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월클이 튼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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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작품등록일 :
2024.08.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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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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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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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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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극찬인걸

DUMMY

음, 옐로몽키라.

여기가 필드 위였다면 박살을 내줬을 텐데, 안타깝게도 여긴 공원이었다.


더군다나 일반인과 드잡이를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럴 때는 솔직히 계급장 다 떼고 뚜드려 패고 싶었지만···.

나는 대화로 녀석들을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주근깨 친구, 지금 뭐라고 했어?”

“뭐라고 하긴, 널 불렀지. 원숭이.”

“옐로, 옐로. 망키. 우끼끼.”


그리고 이 녀석들은 쫄지 않는다. 훌륭한 주둥이였다.


“왜 말이 없어? 혼자라서 겁이 나냐?”

“아니. 가소롭지.”


굳이 지금 와서 말하자면, 나는 노련한 인간이다.

이런 인종차별적인 발언은 시도 때도 없이 들었다.


과거의 초창기엔 발끈하기도 많이 했고 칸토나에 빙의해서 뚜드려패기도 많이 팼다.

그래서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그냥 조금 귀엽게 거슬리는 정도?


“내가 조금 귀한 몸이거든, 그래서 서로 조용히 갈 길 가는 게 어때?”

“뭐? 크크. 이거 웃긴 녀석이네.”


나는 태연하게 주머니에 손을 넣고 능숙하게 스마트폰의 동영상 녹화를 시작했다.


“푸하핫! 지금 영상 찍는 거야? 녹음? 녹화?”

“역시 원숭이는 겁이 많아.”


더 이상은 나도 모르겠다.

내가 한참이나 어린 이 녀석들을 뚜드려팰 수도 없잖은가.

더군다나 나는 뇌빌과 다니엘처럼 시민 폭행에 연루돼서 엔트리에서 삭제되고 싶지 않았으니까.

아무래도 슬슬 돌아가는 게 좋겠다.


“야, 대답 좀 해봐 도망가지 말고.”

“어이, 겁쟁이 원숭이!”


멀리서 소리치는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상태로 공원을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들은 얼마간 내 뒤를 쫓아왔는데, 그때 홀연히 나타난 노신사 한 명이 내게 언질을 주었다.


“가끔 저런 녀석들이 있지. 당신에겐 미안하게 됐어.”

“네. 어딜가나 주인 잃은 미친개들이 있죠. 고맙습니다.”

“그리고 참고로 녀석들이 두르고 있는 머플러는 드레스덴의 서포터즈걸세.”

“오, 그건 아주 좋은 정보네요.”

“그렇지?”


노신사는 방긋 웃어보였다.

하지만 사실 나도 알고 있었다.


내가 독일의 2부와 3부를 오가면서 뛰던 게 몇 년이던가. 알고 싶지 않았다고 해도 알 수밖에 없는 정보였다.

더욱이 놈들은 그걸 자랑스럽게 목에 걸치고 있었으니까 한눈에 보고 알았다.


놈들이 안 그래도 내일 나한테 신나게 뚜드려맞을 팀의 서포터즈들이라는 걸.

동시에 눈앞에 서 있는 멋진 노신사가 누구인지도.


“그래서 동영상으로 확실하게 찍어뒀어요.”

“음, 자네는 어려 보이는데 대처가 훌륭하군.”

“제가 조금 귀한 몸이거든요. 그게 아니었으면 저놈들은 저한테 죽었어요.”


장난스럽게 주먹을 흔들어 보이자, 눈앞의 노신사··· 아니, 베르더 브레멘의 수석스카우트 베른트가 배꼽을 잡았다.


“으하하. 젊은 친구가 재밌군. 확실히 독일인은 아니야. 아, 물론 이건 인종차별이 아니라네.”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그러는 선생님도 일반적이진 않으신데요? 베르더의 배지를 차고 드레스덴까지 오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크크.”

“···뭐, 뭐?”


