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월클이 튼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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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작품등록일 :
2024.08.16 13:42
최근연재일 :
2024.09.08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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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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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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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뒤를 맡길 아군, 조력자

DUMMY

[동점으로 따라잡은 홀슈타인 킬! 하지만 점유율을 비롯한 모든 부분에서 아직도 크게 밀리고 있습니다!]

[카스파리 감독이 오늘따라 전술적인 방면에서 혼란이 가득한 것 같습니다.]

[선수들의 활약상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게 한 몫하는 거겠죠.]


그래.

한 골로 분위기가 바뀌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쉽게도 우리 팀은 그런 팀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 골이 더 필요하다.

그래야만 이 지독하고 암담한 분위기가 바뀔 것이다.

동점을 기록하고 난뒤 어느정도 달리진 면모를 보이고 있었으니까.

적어도 우중충한 기운이 옅어졌다.


“아아악!”


누군가의 단말마와 동시에 갑자기 중지된 경기.

필드에 한 선수가 쓰러져있었다.


“어이! 지금 뭐 하는 거야?”

“너무 거칠잖아. 지금 장난해?”

“헤이! 주심 저 녀석을 좀 봐요! 우리 공격수의 다리를 분지르려고 했다고요!”


주심을 중심으로 모여든 선수들이 언성을 높였다.

우리 팀의 수비수인 파비안이 거친 태클로 비스바덴의 공격수가 쓰러진 상황이다.


“분명히 이건···.”

“닥쳐! 개자식들아 너네는 안 그랬어?”

“이건 너무하잖아!”

“너희가 더 너무한 것 같은데?”

“뭐 이 새끼야? 말이면 다야?”

“치려면 치던가. 이리 와, 이리 와보라고!”


나를 제외한 모두가 서로 엉켜붙으며 욕설을 내뱉었다.

주심은 결국 참지 못하고 카드를 꺼냈다.


“너희 둘, 경고야.”


거친 태클을 건 파비안과 강하게 반발하던 비스바덴의 미드필더가 옐로카드를 받았다.

비스바덴의 선수들은 그조차도 못마땅해 하는 것 같았지만, 더 이상의 반발은 없었다.

중간중간 심한 욕설이 들리기도 했으나, 주심은 한번만 넘어가겠다는 듯 선언했다.


“이 이상 과열되면 두팀다 곱게 넘어가진 않을 거야. 명심해.”


그래도 다행히 멈춰진 경기 덕분에 분위기가 환기됐다.

비스바덴 같은 경우는 더욱 악귀처럼 변해버렸지만···.

우리 팀은 우중충하던 분위기가 반전하고 있었다.


“갑자기 왜 이렇게 거칠어진 거야?”


멀찍이 떨어져 사태를 관망하던 내 옆으로 상대 수비수인 비안이 다가왔다.


“글세. 나도 모르지.”


낸들 어떻게 알겠는가?

중요한 건 우리 팀 분위기에 반전의 씨앗이 심어졌다는 게 중요하지.

더군다나, 내 골로 인해서 1대1이 된 경기에 비스바덴이 압박을 받는다는 게 더 중요했다.


삐익!

경기가 재개됐다.


삐익!

하지만 고작 5분도 가지 못하고 주심이 카드를 들었다.

아까는 카드를 받지 않았지만, 강하게 어필하던 선수 중 하나였다.

그리고 나는 방금 전에 달라붙었던 수비수에게 다가갔다.


“이번엔 또 왜 이렇게 거칠어진거야?”

“뭐? 이 새끼야? 저리 꺼져.”


미친놈인가.

내가 니 녀석의 평정심을 흐트려 놓기 위해 이빨을 턴 건 맞다만 다짜고짜 욕지거리라니.


“못 배워 먹은 놈이잖아?”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실실 쪼갰다.

비안의 표정이 꽤나 볼만했다.


“미친새끼가.”


