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월클이 튼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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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작품등록일 :
2024.08.16 13:42
최근연재일 :
2024.09.08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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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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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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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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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친선(3)

DUMMY

어머니와 함께하는 간만의 데이트는 기분 좋게 마무리됐다.

밤이 늦어서 운치도 있고 분위기있었다.


역시 가족끼리는 가끔씩 함께하는 시간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그게 비록 지금처럼 소소한 일일지라도.


“아들, 다 씻었으면 저녁 먹을까?”

“네, 엄마. 당연하죠.”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는 곧바로 저녁을 준비하셨다.

엄마는 자신의 일이라면서 매번 신경 쓰지 말라고만 하신다.

이건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이게 엄마가 행복한 일이라는데··· 할 말이 있어야지.


“와, 오늘은 김치찌개예요?”

“응. 엄마 손 빠르잖아, 금방했지?”

“역시, 나연옥 여사님 최고!”


장난스럽게 엄지를 치켜들고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러자, 엄마의 얼굴을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음, 왜? 왜 그렇게 쳐다보니, 엄마 밥도 못 먹게.”

“아니, 오늘따라 엄마가 예뻐 보이길래요.”


걸어올 땐 가로등 불빛 때문에 몰랐는데, 엄마의 얼굴이 아주 옅은 홍조로 발그레하게 상기돼있었다.

그런 사실을 엄마는 모르시는 것 같았다.


“엄마가 축구를 잘 모르지만 구단과 계약하고 처음 경기에 뛴 거잖아. 기분이 어때?”


수저를 든 엄마의 물음에 작게 웃음이 나온다.


“계약할 때보다 설렜죠. 엄마한테 좋은 선물을 해서 기분도 좋았고. 그러는 엄마는 어떠셨어요? 처음 와보신 거잖아요.”


그러자 엄마가 고민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에이, 뭘 그렇게 고민하세요. 오늘 정말 기쁘신 거 같은데.”

“응? 내가?”

“네, 네. 그럼 엄마지 누구겠어요. 얼굴에 다 쓰여있어요. 기분 좋다고.”

“정말?”


그리곤 곧바로 거울을 찾아가시는 엄마였다.

이럴 때면 정말로 귀여우시다.

우리 엄마지만 사실이었다.


“어머, 어머. 진짜였네. 얼굴이 아직도 뜨거워.”


볼을 만지면서 자리에 돌아온 엄마는 식사에 집중을 못하시고 손으로 연신 부채질만 하셨다.

오늘따라 정말 소녀 같으셨다.


아무튼, 엄마가 식사하는 걸 지켜보던 나는 아직도 옅은 홍조가 자리 잡은 엄마에게 과일즙을 건네드렸다.


“응? 갑자기 배도라지즙은 왜? 선물이야, 아들?”

“식사하시고 드세요. 오늘 소리 많이 지르셨잖아요.”

“그, 그래도 이걸 다 마시라고?”

“에이 세 개밖에 안 되요. 엄마 목소리 상하는 것보단 낫죠.”

“···우도야 그래도 세 개는···.”

“그럼 오늘 안마는 없는 겁니다.”


그렇게 나는 나연옥 여사께서 밥 한 공기와 배도라지즙 세 개를 해치우는 걸 보고 나서야 안마를 해드렸다.


***


다음날.

구단에 출근하던 나는 여러 가지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주민과 팬들에게 받은 선물로는 빵과 과일, 샌드위치가 있었고.

먹을 게 아닌 걸론···.


“신문이요?”

“그래, 여길 봐. 우도 자네의 기사가 나왔지.”


음, 정말이었다.

작은 지역신문사였는데, 헤트트릭을 달성하고 환호하는 나의 모습이 인쇄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걸 주신다고요?”

“그럼! 당연하지, 나는 자네가 세 골을 넣은 기념으로 3부를 샀거든. 하하하!”


오··· 이거 참 기분이 좋으면서도 당황스럽다.

신문을 선물이라고 받아본 적은 처음이다.

아무튼 기쁜 마음으로 신문을 챙기고 아저씨의 요청을 들어드렸다.


“여기에 큼지막하게 싸인을 남겨줘.”

“···여기 신문에다가요?”

