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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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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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DUMMY

탈레스는 곧장 그레이의 클로 검으로 엎어진 한 놈의 심장을 찔렀다.

찔린 놈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움직임을 멈췄다.

남은 두 놈이 벌어진 일을 알아채기도 전에, 탈레스는 빠르게 땅을 박찼고, 빛나는 너클을 낀 주먹이 다른 한 놈의 머리를 부수어 버렸다.


“허...헉. 살려주십쇼. 원하시는 건 뭐든 불겠습니다.”


하나 남은 놈은 불길한 기운이 풍기는 단검을 내던지며 말했다.

상황 파악이 빠른 놈이었다.


“빠른 태세 전환 좋아. 일단, 방금 나눈 대화부터. 기사니, 검을 쳐낸다니, 그게 뭔 소리야?”


탈레스의 질문에 녀석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저기, 저희를 말살하러 오신 분이 아니신 지요? 혹시 여기 갇힌 사람들을 구하러 오셨나요?”


도리어 놈이 던지는 질문에, 탈레스는 대답 대신 눈살을 찌푸리며 주먹을 들었다.


“대답, 대답하겠습니다. 묻지 않겠습니다. 그 저희가 쓰던 이 검은 강력한 주문 검으로 일반 금속은 그냥 다 벨 수 있습니다.”

“특수한 기운을 담지 않고선, 일반 칼 막듯이 저희 공격을 튕겨낼 수 없습니다.”


탈레스는 연이어 질문했다.

놈은 성심성의껏 말했지만, 어쩐지 갈수록 아무것도 모르는 촌놈 취급하는 모양새가 역력해졌다.

물론 그때마다 주먹을 치켜들어 태도를 고쳐주었고.


“그니까 여기가 너네 성지 중 하나란 거네? 지금 너희는 실험 중이고.”


탈레스는 계속 심문을 이어서 궁금증을 해결하려 했다.

일단 그들이 던지는 구체는 확실히 마법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놈 말론 아주 기초적인 마법이라나.

이 세계엔 마법이 실제로 존재했다.

다만 아주 아쉽게도 탈레스가 쓰는 법을 배우기엔 무리가 있었지만.


보통 마나란, 판타지에서 종종 듣는 그런 특수한 기운을 담을 수 있는 몸이 아니면 사용 못 한다고.

마법이란 것과 거리가 먼 세계의 탈레스에겐 아무 의미 없는 내용인 셈이었다.


다음으로 이들은 미라클이라 불리는 종교의 사제였다.

이해하기 좀 난해했지만, 대충 정리하면 세상을 제물로 바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는 사상을 가진 사이비 미친놈들 집단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모아오고, 이렇게 의식을 치른단 말이지?”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식을 통해 입구를 열고 이 세계로 신이 강림할 수 있게 해준다나.


“소환인가? 신? 무슨 신인데?”


탈레스는 본인도 타 세계에서 소환된 만큼 내용이 더 궁금했다.

프리덴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었고.


지구라면 미신이라 치부하고 끝날 일이었지만, 여기선 아니니까.

아까 순종적인 태도와 달리 사제가 우물쭈물하며 말을 아꼈다.

탈레스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그레이 칼을 들었다.

그 칼이 녀석의 발목을 향할 때였다.


“저기. 왕국에서 오신 분인가요?”


청아한 목소리가 탈레스의 귓가에 퍼졌다.

그 소리의 근원엔 기둥에 묶인, 나신의 여자가 있었고 탈레스는 홀린 듯 그녀를 구했다.


“감사드립니다. 저는 칼디아 왕국의 칠왕녀 이올린 프리기아입니다. 제가 귀하를 알 수 있는 영광을 주실 수 있는지요?”


이올린은 급하게 죽은 사제의 옷, 두건 망토 하나를 걸치고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비록 얼굴은 붉게 물들었지만, 목소리에 떨림도 없고 당당했다.


탈레스는 당황스러웠다.

말투도 그렇고, 태도 그렇고 뭔가 우아했다.


‘아우씨. 예쁘니까 그냥 다, 뭘 해도 다 아름답네.’


도리어 탈레스가 손을 달달 떨며 침을 삼켰다.

지구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본 적이 없는데, 진짜 티비에서만 보던 것 같은 그런 연예인 실물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아...저, 네, 아 그러니까...”


탈레스는 얼굴을 붉히고 말을 더듬었다.

그때 심문을 받던 사제 놈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시발. 이년이 도망치면 나도 죽는다. 개시발, 까짓거.”


눈알을 굴리고 있던 놈이 탈레스를 향해 갑자기 마법을 쏟아부었다.

왼 손가락에서 미사일 같은 것이 뿜어져 나왔고, 오른손엔 아직 이름을 듣지 못한 긴 레이져 같은 게 일직선으로 뻗어 나왔다.


