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월클이 튼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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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작품등록일 :
2024.08.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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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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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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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파장

DUMMY

[분데스리가 초유의 사태! 3부 리그에서 일어난 집단 난투극!]


어제의 경기는 수많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독일 축구 연맹, 사안이 중대해서 연맹 자체적인 상벌위가 열릴 것]

[킬과 할레셔, 개막전에서만 4개의 퇴장과 9개의 경고!]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17세의 선수! 의도가 명확한 살인 태클의 후유증은?]


등등.

난리도 이런 난리가 있을까.

지역 신문사를 넘어 독일 전역으로 소식이 퍼졌고, 커뮤니티를 확인해본바 해외토픽으로 불티나게 팔릴 것도 자명하다.


···실력보다 먼저 불미스런 사태로 세상에 나를 알리게 됐다.

하지만 어쩌겠나.

내가 자초한 일인 것을.


아무튼,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나는 너무나도 멀쩡했고, 난투극의 당사자인 우리 팀 역시 평소와 다를게 없었다.

물론, 선수들과 스태프를 말하는 거다.

보드진과 관계자들은 구름 한 점 없는 아침부터 인상을 쓰고, 초췌했다.

구단 사무실의 전화기가 쉬질 않는다는 푸념도 지나가는 길에 듣게 됐다.


“미치겠군! 전화가 24시간 동안 끊이질 않아!”

“방금 전엔 우리 팀과 이름이 비슷한 농장에서도 전화가 왔어! 우도가 누구냐고 우도를 찾는 전화가 끊이질···. 이것 봐! 또 전화가 울려. 이런 젠장.”


그래서 나는 관계자들에게 찾아가서 미안함을 전했고 SNS 계정을 만들 건데 괜찮겠냐는 허락을 받았다.

내가 사태를 설명하면서 팬들을 진정시킬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탐탁지 않았다.


“우도, 아무래도 개인 SNS는 되도록 만들지 않는 게 좋겠어요.”

“네? 어째서죠?”

“저희가 우도를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이게 사안이 정말 중대해져서요. 혹시 모를 구설수는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게 구단과 저희가 할 일이고요.”


그리고 이미 다른 방안을 생각해뒀다고 했다.


“대신 오늘 하루는 조금 귀찮아도 이해해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사무실을 나와야 했다.

그리고 전속 카메라맨과 막내 직원까지 대동한 채 문밖을 나선 나는, 들어갈 땐 혼자였는데 나올 때는 셋이 됐다.


“······.”


오늘 훈련장에서의 일과와 퇴근할 때까지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사진과 함께 공식 홈페이지와 구단 SNS에 업로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려요. 우도.”

“저희는 신경쓰지 마세요!”


대포 카메라를 든 카메라맨과 안경을 쓴 단발머리의 막내 직원의 인사.

그런데 어째선지 두 사람의 말이 신뢰가 가지 않았다.


***


역시는 역시다.

내가 원래 이렇게 카메라를 의식했던가?


찰칵!


“우도, 너 데뷔골 넣은 거 너튜브에 올라왔더라”


찰칵!


도저히 신경이 쓰여서 집중이 안 된다.

하지만 애써 무시하다 보니 무덤덤해지는 것도 같기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너 골 넣은 거 영상 올라왔다니까. 반응도 핫해.”

“그래? 근데 데뷔골은 올리버 너도 넣었잖아.”

“에이, 나랑 너랑 같냐? 너 지금 우리나라 전역에 알려진 거 몰라? 조회수만 해도 200배 차이야, 넌 60만 난 3천. 크큭.”


올리버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는 이미 전국구가 되어가고 있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이것 봐 봐.”


아무튼, 스마트폰을 들이미는 올리버 덕분에 영상과 함께 댓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조회수 602,345.

정말 어마어마한 인기였다. 그리고 이 순간에도 조회수는 증가하고 있었다.

이게 집단 난투극으로 대서특필된 여파로 형성된 거품이란 게 분명했지만, 댓글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대부분이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 이게 3부 리거의 플레이라고?

- 할레셔의 반응도 이해가 가. 나라도 저런 공격수를 보면 다리를 아작내는 방법밖에 떠오르지 않을 거야.

└ 그래도 저런 플레이를 옹호할 순 없어.

└ 내 생각도 같아. 기사로는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라고 하는데, 중징계를 받아야 해.

- 중요한 건 저 선수는 확실히 대단한 플레이를 한다는 거야.

- 우도라고 했나? 17살이라던데 라이프치히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성장하면 멋지겠어.

└ ㅗ 꺼져라. 돈으로도 우승을 못사는 팀 따위.

└ 독일 축구 정신을 망가트리는 구단은 나가주세요.


등등.

