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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DUMMY

먹기 전 확인하는 시간이 길어서 그렇지, 음식은 만족스러웠다.

로우힐 요리들과 달리, 이곳엔 향신료와 조미료가 존재했다.

소금, 후추 등 요리들은 간이 맞춰져서 나왔다.


‘프리덴, 로우힐 둘 다 간 되어 있는 거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 도시 크기 차이인가. 아니면 신분 차이?’


탈레스가 잡다한 생각을 하며 게걸스럽게 먹는 것과 달리, 이올린은 많이 먹지 않았다.

탈레스 입장에선 푸짐한 먹거리들을 두고 잘 안 먹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뭐 자기가 다 먹으면 되니 나쁠 것도 없었다.


“잘 드시네요. 야영할 땐 일부러 절 위해 적게 드신 건가요?”


이올린의 질문에 탈레스는 오해를 풀지 않고 그냥 두기로 했다.

그냥 별로 맛도 없고, 너 잘 때 또 먹었다고 말하긴 좀 민망했으니까.


“혹시 저에 대해 캐묻거나 접근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나요?”


이올린은 식사 중에 자기가 없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해했다.

대부분 시간을 붙어있는 데다가, 정치인을 만나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던 것 같은데, 뭐가 그리 걱정인지 탈레스는 조금 의문이었다.


“아무도. 신기하게 말도 안 걸고 가까이 오지도 않던데. 내가 좀 무섭게 생겼나?”


그래도 성심성의껏 대답하며 이올린을 안심시켰다.

물론 탈레스의 대답처럼 그가 이곳 사람들보다 좀 더 큰 건 맞지만, 로우힐에서의 경험으로 보아 이들이 딱히 겁내어서 말을 걸지 않는다고 생각하긴 어려웠다.

그러니 말을 걸지 않는 건, 왕녀의 호위라는 신분 때문이 아닐까, 라고 탈레스는 생각했다.


이올린은 곧 자기 사람이 올 것이니 노린다면 지금이라고, 경계에 주의를 더 기울일 것을 부탁했다.

탈레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식사를 마친 후, 이올린은 영사관 대신 이름 모를 저택으로 향했다.

그곳엔 다양한 무장의 전사들이 있었다.


“셀레스티얼의 용병이에요. 믿을만한 자를 통해 개인적으로 고용한 거니, 안심해요.”


이올린은 긴장한 탈레스를 향해 말했다.

그리곤 자택의 지하로 향했다.


“1층엔 용병이, 2층엔 저로 위장한 하녀 하나가 있어요.”

“만약 적을 당해낼 수 없다고 판단되면 이곳 저택의 비밀통로로 도망가요.”


이올린은 단둘만 있는 지하의 방에서 탈레스에게 속삭였다.

돈 있는 놈 저택치고 비밀통로 없는 집 없단 이야기를 딘에게 들은 적이 있기야 했지만, 사실일 줄은 몰랐다.


그리고 첫날 안심하고 영사관에서 잔 것과 달리, 이렇게 철두철미하게 대비하는 것도.

그렇게 영사가 믿음직스럽지 못하면 처음부터 가지 말아야 하지 않았을까.


“그땐 방법이 없었어요. 당신이 초보 마약상으로 몰려 죽을 것 같았거든요.”

“또 우린 피로로 지쳐있었고, 누구 밑인진 모르지만, 영사가 위에 보고하고 일을 결정하는 데 오래 걸릴 거라 봤어요.”

“우리 왕국은 맨 꼭대기에서 결정해 주지 않으면 뭘 못 하는 나라라, 뭐든 오래 걸리거든요.”


이올린은 이 말을 마치며 탈레스가 워낙 강해, 안심이 되기도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구리엔 장사 없는데. 내가 그렇게 잘 싸웠나.’


탈레스는 자기를 높게 쳐주는 게 좋긴 했지만, 실제 전투 경험이라곤 무기 없이 싸운 게 대부분이라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


“근데 널 죽이려는 게 같은 왕족이야? 뭘 어쨌길래 왕위 계승권자도 아닌 널 죽이려고 들어?”

“아무리 같은 어머니를 둔 자식 하나가 왕위 다툼 중이라지만, 네가 뭘 어쨌다고?”


탈레스가 역사를 깊이 있게 공부한 건 아녔지만, 계승권자에 먼 사람이 권력자들에게 주요 목표가 될 확률이 적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일곱 번째면 그렇게 중요한 위치도 아닐 텐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게 잘 이해가 가지 않았고.

단지 왕위 다툼하는 형제와 혈육이란 사실만으로 이렇게 노린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저는 생각보다 중요한 위치에 있거든요. 아틀란티카란 도시를 아시나요?”


이올린의 질문에 탈레스는 고개를 저었다.

