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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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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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DUMMY

탈레스의 생각대로 창관을 수색하러 오는 자는 보이지 않았다.

저들이 보기엔, 왕녀가 하늘로 솟은 것처럼 보일 것이고, 재차 수색에 나선다 해도 영사관 혹은 성 바깥, 아니면 이올린과 가까운 정치가들 집을 찾을 것이었다.


‘일단 위기는 넘긴 것 같은데. 근데 스승 뭐시기가 얼마나 잘 났는지는 몰라도 그 많던 놈들을 처리할 수 있나.’

‘거기에 만나는 장소 자체가 바뀌어 버렸는데.’


탈레스는 바닥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머리를 계속 굴렸다.

접선할 방법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기에.


“날이 밝아와요. 우린 살았어요.”


이올린이 말을 내뱉으며 안도했다.

탈레스는 동의할 수 없었지만.


그는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았지만, 새벽녘이 되자 주변은 조용해지고 창관은 영업을 종료할 모양이었다.

탈레스와 이올린은 재빠르게 건물을 나왔고,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네 의견대로 일단 거기 가긴 할 텐데, 내성 정문 통과하는 건 해가 완전히 뜨고 나서다. 비밀통로 이용 못 하면 그냥 낮까지 어디든 숨어있는 거야.”


스승이란 자를 강력하게 믿는 이올린 덕에, 다시금 그곳으로 돌아가긴 하지만, 나름 대비책은 따로 세웠다.


‘대놓고 죽이면 탈 나니까 밤에만 활동하는 새끼들이야. 대낮은 안전할 거야.’


탈레스는 결론을 내리고 이올린의 얼굴을 덮어준 채, 손을 잡고 이끌었다.

주변을 살피며 아주 조심히 갔는데, 의외로 거리는 한산하고 별 특이점이 보이지 않았다.

비밀통로 앞을 지키던 그 많던 남자들이 길거리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달리.


“아마 철수했겠죠. 제 사람이 오는 걸 알고 있을 테니, 굳이 위험을 감수하진 않을 거예요.”


탈레스는 이올린의 확신에 찬 목소리와 힘차게 내딛는 걸음걸이를 제지했다.

아주 익숙한 냄새가 풍겨왔기에.


“피 냄새다. 한둘이 아닌 것 같아. 천천히 움직여. 수틀리면 바로 튄다.”


탈레스는 앞으로 나아가던 이올린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는 곧장 무릎을 굽혀 힘차게 뛰었다.


쿵 -


누구 집인진 모르겠지만,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둘은 지붕에 착지했다.

탈레스는 멈추지 않고 더 높아 보이는 곳으로 뛰었고, 자기들이 도망쳤던 공원이 잘 보이는 5층 정도 되는 건물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흐음. 여기선 잘 안 보여. 하지만 확실히 비밀통로 근처에 피 냄새가 풍겨. 싸움이 있었던 게 틀림없어.”


탈레스는 공원의 나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새벽 해가 떠서 시야는 충분히 확보되었지만, 공원 주변의 나무가 워낙 커 조각상이나 입구가 잘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공원 쪽에서 피 냄새가 난다는 것뿐.


탈레스는 이올린은 다시 끌어안고 사뿐사뿐 내려갔다.

그리곤 건물 위에서 보았던 걸 토대로 사람이 없는 쪽 길을 택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계약이 끝나면 당신 정체를 알 수 있을까요? 건물 한 채를 그냥 뛰어넘는 걸 보니 정체가 더욱 궁금해지네요.”


탈레스는 이올린의 말에 가볍게 눈살을 찌푸리며 손가락 하나를 세워 입으로 가져갔다.

이올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다물었고.


둘이 은밀히 접근한 비밀통로 주변은 시체로 가득했다.

밤에 이올린을 노리던 무리였다.


“검에 베인 상처 같은데. 네 스승이 아니라 다른 놈이 있는 게 아닐까.”


탈레스는 시신들의 사망 원인을 추정하며 말했다.

이올린이 말한 스승은 마법사라고 했는데, 죽은 이들은 죄다 예리한 것에 베인 모양새였으니.


“잘 모르겠어요. 워낙 왕자와 왕녀가 많다 보니, 또 다른 세력이 있을 수 있긴 해요.”

“하지만 제 스승님을 이길 수 있는 건 없어요.”


이올린은 또다시 확신에 차 걸음을 옮겼다.

탈레스는 내심 불안했지만, 금방 그녀를 따라나서 앞장을 섰다.


“내 등 뒤에서 다섯 걸음 정도 떨어져서 따라와. 마법사 같은 늙은이 없으면 소리 지르고 바로 튈 거야.”


탈레스는 말을 마치며 무거운 돌문을 열었다.

안에서 밖으로 나올 때와 달리, 손잡이도 없었기에 열기가 영 어려웠지만 힘이 강한 그에게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통로 안 역시 시체로 가득했다.

