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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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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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DUMMY

탈레스와 이올린 간단한 구두 계약을 맺었다.

깨어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것도 없거니와 탈레스 본인도 도시에 가고 싶었기에.


‘도시로 가면 푸짐하게 먹어야지. 그때 통으로 구워주던 고기 같은 거 먹어야지.’


강제로 납치당한 세계긴 하지만, 어쨌건 먹고 살아야 하는 건 같았으니.

차차 일자리도 알아봐야 할 터였다.


‘살인 안 하는 걸로 찾을 거야.’


탈레스는 이올린과 함께 깊은 숲길을 나아갔다.

이들은 야영과 요리, 사냥까지 모두 능숙했고 숲의 위험성도 잘 알았기에 어려움 없이 숲을 헤쳐 나갈 수 있었다.

다만 제일 중요한 것, 길은 몰랐다.


“저희 맞게 가고 있는 걸까요? 갈수록 숲이 깊어지는 듯한 느낌인데요.”

“그러니까 네가 방향을 제시하라니까. 내가 아는 이곳 지리라곤 이 쓰레기 같은 지도 하나가 다니까.”


이올린과 탈레스는 이렇게 옥신각신하면서도 친밀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이곳에 대해 궁금이 많은, 마치 갓난아기가 세상을 배우듯이, 탈레스는 호기심이 많았고 이올린 역시 탈레스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으니까.


“여행자라고요? 로우힐 출신이라. 말투가 거기 분이 아니신 것 같은데. 억양도 특이한 게 여기 말 배운 게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올린은 예리했다.

아니, 탈레스가 좀 멍청했다고 해야 하나.

그는 자신의 정체를 그냥 로우힐 출신 여행자로 속이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이 여자가 부모가 누군지, 어디서 출생했는지부터 어떻게 자랐고 무얼 하는지 등, 너무 세세하게 물어왔으니까.


“그만. 내 차례야. 호구 조사 좀 적당히 하지 그래.”

“그러면 미라클이란 종교가 엄청 크단 거지? 종파가 그렇게 많이 나뉘었을 정도로.”


탈레스의 질문에 이올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저 종교는 고대의 기술을 연구하던 한 마법사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음지에서 주로 활동한다고 했다.

다만 저들은 강대한 힘을 다루기에 그 규모는 예측도 안 될 만큼 클 것이라고.


“그래도 운이 좋은 건 저들끼리도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거죠.”

“누굴 추종하냐에 따라 자기들끼리 싸움도 서슴지 않거든요.”


굉장히 특이한 종교였다.

종파에 따라 추종하는 신도 다르고, 신도들 성향에 따라 서로 싸운다니.

그런데도 같은 종교라 불리는 게 참.


“결국 바깥에선 종교 창시자가 같으니까 같은 취급하는데, 정작 지들끼린 아니란 말이네.”


이올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식으로 둘은 서로 일문일답을 주고받으며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탈레스의 대답이 좀 부실하긴 했지만.


“어쨌든 프리덴의 노예로 살다가 로우힐 범죄조직 하나를 소탕한 건 사실이야.”

“더러운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직업을 바꾸려고 떠난 것도 사실이고.”


이올린은 만족스럽진 않지만, 적정선에서 포기했다.

다그쳐봤자 이야기 해줄 것 같지도 않았기에.


탈레스는 조금 미친년 같은 면모가 있어 그렇지, 이올린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왕녀라면서 토끼 같은 동물 털 뽑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고, 험한 길을 걸어도 불평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

뭐, 가끔 지쳐 보이면 탈레스가 안고 뛰기도 했지만.


그녀는 안기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탈레스의 뜀박질은 어마어마하게 빨라서 이게 더 나았기에.


둘이 서로 첫인상보다 괜찮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 때쯤, 거대한 성벽으로 보호받는 도시가 보였다.

탈레스는 잠시 멈춰서, 높은 산의 중턱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를 관찰했다.

황토색의 단단한 벽돌로 지은 것 같은 벽은 어마어마한 높이를 자랑했고, 내성으로 보이는, 성 내부의 또 다른 성은 현대의 빌딩만큼 높게 지어져 있었다.


“우와. 멋지다.”


탈레스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새파란 하늘에, 산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도시는 잘 짜인 계획하에 지어진 것처럼 도로 구획도 잘 되어 있고, 크기도 엄청났으니까.

무엇보다 유동 인구가 이 멀리서, 이렇게 먼데도 길을 가득 메우고 있을 정도로 많아 보였다.


“셀레스티얼은 처음 와보시나요?”


이올린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탈레스가 뜨끔하며 무언가 대꾸하려고 했다가 괜히 밑천만 들통날 듯 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고대 유적 위에 만든 도시죠. 본래는 유적 탐사와 이곳의 마법 연구를 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이올린의 역사 강의가 짧게 이어지고 중요한 이야기 역시 나왔다.