마치 못볼꼴을 봤다는 표정이다.

어쨌든 내가 하려던 바는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부디 저 녀석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기회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는데.


‘일단은···.’


움직여보자.

간만에 아래로 간 마이어가 공을 받고 주위를 살피는 게 보였으니까.

녀석이 반응하면 좋은 거고.

아니라면 또 다른 기회를 만들면 된다.


난 곧장 비스바덴의 중앙 미드필더의 대각선을 찔러 들어갔다.

직선은 좋지 못한 경로라 살짝 돌아 들어가는 움직임인데, 과연 반응해줄까?


“헤이! 마이어!”

“···우도?”

“여기야!”

“오케이!”


그래, 동공을 빛내던 녀석이 패스셔틀이라는 개인적인 별명에 딱 들어맞는 행동을 보였다.


뻥!

가죽을 때리는 소리와 함께 내 앞에 있는 공간으로 패스가 날아든다.


‘오우.’


제법 빠른 타이밍이었다.

동시에 사방에서 욕설이 들려온다.


“막아!”

“저 개자식!”

“무조건 막아!”


하지만 이미 늦었다.


‘살짝 길지만··· 조금만 속도를 올리면 돼.’


조금 더 빠르고 강하게 지면을 박차면 잡을 수 있다.


탁.

예상대로 발끝에 접촉하는 공이 느껴진다.

이젠 또 다른 위치에 있을 동료를 찾는 게 급선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수비수를 모두 뚫을 순 없을 것 같으니까.


‘젠장.’


저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라.

저건 누구 하나 잡아먹을 기세다.


‘재수없으면 몸싸움으로 끝나지 않겠군.’


다리 몽둥이가 부러질 염려가 없는 나지만 이렇게 의미 없는 곳에서 당해줄 필요는 없었다.


‘적어도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는 가야지 의미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공세로 전환한 우리 팀의 선수들 중 좋은 위치를 선점한 녀석은 없었다.

아쉽지만 이번 기회를 살리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결정은 빠르고 간결하게 내렸다.

나는 미친놈처럼 뛰어오는 비스바덴의 수비수들과 부딪히면서도 슈팅을 가져갔지만...

골키퍼의 보기 좋은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좋았어!!”

“나이스!”


그리고 이건 우리 팀의 두 번째 슈팅이었다.

후반전의 절반이 넘은 시점에.


***


[후반전의 45분이 모두 지나갑니다.]

[남은 추가시간은 5분. 오늘 경기는 무승부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경기 막바지에 홀슈타인 킬이 분전했습니다만, 기회로 연결하지는 못했습니다.]

[비스바덴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려 3장의 옐로카드가 나온 뒤에 조금은 소극적인 공세로 바뀌었거든요. 더욱이 골이 나오기 힘든 상황에 놓였습니다.]


후우. 후우.

숨이 차다.


‘글렀나?’


나를 제외한 선수들의 열기가 식었다.

우리 팀, 비스바덴. 누구 할 것 없이 경기장 가득하던 의지가 상실됐다.

평소보다 체력적 마모도 극심한 터라 이쯤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안일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일 터였다.

그도 그럴 게, 1대1 무승부.

비록 3점은 아니나 둘 다 1점의 승점을 가져가는 건 똑같으니까.


하지만 나는.

용납할 수가 없었다.


‘1골이면 돼. 그럼 역전이잖아.’


고개를 돌려서 등 뒤에 포진한 선수들을 바라봤다.

혹시 누군가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녀석이 있지는 않을까, 라는 일말의 희망.


‘···은 어림도 없겠어.’


모두가 힘들어하면서도 만족하는 표정이다.

아니, 이제는 그만 끝났으면 하는 얼굴도 얼핏 보인다.


젠장.

그리 뇌까리는 순간이었다.


“힘내! 다들 힘내라고! 이대로 끝내기엔 아쉽잖아!”