그리고 나는 언제나 멍청히 당하고 있을 인간이 아니었다.

나는 당황하며 배지를 확인하는 그를 떠나 호텔로 향했다.


“그나저나 저 할아버지는 여전히 재밌고 웃기네.”


진짜로 배지 따위를 차고 있을 리가 없잖은가.


“그거 그냥 구라였는데.”


크크. 웃음이 나온다.

베르더가 내게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걸 떠나서 저 할아버지를 한 방 먹였다는 쾌감.

그리고, 내일 경기에서 드레스덴을 박살 내면서 얻을 쾌감까지.

이 정도면 내일 멀티골은 기본일 것 같다.


“녹화도 잘 됐네. 빌어먹을 홀로코스트 자식들.”


***


호텔로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건 감독님에게 상황을 보고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카스파리 감독은 불같이 화를 내는 건 물론이고, 선수단 전부를 소집했다.

아무튼, 감독으로써의 자질은 대단하다.


“우선 휴식을 방해해서 미안하군. 하지만 너희들이 꼭 알아야 할 사항이 있어서 부른 거니 양해를 부탁하지.”


이걸 선수단의 사기진작과 동기부여에 써먹을 생각을 하다니.

솔직히 어느 정도는 내가 유도한 거긴 했지만··· 감독님의 분노가 상당했다.


“빌어먹을 드레스덴의 서포터즈가 우도를 능멸했다.”

“···예? 갑자기 그게 무슨···.”


쾅!


아니, 이건 진짜 빡친 거 같은데?


“다들 이걸 봐라.”


그리고 테이블 위에 놓인 나의 핸드폰에서 영상이 재생됐다.

선수들의 반응은 하나같다.


“하···. 아직도 이런 사람이 있단 말인가?”

“이런 개자식들! 이놈들은 할레셔만도 못한 놈들이야.”

“그래. 그놈들은 우리한테 피떡이 됐잖아. 이번에도 똑같이 만들어줘야 하나?”

“내일 제대로 박살을 내야겠어.”


등등.

선수단 전원이 분노했다.

개중엔 화를 참지 못하고 발광하는 이도 존재했다.

저번 경기 난투극에서 할레셔 선수들을 교묘하게 뚜드려패고도 고작 옐로카드를 받은 레벨로였다.


“아니야, 지금 당장 언론에 제보해버리자! 그리고 드레드덴으로 쳐들어가는 거지!”


쾅! 쾅! 쾅!


녀석이 쿠션을 마구잡이로 뚜들겼다.

얼굴까지 시뻘겋게 변하는데 말릴 사람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전원이 달라붙어서야 레벨로를 말리는 데 성공했고, 카스파리 감독을 필두로 코치진과 선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분노를 전투력으로 치환했다.


“아무튼 중요한 건 드레스덴을 용서할 수 없다는 거다.”

“맞습니다!”

“그래, 나는 내일 인터뷰에서 이 사안을 공개하고 확실한 사과를 받아낼 것이다. 그리고 너흰 개념이라고는 없는 서포터즈를 둔 녀석들을 박살 내는 거지. 이 망할 도시의 드레스덴을 말이야!”

“예에에!!”

“그래! 그럼 여기까지다. 밤이 늦었으니 딴짓거리 말고 바로 자도록 해. 빌어먹을 드레스덴을 박살 내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야. 알겠나!”

“알겠습니다!”

“해산!”

“해산!!”


···나도 함께 소리치긴 했지만, 이곳에서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은 나 혼자인 것 같았다.

모두가 분노로 인해서 사고를 멈춘 게 분명하다.

어떻게 된 게 사건의 당사자인 내가 가장 침착한 걸까.


나를 위해 모두가 분노해주는 건 좋았지만, 생각해봐야 얻을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냥 내가 해야 할 일이나 하자고 생각했다.


“감독님?”

“으, 음? 우도 아직 안 갔나?”

“제 핸드폰을 주셔야죠.”