좋아요 수가 많은 댓글들은 대체로 내 수준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내용이었다.


“근데, 이 자식들은 뭐야?”

“왜 뭔데?”


올리버의 반응에 그의 손에들린 화면을 확인했다.

방금과는 다른 류의 댓글이 보인다.


- ㅉㅉ 저런 식의 플레이를 하니까 태클을 당하는 거야.

- 한심하기 짝이 없군 저걸 못 피하는 거야?

└ 그러게. 수준이 드러나네. 게다가 마지막엔 오히려 커트 훅의 갈비를 가격하잖아.

└ 저 녀석이야말로 퇴장을 당해야 했어.


등등.

나를 음해하는 소수의 댓글들.


“이거 이 자식들 할레셔 녀석들 아니야?”

“그러게.”


그 골을 보고 날 욕할 이들은 내게 데뷔골을 헌납한 할레셔의 선수와 서포터즈뿐이겠지.

그것 말고는 없지 않을까?

그도 그럴 게, 라이벌이라고 할만한 팀은 이 지역에선 없고, 굳이 꼽자고 해도 저기 아래 리그에서 뛰니깐 상관은 없을거다.


“뭐? 할레셔!”

“그 자식들이 왜!”

“너한테 협박 전화라도 건 거야?”


아무튼, 훈련장을 찾은 선수들이 내 근처를 기웃거렸다.

아마도 목적은 이거였던 것 같다.


찰칵! 찰칵!


“우도, 너 몸은 괜찮냐?”

“나도 주장이랑 감독님한테 설명을 듣긴 했는데, 괜찮은 거 맞지?”

“이 영악한 녀석! 너 때문에 내가 할레셔 자식들에게 몇 대나 맞은 줄 알아?”


음, 이 얘기를 듣고 보니 역사에도 없던 라이벌 의식을 만들어 낸건 난 것 같았다.

어제의 홀슈타인 슈타디온은 총 4개의 레드카드와 9개의 옐로카드가 난무한 투기장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

아침에 기사를 봤듯이 독일 축구 연맹이 직접 조치를 내릴 게 분명하다.


어떤 수위의 징계가 내려올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강력한 제재를 피하지 못하겠지.

부디 직원들이 하루 빨리 시달림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바다.

그리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구단의 위기를 도와줘야겠지.


‘다 나 때문이지만···.’


뭐, 일단은 잊자.

개막전을 승리로 시작하며 1승을 챙겼잖은가.

더욱이 최선을 다해서 우승을 시켜줄 작정인데, 시즌 초반 며칠간의 괴로움 정도야 남는 장사가 아닐까?


“아니면 말고.”

“뭐? 우도 뭐라고?”

“밥 시간이라고요! 다들 밥 먹으러 안 가요?”


찰칵!


***


그 시각.

단장실에 자리한 장 케슬러는 전화를 끊었다.


“네. 알겠습니다.”


뚝.


“하아···. 불행 중 다행이야. 근데 이걸 정말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그는 한동안 자리를 맴돌다가 창문이란 창문은 전부 닫은 뒤 전신거울 앞에 섰다.

다시금 비어가는 머리가 보인다.


“크흐윽. 이제 드디어 스트레스 걱정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망할! 홈 다섯 경기 무관중이 말이 되냐고! 젠장.”


장 케슬러가 절규했다.

그리고 불안한 듯 손톱을 물어뜯던 그는 결국 무릎을 꿇고 좌절했다.


“젠장···.”


바닥을 치면서도 차마 머리를 쥐어뜯지는 못했다.

따로 선수들에게 출장 정지가 내려지지 않은 건 정말 다행이다.

특히 우도가 멀쩡한 건 신이 도운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홈에서 무관중 경기를 해야 하는 건 너무나도 뼈아팠다.

비록 큰 금액은 아니지만 재정에 타격을 주는 건 당연하고, 시즌 개막과 동시에 주가를 올리려는 홈 관중 유입에 영향이 있을까 조마조마했다.


그리고 그는.

장 케슬러는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확인하자 밥맛이 떨어졌다.

그날, 홀슈타인 킬의 단장은 식사조차 하지 않고 하루 종일 틀어박혀서 프로페시아만 찾았다.


***


다음 날.

우리는 다음 상대인 디나모 드레스덴과의 경기를 위해 원정을 떠났다.

드레스덴과의 거리가 상당했기에 바로 출발해야만 했고, 제법 긴 시간이 흘러서야 작센 주에 위치한 드레스덴의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으아아, 좀이 쑤시다.”

“그거야, 주장이 늙었으니까 그렇죠.”


버스에서 내리는 선수들이 하나둘씩 뻐근한 몸을 풀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올리버와 함께 킥킥댔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젊은 몸뚱아리의 영건들이라 그런지 별로 불편한 게 없었으니까.