“그래, 그래. 자네 얼굴 밑에 하면 되겠네.”

“그리고 입고 계신 유니폼에도 해드릴까요?”

“이거? 이건 안돼! 그냥 신문에만 해주면 돼.”

“음, 알겠습니다. 이런 선물도 주시고 감사해요.”

“으하하! 그럼 다음 경기에서도 골을 넣어달라고! 신문에 자네가 실리면 또 구매할 생각이니까.”


참 알 수 없는 아저씨였다.

유니폼에 싸인을 안받··· 아, 유니폼이 야닉스의 것이었다.

그럼 받지 않는 게 맞지.


어쨌든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한다는 것엔 변함이 없었다.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된 거 같기도 하고.


저런 특이한 아저씨가 많으면 여기 신문사에 투자하는 건 좋은 계획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빵집에 들러서 새로운 빵을 조금 더 샀다.

선물 받은 걸 선물로 줄 수는 없으니까.


***


오늘도 경기장의 경비는 니콜레 아저씨가 맡고 계셨다.

니콜레 아저씨와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은 뒤, 사 온 빵의 일부를 나눠드렸다.

그리고 나는 곧장 시설 관리팀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 내가 찾은 건 막스 씨였다.

그는 홀슈타인 슈타디온의 그라운드를 보수 관리하는 총 책임자였기 때문이었다.


“막스 씨! 안녕하세요.”

“어? 우도로구나. 좋은 아침이야, 근데 여긴 어쩐 일이냐?”


어쩐 일이냐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나는 자연스럽게 손에 들린 종이 백을 건네드렸다.


“중요한 부탁이 있거든요.”

“나한테 부탁이 있어?”

“네, 우선 방금 드린 빵 냄새부터 맡아보세요. 퐁고씨의 빵집에서 사 온 거예요. 웨이팅만 무려 한 시간이었다니까요.”

“그래? 고마워. 그런데 이건 또 뭐야?”

“아! 그건 제가 어머니께 배워서 특별히 만든 한식이에요.”

“오···. 맙소사. 이걸 받아도 되는 거야? 결코 쉬운 부탁이 아닌 것 같은데.”


막스 씨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기뻐하는 게 눈에 보이는 데 감동에 마지못해 들어주겠다는 뉘앙스였다.


“그래서, 우리 선수께서는 부탁이 무언가?”

“음, 그게요.”


사실은 간단하다.

정확히는 간단하다면 간단하고 어렵다면 어려운 일.


“내일이 브레멘과의 경기잖아요. 오늘과 내일 보수를 하면서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의 잔디를 조금 손봐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

“뭐?”


막스 씨의 표정이 순식간에 이상해졌다.

그리곤 그가 이마를 짚으며 웃었다.


“나 참, 으하하하하. 어이가 없군 어이가 없어.”

“예?”

“어이가 없다고 이 친구야. 우리 팀이 도대체 어떻게 되려는 건지, 감독이랑 선수가 똑같은 부탁이나 하고 말이야. 크하하하!”


···감독님이?


“카스파리 감독님도 그런 부탁을 하셨나요?”

“그래! 네가 오기 전에 막 다녀간 참이야.”

“···아하.”

“아하는 무슨 아하. 그거라면 걱정하지마 내가 감독님께도 알겠다고 했으니까.”

“하하하. 이거 조금 당황스럽네요. 뭐랄까, 나쁜 짓 하다가 들킨 기분인데.”

“뭘 걱정해. 걱정하지마. 나만 알고 있을 테니까. 크크크. 그래서 어떻게 이것들은 다시 가져갈 셈인가?”

“에이, 설마요. 막스 씨를 생각하며 만들고 산 거예요. 맛있게 드세요!”


웃으며 인사를 마친 나는 훈련장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카스파리 감독은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한 것 같았다.

분명 미세한 차이겠지만, 그런 차이가 크나큰 균열을 만들어내곤 한다.

그게 바로 홈 어드밴티지라는 거다.


***


오늘도 어머니는 짧은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쪽지를 남기셨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반찬을 꺼내 먹고, 쪽지를 간직하는 등 루틴 그대로의 출근을 했다.


그리고 전날의 해프닝을 기억하며, 구장의 잔디를 슬쩍 확인했다.