그리고 슬쩍 액정을 확인하자 영상의 뒷부분이 나오고 있었다.

카스파리 감독은 그걸 뚫어지라 보던 중이었다.


“아, 그렇지. 근데 우도. 여기 있는 사람이 진짜 베르더의 관계자였던가?”


아, 그것 때문에 죽을상을 쓰고 있던 거였나.

뭐, 나로서는 잘된 일이지만 말이다.


“네, 베르더 브레멘의 배지를 달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그 동영상 외의 대화는 나누지 않았어요. 밖에서 일도 있었는데 계속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요.”

“음, 그렇군. 알겠네. 오늘 일은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아까 말했듯이 정식으로 항의하고 사과를 받아낼 테니까.”


그렇게 카스파리 감독에게 스마트폰을 건네받고 객실을 나섰다.

그때까지도 카스파리 감독의 얼굴은 나아지질 않았다.

아마 베르더가 관심을 보인다는 걸 직, 간접적으로 확인했으니 마음이 편치 못할 거다.


그런데 어쩌겠나. 약을 조금 치긴 했지만 사실인 것을.

배지는 안 달고 있었지만 진짜 베르더의 수석스카우트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 10년 동안 어마 무시한 업적을 쌓는다.


그가 관찰하며 인정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베르더 브레멘에서 성공을 거두고, 최고의 반열에 오른다.

그런 활약 덕분에 10년 뒤의 베르더 브레멘은 도르트문트를 제치고 유일하게 바이에른에게 대항하는 강팀이 된다.


그리고 과거의 내가 바로.

그 할아버지의 선택을 받은 첫 번째 유망주였다.


***


그 시각.

구단에서 이곳저곳을 누비던 장 케슬러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카스파리 감독이었다.


“···그게 사실입니까?”


순식간에 그의 얼굴이 굳었다.


“예, 알겠습니다.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군요. 기자회견은 감독의 재량입니다. 감독께서 생각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십쇼. 직원들과 저는 구단에서 대책을 강구하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던 케슬러가 수화기에 대고 물었다.


“영상에서 봤다는 노인이 베르더의 베른트가 확실합니까?”

- 우도에게는 모르는 척 물었지만, 그가 확실합니다. 그를 모르는 관계자가 있겠습니까.

“이런··· 정말이지, 개코같은 놈들이군요. 알겠습니다.”


그는 한층 딱딱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고 사무실로 향했다.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중얼거리면서.


“···시즌을 시작하자마자 바람 잘 날이 없군.”


유독 자신의 팀에게만 가혹한 것 같았다.


“개막전에선 역사에 길이 남을 대 난투극이 발생했고, 이제 고작 2번째 라운드를 앞두고 선수가 인종차별 발언으로 충격을 받다니···. 후우.”


기나긴 한숨 뒤 케슬러의 얼굴엔 그늘이 졌다.


“베르더의 수석스카우트를 우연히 만날 일은···. 없지, 그딴 게 있을 리가.”


그리고 그는 사무실로 향하면 향할수록 머리가 아파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인종차별을 한 녀석들도 웃기는군. 요즘 세상에 간덩어리가 부은 거야. 성인도 아니고 이제 막 프로에 데뷔한 17살짜리 선······? 잠깐.”


그 순간 케슬러는 깨달았다.


“···또 우도잖아.”


그리고 기가 막힌 타이밍에 창문을 통과한 바람이 그의 머리를 스쳐갔다.


“···아니겠지. 설마 우도가 가는 곳에서만 사건이 벌어지는 건. 그래, 설마 아닐 거야.”


하지만 그는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설마, 혹시라도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제발 무관중 경기 같은 징계만 없는 사건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프, 프로페시아를 더 사야겠어.”


***


다음날.

드레스덴의 루돌프 하르비히히타디온.


[카스파리 감독이 공개한 인종차별 녹취자료! 파문!]