“와, 이 녀석들 봐. 어이, 주장 우도와 올리버가 우리를 비웃고 있어요!”

“뭐어?”

“푸하핫. 발렌틴이 허리 돌리는 모습이 얼마나 웃긴 줄 알아요?”


그렇게 올리버의 장난과 함께 각자 배정받은 방으로 향했다.

나와 같은 방을 배정받은 건 이 장난꾸러기 녀석이었다.

그리고 이 꼬맹이 녀석이 갑자기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안절부절했다.


“올리버 왜 그래?”

“조졌어.”

“···왜?”

“내가 가장 아끼는 인형을 두고 왔어.”

“미친, 너무 안···타깝네. 절대 욕한 거 아니야 오해하지마.”


차마 미친 새끼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순수한 녀석이니 그러려니 하는 거다.

나 또한 일정한 루틴과 같은 징크스를 만들었으니까.

그래도 사실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내가 마흔 먹은 귀신이라서 그런 걸까.

그건 아니겠지.


“올리버, 너 혹시 나이를 속이거나 한 거 아니지?”

“···독일에서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올리버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건 그래.”


그럼 왜 아직도 인형을 껴안고 자냐고는 물어볼 수가 없었다.

이 자식 이거 순식간에 기분이 다운돼서 울기 일보 직전이다.

어쨌든, 녀석의 안타까운 사정을 위로해주고 우리 룸메이트는 지쳐서 잠이 들었다.


올리버는 눈물을 질질짜느라.

나는 녀석을 달래느라.


정말이지 돈만 많았으면 나는 따로 방을 잡았을 것이다.

하루빨리 가치를 증명해서 주급을 인상해야겠다···.


***


눈물 바다로 축축해진 밤을 보내고, 조식을 먹기 위해 노장들과 식당을 찾았다.


“그래서? 올리버는 안 내려온 거야?”

“네, 밥맛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축구만 할 줄 알지 애나 다름 없구만.”

“그러고 보면 주장이 꼬맹이라 부르는 이 녀석이 오히려 늙은이 같다니까.”

“그러게.”

“당당하고 영악한 걸 보면 영락없이 우리 또랜데 말야. 큭큭큭.”


그렇게 나는 올리버에게서 옮겨온 대화 주제로 당첨돼서 삼십 대 늙은이들의 말동무가 되어줘야 했다.

식사는 단조로웠다.

구성은 많지 않았지만 호텔이라는 이름값은 하는 정도.

이 정도만해도 아침으론 손색이 없었다.


“오전 훈련하고 개인적으로 시간 가져도 된다고 하더라고.”

“감독님이 허락하셨어요?”

“응, 저번 경기에 사건도 있었으니까. 기분 좀 전환할 겸 간단하게 산책이나 거리를 둘러보라고 하시더군.”

“오! 정말이야, 주장? 그럼 나랑 같이 근처를 산책할 사람 누구 있어?”


마이어의 외침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뭐, 뭐야? 아무도 없어?”

“그런 것 같네. 마이어.”


토닥토닥.

어깨를 두들겨주며 우리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동기가 부여된 우린 열정적으로 오전 훈련을 끝냈다.

드디어 각자 자유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주장, 혹시 우도 봤어요?”

“우도? 우도라면 일찌감치 자리를 뜨던걸?”

“아, 이 녀석을 그냥!”

“···됐냐?”

“나중에 집에 초대해서 저희 엄마의 요리를 대접할게요. 고마워요, 야닉스.”


그렇게 나는 야닉스의 도움으로 진드기 마이어를 떨쳐낸 뒤 자유시간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정처 없이 거리를 거닐었고, 엘베강을 따라 작은 공원에 도착했다.

나무로 우거진 공원은 퍽 좋은 분위기였는데, 나는 어째선지 가는 곳 마다 사건이 벌어지는 것 같다.

마치 지금처럼.


“어이, 옐로몽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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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극찬인걸 +1 24.08.31 660 18 12쪽
» 파장 24.08.30 682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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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친선(3) +1 24.08.22 779 15 13쪽
9 친선(2) 24.08.21 803 13 12쪽
8 친선(1) 24.08.21 850 15 13쪽
7 영입 24.08.20 870 17 12쪽
6 소문, 소문 24.08.19 921 18 11쪽
5 전초전이 임박해오다 24.08.18 988 16 13쪽
4 역사를 쓰자 24.08.17 1,056 16 12쪽
3 킬! 24.08.17 1,134 17 13쪽
2 신의 농락, 회귀와 가호 24.08.16 1,201 17 15쪽
1 부상의 끝 +1 24.08.16 1,335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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