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월클이 튼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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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작품등록일 :
2024.08.16 13:42
최근연재일 :
2024.09.08 01:1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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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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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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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나우도

DUMMY

베르더 브레멘과의 경기가 끝난 그 날밤.

마르쿠스 페터는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여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뒤척거려, 내일 출근인데.”

“그게··· 아니야.”


아내의 불평도 타당했다.

눈을 감으면 자꾸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는 소년이 생각났다.

그래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뭐 때문에 그러는데? 무슨 일 있어?”

“···아니야. 경기 보면서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셨나봐.”


하지만, 아내의 물음에도 갖은 변명을 대며 아니라고 하는 게 전부였다.

축구 광팬인 자신과 달리, 아내 메리는 축구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 당신 구단이 한 건 했나 봐?”

“···아니야. 며칠을 쉬고 출근하려니까 잠이 안 오는 거야.”

“아니긴 뭘 아니야? 딱 보니까 오늘 경기 내용이 좋아서 설레니까 못 자는 건데!”


거기다 시즌이 시작하면 매일 같이 축구만 보는 터라, 아내가 축구에 관심이 없는 데엔 마르쿠스 페터 자신의 지분이 상당량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홀슈타인 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어휴, 환장하겠네! 그놈의 축구가 그렇게 좋으면 나가서 직접 하던가 경기장에서 직접 보라니까!”

“···그, 그게. 여보.”

“맨날 쫌생이처럼 집구석이나 차고에 숨어서 보기나 하고! 당신이 선수야 뭐야? 그깟 징크스 때문에 좋아하는 팀을 숨죽여가면서 응원할 거면 왜 좋아하는 거야 도대체?”

“그게 여보···.”

“그게, 그게! 뭐! 맨날 변명이나 하고 이런 겁쟁이가 뭐가 좋다고 내가 여지껏 사는 건지 어휴.”


한번 화가 나기 시작한 아내는 말릴 수 없었다.

덩치 좋고 남자다운 그라도 어쩔 수 없다. 가정이란 알게 모르게 서열이 확실한 곳이니까.

그리고 그건 마르쿠스 자신의 집도 마찬가지다.

강아지와 아내가 함께 사는 이곳에서 그는 명백한 서열 3위의 인간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차고에 숨어서 조용히 봤는데, 왜 이렇게 화가 난 걸까.

슬슬 눈치를 보던 마르쿠스가 운을 뗐다.


“술도 얼마 안 마셨어. 정리도 깨끗이 했고.”

“어이구 이 화상!”


하지만 돌아오는 건 곰 발바닥 같은 아내의 등짝 스매싱.


“나가! 나까지 못 자게 할 생각이라면 거실에서 자!”


쾅!


그렇게 배게를 품에 안은 마르쿠스 페터는 터덜터덜 계단을 내려와 거실 소파에 자리 잡았다.


“미치겠군, 이런 적이 몇 년 만인지.”


자신도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술기운에라도 잠이 들기 위해 맥주를 까고, 와인도 마셨다.

그래도 잠이 오긴커녕,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우도를 필두로 한 홀슈타인 킬이 이번 시즌 우승을 하며 승격을 하는 상상.

그리고 그때 알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그 어린 공격수 때문이라는걸.


“흐허허허. 그래, 진짜였어.”


너털웃음과 동시에 당당히 말하던 우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녀석은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았다.

정말 머지않아서 이 도시를 자신의 이름으로 물들일 것만 같았다.

그래서 가슴이 뛰고 설레는 것이다.


“우도오오···.”


그렇게 마르쿠스 페터는 잠이 들었고, 홀슈타인 슈타디온에서 목이 터져라 우도의 이름을 외쳤다.

행복한 꿈이었다.


***


“꼬맹아! 꼬맹이!”

“아! 야닉스?”


주장의 목소리.

나는 화들짝 놀라서 정신을 차렸다.

피곤하긴 했는지 차안에서 깜빡 졸고 말았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건 꿈속에서도 골을 넣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나 자신이라지만 골을 향한 집착은 무서울 정도였다.


“도착했다.”

“아! 벌써 도착했어요?”

“크크크. 그래. 열심히 뛰어다니더니 피곤했나 보네. 마음 같아선 냅두고 싶었지만, 나도 너무 피곤해서 빨리 가고 싶거든.”