사실 눈으로 봐선 모른다.

그런데 느낌이 좋았다.


카스파리 감독이 어느 정도의 길이를 요구했을지는 모르지만, 협회에서 권고하는 규정을 조금 넘는 수준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잔디 위에 살짝 물기가 보인다.

카스파리 감독이 어제 훈련 중 언급했던 대로 나는 오늘 미친 듯이 뛰어다녀야 할 것 같았다.

오늘은 나의 폭발적인 스피드가 중요한 무기가 될 거라고 말씀하셨으니까.


그리고 시간이 다가왔다.

라커를 나와서 그라운드로 향하는 게이트를 통과한 우린.


팬들의 함성 소리를 들으며 각자의 자리에 섰다.

곧이어 경기가 시작됐다.


***


베르더 브레멘은 당연하다는 듯, 우리를 강하게 밀어붙이며 기세를 잡았다.

역시 1부 리그에 속한 팀 다웠다.


얼마쯤 지났을까.

상대 수비수 한 명이 나를 툭툭 건드린다.


“어이, 꼬맹이. 너는 여기서 뛸 게 아니라, 아직 엄마 젖 좀 더 먹고 와야 될 거 같은데?”


음, 피부가 까맣고 멀대같이 큰 녀석이었는데···.

갑자기 뭐라는 걸까 이 자식은.


내가 과거 다쳐서 늙기 전까지는 분데스리가의 에릭 칸토나였다는 걸 알기나 하는 걸까?

하긴 당연히 모르겠지. 내가 한창 잘나가고 오만했던 때라 인종차별 발언을 한 관객을 날라차기로 까버렸다는 건 말이다.


“너 같은 홀로코스트도 엄마가 있나 보네. 모유를 먹고 그렇게 큰 거야?”

“뭐?”

“뭐 이 자식아.”


날선 반응 때문이었을까. 녀석이 움찔했다.


“너, 얼굴과 유니폼 백네임을 기억했어. 조심해.”

“응. 나도 다 기억했다. 가랑이 조심해라.”

“퉤.”


바닥에 침을 뱉은 녀석이 자리로 돌아갔다.

찰떡 같은 비유가 생각났다.

베르더의 23번 보네르만이 꼬리만 개처럼 의기소침했다.


역시 나이가 어리다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지금처럼 방심하고 만만하게 보는 상대에게 한방 시원하게 먹여줄 수 있으니까.

동시에 상대로썬 타격이 곱절로 먹혀드는 건 말할 것도 없지.


“쳇.”


저것보라.

녀석은 지금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너무 화가나서 분노를 주체 못할 수도 있고.

어쨌든 나와 우리 팀에겐 좋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저런 작은 균열하나가 분열을 만들어내곤 하니까.

아주 살짝 기대를 걸어 보기로 했다.


그것보다 베르더의 공격수가 계속해서 우리의 수비를 뒤흔든다.

지금은 프레츠가 최전방 공격수로 뛰고 있지만, 후반전이 되면 버크가 나올 것이다.

그러니 우리로선 어떻게든 지금 넣을 수 있을 때 넣어야 했다.

아니면 우리는 오늘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나의 예상이 들어 맞고야 말았다.


베르더는 프레츠가 뒤흔든 수비의 틈, 빈 공간을 놓치지 않았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마빈이 그 공간으로 침투해서 공을 받았고, 멋진 슈팅으로 마무리 지으면서 선취점을 올렸다.


“우우우우!”

“뭐하는 거야!”


홀슈타인 슈타디온을 채운 서포터즈들.

그들의 실망 섞인 야유가 쏟아진다.


그래, 스포츠는 이래서 좋다.

팬들이 존재해서 우리가 존재하는 거니까.

그들의 믿음과 사랑에 보답하지 못하면 뭐.

욕먹어야지. 별수 있나.


그래 놓고도 우리 팀이 조금이라도 활약하는 모습이 나오면 목이 터져라 환호하는 게 서포터즈들이니까.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여기!”


라인을 허물며 손을 들었다.

낮고 빠르게 찌른 마이어의 패스.

나는 곧바로 몸을 돌려서 돌파했다.


“젠장!”


내게 한 소리 듣고 분노하던 수비수.

