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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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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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DUMMY

얼마나 도망쳤을까.

거대 곰을 따돌렸단 생각이 들자, 여기가 어딘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분명 출발지도 알고, 목적지도 알고 있었다.

아니,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여기가 도대체 어디지?’


길을 잃었단 사실을 확실하게 자각한 탈레스는 털썩 주저앉았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바람에, 괴수의 손아귀에서 도망쳤다는 안도감도 같이.


“아, 시벌. 이 미끈미끈한 건 또...”


탈레스는 말하다 멈추었다.

그의 손에 미끈거렸던 느낌은 바닥, 축축한 대지가 아니었다.

그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릿느릿 탈레스의 손을 피하는 것 같았으니까.


“뭐...이건 또 뭔데...”


탈레스는 침을 꼴깍하고 삼켰다.

미끈거렸던, 차갑던 그건 어떤 생명체의 꼬리였다.

손을 활짝 벌려야 겨우 잡을 수 있는, 그러한 크기의 몸은 일직선으로 나아가며 매우 굵어졌다.


“개시발! 이 막장 세계는 뭐야. 뱀이 뭔...너 아나콘다냐?”


언젠가, 어릴 때 구렁이가 엄청나게 커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무를 죄다 휘감고 내려볼 정도라고.


그리고 아나콘다란 뱀, 그건 지구에서 가장 큰 뱀이라고 티비에서 본 것 같았는데, 이건 더한 것 같았다.

칙칙한 갈색 피부와 검은색 점이 곳곳에 박혀 있는 등, 노랗고 하얀 아래 몸통.

적당한 아파트만큼 긴 길이에, 대형 화물차보다 더 굵은 것 같은.


뭘 쳐먹었는진 몰라도 배가 불룩한 그것은 느릿느릿하게 살짝 움직인 그것은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시발. 뒤질뻔했네. 뭐 쳐먹고 쉬는 중이었구나.”


탈레스는 신속하게 그것에게 거리를 두려, 발을 움직였다.

곰에게서 도망친 반대 방향으로, 그리고 이 정체 모를 뱀, 이것과 멀어지는 쪽으로.


“허.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오네. 여기 세상 숲은 괴수들이 사는 곳인가.”


딘이 숲에 대해 이런 이야기 해준 적이 있긴 하다.

칼디아 왕국이 레인져를 따로 두고 나라 전역에 잡다한 것들을 사냥하는 것과 달리, 시그나 연합의 도시국가들은 자기 도시 주변만, 그것도 사람이 꽤 죽고 나서야 잡는다고.


‘그래서 무서워한 거였구나. 레인져란 새끼들은 저런 놈을 사냥하고 다닌단 말이지...’


딘이 죽여버렸던 두 명.

그것이 탈레스가 본 최초이자 마지막 레인져였다.

굉장히 허무하게 죽어버린.


탈레스는 그들에 대한 인식을 크게 정정했다.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던 딘이, 왜 그렇게나 그들을 경계했는지, 숲에 동물들을 보고 나서 이해가 됐다.


“진짜, 시발. 이거 어떻게 생겨 먹은 세계길래. 어디로 가야 해. 시발. 또 뭐가 튀어나올까 무섭다.”


탈레스는 처음, 이곳에 떨어졌을 때 대형 동물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단 사실이 굉장히 운이 좋았던 거란 걸 깨닫고, 인간 사냥꾼 놈들이 자기 목숨 내놓고 일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숲은 인간에게 호의적이지 않았으니까.


‘아씨. 왔던 길로 갈 수도 없고. 그냥 가야 하나.’


탈레스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몸은 잔뜩 움츠린 채, 손에 너클과 그레이 클로를 장착한 채로 나아가며.


이름 모를 이 숲은 광활했다.

이틀에 걸쳐 걸었건만, 계속 숲만 나왔을 정도로.

다행히 그런 대형 동물과 마주치진 않았다.


“신화에 나온 괴수 이야기가 실제였네. 저 만 한 걸 인간이 혼자 잡으면 영웅 맞지. 시발, 진짜 미친 것 같다.”


탈레스는 잘 땐 나무 위로, 걸을 땐 주위를 꼼꼼히 살피는 등, 경계의 끈을 놓지 않았다.

처음 본 거대 동물의 충격은 쉽게 가시질 않았다.


‘레인져도 잡는 생물이니까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냐. 찢겨나갈 거야. 그 크기를 생각해.’


탈레스가 거대 괴물에 대해 생각하고 걸어가는 사이, 어느덧 작은 흉터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몸을 회복했다.

그리고 무언갈 발견했다.


조금 특이한 풍경이었다.

울창한 숲과 어울리지 않게 인위적으로 만든 돌기둥이 솟아 있고, 그 가운데, 그러니까 원형의 돌기둥 안 바닥은 피로 젖어있었다.

어디서 보았던 문양과 함께.