[홀슈타인 킬의 경기전 기자회견! 어젯밤 우리 선수가 인종차별을 당했다!]

[언어폭력에 그치지 않고, 자리를 피하는 선수를 따라오면서 위협까지]

[카스파리 감독,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공식적인 사과를 바란다]

[우리 선수단 모두가 분노했고, 용서치 않을 것. 오늘 밤 드레스덴은 그라운드에서 무릎을 꿇을 것]


시즌 개막 후 두 번째 경기가 찾아왔다.

내가 공을 잡기 무섭게 야유가 쏟아진다.


‘대단하네.’


경기전 기자회견에서 카스파리 감독이 모든 걸 까발리고 드레스덴을 흔들었기 때문일까.

3만2천여 명의 홈팬들이 쉬지도 않고 야유를 보낸다.

그리고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소리는 나를 막으려던 수비수를 제치자 더욱 커졌다.


우우우우우!


하지만 나는 듣기 좋을 뿐이다.

유독 내게만 크나큰 야유를 보내는 이유가 간단했으니까.

바로 내가 잘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서 어제 간 공원에서 머저리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해서일까?

오늘 나의 움직임은 내가 봐도 대단했다. 한마디로 약을 빤, 각성의 수준이다.

우리 팀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다.


목줄 풀린 도베르만처럼 뛰어다니는 레벨로는 물론이고, 패스 셔틀 멍청이 마이어도 저돌적이게 공을 뿌려댄다.

환상적이다.

나도 저들처럼 날뛰면 완벽한 경기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걸 현실로 만들어내는 게 나의 역할이다.

지금처럼.


“이예에에에!”


또 한 명을 제친 뒤 어깨를 밀어 넣었다.

그러자 드레스덴의 선수가 밀려난다.


“우우우우우!”


그리고 원래라면 환상적인 치고 달리기로 상대 수비진을 농락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 정도 거리면 충분하다.

나는 지금 한껏 달아오른 상태니까.


“막아!”


과거 델피에로 존이라고 불리는 위치에서 슈팅을 때렸다.


결과는.

안봐도 뻔하다.


“제기랄! 망할 놈의 골키퍼 자식! 그걸 먹히면 어떡하자는 거냐!”


나는 곧장 코너로 뛰어가며 쏟아지는 야유를 만끽했다.


“빌어먹을 자식!”

“멍청한 놈들, 저 어린 선수를 못 막아!”


그리고 내겐 저들의 소리가 극찬으로만 들릴 뿐이다.

그래서 좋았다.

한 골 더 넣어줘야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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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분위기 +2 24.09.04 531 17 12쪽
21 뒤를 맡길 아군, 조력자 +1 24.09.03 549 18 12쪽
20 선봉장 +3 24.09.02 575 17 11쪽
19 나만 믿어 +1 24.09.01 615 16 12쪽
18 벌써?? +2 24.08.31 652 19 12쪽
» 극찬인걸 +1 24.08.31 661 18 12쪽
16 파장 24.08.30 682 15 12쪽
15 활약상 24.08.29 682 17 13쪽
14 홀슈타인의 신인 24.08.28 702 16 12쪽
13 나우도 24.08.27 708 15 12쪽
12 각인(2) +1 24.08.26 741 19 12쪽
11 각인 +1 24.08.25 746 18 13쪽
10 친선(3) +1 24.08.22 779 15 13쪽
9 친선(2) 24.08.21 803 13 12쪽
8 친선(1) 24.08.21 850 15 13쪽
7 영입 24.08.20 870 17 12쪽
6 소문, 소문 24.08.19 921 18 11쪽
5 전초전이 임박해오다 24.08.18 988 16 13쪽
4 역사를 쓰자 24.08.17 1,056 16 12쪽
3 킬! 24.08.17 1,134 17 13쪽
2 신의 농락, 회귀와 가호 24.08.16 1,202 17 15쪽
1 부상의 끝 +1 24.08.16 1,336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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