“와. 시벌. 이번엔 기공포냐. 개쩌네.”


탈레스는 감탄하며 이올린이란 여인을 끌어안으며 옆으로 피했다.

뒤이어 날아온 매직 미사일은 굴러서 피했고.


쉐 – 엑


비수 하나가 하늘을 날았다.

사제는 목을 움켜잡고 비틀거리다 곧 쓰러졌다.


“굉장하시군요. 미스트랄의 마법사들은 기사들도 쉽게 못 당해내는데.”


이올린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탈레스는 그저 머리만 긁적였다.


‘시발. 예쁜 여자 앞에만 있으면 두근거려서. 미치겠네.’


어버버하는 탈레스에게 거듭 인사를 올린 이올린은 누워 있는 사람들에게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에우제너. 고생 많았어요. 미안해요. 나 때문에.”


그녀는 죽은 탈레스가 던졌던 작은 검으로 잠든 사람 목을 하나씩 찌르며 저렇게 인사했다.

탈레스는 왕녀란 말을 듣기도 했고, 그보다 이뻐서긴 하지만 어쨌든 껄끄럽지만 이올린을 제지했다.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건 이해할 수가 없었으니까.


“이 사람들 전부 저주에 걸려 있어요. 그래서 지금도 가만히 있는 거죠.”


이올린의 설명은 아주 간단했다.

이 미라클이란 종교는 인간들을 대량으로 구해와 미약이 섞인 증기와 알 수 없는 저주를 건다고 했다.

그 저주는 이지를 잃게 되어 자아가 없어지는 것으로, 주인이 없을 때면 저렇게 시체처럼 되어버리고 주인이 있으면 그 명만 듣는다고 했다.


“아니, 그 말을 나보고 믿으란 말인가요?”


거짓말 같았다.

미치광이 살인마 년이 갑자기 사람들 목에 칼로 꼽으며 하는 말인데, 믿을 수가 있겠는가.


“저희 납치당했어요. 이들은 모두 제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곧 괴물로 태어날 이들이기도 하고요.”


이올린은 차분히 이것저것 설명했지만, 탈레스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아무리 봐도 그냥 잠든 사람이다.

사람들이 이지를 잃고 주인이란 자의 명만 따른다니, 뭔 개 같은 소리인지.


한참 싸운 후에 이올린은 탈레스에게 승복했고 사람들을 죽이는 대신, 한데 모아 놓았다.

탈레스는 그들을 깨우려 했지만, 아무도 일어나는 사람은 없었다.


눈을 벌려보니 동공은 풀려있었고 입에선 침이 줄줄 흘렀다.

마치 영화에서 보던 좀비 같았다.

다만 여전히 심장도 뛰고, 분명 살아있는 사람들이었다.


‘시발. 미치겠네.’


탈레스는 몇 번 노력한 끝에 깨우는 것을 포기하고 이올린과 마지막 방으로 향했다.

이올린이란 여잔 미친년이 분명했지만, 볼 때마다 두근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깨끗한 피부와 도톰하면서도 붉은 입술, 가느다란 목선에 빠져들 것 같은 눈망울까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나올 때 나오고 들어갈 때 들어간 그녀의 몸은 방을 향해 한발 한발 움직일 때마다 탈레스의 몸을 뜨겁게 만들었다.

옷 크기가 안 맞는 탓에 아까 사제의 두건 망토 하나만 걸치고 있는데, 움직일 때마다 뭔가 출렁거렸으니까.


‘돌겠네.’


탈레스는 본인의 욕망이 자신을 딘처럼 만들 것을 경계했다.

딘은 늘 납치해 온 여자를 실컷 데리고 논 후에 창관에 넘겼으니까.


‘난 절대 그렇게 안 된다. 제발. 누리야. 정신 차려라.’


그렇게 둘은 나아갔고 도착한 곳은 특이한 문양이 새겨진 돌문이었다.


“마법으로 잠근 문이에요. 주문을 모르면 열 수가...”


이올린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문은 자동으로 열렸다.


구구구구궁 -


돌문이 먼지를 휘날리며 거대한 소음을 일으켰다.

그리고 활짝 열렸고.


“아니? 어떻게? 당신 도대체 정체가?”


이올린은 동그란 눈으로 탈레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자연스럽게 나온 반말이었다.


“아니, 저기 미안한데, 난 아무것도 몰라. 여긴 그냥 지나가다 들어온 거라고.”


탈레스는 급하게 변명했지만, 그녀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말은 급격히 줄었고 그냥 보기에도 경계의 눈빛이 가득했다.


침묵이 내려앉은 방에서 이올린은 여자 옷, 아마 본래 자기 옷이었던 것 같은데, 그걸 입었다.

