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구매 후 인생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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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구매 후 인생 역전 - 19화

DUMMY

나는 숨죽인 채 TV를 바라봤다.

붉은 유니폼을 입고 홀로 필드 위에 올라선 흑인 선수.

이어 중계진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 Number 83. Jackson Reid of the Kansas City Chiefs.

- victory or defeat is tilted.


그의 등장과 함께 승패는 기울었다고 말하는 캐스터의 중계에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

치프스에 있을 마지막 찬스.

모두의 시선은 와이드 리시버 잭슨 리드가 아니라 쿼터백 자밀에게 향했다.

중계 카메라조차 공격이 시작되며 빠르게 질주하는 잭슨 리드 대신.

당연히 쿼터백으로 향했다.


“졌군.”


그 모습을 바라보며 벤저민이 중얼거렸다.

그의 말처럼 쉽지 않을 공격이다.

상대 팀의 수비는 빡빡했고, 잭슨 리드는 느렸으며.

더 나아가 30야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주전 리시버가 빠진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무언가 해내리라고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한 생각이 조금 비틀어진 건 몇 초가 더 지난 뒤였다.


- Jamil looking for pass space after finding room in the backfield!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백필드에서 안정을 취한 쿼터백이 일순간 정면을 향해 패스를 시도했다.

공의 각도와 속도는 분명 잭슨 리드가 받아내기에 무리가 있을 포물선을 그렸다.

하지만 그의 유일한 강점인 노련함이 빛을 발하며 코너백을 떨쳐냈고, 뒤늦게 따라붙은 세이프티마저 젖히고 날아올랐다.


“Oh···!”


그는 정말로 날아올랐다.

잭슨 리드의 나이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높이 뛰어올라 공을 낚아채고.

끝내 디펜더가 막아내야 할 일말의 선을 넘으며 바닥에 착지했다.

일명 터치다운.


- Jackson Reid Did It!

- Touchdown! It's a touchdown for the Kansas City Chiefs!


순간 벌어진 이변에 해설진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고, 관중의 함성은 그 이상으로 크게 다가왔다.


“와.”


나 역시 짧은 감탄사를 뱉었다.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보다 더욱 진심 가득한 무언가를 뿜어내는 사람이 존재했다.


“······이걸 예상했다고?”


그건 바로 벤저민이다.

물론 예상이야 했다.


‘그런데 이 정도로 대단하게 해낼지 몰랐지.’


어느 정도 스타성을 보이거나, 아니면 경기 중에 결정적인 찬스 하나를 만들 거나.

그 정도를 생각했을 뿐이지 설마 슈퍼볼을 차지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줄 누가 알았겠냐고.


“그럴 리가요.”

“우연이 계속되면 그건 우연이 아니란 말 몰라?”

“그건 계속된 우연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죠.”


하지만 의심을 풀지 않는 벤저민의 시선을 회피한 채 TV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이 정도 활약이면······.”

“미치겠지. 아마 당분간 미국 인구 절반 정도는 잭슨 리드한테 미쳐 있을 거다.”


그러한 사실을 증명하듯 중계 카메라는 잭슨 리드를 따라붙으며 연신 환호하는 관중들을 함께 잡았다.

불과 몇 분 전에 필드 위로 잭슨 리드가 올라왔을 때랑은 확연히 달라진 상황.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벤저민을 바라봤다.


“우선 피벗포인트에 연락부터 하죠.”


잭슨 리드라는 선수의 수명이.

그리고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한 만큼.

피벗포인트의 전화기 역시 폭발하기 직전일 테니까.




* * *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특유의 레게머리를 자랑하던 선수가 자세를 고쳐잡더니 휘슬 소리와 함께 필드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나지막이 들려오던 숨소리가 점점 커지며 거칠어지고, 이내 날아올라 클로즈업된 NFL의 공인구 더 듀크를 낚아챘다.

그제야 관중들의 함성과 함께 홀로 있던 필드 위로 주변 선수들이 다가와 그를 끌어안는다.

이내 그 모습 위로 올라오는 문구 하나.


burn one's passion


그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슬로건이었다.

즉, 지금 내가 바라보는 건 잭슨 리드의 영화 같은 순간을 광고로 제작한 영상이었다는 뜻이고.


“···진짜 빠르네.”


고작 3월 중순.

3점 차로 밀리던 치프스가 잭슨 리드의 터치다운으로 슈퍼볼을 차지한 지 고작 한 달이 지났을 무렵.

나는 벌써 제작된 그의 첫 번째 광고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이어 내 옆에 앉아 광고를 확인한 벤저민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컴퓨터 그래픽이나 그 외 여러 부분에서 신경을 많이 쓴 거 같은데도 정말 빠르군요.”


