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구매 후 인생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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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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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구매 후 인생 역전 - 1화

DUMMY




살아가며 꿈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누군가에게는 허무맹랑한 꿈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너무 사소해 고작이라는 말이 절로 흘러나올 수준일지도 모른다.

내가 가진 건 그 두 가지 요소가 공존하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꿈이라 볼 수 있었다.

오롯이 내 주관적인 소견으로 그렇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손에 들린 사직서와 나를 교차하며 바라보는 우리 팀장님 시선만 봐도 그랬으니까.


“진짜냐? 정말 회사까지 때려치우고 가겠다고?”

“예.”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에 조 팀장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성준아. 그냥 휴가 내고 다녀오라니까? 그 뭐냐··· 창고 경매? 그거 그냥 짧게 하고 다녀오면 되잖아?”


미국 창고 경매.

정확히는 개인 임대 창고를 대여하고 임대료를 미납해 경매로 넘어간 창고들.

그 경매에서 미납 창고를 낙찰받는 게 내 꿈이다.

의자에 앉아 어처구니없어하는 조 팀장을 비롯해 나와 대화 좀 나눠본 회사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아는 꿈이기도 했다.

대부분은 눈앞의 조 팀장과 비슷한 표정을 했다.


‘원래라면 미국 파워볼 당첨 같은 게 꿈 아니에요?’

‘성준 씨 꿈 한번 특이하네.’

‘근데 뭐랄까··· 사소하다면 사소한 꿈 아니야? 원하면 몇 달 만에 이룰 수도 있고.’


사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처럼 너무나 소박한 꿈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 소망 사이에 ‘퇴사’가 포함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게 퇴사까지 하고 갈 일이야? 이렇게 갑자기 나가면 어떡해?”

“이미 석 달 전부터 말씀드렸던 거 같은데요.”

“당연히 장난인 줄 알았지. 미국 창고 경매 참여하러 퇴사한다는 말을 어떤 미친놈이 믿냐고.”


몇 번이고 얘기했지만, 그저 농담.

말 그대로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넘겼다는 소리다.

하지만 기분 나쁠 건 없었다. 나 역시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니까.


‘미친 짓이기는 하지.’


이제 내 나이도 서른.

꿈을 위해 도전하자면 못 할 것도 없는 나이지만, 꿈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이른 시기다.

적어도 남들이 보기에 지금의 결정은 ‘인생을 포기했다’ 말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이내 조 팀장은 상사로서가 아닌 인생 선배로서 말을 이었다.


“성준아. 우리가 무슨 전문직이야? 퇴사하고 몇 달 푹 쉬고 와도 맘만 먹으면 취업하는? 심지어 요즘 전문직도 그 정도는 안 돼. 그게 되더라도 원래보다 못한 경우가 태반이고.”

“예. 알고 있습니다.”

“그걸 아는 놈이 왜··· 하. 차라리 곧 있을 여름휴가에 연차도 박고, 내년 여름휴가까지 당겨서 길게 다녀와.”

“그게 됩니까?”

“당연히 안 되지 새끼야. 근데 해줄게. 내가 해준다고.”


내가 우리 회사에서 그 정도로 중요한 인재 자원이었나 잠시 고민했다.


‘당연히 아니지.’


그랬다면 지금 연봉보다 최소 1.5배는 높았겠지.

이러한 내 잡스러운 생각을 시시각각 변하는 얼굴에서 읽었는지 조 팀장이 말했다.


“너랑 나랑 그래도 4년이다. 너 입사해서 내 아래로 배정받고 같이 크던 게 벌써 4년이라고. 그런 놈이 갑자기 미국에 간다네? 멀쩡히 다니던 회사도 때려치우고? 그걸 어떤 상사가 안 말려. 나 진짜 이틀 동안 너 자살하러 가는 거 아닌가 싶어서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아.”

“아는 무슨 아야 이 새끼야. 이제 깨달은 척하고 있네. 누가 봐도 미친 짓인데 그걸 몰랐다고?”


그가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돼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일 없어요, 형.”

“형?”

“저번에 말씀하셨잖아요. 저 퇴사하면 편하게 형, 동생 하자고.”