“시그나 연합의 가장 강력한 도시 중 하나에요. 저희와 가까운 도시기도 하니, 저리로 가죠.”

“절 저기로 데려가서 한동안만 지켜주세요. 그럼 약속한 돈을 드리죠.”


숲에선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조차 못 잡더니만, 도시를 보자마자 어딘지 알아채는 게 놀랍기도 했고, 의뢰가 끝나면 받을 돈에 기쁘기도 한 탓에 탈레스는 얼굴이 환해졌다.


‘얼마나 큰 돈인진 모르겠지만, 그걸로 당분간 놀면서 뭐할지 고민해 봐야겠다.’


둘은 빠르게 셀레스티얼로 나아갔고, 탈레스는 로우힐때처럼 신분증과 통행료, 새끼와 약지엔 은화를 하나 끼어 건넸다.


“흠. 촌구석에서 활동하던 갱인가? 여긴 그런 게 통하지도 않고, 액수도 너무 작다네.”


탈레스는 많은 사람이 줄지어 있는 곳에서 대놓고 무안을 주는 경비대장을 보며 얼굴이 붉어졌다.


“여기. 칼디아 왕국 영사에게로 안내해 줘요.”


그때 이올린이 나서며 무언가 건네며 말했다.

그러자 탈레스 때와 달리, 경비대장을 비롯한 병사들 전원이 일제히 경례를 올리고 기마대를 포함한 호위병들이 둘을 감싸며 안내했다.

물론 큰 마차까지 하나 포함해서.


“뭐...뭐야. 진짜 왕녀야?”


탈레스의 당황스러운 목소리에 왕녀는 말없이, 그저 지긋이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그럼 내 사람이 올 때까지란 건 무슨 말이야? 여기 병사들이 나보다 믿음직스럽지 않나?”


탈레스가 근본적인 의문을 내밀자, 이올린은 고개를 저었다.


“정치란 건, 사람이란 건 복잡하니까요. 지금 날 맞이할 영사도 어떤 인물인지 몰라요.”

“칼디아 왕국은 지금, 보이지 않는 내전 중이거든요.”


이올린은 동굴에 납치당했던 것 역시, 주도면밀한 계획하에 이루어진 것이라 했다.

같은 칼디아 왕국 사람이라고 해도 못 믿는다고.


“폐하께서 병으로 아프시고 난 후, 점점 본격화되기 시작했어요.”

“전 누구도 지지한 적 없지만, 저도 모르게 친모의 혈육을 따르는 걸로 되어 있었죠.”


이올린이 말하는 걸 보면, 정쟁이 꽤 심한 모양이었다.

다음 왕위를 노린, 널리고 널린 왕자와 왕녀들이 보이지 않는 싸움.

이번 사건처럼 납치 및 살인 사주 같은 것도 있는 모양이었고.


“그래서 여기 영사가 누구 편인지도 모르고, 밤에 그런 걸 시도 하려는 놈이 있으니 지켜달라는 거야?”


탈레스의 이올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는 몰래 숨어들 계획이었으나, 탈레스를 향해 병사들이 무기를 꺼내는 것 같아 나섰다고 말해주었다.


‘시벌. 로우힐하고 문화가 다를 줄 누가 알았나. 거기선 은화 하나도 큰돈이었는데.’


탈레스는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칼디아 왕국의 영사관이란 곳에 도착했다.

그리곤 영사가 왕녀를 접견하는 것도 지켜보았고.


이올린은 편지와 수정구란 걸 써서 사람을 불렀다.

편지야 알고 있던 거지만, 수정구란 건 꽤 신기했다.


“그니까 이게 다른 데 있는 사람하고 대화를 할 수 있단 거네. 일종의 영상 통화네.”


수정구에 비친 얼굴은 그냥 보기에도 늙은,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다.

회색빛의 옷을 입은.

그자와 꽤 길게 대화를 나눈 이올린은 그 외에도 여기저기 소집하는 모양이었고, 그 일을 끝내고 나서야, 식사와 목욕을 했다.


“아니, 계속 너랑 붙어있으라고? 나도 씻고 싶어.”


탈레스는 한시도 떨어지지 말라는 이올린에 조금 불쾌했지만, 금방 수긍했다.

뭐, 당장 나가봐야 할 일도 없고.

탈레스가 씻는 동안 반대로 이올린이 목욕탕 입구에서 대기했고, 한참이나 씻는 그를 의아하게 여겼다.


“이렇게 오래 씻는 사람은 처음 보네요. 보통 남자들은 물만 끼얹고 나오는 경우도 많은데.”