아무튼, 기절하기 일보 직전인 야닉스를 위해서 얼른 차에서 내려 그를 보냈다.

어둑해진 밤이 돼서야 도착했기 때문일까.

이미 집에선 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셨다.


“아들! 고생했어.”

“헤헤, 오늘은 제가 늦었네요. 많이 기다리셨어요?”

“아니야. 많이 기다린 건 아니고, 조금?”

“에이 그게 뭐예요.”


그렇게 나는 엄마가 차려주신 밥을 먹으며 한참 늦은 식사를 했다.


“아들, 오늘 경기는 어땠어?”

“좋았어요. 2대2 무승부긴 하지만, 오늘도 두 골을 넣었거든요.”

“진짜?”

“네, 베르더 브레멘이라고 분데스리가 1에서 경쟁하는 팀이예요.”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내가 밥을 먹는 동안 말동무가 되어주셨다.

매일 같이 시간이 나면 나에 관해서 묻고, 팀에 대해 질문하신다.

축구선수 아들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음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어머 정말이야 아들? 1부 리그면 되게 높은 팀 아니니?”

“맞아요. 근데 고작 무승분데··· 그걸로 기뻐하시면 어떡해요.”

“얘는 무슨! 그래도 그런 팀을 상대로 혼자서 두 골이나 넣었으면 잘한 거지! 게다가 아들이 잘하면 엄마는 당연히 기쁜 거고.”


그런가?

하긴 우리 팀 서포터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프리시즌 친선전 경기를 비겼다고 좋아하다니.

물론 그게 1부 리그 팀이었다곤 하지만 과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리고 더욱 무서운 점은 이게 프리시즌 친선경기라는 점에 있다.

이번 시즌 나의 목표는 구단과 같다. 아니, 그 이상이라고 보는 게 좋겠다.

구단이 원하는 건 승격이었고, 내가 원하는 건 우승이었으니까.

정말로 우승을 한다면 서포터즈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아무래도 지금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그때의 상황을 대비해 조금 더 체력을 길러야겠다.

그런 생각과 함께 침대에 눕자 곧바로 곯아떨어졌다.


그리고 이번엔 어째선지 꿈속에서 마르쿠스 씨와 함께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었다.

덕분에 잠 들지 못하고 뒤척인 건 당연했고, 무척이나 소름 돋는 밤이었다.


“으으으.”


온 몸이 뻐근하다.

간밤에 제대로된 수면을 취하지 못해서일까.

평소와 달리 컨디션이 조금 떨어진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오늘이 경기 후 휴식을 부여받은 날이라는 것이다.

만약 오늘 같은 날 경기가 있었다면 평소의 절반 정도 활약하는 게 고작이었을 터였다.


아무튼, 간만에 집에서 취하는 휴식이라 스마트폰을 들었다.

가장 먼저 한 건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것이었고, 다음으로 팬들의 커뮤니티와 관련된 것들 보는 것이었다.


“음, 내 기사가 많네.”


[홀슈타인 킬, 프리시즌 쾌조의 스타트!]

[주전 공격수들의 빈자리를 메운 17세의 공격수!]

[킬, 폭행 사건 연루 뇌빌과 다니엘로 앓던 골머리 해결되나?]


두 번의 친선경기에서 보여준 활약 때문일까.

킬에 자리 잡은 소규모 언론은 물론이고, 홀슈타인 주의 언론들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베르더 브레멘과의 무승부에는 우도가 있었다!]

[베르더와의 경기 이후 팬들의 기대감 고조!]


확실히 어제의 경기결과에 대한 활약상 때문에 베르더 브레멘과의 경기 이후에 올라온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물론 우리 지역 내에서만 유통되는 언론사들이었지만, 내게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꿀같은 하루의 휴식 뒤 나머지 프리시즌 일정을 소화했다.


***


[홀슈타인 킬, 프리시즌 함부르크와의 경기 2대1 승리]

[우도와 마이어가 나란히 1골을 넣으며 승리에 견인]


나는 다음 상대 함부르크와의 경기에서 또 한 번의 골을 넣으며 승리에 기여했고.


[도르트문트와의 원정경기에서 2대2 무승부]

[우도! 베르더 브레멘과의 일전을 연상케하는 환상적인 플레이!]


도르트문트와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한 개의 골과 하나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서포터즈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팬 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서포터즈들의 반응이 그랬다.


