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구매 후 인생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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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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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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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구매 후 인생 역전 - 2화

DUMMY




‘도대체 뭐였지?’


이곳이 사막 지역인지라 정말 신기루라도 봤나 싶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타오르듯 일렁이던 붉은빛을 이해할 수 없었고, 순식간에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것도 상식 밖의 현상이었으니까.


툭.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멍하니 있자 제임스의 주먹이 어깨에 맞닿았다.


“그만 가자고, 준.”


성준이란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듯 준이라 줄여 말하는 제임스.

나는 그제야 정신 차렸다.


‘시차 부적응 같은 건가.’


이내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를 뒤따랐다.

주차된 트럭들이 꽤 많았던 것처럼, 우리가 도착한 장소에는 얼추 스무 명은 될법한 사람들이 자리한 상태였다.

백인, 흑인, 히스패닉.

다양한 인종 사이에서 아시아인으로 보이는 참가자는 내가 유일했다. 그래서인지 나를 향한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았다.

이게 인종차별인가 싶던 상황에 제임스의 목소리가 들린다.


“걱정하지 마. 여기 레이시스트는 없으니까.”

“저 사람은 너무 째려보는데요?”

“여기 다 장사꾼들이야. 경쟁자 한 명 더 늘어났는데 좋게 보는 놈이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 돈 많은 아시아인이라면 더욱 그렇고.”


차별이 아닌 편견 정도려나.


‘어차피 친목 다지러 온 것도 아니고 신경 쓸 건 없지.’


제임스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이들 모두가 경쟁자일 뿐.

먼저 다가와 편히 말을 걸어주던 제임스도 마찬가지다.

뒤늦게 도착한 창고 관리자와 경매사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한 순간 제임스와의 대화는 뚝 끊어졌다. 자신 역시 경쟁자라는 사실을 인지시켜 주는 깔끔한 태도였다.

이어 도착한 첫 번째 창고.

크기는 10x10.

피트로 측정하기에 대략 3x3미터의 넓이였다.


드르륵.


철제로 이루어진 셔터를 올리자 태양이 어두운 내부를 밝혔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구태여 조명을 켤 이유는 없었다. 아니, 밤이었어도 안 켜도 됐을지 모르겠다.


‘저렇게 가득 쌓아뒀는데 전등을 켠다고 뭐 달라지려나.’


내부에 가득 쌓인 잡동사니들.

한쪽 구석에는 천장까지 올라간 박스들이 보였다. 이건 뭐 테트리스도 아니고 어떻게 꾸겨 넣었나 싶을 정도다.

나의 경쟁자들은 모두가 눈을 빛내며 내부를 살폈다.

평범한 미국의 스토리지 유닛 옥션이니만큼, 내부에 들어가 직접 물건을 확인해 가며 진행할 수 없는 경매다.

그저 감.

혹은 맨눈으로 손쉽게 확인 가능한 상품의 가격을 측정하고 계산하여 낙찰받는 방식인 셈이다.

대략 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니 곧장 경매가 시작됐다.

시작가는 10달러.

가볍게 손을 들어 가격을 올리는 이도 있었고, 고개를 끄덕이며 참여하는 이들도 있었다.

나 역시 손을 들어 경매에 참여했다.


“120달러. 더 있습니까?”


내가 들어갔던 가격은 120달러.

하지만 1초도 지나지 않아 경쟁자가 참여하며 몇 번의 공방 끝에 200달러를 넘어섰다.


‘여기서 포기.’


꽤 잘 팔릴듯한 깔끔한 외관의 사다리나 지게가 있었고, 가득한 상자들을 파보면 손쉽게 이익을 챙길 것 같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다.


‘현지인도 아니고 저거 다 골라내고 팔려면 시간도 오래 걸릴 것 같단 말이지.’


내 경매 전략과 정반대인 탓에 깔끔히 포기했다.

현재 미국에서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은 고작 90일.

꿈에 바라던 경매 참여를 많이 즐기기 위해서는 최대한 적은 물량으로 높은 이익을 추구해야만 했다.

매번 지금과 같은 대량의 내용물을 저장해둔 창고를 구매한다면 90일이 아니라 최소 반년은 체류해야 할 거다. 세금 문제도 복잡해지고 괜히 문제가 생길지도 몰랐고.

그런 이유로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건 내 전략에 상응하는 창고 자체가 너무나 드물었다는 점이다.

미국의 창고를 너무 얕봤다.

