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월클이 튼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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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작품등록일 :
2024.08.16 13:42
최근연재일 :
2024.09.08 01:1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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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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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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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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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소문, 소문

DUMMY

오늘도 어머니는 이른 아침 출근하셨다.

식탁에 놓인 쪽지를 보자 더욱 실감이 난다.


- 아들 오늘도 파이팅!


돌아온 지 이제 고작 한 달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그새 익숙해지기라도 한 걸까?

요 며칠간 어머니께 소홀했다.

대화라곤 어머니가 퇴근하시고 나서야 함께 먹는 늦은 저녁 시간 때가 전부였고, 그 외에는 함께하는 시간이 전무 했다.


후. 한숨을 쉬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벌써 이 생활에, 안락함에 물들기라도 한 걸까.


구단과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겠다는 결심도 중요하지만, 가장 첫 번째는 병원에서 했던 약속이었다.

엄마를 이전과 달리 행복하게 해드리겠다는 약속과 다짐.

그걸 잠시 망각하다니.

멍청한 놈.


이젠 다신 잊지 말자고 정신을 다잡았다.

그리곤 냉장고를 열었다.


역시나 엄마는.


“···오늘도 음식을 준비해주셨구나.”


프로 계약을 맺고, 프리시즌에 소집이 되고 난 후론 줄곧 신경을 쓰고 계셨다.

하루종일 일하면서 거기에 몰두기도 바쁠 텐데.

이런 건 또 언제 공부하셨는지 운동선수를 위한 전문 식단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거기에 사랑과 정성이 듬뿍 들어가 있으니.

말할게 무언가.

그냥 제대로 맛있다. 살짝쿵 눈물이 흐를 정도로.


“크흠.”


괜히 궁상을 떨었다.

멋쩍게 식기를 정리하고 느지막이 출근 준비를 했다.

오늘은 휴식 위주의 프로세스로 짜여진 훈련이었으니까.

시간은 넉넉했다.

자연스럽게 인터넷 서핑을 하며 라디오방송을 켰고, 익숙한 목소리를 들으며 탁자에 놓인 쪽지를 나만의 비밀 앨범에 고이 모셔놓았다.


- 2030. 07. 14.


조그맣게 오늘 날짜를 표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로써 벌써 7장의 쪽지를 모았다.

다른 건 아니고, 그냥 이번 생의 취미. 일종의 루틴이었다.

그리고 식탁 위 쪽지가 놓여있던 자리에 한 장의 티켓을 올려두었다.

이틀 뒤에 있을 프리시즌 첫 번째 친선경기 티켓.

부디 어머니가 오셨으면 좋겠다.

나의 그런 작은 바람을 담아서 미소 지으며 어머니께 한 통의 문자를 남겼다.


- 엄마~ 사랑해 :) ❤️


이제 비로소 출근 준비 끝이다.


***


그 시각.

올해로 52살이 된 마르쿠스 페터는 자신의 일터에서 조용히 너튜브를 접속했다.


3평 남짓한 공간.

평소 관련 라디오만 듣던 그였지만 오늘만큼은 생방송으로 송출되는 방송을 바라봤다.

3년 된 핸드폰의 조그만 액정 속에선 그가 바라던 영상이 시작됐다.

현재 라이브 방송의 시청자는 2천 명가량.


“다행히 시간을 딱 맞췄군.”


안도의 한숨을 쉰 그는 이내 방송에 집중했다.


- 오늘 같은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지역주민분들과 서포터즈께 감사드립니다.


그곳에선 올해 당선된 홀슈타인 킬의 새로운 회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지역 신문사와 주민, 서포터즈들과 함께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다.


- 지역 신문 킬의 토비아스입니다. 우선······.


마르쿠스 페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볼륨을 키우고 두 귀를 집중시켰다.

마치 자기 자신도 저곳에 함께하고 있는 것처럼.

안절부절했다.


“구단에 대한 멋진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할 거다. 망할, 새로운 회장 친구.”


그는 이곳 홀슈타인 킬의 오래된 팬이자, 경비원이었다.


***


그리고 같은 시각.

실시간 방송이 송출되는 회의장에선 새로 선출된 회장.

빌프리드 호프만이 계속되는 질의에 응답하고 있었다.


“저와 마찬가지로 새롭게 임명된 감독에 대해서 질문하셨는데, 그는 우리 구단의 비전과 포부에 알맞은 인물입니다.”


그가 하는 말은 좌중을 압도했다.