- 이번 시즌 우도에게 기대를 걸어봐도 되겠어.

└ 내 생각도 그래. 그는 어리지만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아.

└ 오히려 어리니까 더 좋은걸? 나는 그가 어디까지 성장할지 궁금해!


비록 프리시즌의 친선경기라곤 하나, 나는 모든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하면서 7골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비록 이 중 3골이 5부 리그 팀과의 경기에서 나온 것이라곤 하나.

팬들의 기대가 이해못할 수준은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


그리고 그날을 기점으로 우리 집 앞은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승냥이들.

에이전트라는 이름을 쓰는 그들이 우리 집 주변을 기웃거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쾅!


“처음 뵙겠습니다. 우도, 저는 당신의 플레이···.”


쾅!


“누구보다 좋은 조건을 받아드릴···.”

“제가 비록 업계종사자는 아니나···.”

“열정과 의지만큼은···.”


쾅! 쾅! 쾅! 쾅!


그렇게 생활을 방해하는 멍청한 승냥이들을 쫓아내고 신고하는데 꽤나 심력을 소비해야 했다.


에이전트가 있으면 편하고 좋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게 지금 당장일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나는 스스로 가치를 증명할만한 능력과 자신감이 있었으니까.

홀로 구단과의 계약을 갱신하고 수정해나갈 자신도 있다.

그래도 마흔 가까이 살면서 축구를 했던 짬밥이 있는데, 그게 어디 가겠는가.

하물며, 저들은 내 살을 갉아먹으려는 승냥이떼다.


‘굳이 옆에 둘 필요가 없지.’


그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고.

지금은 다른데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시즌의 개막이 코앞까지 다가왔으니까.


매일 같이 구단에서 구슬땀을 흘려야 할 때였다.


***


그리고 그 시각.

친선경기에서 2승 2무를 기록한 홀슈타인 킬의 경기력은 물이 올랐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특히 1부 리그 팀을 상대로 두 번의 무승부를 거두었던 게 컸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도르트문트라면 말이 다르다.

구단 서포터즈들의 기대감은 나날이 상승했고, 도시와 구단엔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 결과 3천여 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던 시즌권이 두 배인 6천여 장에 육박할 정도.

덕분에 홀슈타인 킬의 단장이자 디렉터인 장 케슬러는 최근 들어 입가에 웃음이 가시질 않았고, 탈모약을 먹으면서도 행복해했다.

어쩌면 프로페시아를 먹는 것보다 팀 성적이 좋은 게 남은 머리를 보전하는 데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말이 돌았다.


“최근 단장님이 바람만 맞아도 즐거워하시더군.”

“뭐? 매번 머리가 날아갈까 봐 노심초사하시던 분이?”

“그래. 매일 창문을 열어놓고 계시더라니깐?”

“맞아! 나도 봤어. 맞바람을 맞으시면서도 입가에 웃음이 걸렸더라고.”


등등.

관계자들은 그가 드디어 모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해탈을 했다는 둥, 여러 이야기가 구단 내부를 휩쓸었다.

장 케슬러 역시 그 이야기를 들었지만, 화를 내기는커녕 허허실실 웃어넘겼다.

그의 탈모가 심해지는 건 구단의 재정이 문제였으니까.


“허허허. 우매한 인간들 같으니라고. 내 머리를 잃게 만드는 첫 번째 원인이 암담한 구단의 재정이었는데 말이야. 허허.”


눈앞이 캄캄하고, 암담한 현실에서 어느 정도 해방이 된다는 건 탈모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그러니 장 케슬러는 웬만한 일은 웃으며 넘어갈 수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구단이 어떤 식으로든 간에 변화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의 바람을 불러온 장본인은 며칠 뒤에 있을 개막전을 위해 그라운드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선수들과 함께.


“가자! 킬!”

“죽이자!”


검은 머리를 흩날리는 소년은 며칠 뒤에 있을 개막전 상대를 죽여버릴 듯이 뛰어다녔고.

드디어 바라고 바라던 시즌이 개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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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활약상 24.08.29 682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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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소문, 소문 24.08.19 921 18 11쪽
5 전초전이 임박해오다 24.08.18 988 16 13쪽
4 역사를 쓰자 24.08.17 1,056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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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의 농락, 회귀와 가호 24.08.16 1,202 1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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