모조리 베여서 죽은 주황색의 망토를 입은 이들이 가득했다.


“미라클 교인이네요. 주황색 옷을 보니, 저번과 다른 교파인 것 같아요.”


이올린의 말에도 탈레스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서 처음, 그 지하 방의 문을 열었다.

조심스럽게 -


정적이 내려앉은 가운데, 빛나는 은색의 갑주와 녹색의 레이져 같은 검을 든 대머리 사내가 하나 서 있었다.

방 안은 시체들로 가득했고.


“이건 또 뭐야.”


그 대머리는 문을 연 탈레스를 보며 외쳤다.

그리곤 곧장 검을 내질렀다.


횡으로 벤 검에선 일전에 보았던 마법 같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길이가 아주 길고 얇다는 것만 제외하면 그때 미스트랄의 마법사 인가, 뭔가 그놈들이 쓰던 것과 비슷했다.


“이올린! 숙여라! 적이다!”


탈레스는 머리를 숙이며 외쳤고, 이올린은 그 외침에 따라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동시에 탈레스는 땅을 강하게 박차, 대머리에게 돌진했다.


쾅 -


철과 바위가 부딪치는 거대한 소음이 터져 나오며 대머리는 탈레스의 어깨에 밀려 벽과 부딪쳤다.

탈레스는 곧장 주먹을 녀석의 얼굴로 날렸다.


“내가 로우힐의 오함마다!”


흉포한 외침과 함께 주먹이 날아가는 동시에, 이올린과 알 수 없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멈춰요!”

“멈추게!”


하지만 대머리와 탈레스가 신경 쓸 여력은 없었다.

둘은 이미 사활을 걸었기에.


쿠 – 웅


거대한 암석이 파괴되는 것 같은 소리가 방 안을 메웠고, 작은 돌 파편이 흩날렸다.

탈레스의 주먹은 벽면을 강타했고 그 부분은 움푹 파였다.

대머리는 머리를 탈레스의 몸으로 들이박으며 겨우 피했고.


“쿨럭. 굉장하구만. 스톤 스킨 마법이라도 걸었나.”

“스승님, 아니 키티아경!, 모건경!”


먼지가 자욱한 곳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리자 이올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달리며 외쳤다.

탈레스는 대머리가 검을 내던지며 싸울 의사가 없다는 걸 표하길래, 일단은 내려놓았고.

잘은 모르겠지만, 이올린이 자기 사람이라고 했던 게 이 두 사람인 듯했다.

저 키티아경이라 불린 늙은이가 이올린의 스승인 듯했고.


해후는 길게 이어졌다.

이올린은 키티아와 모건이라 부른 둘에게 안겨 펑펑 울었다.

달래기 바빴던 둘의 얼굴도 이올린의 이야기를 들으며 얼굴이 굳어졌고.

각기 다른 이유인 것 같았지만.


“그리모어라니...세상이 혼탁해지겠구나. 어느 종파인지도 보셨습니까?”


늙은이, 이름이 제논이란 것 같은데, 이자는 마도서와 적들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했다.


“스승님이...스승님이 죽었다고요!!! 어떤 놈이!! 시발, 시발! 반드시 쳐죽인다!”


대머리, 칼 모건이란 이름을 지닌 이놈은 에우제너란 사람이 죽었단 이야길 듣는 순간부터 발광했다.

벽에 머리를 쾅쾅 들이박거나, 주먹에서 피가 철철 흐를 때까지 마구 치거나 고함을 질러대며 흥분을 가라앉히질 못했다.


‘이거 완전 정신병자 집합소네. 미친년을 따르는 놈들이라 그런지, 확실히 제정신들이 아냐.’


탈레스는 이들을 보며 냉철하게 판단했다.

정말이지, 웃기는 장면이었다.


왕녀란 여자는 바닥에 엎어져서 펑펑 울면서 자기 고생한 이야길 하고, 늙은이는 수염 매만지면서 적의 정체에 대해 자기 혼자 추론하고, 대머리는 그냥 발광하고.

탈레스는 기가 찬 얼굴로 기막힌 광경이 어서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조금만 참으면 거부가 될 터기에.


셋은 몇 시간이나 더 지나서야 진정되었다.

왕녀는 울음을 멈추고 다시 경어를 쓰기 시작했고 대머리와 늙은이도 마찬가지였다.


“전하, 그리모어의 처리가 제일 시급합니다. 마도서를 다루는 놈이라면 보통 놈이 아닐 겁니다.”


상황이 정리되자, 늙은이는 대화를 주도하고 나섰다.

공주 전하, 그러니까 진짜 왕녀, 작위를 가진 그녀와 대머리, 이제 호위 기사로 임명된 그놈 역시 그 분위기에 따랐고.