“그건 진짜 퇴사할 줄 몰랐으니까 농담한 거지 미친 새끼야!”


조 팀장은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어이가 없었는지 실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결국 진짜 나간다는 거냐?”

“네, 형.”

“그놈에 형은 진짜··· 하아.”


이내 품속에서 전자담배를 물고 깊게 빨아들인 뒤 내쉰다.

자욱이 퍼지는 연기에서는 진한 체리 향이 가득했다.


“여기 금연인데요.”

“외부인은 그런 거 신경 쓸 필요 없으시고요.”


흠. 삐졌나?


‘뭐, 그럴만하시지.’


우리 회사에서 몇 안 되는 인재 소리 듣는 사람이 그렇게 매달렸는데도 거절했으니 안 삐지면 이상한 일이다.

조 팀장, 아니 조광우는 허공에 손을 휘휘 내저었다.


“알겠으니까 가봐라. 짐 정리는 느긋하게 하고.”

“이미 물건 다 뺐는데요?”

“진짜 미친 새끼네.”


이내 꾸벅. 고개를 숙이고 몸을 돌리자 조광우가 재차 입을 열었다.


“너······ 아니지?”

“예?”

“진짜 자살하러 가는 거 아니지?”


아니라니까, 씨.




* * *




미국의 창고 경매.

이걸 처음 접한 건 미국의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정확히는 그 방송 프로그램을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접했다.

여러 경매 참여자가 창고를 구매하고, 창고에서 숨겨진 보물을 찾아 판매하는 과정을 보여주던 프로그램.

일확천금을 얻는 구매자들도 있었지만, 구매가와 비교해 크지 않은 이득을 취하는 게 대부분이었던 프로그램이다.

당시 내게 이 프로그램은 인생을 버티게 해준 버팀목과 같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창 힘들었던 시기.

아직 갚지 못한 대출금이며, 나와 동생의 학비까지.

20년 넘게 전업주부로 살았던 어머니와 갓 제대한 나. 고등학생이었던 동생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시기였다.


‘사망 보험금은 제대로 받지도 못했고.’


아버지가 앓고 계셨던 지병도 지병이거니와 사인 자체를 제대로 밝히지 못한 탓에 어쩔 수가 없었다.

당시 알아본 바에 따르면 사망 원인을 직접 밝히지 않았더라도 지급한 사례가 있기는 했다만··· 우리는 소송까지 도전하지도 못했다.

원래 소송이란 게 그렇다.

어느 정도 여유가 있거나, 정말 갈 데까지 간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게 소송이니까.

우리 가족에게는 금전도, 시간도.

심지어 마음의 여유마저 없던 시기인지라 현실을 살아가기로 했다.

내가 멀쩡하게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회사에 입사하고.

이렇게 인천 공항에 나와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티켓을 들고 있는 것도 그때의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드디어 가는구나.”


너무나 힘들었던 시기에 나를 지탱해 주던 방송을 떠올리며 미국으로 넘어가는 순간이 오다니.

감회가 새롭다.

물론 경유 1회를 포함해 비좁은 이코노미석에 16시간 넘게 앉아가는 건 곤욕이긴 하겠지만······ 뭐, 이 정도쯤이야 문제없다.

오히려 생각할 시간이 많아 장점도 많았다.


‘잡다한 중고 가구 판매할 곳도 생각하고, 경매에서 활용할 전략도 생각하고. 시간도 많겠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내가 세운 전략이 좋아 봐야 얼마나 좋겠고, 금전적 이득보다야 창고 경매 참여 자체에 의의를 뒀기에 특별한 전략이랄 것도 없었지만.

여하튼 나쁠 건 없었다.

적어도 꿈을 이루기 위해 날아가는 하늘에서의 16시간은 마냥 지루하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예상처럼 긴 비행시간은 지루함 대신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라스베이거스 공항에 도착해 예약해 둔 렌트 업체에서 픽업트럭을 찾아 처음으로 미국의 도로를 내달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크으. 이게 천조국이지.”


활짝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세찬 바람.