광고의 기획이나 구성 자체가 복잡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돈 쓴 느낌이 물씬 풍기는지라 너무 빨리 완성된 거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퀄리티는 좋으니 문제 될 것도 없고.’


지금 문제라면 벤저민이 내 옆에 있다는 점이겠지.


“지금 아침 9시입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근데 왜 여기 있는데요?”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대체 하는 일이 뭘까.

그러한 궁금증은 뒤이어 열린 벤저민의 입술과 함께 해결됐다.


“피벗포인트에서 잭슨 리드와 계약한 광고 및 마케팅 수수료는 25%. 저희 지분을 30%로 챙겼으니, WPW 인베스트먼트에서 받는 금액은 총 187만 5천 달러입니다.”


100만 달러 투자하고 당장 한 달도 안 지나 187만 5천 달러의 수입.

세전이기는 해도 잭슨 리드가 받은 모델료가 2,500만 달러인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수치다.


‘가치가 떨어지는 선수들을 주로 영입하는 곳이라 광고 수수료 부분에서 비율을 높게 측정하고 이득을 더 챙긴 거기는 했지만······.’


금액이 금액인지라 아침 댓바람부터 나를 찾아온 것도 딱히 이상할 게 없는 수준이다.

물론 고작 하나의 광고만 생각하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이번 광고는 출발선에 불과했다.


“현재 들어온 광고만 총 여덟 개입니다. 어느 정도 분야별 독점 계약을 체결해야 해서 브랜드 이미지나 조건 미달로 올리지 않은 것까지 합산하면 족히 서른 개는 넘고요.”

“······.”

“아. 이미 계약한 건은 스포츠 브랜드를 제외하고 일곱 개 더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잭슨 리드가 그 정도인가?’


당연히 잭슨 리드가 터치다운에 성공한다면 올해 광고계를 씹어 먹을 거로 예상이야 했지만, 파급력이 이 정도로 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현재 그의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벤저민이 건네는 서류만 확인해도 쉬이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까······.”


$ 10,875,000


“···현재 계약한 광고로 얻는 수수료로 저희한테 떨어지는 게 천만 달러라고요?”

“예.”


100만 달러가 한 달 사이에 열 배로 불어났다.

사실 금액만 따졌을 때는 크다고 볼 수 없었다.


‘지금까지 WPW 인베스트먼트에서 벌어들인 금액이랑 비교하면 조촐한 수준이지.’


하지만 겨우 한 달 사이 벌어들인 비율로 따지면 압도적인 수준.

나는 어느 정도 마음을 정하고 가볍게 서류를 덮었다.


“피벗포인트 쪽에 연락 하나만 남겨주세요. 가끔 관심 있는 선수들 경기는 저희한테도 보내달라고.”

“음? 직접 보고 투자자로서 결정권을 행사하시겠다는 뜻입니까?”

“아니요. 그 정도는 아니고, 시간 남고 심심할 때 경기 보면서 저도 좀 즐기려고요.”


애초에 직접 활동할 생각이 있었으면 차라리 피벗포인트를 인수했겠지.

무엇보다 잭슨 리드처럼 빵 터지는 사례가 한 해 얼마나 있을지 고민해 보면 온 시간을 쏟아부을 만큼 매력 있는 사업도 아니었고.


‘어차피 자본도 늘었겠다, 이번처럼 광고 수익에 기대는 게 아니라 선수 영입에 힘을 쏟을 테니······.’


피벗포인트는 혼자 잘 크기만 하면 된다.

알아본 바에 따르면 피벗포인트를 설립한 에이전트의 능력은 꽤 괜찮은 편이다.

선수의 미래 가치를 판단하는 것도 빠르고.

구단과의 소통도 원활한 편이고.

여태 피벗포인트가 크게 성장하지 못한 건 어디까지나 자금의 한계 때문이니 어련히 잘 크리라 생각하고 겉옷을 챙겼다.


“어디 가십니까?”

“예. 이제 저도 출근해야죠.”


WPW 인베스트먼트에 투자분석팀도 자리 잡았겠다, 이제 슬슬 출근이란 걸 해볼 시간이다.




* * *




가끔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한다.

공기가 무겁다고.

흔히 한 장소의 분위기가 좋지 못할 때 나오는 말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도착한 WPW 인베스트먼트의 사내 분위기가 딱 그러했다.


“오셨습니까, 대표님.”


미국에 왔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위계질서 문화를 따르는 투자분석팀.


“Good morning, Kang.”


그리고 의자에 앉아 가볍게 손을 흔드는 마이클.

인종도, 국가도.

이내 성향도 다른 두 팀이 한 장소에서 만들어내는 이 분위기는 무겁다고 말해도 이상한 게 없었다.