그래! 바로 저거지!

교체로 들어오는 레벨로의 눈에 욕심이 그득한 게 보인다.


‘좋아. 어쩌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특히, 운동선수에게 욕심이라는 욕망덩어리는 매우 중요하니까.

희망은 있다.


과하면 화를 불러오지만, 적당히 실현 가능한 목표를 쫓는다면 많은 걸 바꿔주기도 하지 않던가.

더욱이 세상에 욕심 없는 선수는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게 나의 지론.


고개를 돌리자, 필드에 들어온 레벨로가 우리 팀 선수들을 둘러보더니 표정이 굳는다.

한숨도 뱉어냈다.

그래, 그 마음에 동감한다.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그 심정을 이해하는 게 나였으니까.

나도 함께 소리쳤다.


“다들! 한 골 더 넣어봐요! 이대로 끝내긴 아쉽잖아!”


그렇게 외치면서 시선을 집중시켰다.

다른 선수들은 힘겹게 반응했지만.

나와 눈이 마주친 레벨로는 두 눈을 빛냈다.

그래, 내가 바란 건 이것이다.


‘나도 너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가 한번 해보자.’라는.

눈빛 교환.


이거면 잘 알아들었으리라.

이젠 집중력이 떨어진 우리와 비스바덴 중 누가 먼저 실수를 하느냐의 싸움이다.


‘놈들이 작은 실수라도 한다면 골을 쑤셔 넣어버릴 거다.’


적어도 등 뒤엔 단 한 명의 믿을만한 아군이 있었으니까.


든든하군.


그러니 제발.


‘제발. 딱 한 번만 방심해라.’


그런 내 기도와 열망을 알아차린 걸까?

비스바덴의 미드필더.

알렉산더가 패스를 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연발했다.

분명 평소라면 나쁘지 않았을 게 분명한 패스는, 지금은 결코 나와선 안 될 안일한 패스였다.


툭!

소리와 함께 좋지 않은 위치로 날아간 패스가 야닉스의 발에 걸렸다.

야닉스는 바로 반대쪽으로 패스를 뿌렸다.

빠르게 측면을 선점하며 달려가는 레벨로의 외침을 들은 것이다.


“여기!”


그 소리와 함께 역습이 시작됐다.


레벨로가 빠르고 안정적으로 공을 운반했다.

반면에 비스바덴의 선수들은 반응이 느렸다.

아마 전후반 내내 체력을 많이 쏟은 터.

레벨로를 제외한 우리 팀 선수들 역시 느리다는 게 그 방증이었다.


덕분에 역습을 도울 선수는 레벨로 직전에 교체된 한네스 정도였고, 나는 주위를 살피며 위치를 선점하려 노력했다.

그러면서 살펴본 비스바덴의 선수들에겐 피로가 가득해 보인다.


그래. 피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압도적으로 벌어졌던 점유율도 후반전에 이르러 좁혀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에 와서는 비등비등한 수준이니까.


상대의 압박도 그만큼 느슨해졌다.

봐라, 역습을 이어나가는 공격수인 나와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수비수들을.


이런 기회는 쉽게 오는 게 아니다.

더욱이, 오늘의 마지막 기회라고 봐도 무방하다.

나는 무거운 다리를 이끌며 외쳤다.


“레벨로! 여기!”


투웅!

레벨로가 반응했다.

난 급히 몸을 돌리고 마크하기 위해 달려드는 미드필더를 밀어냈다.


동시에 빠르게 치고 올라가는 한네스에게 공을 연결하면서 상대의 수비를 흔들었다.

물 흐르듯 연결되는 패스들은 정확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나는 손을 들며 소리쳤다.


“한네스!”


확신에 찬 목소리에 자신이 마무리 지으려고 눈을 빛내던 한네스가 리턴을 돌려줬다.

녀석도 알고 있다.


쐐기골을 박는 게 오늘의 주인공이라는 걸.