실용성이 좋아 보이면서도 비싸 보이는, 꽤 좋은 옷 같았다.


탈레스도 주변을 살폈다.

귀금속 같은 게 나오면 가져가려고.


‘뭐 별거 없네.’


방엔 약탈품으로 보이는 것 조금 하고 책 하나가 다였다.

탈레스가 그 책이 뭔지 다가갈 때였다.


“꺄악! 당신! 뭐 하는 거야!”


이올린은 어디서 주웠는지, 검을 하나 들고서 탈레스를 향해 비명을 질렀다.


“아니, 너 아까부터 왜 자꾸 시비야? 중요해 보이는 방에 떡 하니 책이 가운데 있는데, 안 궁금해?”


탈레스는 이 책이 가치가 꽤 나가서 저년이 저걸 가지고 싶어 하는 건지, 아니면 여기서 나온 물품 분배나 뭐 그런 걸 요구하려는지, 도대체 뭔 생각으로 저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건 그리모어에요. 저주가 담긴 책이라고! 가까이 가기만 해도 위험해요. 정신이 오염되어 버릴지 몰라요.”


이올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고, 탈레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거면 진즉에 말하던가, 아무 말 없다가 지 주울 거 다 줍고 나서 저러기는.

거기에다가 아무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평범한 책이었다.


“너! 왜 자꾸 시비야. 얼굴 믿고 자꾸 까불지 마라.”


탈레스는 투덜거리며 책을 펼쳤다.

이올린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고.


“아니, 저 어두운 기운이 안 보이세요? 지금도 풀풀 날리면서 방을 채우는데.”


이올린의 만류를, 뭔 개소리 하냐는 표정으로 한 번 봐준 뒤 책을 펼쳤다.


“별 내용도 없네. 아니, 애초에 뭔 글자인지 모르겠다.”


그리모어란게 뭔진 모르겠지만, 그걸 펼치는 순간 이올린은 겁에 질린 건지 얼굴이 창백해지고 무릎을 꿇었다.

귀도 틀어막았고.


탈레스는 저 정도면 연기 대상감이라 생각하며 책을 덮었다.

내용을 알 수가 없기에.

전부 처음 보는 문자였다.


‘무슨 수메르 문자처럼 생겼어. 뭔 글자인지 아예 모르겠다.’


탈레스는 책을 놔두고 이올린을 향해 걸어갔다.

그동안 그녀는 숨이 막힌다는 듯 컥컥거리며 토를 했다.


“너...너 도대체 뭐길래...저걸 펼치고도...”


이올린은 숨을 겨우 내쉬며 말했다.

탈레스는 정말로 이 여자가 미친 년인지, 아니면 여기서 얻은 거 뭐 떡고물 좀 더 얻어먹으려고 그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시발. 딘 새끼가 존나 사기를 잘쳤어서 말이지. 니가 진짜 왕녀인지도 의심 간다.’


진짜로 얼굴만 안 이뻤으면 일단 두들겨 패놓고 시작했을 터였다.

탈레스는 다리를 부들부들 떨고 움직이지 못하는 그녀를 앉고 동굴 밖으로 나섰다.


한참이나 지나고 나서 진정된 그녀는 먼저 말을 걸었다.

아까처럼 소리 지르는 것이 아닌 정상적인 대화를.


“은인께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도대체 누군가요? 그리모어를 만지고 멀쩡한 인간은 처음 봅니다.”

“결계 마법이 쳐진 곳을 아무렇지 않게 들락거리는 것도요.”


탈레스 입장에선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뿐이었다.

뭘 알아야 답을 해줄 텐데.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일단, 난 네가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넌 살인마라는 거야.”

“가만히 자는 사람을 죽인.”


둘은 서로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신했다.

이올린은 접근법을 바꾸기로 한 것 같았다.


“정체를 숨기고 싶은 모양이네요. 좋아요. 당신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의뢰를 하고 싶어요.”


칠왕녀의 요구는 아주 간단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도시로 데려다 줄 것.

도시국가건, 칼디아 왕국이건 상관없으니.


“난 지금 모든 걸 잃어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도시로 날 데려다주고 내 사람들이 올 때까지만 지켜준다면 사례는 넉넉히 할게요.”


탈레스는 이곳의 물가를 잘 알지 못했다.

이스마엘에게 조금 배우긴 했지만, 그렇게 깊게 파고든 것도 아녔으니.


하지만 칠왕녀가 제시한 조건이 상식을 넘는다는 건 확실했다.

딘이 좆빠지게 번 돈 모두 합쳐도 저 왕녀가 주겠단 돈의 반도 안 되는 것 같으니.


‘믿어도 되나, 미친년 같은데.’

‘사람들 놔두고 가는 것도 찜찜하고.’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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