다만, 분위기가 이토록 무거운 건 그러한 성향 때문만은 아닐 게 분명했다.

그러한 사실은 내가 출근하며 시작된 주간 회의 시간에야 깨달았다.


“마이클. 안 됩니다. 그 기업을 제외한다니!”

“진정해, 찬.”

“찬이 아니라 유찬입니다.”

“알겠어, 찬. 진정하라고.”

“유찬이라고요.”


흠.


‘이 회사 잘 돌아가는 거 맞나?’


어느 정도 예의를 차림에도 말에 칼을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대화 탓에 머리가 어지럽다.

이러한 상황이 오기까지 어느 정도 내 탓도 있을 테니까.


‘CEO란 놈이 사무실에 코빼기도 안 비치는데 멀쩡히 잘 돌아가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


황급히 손을 뻗어 둘의 말을 끊고는 입을 열었다.


“일단 정리부터 하죠. 유찬 씨는 시에라 베이 벤처스를 투자 종목에서 제외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거고, 마이클은 제외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거죠?”

“예.”

“넵.”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둘은 동시에 대답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시에라 베이 벤처스의 자료를 확인했다.


Sierra Bay Ventures

$ 850,000,000

Premium Food Ingredients

- Organic gourmet ingredients

- Artisan cheeses

- High-end meats and seafood

Luxury Beverages

- Fine wines from······.


대강 살펴본 시에라 베이 벤처스는 쉽게 말해 고급 소비재를 유통하는 회사다.


‘샌프란시스코를 거점으로 둔 고급 소비재 벤처.’


사실 투자은행 및 벤처 캐피탈이 평가한 기업가치만 따지면, 이제 벤처 딱지를 붙이기에는 조금 커진 수준이 아닐까 싶었다.

8억 5천만 달러가 무슨 옆집 개 이름도 아니고.

무엇보다 이들이 주 거점으로 삼는 곳이 샌프란시스코이고, 그곳에서 고급 식자재와 와인 등을 유통하며 살아남았다는 건 이미 실력을 검증한 상태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유찬과 마이클 사이에는 좁히지 못할 견해의 차이가 존재했다.


“이미 입증된 기업입니다. 저는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안 됩니다. 어느 정도 입증된 건 사실이나, 이후 시에라 베이 벤처스가 넘어서야 할 벽이 너무 완강하다고요.”


성장 가능성을 제시하는 이유찬과 그 반대를 이야기하는 마이클.

분명 둘 다 자신만의 관점에서 더 높은 가능성을 필두로 찬반을 논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 관점 역시 약간의 차이일 뿐, 모두 맞는 말이다.


‘시에라 베이 벤처스가 넘어야 할 산이라면······.’


Titan Global Enterprises


무려 타이탄 글로벌 엔터프라이즈다.

시에라가 주력으로 삼는 고급 소비재와 식자재를 시작으로 대형 가전과 더불어 글러벌 물류 및 유통까지 담당하는 기업.


‘······사실 시에라는 타이탄을 벤치마킹한 기업이니까.’


하지만 시에라 베이 벤처스의 자료를 파악한 현재.

이곳은 벤치마킹에 성공했으나 그 이상의 강점을 찾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시에라 베이 벤처스가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건 타이탄에 비해 고급 식자재의 가격 책정을 조금 낮추었기 때문이다.


‘순이익은 떨어질 수밖에 없지.’


분명 한계가 있는 기업이다.

기업가치 상승이 어디까지 치솟고, 한계선이 어디인지 책정하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니 저 둘의 말은 모두 옳다고 할 수 있었다.


‘차라리 빛이라도 판별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심지어 시에라 베이 벤처스의 자료에서는 빛이 나타나지 않았다.

붉은빛이든 푸른빛이든.

뭐라도 보였다면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을 테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인지라 나 역시 난감했다.

하지만 왕관을 썼으면 그 무게를 견디라는 말이 존재하듯.

나 역시 지금 상황에 당황하기만 하지 않고 생각을 정리한 채 결론을 내렸다.


“우선 직접 가보죠.”

“예?”

“직접··· 가자고요?”

“네.”


어차피 샌프란시스코.

길어야 5시간이면 도착할 거리의 도시인데 여기 모여 탁상공론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주식을 매수하는 거라면 모를까, 상장하지 않은 기업에 투자를 결정하는 일이니 앉아서 말씨름만 하는 건 시간이 아깝지.’


무엇보다 고급 식자재와 고급 주류 유통이 주력인 기업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두 사람보다 벤저민이 더 잘 알 거 같은데?’


아파트 한 채를 손목에 걸고 다니는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

벤저민과 함께라면 판단이 더욱 쉬워질 게 분명했다.




* * *




샌프란시스코의 3월은 시카고와 판이했다.