그리고 거기에 어울리는 날카로운 창이 누군지도.


“우도! 가!”


순식간에 2대1 패스로 상대를 벗겨내자 앞에는 작은 공간이 생겨났다.

당연히 비스바덴의 선수들이 슈팅을 할 수 없게 사각을 만들고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걱정 하지 않는다.


역습을 나온 선수는 우리 둘만이 아니니까.


툭, 나는 오버래핑 뒤에도 여전히 달려 나온 레벨로에게 짧은 패스를 연결했다.

아예 중앙까지 파고든 녀석이 패스를 받더니 거욱 깊은 위치까지 파고든다.


일견 위험해보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모험을 하지 않곤 남은 시간에 골이 터질 리가 없었다.

헤벨로가 이를 꽉 깨물고 어깨로 상대를 밀어내면서 내게 눈짓했다.


툭!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가 마무리할 거라는 건 내가 많은 걸 바란 걸 수도 있다.

이미 레벨로의 발에는 공이 없고, 내게도 준비할 시간은 없으니까.


공은 순식간에 내 발아래 도달했다.

동시에 뒤에선 묵직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어쩔 수 없나.’


이대로 슈팅을 해도 골이 들어갈 확률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기회를 놓치기엔 너무 아깝다.


‘아니, 영영 없겠지.’


상대와의 몸싸움 도중 공을 받아서 그런지 몰라도 공이 살짝 높게 튀어 올랐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저 반사적인 움직임이었다.


나는 내 감각을 믿고 그대로 몸을 돌리면서 오른발을 휘둘렀다.

그리고 공에 발이 닿는 순간.


뻐엉!


짜릿한 감각이 전신을 휘감았다.

공격수 특유의 감각.

마치 미래를 보는 듯한 장면이 머리를 스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배속을 늘린 듯 느리게만 지나갔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우아한 궤적으로 날아간 공이 유려한 포물선을 그렸다.


철썩!

골망이 흔들리는 소리와 동시에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머리를 부여잡는 비스바덴의 절규.

고개를 숙이는 선수들.

내게 달려드는 홀슈타인 킬의 선수들.


그리고 추가시간도 전부 소진된 상황까지 기다려준 150명의 홀슈타인 킬의 서포터즈들이 질러내는 황홀한 함성까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난, 우리 서포터즈가 있는 관중석으로 달려갔다.


그래. 이런 짜릿함이다.

날 신처럼 바라보는 홀슈타인의 팬들.


심장이 뛴다.

더 크게 뛴다.


오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우리는 승리했다.


그래, 사소할 수 있으나, 오늘의 승리가 우승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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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를 맡길 아군, 조력자 +1 24.09.03 550 18 12쪽
20 선봉장 +3 24.09.02 576 17 11쪽
19 나만 믿어 +1 24.09.01 616 16 12쪽
18 벌써?? +2 24.08.31 653 19 12쪽
17 극찬인걸 +1 24.08.31 661 18 12쪽
16 파장 24.08.30 682 15 12쪽
15 활약상 24.08.29 682 17 13쪽
14 홀슈타인의 신인 24.08.28 702 16 12쪽
13 나우도 24.08.27 709 15 12쪽
12 각인(2) +1 24.08.26 742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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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친선(3) +1 24.08.22 780 15 13쪽
9 친선(2) 24.08.21 803 13 12쪽
8 친선(1) 24.08.21 851 15 13쪽
7 영입 24.08.20 870 17 12쪽
6 소문, 소문 24.08.19 921 18 11쪽
5 전초전이 임박해오다 24.08.18 989 16 13쪽
4 역사를 쓰자 24.08.17 1,056 16 12쪽
3 킬! 24.08.17 1,135 17 13쪽
2 신의 농락, 회귀와 가호 24.08.16 1,202 17 15쪽
1 부상의 끝 +1 24.08.16 1,336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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