시원하다기보다는 뜨거움에 가까웠고 불쾌감을 느낄 법도 했지만, 오히려 가슴 속에 감춰둔 열정이 자물쇠를 풀고 나와 활활 타오르는 느낌이랄까.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아닌가.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기는 했었나.”


잘 모르겠다.

열심히 공부해 대학을 가고, 힘겹게 취업을 한 건 내게 도전이 아니라 생존이었을 뿐이니까.

복잡한 감정이 떠오르다가도 금세 사라졌다.

도로를 계속 달리다 보니 어느새 거대한 창고 단지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진짜 미국은 다 크다니까.”


사람도 크고 차도 크고.

단층으로 쭉 나열된 저 창고 단지 또한 거대했다.

창고는 하나 같이 노란색을 띠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 도심도 아니고 외곽 지역을 벗어난 지역이었던 탓에 사막과 어우러지는 그 모습이 참으로 신비롭다.

차에서 내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멋있지 않나?”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건 190cm 정도는 될 법한 건장한 체격의 백인이었다.

나와 눈을 마주친 채 웃음 짓던 사내가 손을 내밀며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제임스. 자네도 경매 참여하러 온 거지?”

“아, 예. 성준이라고 합니다.”

“성준? 코리아?”

“네.”

“노스? 사우스?”


제임스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농담이야, 농담.”


그러면서 날씨는 괜찮냐, 라스베이거스는 어떠냐 등등 쉬지 않고 말을 뱉어댔다.

이게 미국의 스몰토킹 문화인가.


‘뭐··· 나쁘지는 않네.’


딱히 경매 참여를 위해 방문한 거라 설명하지 않았지만, 우리 둘은 그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닫고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경매 시장은 어떻게 돌아가고, 피해야 하는 창고 매물이라거나, 잘 팔리지 않는 물품들을 소개해 줬다.

원래 꾼은 꾼을 알아본다고.

제임스의 눈에는 내가 사업을 위해 이곳에 찾아온 게 아님을 어느 정도 인지한 듯한 뉘앙스였다.


“아, 그렇다고 내가 낙찰받으려는 매물에 굳이 덤비지는 말라고. 대신 경매 시작 전에 궁금한 것 정도는 답해줄 테니까.”


장난스레 말하는 제임스를 보며 나 역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미국인과 영어로 긴 대화를 나눈 탓에 조금 어지럽기는 했지만, 재밌게 이야기를 나눴기에 즐거움이 더 컸다.

때마침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고.


“그럼 저 창고는 뭔가요?”

“응?”

“저기요. 왜 저 창고만 붉은 페인팅을 칠해둔 거예요?”


수많은 창고 중 유달리 눈에 띄는 창고 하나.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창고는 노란빛 가득한 창고들 사이에서 홀로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딱히 넓거나 좁은 창고도 아니다.

적어도 동일 열에 배치된 창고들은 모두가 같은 크기였고, 양옆의 창고와 비교해도 다를 게 없었다.

그러자 제임스는 잠시 눈살을 찌푸리더니 헛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 뭔가··· 이 창고는 대박일 것 같은 그런 느낌 말이야.”

“네?”

“하지만 초심자의 행운 같은 건 다 미디어에서 만든 환상 같은 거니까 조심하라고. 여긴 라스베이거스야. 처음으로 놀러 왔다가 룰렛에서 잭팟이 터졌다는 얘기가 정말 사실인지 고민해보라는 얘기지.”


도대체 뭔 소리야.


‘저기만 진짜 빨간색 페인트를······.’


그런 생각을 하기도 잠시.

붉은빛이 일렁였다.


‘저게 왜 일렁여?’


뒤이어 불꽃처럼 일렁이는 붉은색 사이로 기존의 창고와 같은 노란색 외벽이 보였다.

즉, 저 붉은색은 내 눈에만 보인다는 뜻이다.

내 눈에 문제가 있거나, 뇌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기도 했고.


‘그럴 리가.’


차라리 뜨거운 햇볕 탓에 열사병이라도 오는 거라면 모를까.

이내 몇 번 눈을 비비고 다시금 창고를 바라보니 붉은빛은 신기루처럼 사라진 지 오래였다.


“허. 진짜 몸이 허하기라도 한 건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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