시카고가 겨울이라면, 이곳은 가을 날씨와 비슷했달까.

그래서인지 공항에 도착한 직후 맥킨지 삼인방은 두터운 코트를 가볍게 벗으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역시 샌프란. 3월은 이래야 제맛이지.”

“어디 갈까요? 유니온 스퀘어? 차이나타운?”

“도미니크. 샌프란 하면 당연히 금문교지.”


마치 관광객이라도 된 것처럼 말하는 그들의 모습에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저희 놀러 온 거 아닙니다.”

“맞는데?”

“맞아요. 미스터 강이 업무차 방문한 거지 저희는 놀러 온 거 맞습니다.”

“그렇지, 그렇지.”

“······.”


물론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만, 이 사람들이 누굴 호구로 아나.


“맥킨지에 보고해도 됩니까? 분명 클라이언트 미팅이라고 말하신 거 같은데······.”

“······.”

“······.”


그제야 입을 꾹 다무는 삼인방을 확인했다.

이내 토라진 듯 입술을 쭉 내미는 도미니크를 보며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근데 샌프란 정도면 많이 왔을 거 아니에요? 거리도 가깝고, 이쪽에 클라이언트도 많을 텐데.”


그러자 도미니크가 답하길 일 때문에 방문하는 것과 관광차 방문하는 건 느낌 자체가 다르단다.

그러니 뭐 어쩌랴.


“그럼 이번에도 일이라 생각하시고 힘내자고요.”

“아, 예.”

“······뭐 그럽시다.”


다들 나이 40 이상 먹고 털레털레 뒤따라오는 게 조금 서글프기는 했다만 그러한 감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시에라 베이 벤처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운영하는 고급 식자재 마트, 고르메이 헤이븐에 도착한 순간 맥킨지 삼인방의 눈이 돌아가 이것저것 주워 담기 시작한 탓이다.


“미친. 도미니크! 이것 봐! 오퍼스 원 2016도 있는데?”

“여기 샤토 페트뤼스······!”


대충 눈에 보이는 걸 대충 골라잡아 확인한 와인의 가격이 대략 12,000달러.

와인만 그러한 것도 아니다.

나는 여기 와서 처음 알았다.

그램당 1달러가 넘는 치즈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말이다.


“와. 무슨 치즈 하나가······.”


어떻게 작은 원통 하나에 담긴 게 1,000달러냐고.

순간 너무 놀라 말을 잇지 못하길 몇 초.

이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건 카트에 가득 담긴 와인과 위스키였다.

뒤이어 세 쌍의 눈동자가 나를 향했고, 대표자인 벤저민은 덤덤히 입을 열었다.


“우리도 출장비는 챙겨야지.”

“······어떤 미친 변호사들이 출장비로 10만 달러를 담습니까?”


이 사람들 진짜 미친 건가.

나는 가볍게 정말 사고 싶은 것 한두 개만 남겨두고 도로 가져다 놓으라고 통보했다.


‘대체 돈도 많이 버는 사람들이 왜 이런 거냐고.’


공짜 좋아하면 머리가 빠진다던데.

벤저민을 보면 딱히 그런 거 같지도 않았다.


“흐음. 대체 뭘 고르지······.”

“벤저민. 이렇게 하죠. 제가 와인을 고를 테니 벤저민이 위스키를 담고, 그럼 로버트는······.”

“오오!”


변호사나 되는 사람들이 머리를 모은 채 좋은 주류 조합에 집중할 때.

나는 그들을 뒤로하고 터벅터벅 걸음을 옮기며 마트를 살폈다.


‘분명 고급스럽기는 한데······.’


인테리어도.

식자재도.

그리고 주류까지.

무엇 하나 빠짐없이 고급스러움 그 자체였지만, 이곳에 투자를 결정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었다.

다른 것보다 현재 시각에 방문한 손님의 수가 가장 큰 문제다.


‘우리를 제외하고 한 열 명 봤던가.’


한창 장을 볼 시간에 방문했는데도 이 정도이니 일일 방문객이 몇 명일지 감이 안 잡힐 지경이다.

생각해 보면 이 정도 고급 식자재도 요즘 같은 세상에는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는데, 구태여 직접 찾아와야 하나 싶기도 했고.

그렇게 투자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저물던 시점.

내 눈을 사로잡은 건 한쪽에 자리한 정육 코너였다.


“음?”


미트 디스플레이 케이스에서 자신의 선홍빛을 뽐내는 고기들 사이.


“아.”


홀로 붉은빛을 띠고 있는 무언가를 확인하며.


‘······저거네.’


나는 시에라 베이 벤처스를 대체할 투자 종목을 찾아냈다.


작가의말

n7**** 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소설재벌 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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