이 세계에 머문 지 좀 되긴 했지만, 뭘 배우고 익힌 거라곤 싸움과 노동밖에 없었으니.


“난 로우힐이랑 프리덴, 그리고 여기가 아는 전부야.”


탈레스의 솔직한 대답에 이올린은 간략하게 이야기 해주었다.

아틀란티카는 이곳 셀레스티얼과 마찬가지로 고대 유적에 세워진 도시국가로 많은 부와 병사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시그나 연합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도시기도 하고요. 도시국가가 모두 모여 투표하긴 하지만, 결국 이 셀레스티얼이나 아틀란티카 같이 소수의 강력한 도시 몇 개가 모든 결정을 하죠.”


이올린은 이야기를 마치며, 자기의 약혼자가 아틀란티카 계승권자란 이야기를 했다.

칼디아 왕국은 해안선이 긴 왕국인데, 저 도시는 섬에 위치해 해양 병력이 강하단 사실도.


“아...그래서 네가 지지하는 쪽에 아틀란티카가 붙을 확률이 높으니 널 죽이려는 거구나.”


탈레스의 말에 이올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결혼이란 건 강력한 무기란 말도 덧붙였고.

대화를 마친 탈레스는 비밀통로를 기웃거렸다.

의아해하는 그녀에게 이유를 말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내가 알던 범죄자가 있는데, 자주 비밀통로로 잠입하더라고. 강도건, 살인이건, 납치건 전부 이걸로 하더라고.”


어떻게 알아냈는진 모르지만, 딘은 잘나가는 분들의 숨겨진 것들을 쉽게 찾아내곤 했었다.

그런 탈레스의 이야기에 이올린이 의아함을 표했고.


“비밀통로를 따로 만들 수 있을 만큼 부와 권력을 가진 자는 상당히 적을 텐데요.”

“그리고 보통은 가주랑 차기 가주 정도밖에 몰라요. 그렇지만 탈출로를 점검해서 나쁠 건 없으니 알아보죠.”


이올린은 애매한 긍정의 대답을 마치며 탈레스와 함께 지하의 비밀통로 연결된 문을 열었다.

소음이 조금 나긴 했지만, 지상까지 들릴 것 같진 않았다.

통로의 길도 걷기 편하게 석재로 잘 닦여 있었고.

오래 쓰지 않은 건지 거미줄과 벌레들이 좀 많긴 했지만.



탈레스가 앞장서서 거미줄을 헤치며 나아갔고, 이올린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계단이 나왔다.


“여기가 나가는 곳 같은데.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


탈레스는 문을 열기 전 이올린에게 확인했고, 그녀는 답을 주었다.


“내성 바깥에 있는 공원이라고 들었어요. 나무가 가득한 곳에 있는 돌바닥이라 입구도 찾기 힘들다고...”


탈레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돌문을 밀어 올렸다.

이건 여는 데도 상당한 힘이 필요한 것 같았다.


‘비밀통로라면서 힘 좋은 놈만 이용하게 해놨나.’


탈레스의 마음이라도 읽었는지 이올린은 이곳이 귀족들이 아닌, 칼디아 왕국의 첩보 요원들을 위한 곳이란 말을 덧붙여 주었다.

정보국은 아직 내전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그렇게 무거운 돌문을 열고 나온 바깥은 고요했다.

공원 구석 나무들에 쌓인 곳이었는데, 여러 석재 조각상이 뒤섞인 걸로 보아 본래는 일종의 전시장인 듯했다.


“이제 확인 다 했으니, 돌아가요.”


이올린의 말에 탈레스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가려 했다.

인기척만 들리지 않았다면.


두 명? 세 명? 정확히 알 순 없지만 한 무리의 남자들이 오고 있단 건 확실했다.

걸걸한 목소리가 번갈아 가며 들렸으니까.


“거의 다 뒤진 것 같은데, 모르겠어.”

“칼디아 왕국의 문양이 새겨진 돌바닥과 석재 조각상이 모인 곳이라고 했어.”

“조각상 천지인데, 어디서 찾으라고.”


탈레스는 돌아가는 판단 대신 입구 문을 내려 닫으며 저들과 거리가 있는 풀숲으로 숨는 길을 택했다.

이올린도 조용히 그에 따랐고.


“여기다! 신호가 오면 그년이 여기로 튀어나올 거야.”

“화재와 함께 신호탄이 쏘아지면 그때 시작이야. 다들 대기해.”


이올린과 탈레스가 나온 입구 주위를 여럿이 몰려들어 에워싸는 듯했다.

둘은 발소리를 죽이며 이들과 멀어졌고.


“어떻게 알았을까요? 용병도 일부러 따로 고용했고, 접선 장소도 영사관이 아니라, 셀레스티얼 접견장에서 알렸는데.”


이올린의 의문에 탈레스는 뭐라 말해줄 수가 없었다.