방금 질문한 서포터즈처럼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프랑크 카스파리는 감독직책을 수행함에 있어서 필요한 카리스마를 겸비했으며, 감독으로서의 장악력과 전술적 능력 역시 수준급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시 좌중을 둘러본 호프만이 다시금 운을 뗐다.


“비록 우리가 있는 수준의 아래 리그에서의 활약이었으나 3차례의 승격을 경험했다는 건 높이 사야 합니다. 이번 시즌 승격 경쟁을 해야 하는 우리 구단의 적임자라고 수뇌부들은 판단했습니다.”


진중하고 단호한 어조에 모두가 조용했다.

이전보다 많은 수의 서포터즈 고개를 끄덕였다.


“호프만과 이사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지하겠습니다.”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이번 시즌 결과로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호프만이 고개를 숙였고, 이후로도 질문은 계속됐다.


“회장님의 의지와 포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선수단으로 승격 경쟁이 가능하겠습니까?”

“직전 시즌의 선수 중 대다수가 팀을 떠났고, 남은 이들은 노장의 반열에 들어선 선수들뿐인데 무리가 아닙니까?”


그리고.


“지금까지의 영입도 모두 자유계약으로만 데려온 선수들뿐이 아닌가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링크가 나던 선수들도 모두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수가 많지 않은데 준비 중인 다른 계약이 있는 겁니까?”


등등.


하나같이 날카로우면서도 뼈가 있는 질문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노련한 사업가이자 현명한 회장이었다.

각각의 질문에 차분히 대답한 뒤 덧붙였다.


“지금까지의 질문으로 미루어보아, 어떤 의혹이 있는지 알겠습니다. 혹여나 구단 재정에 대한 불신이나, 자금의 사용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신 분들을 위해 대답하겠습니다.”


호프만이 여유롭게 미소지었다.

하지만 여전히 단호한 말투로 응답했다.


“현재 구단엔 아무런 문제도 없으며, 지금의 선수단으로도 충분하다는 수뇌부와 스태프들의 의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과 선수단의 보강과는 상관이···!”

“한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토옥. 톡.

토옥. 톡.

호프만이 테이블을 두드리며 생각했다.

과연 이 순간, 정말로 이 말을 뱉어내야 하는 건지.

자신의 말을 감당할 수 있을지.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지.’


다만 그는 확신했다.

지금껏 사업가로서 살아온 감각과 경험이 말한다.

지금은 질러야할때다.

얼마 전 카스파리 감독과의 독대에서 나온 대화를.


- 시즌 준비는 구상했던 대로 차질 없이 진행 중입니다. 다만, 이적 자금에서 가용 자원 대다수를 빅 사이닝에 사용하길 원합니다.

-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입니다. 그리고 현재 첫 번째 안과 두 번째 안, 총 두 개의 리스트가 있습니다.

- 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만, 보드진의 승인만 있으면 당장 계약을 진행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 아, 공격진은 어떻게 할 거냐고요? 괜찮습니다. 우리 팀의 공격엔 문제가 없습니다.

- 아주 끝내주는 친구를 찾았거든요.

- 그것도 이 도시와 구단을 변화시킬 만큼 어마어마한 재능을.


그리고 얼마 뒤.

말만 믿고 중대사를 진행 시킬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던 자신 또한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던가.

체격은 완전한 프로선수에 근접했으나 앳된 티가 채 가시지도 않은 환상적인 선수를.


‘나우도. 그래, 우도라고 했지.’


호프만이 지그시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선언했다.


“우리는 어쩌면 이 도시에서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걸 볼 수 있을 겁니다.”


기자들과 서포터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구단과 함께 비상하는 그의 모습을 볼 것이라고.

자신이 선언했다.


‘물론, 그게 현실로 이루어진다면 언젠간 이 작은 구단에서는 그를 품을 수 없겠지.’


당연히 그때가 된다면 놓아주어야겠지만, 그로 인해 얻는 게 더 많을 것이다.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이건 어디까지나 사업가의 감각이었다.

이곳에서 자라난 새싹들에게 투자할만한 가치는 분명 충분했다.

더욱이 3부리그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지금이라면.


‘우리에게 있어선 더없이 좋은 기회임이 틀림없다.’


호프만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카스파리 감독이 자신의 의지를 관철했듯, 자신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회장의 발언은 지역 뉴스와 커뮤니티를 넘어 홀슈타인의 팬페이지와 SNS를 강타했다.

정작 이 사건의 당사자는 꿈에도 모른 채.


***


출근을 했다.

나는 왠지 모르게 간지러운 귀를 후비며 경비아저씨를 쳐다봤다.