아니, 개인 창고를 임대하는 미국인들을 너무 얕봤다.


‘이건 뭐 쓰레기장이야? 얘네들은 미니멀리즘이란 게 없어?’


도대체 적당한 수준으로 물건을 쌓아둔 창고가 나오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창고가 매물로 나온다는 거 자체가 임대료를 지급하지 못한 상태라는 소리인데, 창고 임대료조차 내지 못하는 이들이 집 관리를 제대로 할 리 없었다.

실상 대부분이 월세를 내지 못한 채 기존의 물건들을 창고에 몰아넣고 여기저기 전전하다 창고 임대료마저 체납하고 경매에 넘겨진 경우가 태반이라는 뜻.

이런 하자 매물 사이에서 보물을 찾아내는 건 쉽지 않았다.

족히 1시간.

뚱한 표정으로 불만족스럽게 지켜본 경매는 어느새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윽고 우리가 멈춰 선 창고는 ‘그 창고’다.

붉은빛이 일렁였던 그 창고.


“여긴······.”

“어디 초심자의 행운이 실존하는지 확인해 볼까?”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제임스가 어깨에 팔을 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의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드르륵─


조심스레 올라간 셔터의 뒤로, 어째서인지 휑한 창고의 내부 때문이다.

그냥 휑하다면 모를까··· 창고에 자리한 물건이라고는 냉장고 하나가 전부다. 심지어 외관만 봐도 족히 20년은 넘은 듯한 구형 냉장고.

제임스도 어이가 없었는지 헛웃음을 날렸다.


“허허. 이게 현실이라고, 준.”

“인정은 하는데 이 창고 너무한 거 아닙니까?”

“너무할 게 뭐 있나? 쓸모없으면 유찰되고 끝날 문제인데.”


그렇긴 한데······.


“저런 구닥다리 빨강 냉장고 하나라니.”


그러자 제임스가 고개를 기울이며 되물었다.


“자네 혹시 색맹이야?”

“예?”

“색맹이냐고.”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냥 평범한 흰색 냉장고잖아. 먼지가 가득 쌓여서 하얗다고 부르기는 뭐하지만.”


대체 무슨 소리냐 묻기도 전에, 갑자기 냉장고가 일렁였다.

아까 보았던 현상과 같다.

그저 빨간색이라 느꼈던 색상이, 어느새 붉은빛으로 변해 일렁이기 시작했다.


‘진짜 안과 가야 하나?’


아니면 정신과를 예약해야 하나?

이것 또한 전과 다를 바 없는 생각이다.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이번에는 붉은빛이 계속 일렁이며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이하고 신비로우며, 또한 두렵기까지 한 기현상.

다만 너무 현실적인 붉은빛의 일렁임에 쉬이 발을 뗄 수 없었다.


‘저게 환상이라고?’


당연히 환상이겠지만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는 법.


‘일단 낙찰받자.’


어째서인지 나를 부르는 듯한 그 모습에 곧장 손을 들었다.

시작가는 이전과 다를 바 없이 10달러.

하지만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고작 두 명에 불과했다.

곱슬머리가 유난히 눈에 띄는 흑인은 내가 10달러로 출발하자마자 곧장 20달러로 따라왔다. 도대체 저 냉장고 하나 있는 창고를 저 사람은 왜 구매하냐 싶었는데, 내 표정을 읽은 제임스가 설명했다.


“마크라고, 우리 중에서 손기술이 제일 뛰어난 놈이거든. 아마 고쳐서 판매할 생각이겠지. 까보니 멀쩡하면 더 좋고.”


구형 냉장고라도 고작 3, 40달러에 구매해 돈 안 들이고 고칠 수 있으면 못 살 것도 없겠지.

하지만 그것도 적당히 오래된 냉장고에 한해서다.

곱슬머리 마크는 내가 50달러에 손을 들자 멈칫하며 고민했다.

제임스는 저런 냉장고에 50달러나 태우냐며 헛웃음을 짓다가도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한 지폐 하나를 꺼내 내게 건넸다.


“선택한 창고는 행운과 거리가 멀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행운의 2달러랑 합치면 다를지도 모르지. 어이, 마크. 여기 꼬맹이는 52달러인데 어떡할래?”

“꺼져, 제임스.”

“저번에 나한테 졌다고 그러기야? 오늘 막 자유로운 미국 땅을 밟은 친구한테 꺼지라니.”