이올린의 불만을 가볍게 무시한 탈레스는 오랜만에 느끼는 온탕, 그리고 깨끗한 물을 맘껏 즐겼다.


“이게 사람 사는 거지. 후아. 존나 좋아. 씻는 게 이렇게 좋은 건 줄 몰랐어.”


탈레스는 현대에서 알지 못했던 기쁨을 새로 배워가며 젖은 머리 그대로 나왔다.

여긴 헤어 드라이기 같은 게 없었으니까.


물론 대체품은 있었다.

바람 마법 같은 걸로 왕녀는 금방 머리를 말렸다.

탈레스에게 사용이 허락되지 않았을 뿐.


“미안해요. 사실 목욕도 안 되는데 제가 억지 부린 거라 다른 걸 요구하기가 좀 그렇네요.”


이올린의 말에 탈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은 모르지만, 칼디아 왕국은 신분제가 철저해서 무얼 이용하는 것도 신분에 따라 달라지는 모양이었다.


“그럼 내가 이틀 정도만 확실하게 경계서면 끝이란 말이지?”


탈레스는 의뢰를 다시 한번 확실히 다졌고 대금의 일부를 받았다.

전부 반짝이는 금화였다.


‘진짜 부자네. 딘 새끼는 이거 금화 하나 벌자고 별짓 다 하던데.’

‘프리덴에서 가져왔던 금화를 제외하면 딘 새끼가 일해서 번 금화는 없다고 봐도 되는 수준이었지.’


딘 조직이 급속하게, 오래전부터 터를 잡던 놈들처럼 자리 잡았던 것도 프리덴에서 가져온 금화의 영향력이 컸다.

그만큼 금화의 가치는 어마어마했는데, 저 왕녀는 아무렇지 않게 주머니를 건넸다.


“일을 완수하면 나머지 다 줄게요. 지금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이 정도가 다네요.”

“왕족도 영사관에서 쓸 수 있는 돈이 한정적이라, 결국 제 사람이 와야 해요.”


탈레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만 믿으라는 듯, 가슴을 쳤다.

이올린은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고, 탈레스는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그때 통으로 구운 고기도 은화 한 개 줬던가. 금화 하나에 은화 엄청나게 필요하던데.’


탈레스는 자신이 부자가 되었단 사실에 만족하며 값어치 계산을 했다.

물론 이스마엘처럼 금 함량이나, 희귀도 혹은 발행 국가에 따라 세세하게 가치 매길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은화가 많아야 금화 하나 값을 하는 것 정도는 알았으니까.


‘뭐부터 하지. 집부터 살까. 방을 개조해서 하나는 운동 방으로 하고, 하나는 책방으로 할까.’

‘그리고 마법사 뭐시기들한테 의뢰도 좀 넣어서 현대 돌아갈 방법도 찾고.’


아직 돈을 받지도 않았는데, 이미 로또 당첨금이 들어온 것처럼 생각하는 탈레스의 귀에 이올린의 색색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몇 번 같이 야영하면서 느꼈지만, 이 여자는 말만 안 하면, 얌전히만 있으면 진짜 참 괜찮은 여인이다.


‘미치광이 살인마에, 불같은 성격만 빼면 참 이쁜데. 하긴 뭐, 어차피 왕녀라는데, 나 같은 걸 쳐다보기야 하겠어.’


탈레스는 어두운 방에서도 하얗게 빛나는 그녀의 피부를 보며 생각했다.

물론 경계도 늦추지 않았다.

언제든 벨트에 숨겨둔 작은 비수를 던질 수 있게 준비했고, 너클도 단단히 끼워두었다.

클로 검 역시 허리춤에 차고 필요할 때 뺄 수 있게 준비했고.


그렇게 고요한 밤이 지나고 아침 해가 밝아오기 시작했다.

이올린의 예상과 달리 찾아온 자객도 없었고.


탈레스는 이올린을 지키는 시간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낮엔 영사관을 떠나 셀레스티얼의 정치인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고, 이올린은 거기서 사람들을 만났다.

그 시간이면, 거긴 칼디아 왕국의 손이 닿지 않은, 도시의 병사들이 지키는 곳이라 굳이 호위도 필요 없었고.


나름 야간 근무 서고, 오침, 아니, 푹 잘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기에 그리 피곤하지도 않았고.

다만 식사 땐 조금 피곤했다.


“아니, 매번 꼭 이렇게 해야 해?”


탈레스는 불만 어린 표정으로 은침 같은 걸 음식이 찔러놓고, 잠시 기다려 색 변화가 없으면 먼저 음식을 살짝 맛보았다.

그 후에 이올린이 먹었고.

나오는 음식이 적지도 않은데, 식사때마다 이러려니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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