탈레스는 아직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피 냄새를 맡고 경계를 강화하며 주변을 살폈다.

문양도 그렇지만 꼭 그것이 아니어도, 이건 인간이 한 짓이란 확신이 들었다.


‘숲과 어울리지 않는, 무슨 의식을 치른 터 같이 생긴 곳, 거기에 피가 가득 고여 있다라...’


탈레스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딘이 준 마지막 선물, 단단해 보이는 너클이 반짝였고.


피가 가득 있던 것과 달리, 주위에 다른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근처에 수상해 보이는 동굴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모양도 특이한.


“무슨. 천공기로 뚫은 동굴 같은데. 자연적으로 생긴 것 같지 않아.”


탈레스는 동굴을 기웃거렸다.

프리덴 노예 시절, 동굴에서 꽤 지내서 그런지 어두운 곳에서 제법 잘 보였다.


‘프리덴에 지하 감옥이랑 비슷한 느낌인데. 이 안에 사람이 있을까.’


탈레스는 갈등에 빠졌다.

괜한 위험을 사는 짓이 아닌가 하고.

이 세계에서 배운 법칙 중 하나는 호의를 쉽게 베풀면 안 된다는 것이었으니까.

모르는 이를 위해 예측 불가한 위험을 굳이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찝찝하단 말이지.’


밀, 잭처럼 억울하게 끌려와서 죽는 이가 없다고 생각하긴 힘들었다.

직접 그런 일을 당해본 당사자로서.


‘에라. 위험하면 튀는 걸로 하고.’


탈레스는 조심스럽게 걸었다.

딘이 자주 하던, 일명 쉐도우 워킹.

소리 없이 그림자만 지나간다고 딘이 스스로 붙인 자기 기술이었다.


‘그래봤자 그냥 좀도둑이 발소리 죽이고 몰래 걷는 게 다지만.’


그렇게 조용하게 나아간 동굴, 그곳에 얼마 가지 않아서 큰 공동이 하나 나타났다.

딱히 특이한 점, 기묘한 문양 같은 것은 그곳에 없었다.

대신 들어온 길을 기점으로 여섯 갈래의 또 다른 입구들이 보였다.


‘여기가 구역을 나누는 중앙 지점인가 보네. 내가 들어온 곳이 정문 출입로고.’


탈레스는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기울였지만, 여섯 개의 입구 중 어디에 사람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무 소리도, 보이는 것도 없었으니까.


일자로 만들어진 정문 출입로와 달리, 첫 번째 입구의 길은 구불구불했다.

그래서 처음처럼 슬쩍 들여다보는 것으로 멀리까지 내다보기가 힘들었다.


‘여기서부턴 노예들을 시켜 판 것 같은데. 길도 일부러 이렇게 만들고.’


그렇게 나아간 곳엔 자기가 있었던 지하 감옥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생활 공간이 나왔다.

길이 끝나고 나온 거대한 공간이었는데, 끝에는 큰솥과 조리 기구가, 가운데는 식탁과 의자로 추정되는 돌로 만들어진 가구가 있었다.


“컵부터 그릇, 다 돌이네. 식기는 금속 같은데.”


탈레스는 중얼거리며 주변을 마저 살폈다.

여긴 아무리 봐도 밥 먹는 곳이었다.

지금은 텅 비어 있는.


‘횃불도 마법이네. 여기 뭐 있긴 있다.’


프리덴의 지하 감옥, 그곳에 있던 마법 횃불과 거의 같은 것이 여기 벽 곳곳에 걸려 있었다.

탈레스는 뭐 하나 건드리지 않고 처음 들어간 곳, 식당을 나왔다.

다음 들어간 곳은 사육장 같았다.

무슨 약에 취한 듯, 다 자고 있었지만.


“곰부터 늑대, 거대 곤충에, 별걸 다 모아놨네.”


탈레스는 여기도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나왔다.

진짜로 감옥에 갇혀있는 생물을 건드리고 싶진 않았다.

무슨 말벌 같아 보이는 게 자기랑 덩치가 똑같았으니까.


“미친 세계야. 나랑 같은 크기의 말벌이라니.”


탈레스가 중얼거리며 나아간 다음 장소는 침소 같았다.

돌침대, 돌베개, 적당히 덮는 천까지.

2층 침대에서 3층 침대까지 다양하게 만들어진 잠자리였다.


‘이제 절반인가.’


다음 탐색 지점은 무슨 훈련장 같았다.

알 수 없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허수아비, 그리고 의식용 제단 같은 것과 정체 모를 책들이 즐비했다.

탈레스는 몇 권을 뽑아 읽으려 했지만, 할 수가 없었다.


‘언어가 달라. 이거 칼디아 왕국이나 시디아 연합에서 쓰는 글자가 아냐.’


탈레스는 그대로 그것을 놓아두고 다음 장소로 나아갔다.

그리곤 발을 멈췄다.


“아? 뭐...뭔.”


