08.26 742 19 12쪽
11 각인 +1 24.08.25 747 18 13쪽
10 친선(3) +1 24.08.22 780 15 13쪽
9 친선(2) 24.08.21 803 13 12쪽
8 친선(1) 24.08.21 851 15 13쪽
7 영입 24.08.20 870 17 12쪽
6 소문, 소문 24.08.19 921 18 11쪽
5 전초전이 임박해오다 24.08.18 988 16 13쪽
4 역사를 쓰자 24.08.17 1,056 16 12쪽
3 킬! 24.08.17 1,135 17 13쪽
2 신의 농락, 회귀와 가호 24.08.16 1,202 17 15쪽
1 부상의 끝 +1 24.08.16 1,336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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