“이런 망할 놈! 그게 누구냐고 물었는데 끝까지 대답을 안 해줘?”


쾅!


음, 이거 뭐랄까.

매우 황당했다.


“자신 있게 말 만하면 단줄 아냐고 거지 같은 새 회장 같으니라고.”


왠지 내가 욕을 먹는 것 같은 기분이다.

아저씨 손에 살짝 휘어져 버린 철문을 힐끔거렸다.


“···와우.”


이분은 천직을 찾으신 것 같다.

어쩐지 평소에도 즐겁게 근무하시는 것 같더니.


“···이런, 어린 친구. 언제 온 거냐. 왔으면 왔다고 말 좀 하지. 지금까지 기다린 건 아니겠지?”

“아뇨. 방금 왔는데, 무슨 일 있으세요? 오늘따라 과격하신 게 기분이 안 좋아 보이시는데요.”

“후우. 아니야. 내가 어린 친구 앞에서 추태를 보였군. 어서 들어가렴.”


하지만 나는 걸음을 옮기지 않았다.


“오늘은 아직 시간이 널널해요. 뭐 때문에 그러시는 건지만 듣고 갈게요. 제 열렬한 첫 번째 팬이 되실 분을 두고 그냥 갈 수는 없죠.”

“으흐흐. 역시 당돌한 게 한결같군.”


그렇게 나는 첫 번째 팬이 될 아저씨의 분노를 누그려 트렸고, 덕분에 화가 난 이유 역시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 멍청한, 아니. 새로운 회장이 새로운 스타가 생길 거라고 호언장담해놓고 기자들과 팬들의 질문에도 누군지를 끝까지 대답을 안 해주더군.”

“음.”


그런일이 있었나?

나 또한 라디오를 들었지만, 집에서 출발하기 전까지만 이었다.

그래서 몰랐는데 이런 일이 있었군.

근데 호프만 회장이 말한 새로운 스타란 누굴까?

아, 또 귓구멍이 간지러운데.

아마도···.


“아, 그래! 우도? 너도 프리시즌에 참가하지. 그중에 뛰어난 유소년이 있던가? 아니면 새로 영입된 선수···. 음, 그들 중에는 없겠군. 아무튼,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나?”

“제가 아닐까요?”


잠시간의 정적.


“···으하하. 그래! 내가 눈앞에 두고도 찾지 못했군. 새로운 돌풍을 일으킬 사내를 보고도 말이야. 하하!”


나는 호탕하게 웃는 경비아저씨를 보며 실소를 지었다.


“뭐, 못 믿으시면 어쩔 수 없구요. 저랑 약속도 했잖아요? 제 이름이 홀슈타인에 울려 퍼지게 만들겠다고. 그리고 아저씨는 제 첫 번째 팬이 되겠다고.”

“그래. 그건 잊지 않고 있단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선수가 있으면 꼭 말해줘야 한다. 몇몇 뛰어난 유소년도 있지만 그렇게 자신감에 차서 호언장담할만한 친구는 없거든. 이건 팬들에게 중요한 문제야.”


나는 장난이 아니었지만, 이 아저씨는 그저 장난으로만 받아들이고 있다.

뭐, 놀라울 것도 없다.

계약하러 오던 날 내게 건넨 인사.


- 새로운 돌풍을 일으킬 사내가 바로 자넨가 보군! 같은 멘트도 새로운 선수 모두에게 하는 거라는 걸 전생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건 좀 서운했다.


‘하는 수 없지.’


나는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마지막 티켓을 아저씨 손에 쥐어드렸다.


“정 못 믿겠으면 이틀 뒤에 직접 확인하러 오세요.”


나는 귓구멍이 간질거릴 때부터 소문의 주인공이 나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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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파장 24.08.30 682 15 12쪽
15 활약상 24.08.29 682 17 13쪽
14 홀슈타인의 신인 24.08.28 702 16 12쪽
13 나우도 24.08.27 709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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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각인 +1 24.08.25 747 18 13쪽
10 친선(3) +1 24.08.22 780 15 13쪽
9 친선(2) 24.08.21 804 13 12쪽
8 친선(1) 24.08.21 851 15 13쪽
7 영입 24.08.20 871 17 12쪽
» 소문, 소문 24.08.19 922 18 11쪽
5 전초전이 임박해오다 24.08.18 989 16 13쪽
4 역사를 쓰자 24.08.17 1,056 16 12쪽
3 킬! 24.08.17 1,135 17 13쪽
2 신의 농락, 회귀와 가호 24.08.16 1,202 17 15쪽
1 부상의 끝 +1 24.08.16 1,336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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