탈레스는 얼굴을 붉혔다.

더럽혀져 있긴 했지만, 나신의 여인이 기둥에 묶여 있었으니까.


여긴 감옥이었다.

프리덴의 감옥과 달리 한꺼번에 가두는 공동 감옥.

이곳 가운데 기둥에, 금빛 머리칼에 날씬한 몸매, 그리고 오뚝하고 매끄러운 피부의 여인이 묶여 있었다.

바닥엔 기둥의 여인과 마찬가지로 죄다 벗겨진 남녀가 널브러져 있었고.


이들 모두는 눈을 감고 잠든 듯 보였다.

탈레스는 홀린 듯, 감옥 문을 열고 기둥으로 나아갔다.


“예...예쁘다.”


여기 와서 처음 보는 아름다운 여자였다.

거기다 홀딱 벗은.

탈레스가 정신 못 차리는 사이, 어두운 그림자들이 다가왔다.


“넌 뭐지? 어떻게 들어왔지? 표식을 보여라. 우리 교도란 걸 보이지 않으면 죽이겠다.”


탈레스는 등 뒤로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시꺼먼 두건 망토를 입은 사내 셋이 탈레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손엔 알 수 없는 빛이 나고 있었고.


“마법? 손에 그건 뭐야.”


탈레스는 처음 보는 신기한 것에 놀라 말했다.

그들은 각각 손에 빛이 나는 구체를 들고 있었는데, 그건 살아있는 것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마법 처음 보나? 촌놈인 것 같은데.”

“멍청아. 집중해. 여길 알아채고 결계까지 뚫고 들어온 놈이다. 적이라면 보통 놈이 아냐.”


셋은 서로 속닥거리며 표식을 보일 것을 재촉했다.

물론 탈레스는 그런 게 없었다.


“표식이란 게 뭐야. 그리고 이 사람들은 왜 홀딱 벗겨서 이렇게 있지? 바깥 돌기둥의 피와 너희랑 상관 있나?”


탈레스 역시 경계를 늦추지 않고 말했다.

손에 들린 게 신기해서 잠시 풀었지만, 이들의 정체는 역시나 수상했다.


“너 우리 교도가 아닌 거냐? 그럼 도대체 어떻게 들어온 거지? 보통 놈들은 아예 발견조차 못 할 텐데.”

“시끄러! 저놈 죽인다. 철저히 경계하라고 하셨었잖아. 어젯밤에 과음하는 게 아녔는데.”


저들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손에 있던 것을 탈레스에게 던졌다.

오른손으론 기묘한 단검을 꺼내, 뛰어들면서.


콰 – 앙.


날아간 구체는 탈레스가 피한 덕에 벽면을 강타했다.

그리곤 큰 폭발과 함께 동굴에 큰 충격을 주었고.


“우와. 시발. 진짜 마법이네. 에네르기파 같은 것도 쓸 수 있나?”


탈레스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달려오는 이들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들은 왼손에 파란 구체를 다시금 날리며 접근했다.

오른손에 들린 검은 웅웅 소리를 내며 검고 붉은 연기를 피웠고.


콰 – 앙


또 폭발음이 세 번 일었다.

셋이 던진 폭발 마법? 뭔지 알 길은 없지만 그 구체의 위력은 상당했다.

배구공보다 조금 더 작은 크기의 구체가 집채만 한 구멍을 냈으니까.


‘시발. 존나 멋있네. 나도 쓰고 싶다.’


탈레스는 그 자리에서 기탄이란 기술 이름을 붙여주었다.

연사가 안 되는 거 봐선 떠올렸던 거랑 좀 다르긴 하지만, 뭐 마땅히 붙일만한 이름도 생각이 안 나니까.


“뭐 하는 놈인진 모르겠지만, 조용히 잠들어라.”


한 놈이 척 보기에도 불길한 기운이 풀풀 풍기는 검을 들이밀며 말했다.

탈레스는 그때가 되어서야 알 수 있었다.

저들이 날린 마법은 셋이 탈레스를 포위하기 위해서, 그리고 저 단검을 찔러넣기 위한 위협에 불과 했단 걸.


‘시발. 저 칼은 뭔데. 저주 걸린 검?’


탈레스는 그레이의 마법 검, 그것을 크게 휘둘렀다.


챙 -


칼과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며 단검을 든 이들이 모두 엎어졌다.

탈레스의 휘두르는 힘이 워낙 강한 나머지, 그대로 밀린 탓이었다.


“시발! 기사다!”

“결계를 뚫고 온 놈이 무식하기 짝이 없는 기사란 게 말이 되냐!”

“시발, 그러면 우리 공격을 쳐낸 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


저들은 탈레스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하며 굴렀고, 자기들끼리 입씨름을 멈추지 않았다.

그 사이 적이란 걸 확실히 인식한 탈레스는 마무리하기 위해 왼손에 너클을 끼우고 오른손엔 그레이의 검을 들었다.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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