딘에게 의뢰 넣던 놈들, 대개 살해당한 이가 진심으로 믿던 이가 대부분이었으니까.


“어쨌건 네 계획은 다 까발려졌고, 널 죽이기 위해 사람도 충분한 것 같은데. 어디 숨을 데 있어?”


탈레스의 질문에 이올린은 고심했다.

사실 쓸 수 있는 건 다 쓴 참이었기에.


“그럼 그냥 창관으로 가자. 설마 왕녀가 거기 있다고 생각하진 않겠지.”


탈레스는 이곳 지리는 몰랐지만, 하층민의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았다.

뭐라 표현하긴 어렵지만, 내성의 귀족 거리가 아닌, 외성 쪽엔 하층민의 음습한 거리 냄새가 났다.


탈레스는 자기 외투를 벗어, 이올린의 얼굴을 가리고선 당당히 창관에 들어섰다.


“제일 이쁘고 빵빵한 애로 하나 데려와. 둘이서 하나 데리고 밤 동안 놀 거니까,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고.”

“아, 술도 젤 좋은 걸로.”


탈레스는 자연스럽게 금화 한 닢을 건네며 말했다.

둘은 아마도 여기서 제일 좋은 방으로 예상되는 곳으로 안내받았다.


얼마 되지 않아 풍만하면서도 늘씬한 여성이 들어왔고, 탈레스는 벨트에서 꺼낸, 딘의 마법 가루를 타둔 술을 먹였다.

들어온 여인이 깊게 잠든 걸 보며, 이올린은 얼굴을 찡그렸다.


“로우힐 출신이라더니. 뭘 먹인 거죠?”


탈레스는 대꾸 없이 잠든 여인을 침대로 옮기고 옷을 벗겼다.

그리고 마구 헝클어뜨렸다.

술과 물을 막 뿌리고 빈 병을 여기 널브러뜨리는 것도 잊지 않았고.


“이러면 우리가 밤새 여자를 데리고 논 줄 알 거야.”

“근데 우리 성 밖으로 나갈 수 있나? 성문 수비대도 한통속인 거 아냐? 뭐 생각나는 방법 없어?”


탈레스의 질문에 이올린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아침이면 스승님이 올 거라며, 그때까지 여기 있자고만 말했다.

탈레스 입장에선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버티기만 하면 알아서 찾아오고 지켜준다는 건지 의문이었지만.


“제 스승님은 재주가 많은 분이세요. 시간 약속도 어기는 법이 없어요. 우린 그저 아침까지만 견디면 괜찮아지는 거죠.”


이올린의 말에 탈레스는 조금 답답했다.

갑자기 만남 장소가 바뀌었는데 어떻게 찾아온단 말인가.

게다가 습격이 시작되면, 만약 용병도 한통속이라고 한다면 지하가 빈 건 금방 들통날 것이다.

수색이 시작되면, 아마도 창관은 비켜나갈 거라 생각되지만 장담할 수도 없었고.


“성 밖으로 나갈 방법은 없어? 비밀통로 다른 건 없나? 난 아무래도 불안한데.”


탈레스의 질문에 이올린은 또 고개를 저었고, 둘은 어쩔 수 없이 여기서 기다리기로 했다.

물론 만약을 대비해 탈출로를 확보해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만약 밑에서 우릴 찾아온 것 같으면 창문에서 옆 건물 지붕으로 뛸 거야. 그렇게 알아두고 내게 안겨.”


탈레스는 이올린에게 혹시나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의 탈출 계획을 일러두고 바닥에 귀를 기울였다.

자기들을 찾는 소리가 들려올 것을 미리 알아두기 위해.

뭐, 생각한 거랑 다른 소리가 하도 많이 들려서 좀 민망하기도 했지만.


“앙...앙...아...”

“으아아아아아.”


옆이고 밑이고 소리는 각양각색이었지만, 듣기 괴롭단 사실은 같았다.


‘시발. 미친놈들. 하면서 고함 지르는 새끼는 뭐야. 때리는 소리는 또 왜 나는데.’


탈레스는 귀를 대고 있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아주 오래되고 묵은 비릿한 냄새를 맡으며 긴장을 풀지 않았다.

냄새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아도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이었으니까.


이올린 역시 한껏 긴장한 채, 창문을 통해 바깥을 엿보고 있었다.

무장한 손님이 들어온다면, 그때가 탈출할 때이기에.

스승님을 믿지만, 탈레스의 말대로 만약이란 것도 있으니 대비해서 나쁠 건 없었다.


지금도 탈레스의 말을 따랐기에 위험에서 벗어난 것이고, 위협은 현재도 진행 중이니까.

그렇게 탈레스는 역겨운 냄새와 싸우며 밑에서 들리는 소리를, 이올린은 괴상한 신음과 비명을 들으며 밖을 관찰했다.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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