“옆에 있는 동양인 말고 너 새끼, 너 꺼지라고.”


왜 자기 돈까지 써가며 행운을 빌어주나 했더니, 그냥 나 이용해서 사이 안 좋은 놈 약 올리고 싶은 거잖아.

그래도 결과는 좋았다.


“고쳐 팔 수 있으면 어디 해보라고.”


마크가 등을 돌린 채 멀어졌다.

그게 만족스러웠는지 제임스는 키득거리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고마워, 친구.”

“제가 더 감사하죠. 그래도 첫 경매인데 50달러로 하나 낙찰받았으니.”


그러자 경매사가 다가와 입을 열었다.


“50달러가 아니라 52달러.”

“······.”


누가 봐도 장난스러운 2달러 투척이었는데 그것까지 가져가려 하다니.


‘자유의 나라 참 대단하네.’


이 정도면 합법적 강도 아니냐고.




* * *




모든 경매가 끝난 뒤.

사무실로 모여 간단한 서류 작성을 마치며 2시간 이내로 물건을 빼달라는 안내를 받았다.

나야 뭐 여유롭다.

고작 냉장고 하나 옮기면 될 일인데 2시간까지 걸릴 것도 없지. 문제라면 물건 가득한 창고를 낙찰받은 사람들이었는데, 제임스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모두가 한정적인 시간을 받는 건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하루 정도 여유로운 시간을 받는 경우가 많다나.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여유로울 수 없는 건 사실이다. 내 옆에서 쉬지 않고 말을 내뱉던 제임스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도 그래서였고.

이내 홀로 냉장고 앞에 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먼지를 털었다.


“아우, 크흑.”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쌓인 건지 자욱한 먼지가 허공을 떠다니다 바닥으로 추락했다.

심지어 이 냉장고······ 안 열린다.


“으으으윽···!”


아무리 힘을 줘도 안 열린다.

어떤 미친놈이 강력 접착제라도 발라둔 건지, 도대체 왜 안 열리는지 모를 정도.

그 이유는 몇 분간 낑낑대다 지쳐 무릎을 굽힐 때야 발견할 수 있었다.


“······자물쇠?”


이걸 왜 이제 발견했나 싶을 정도로 큼지막한 자물쇠가 걸려 있다.

냉장고의 중간 지점. 먼지가 너무 쌓인 탓에 거의 고체처럼 뭉쳐 있던 게 알고 보니 자물쇠였다. 고작 냉장고를 왜 이런 자물쇠로 잠가놨나 궁금증이 동했다.


‘혹시······?’


시체?

다른 곳도 아니고 미국이니까 괜스레 걱정되어 코를 가까이 가져가며 킁킁댔다.

딱히 악취 같은 건 없었다.

이게 뭐 24시간 전기를 돌리며 가동됐던 냉장고도 아니고, 정말 그런 게 있었다면 악취 때문에 가까이 접근도 못 했겠지.


‘그게 아니면 도대체 뭐지?’


다행히도 혹시 몰라 챙겨온 절단기가 있어 확인은 어렵지 않았다.


쿵-


발을 빼며 바닥에 떨어진 자물쇠를 피한 채 조심스레 냉장고를 열었다.

이내 보이는 건 가득 쌓인 누군가의 얼굴이다.


“······.”


너무 놀란 나머지 황급히 문을 닫았다.


콰아앙──


‘저게 뭔데 시발.’


그게 진짜 사람 얼굴이냐?

당연히 그건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얼굴이기도 했다.


‘벤자민 프랭클린.’


100달러 지폐 앞면에 그려진 벤자민 프랭클린의 얼굴이 가득한 냉장고 내부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어 살며시, 정말 조심스레 냉장고 문을 살짝 열어 틈새로 내용물을 확인했다.

역시나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저게 다 얼마냐······?’


나처럼 평범한 소시민이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가득한 지폐 뭉치들.

도통 알 수 없는 지폐의 존재에 가슴이 뛰었다.

보물을 발견했다는 기대감과 함께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게 아니다.


‘범죄 수익?’


마약이나, 헤로인 이런 거?

다른 나라도 아니고 미국이니 그 생각이 먼저 떠올랐고, 사실상 두려움에 뛰기 시작한 심장인 셈이다.

하지만 나 역시도 사람이다.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더욱 큰 사람.


‘일단··· 얼만지 세볼까?’


경찰에 연락하는 건 그다음 문제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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