“셀레스티얼에 지원을 요청할게요. 키티아경께선 결계 마법을 풀 수 있는 마법사들을 소집해 주세요.”


결정은 빠르게 났다.

제논이란 늙은이는 결계를 파훼하고 그리모어를 없앨만한 전력의 마법사를 모집하기 위해 사라졌고, 대머리와 탈레스는 자연스레 이올린의 뒤를 따랐다.

대머리는 호위를 위해, 탈레스는 돈을 받기 위해.


“그래서 내 돈은 거기 가서 줄 건가?”


셀레스티얼의 의사당으로 향하는 길에 탈레스는 이올린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대답 대신, 탈레스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뭐...뭐야. 왜 이렇게 쳐다봐. 설마 돈 주기 싫어서 이러나? 시발, 약혼자도 있는 년한테 넘어갈 것 같냐.’


탈레스는 빨개진 얼굴과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재차 돈을 요구했다.

이올린은 그에 대답했고.


“당장은 없어요. 그리모어를 파괴하는 걸 도와주세요. 돈은 주겠다고 약속한 거에 두 배를 드릴게요.”


탈레스는 당당한 그녀의 태도에 기가 찼다.

먹고 째는 것도 웃긴 데 추가 업무까지 시킨다니.

화가 나서 따지고 싶었지만, 여긴 셀레스티얼이다.

그녀에게 해를 가하려는 순간, 이곳 모두가 적이 될 터였다.


“시발. 그걸 어떻게 믿어. 또 일 시키고 째는 것 아냐?”


노예라면 지긋지긋했다.

이젠 대가를 받고 일을 하고 싶었다.

탈레스는 정말 그뿐이었다.


액수보다도 중요한 것.

무언가 일을 하면 정당한 보수를 받는 것.

프리덴과 로우힐에서 노예 짓거릴 한 생활을 모두 포함하면 모르긴 몰라도 최소한 1년은 넘을 터였다.


“미친놈이! 전하 앞에서 무슨 망발이냐!”


대머리가 고함을 지르며 탈레스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둘의 싸움이 커지기 전에 이올린이 제지했지만.


“그런 게 아니에요. 원래 같이 오기로 했던, 제 휘하는 키티아경처럼 날 수 없으니 좀 늦을 뿐이에요.”

“돈은 꼭 드릴 테니, 부탁드려요. 당신이 아니면 어려운 일이에요.”


이올린은 차분히 설명했다.

정체는 모르겠지만, 탈레스는 그 은신처의 입구를 찾을 수도 있고 결계 안도 들어갈 수 있고, 제일 중요한 그리모어를 직접 만질 수도 있기에 꼭 필요하다고.

마법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탈레스로서는 이해가 전혀 되지 않았지만, 본래는 정통한 마법사도 찾기 어려운 입구라고 말했다.


‘그냥 떡 하니 입구가 보이는데 그게 왜...’


탈레스는 부글부글 끓었지만, 일단은 참았다.

딘에게서 하도 사기를 많이 당해서 공짜로, 노예로 일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당장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좋아. 그럼 계약서 써. 네 이름으로 지급보증서도 쓰고.”


탈레스는 현대의 지식과 이스마엘에게 배운 용어를 적절히 조합해 이올린에게 말을 건넸다.

이올린은 동의했고, 계약서는 의사당에서 작성되었다.

그녀는 계약서를 쓰자는 말보다, 로우힐의 범죄자가 이런 어려운 서류를 안 다는 것에 놀라워했다.


“역시 당신은 정체를 숨기고 있었군요. 하찮은 로우힐 범죄자들은 지급보증서 같은 단어는 몰라요. 어느 가문 혹은 출생 지역이라도 말해줄 수 없나요?”


이올린은 집요하게 캐물었지만, 탈레스는 입을 다물었다.

굳이 정체를 들키고 싶지 않았고, 이 여자와 더 엮이는 것도 피곤했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환상적이어서 눈 호강은 했지만, 뭔가 이 여자랑 다니면 힘들달까.

일이 알아서 벌어지는 느낌이었으니까.

살인도 계속 뒤따라올 것 같았고.


탈레스는 이번 일이 마무리되면 반드시 이 여자와 멀어지겠단 다짐을 했고, 이올린은 탈레스를 자기 사람으로 끌어들이겠단 결심을 했다.

그렇게 둘의 동상이몽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둘에게 출정의 시간이 왔다.

셀레스티얼의 무장 병사, 중무장한 보병과 궁병 그리고 기병대가 오백명, 자유 복장의 용병이 삼백명 동원되었다.

여기에 마찬가지로 셀레스티얼에서 차출된 이들과 제논이 데려온 마법사의 수도 스무명이나 되었고.

탈레스는 그리 많지도 않은 적이었는데 이렇게 난리를 치는 게 의아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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