보네르만이 나를 잡아먹을 듯 팔을 잡았지만, 오히려 나는 녀석의 옆구리를 엘보로 가격했다.


“크윽!”


아주 순식간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경합을 뿌리치는 걸로만 보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보네르만을 떨쳐냄과 동시에 파트너인 그로스가 급히 발을 뻗었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내 개인기의 희생양이됐다.

부드럽게 공을 띄우며 점프했다.

그로스의 태클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와아아아!”

“예에에에에!”


팬들의 환호성이 들린다.

그래, 오직 나를 위한 환호였다.


카드를 불사하고 막겠다는 듯 다가오는 또 한 번의 태클도 벗어났다.

속도가 붙어서 치고 달리는 내겐 무의미한 행동이었다.


“오오오오!”


또 다시 환호가 들렸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목도해서 일까, 세 명의 선수를 돌파했기 때문일까.

경기장은 조금씩 광란의 현장이 되어가는 듯했다.


“우도! 우도! 우도!”


함성소리에 맞춰 앞으로 왔다 뒤로 갔다 고민하던 브레멘의 골키퍼가 결국은 앞으로 튀어나왔다.

저런. 나라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백업 골키퍼인 미하엘의 이번 움직임이 브레멘에게 뼈아프게 다가올 선택이 분명하다.


가속도가 붙어서 나도 나를 제어할 수가 없는 상태였으니까.

가볍게 공을 띄워 몸을 던지는 미하엘을 넘었다.

바닥을 슬라이딩한 그가 곧바로 일어서서 따라왔지만, 이미 골대는 비었다.

그리고 너무나 넓었다.


툭.


어디로 차도 들어갈 정도로.


“이예에에에에!”


그리고 나는.

60여 미터를 달려온 속도를 줄이며 코너 플래그를 돌아 터치 라인을 가볍게 뛰었다.

마치 이곳이 나의 경기장인 것 마냥.

천천히 산책 했다.


“우우우우!”

“건방진 녀석!! 우우우우!”


원정 팬의 야유가 쏟아진다.

하지만 그보다 몇 배는 많은 우리 팀 서포터즈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원정 온 베르더 팬들을 찍어누르겠다는 듯, 압도적인 머릿수로 내 이름을 연호했다.


“우도! 우도! 우도! 나우도!”

“우리의 작은 전사!”

“선봉에 선 그가 적진에 깃발을 꽂지!!”

“예에에에!”


나는 그런 팬들에게 화답하듯 주먹을 들고 소리쳤다.


“이예!”


존나 카리스마 있었다.

이러니까 팬들이 뻑이가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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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로컬 +1 24.09.07 284 12 12쪽
25 박살내줄거라서 +1 24.09.07 307 15 12쪽
24 축구 할 맛이나 +1 24.09.06 340 14 12쪽
23 과감하게 +1 24.09.05 444 16 12쪽
22 분위기 +2 24.09.04 531 17 12쪽
21 뒤를 맡길 아군, 조력자 +1 24.09.03 549 18 12쪽
20 선봉장 +3 24.09.02 575 17 11쪽
19 나만 믿어 +1 24.09.01 615 16 12쪽
18 벌써?? +2 24.08.31 652 19 12쪽
17 극찬인걸 +1 24.08.31 661 18 12쪽
16 파장 24.08.30 682 15 12쪽
15 활약상 24.08.29 682 17 13쪽
14 홀슈타인의 신인 24.08.28 702 16 12쪽
13 나우도 24.08.27 709 15 12쪽
12 각인(2) +1 24.08.26 741 19 12쪽
11 각인 +1 24.08.25 746 18 13쪽
» 친선(3) +1 24.08.22 780 15 13쪽
9 친선(2) 24.08.21 803 13 12쪽
8 친선(1) 24.08.21 850 15 13쪽
7 영입 24.08.20 870 17 12쪽
6 소문, 소문 24.08.19 921 18 11쪽
5 전초전이 임박해오다 24.08.18 988 16 13쪽
4 역사를 쓰자 24.08.17 1,056 16 12쪽
3 킬! 24.08.17 1,134 17 13쪽
2 신의 농락, 회귀와 가호 24.08.16 1,202 1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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