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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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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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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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너라는 변수가 (2)

DUMMY

샤를은 그날의 일을 떠올렸다.

메피스토.

그는 살아있는 재앙이었다.

그의 발걸음이 지진이고

그의 주먹질은 돌풍이었으며

그의 마법은 천재지변이었다.


“제이! 물러나야 돼!”


제이 파치노는 끝까지 항전했다.

그가 체력을 온존했다면,

다른 팀원의 상태가 조금만 더 좋았다면.

승산이 있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파앗.


샤를이 강제로 마법을 시전했다.


“우노아!!!”


우노아가 샤를의 눈짓을 이해한 뒤 제이 파치노의 허리를 붙잡았다.


“토테미넴!”


“징벌의 추!”


하늘 위에서 거대한 십자가가 떨어졌다.


쿵!!!


메피스토가 십자가를 어깨로 받쳐 들었다.


“그래비티!”


거기에 샤를의 중력 마법이 더해졌다.


“제이! 지금의 넌 죽었다 깨어나도 못 이긴다.”


샤를이 성검을 들고 기회를 노리던 제이 파치노에게 소리쳤다. 샤를은 생각했다. 제이에겐 직설적으로 말해야 한다. 꺾이지 않는 마음은 제이 파치노의 힘이지만 지금, 이 상황에선 위기였다.


“알겠습니다.”


결국 제이 파치노가 자존심을 꺾고 빠르게 거리를 벌렸다.


고오오오오오.


샤를은 보았다.

징벌의 추와 중력이 메피스토를 짓누르는 와중에도 그는 평온해 보였다. 도리어 도망치는 자신들을 보고 여유롭게 말할 만큼.


“너희도 느껴보아라.”


그 사이, 샤를의 시야가 점점 빛에 감싸였다.


“소중한 이들을 잃는···.”


하지만 메피스토의 말은 섬뜩할 정도로 또렷하게 들렸다.


“소중한 이들을 잃는 아픔을 느껴봐라. 분명 이런 말이었을 겁니다.”


샤를이 동료들 앞에서 말했다.

단순한 경고였을까?

진심이라면?

그렇다면 그 대상은?


‘제발 아니길.’


샤를은 자신을 부정하고 또 부정했다.

자신이 잘못 들었길.

자신의 예상이 틀리기를.

하지만 그의 희망이 산산조각 났다.


팡.


이때 샤를이 묵고 있는 오두막 문이 열렸다.


“탈리아님?”


메피스토를 목격한 직후, 탈리아는 만일을 대비해 챙겨왔던 텔레포트 스크롤을 찢어 단숨에 엘프의 숲으로 이동했다.


“메피스토가 나타났습니다.”


“설마?”


“카일의 영지입니다.”


쿵.


심장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탈리아님. 전 가봐야 할 거 같습니다.”


그가 빠르게 텔레포트 마법을 시전했다.

탈리아는 말릴 수 없었다.

자식의 영지를 마왕이 습격했다.

어떤 부모가 손 놓고 지켜보기만 하겠는가?

그때였다.


“잠시만요.”


소란을 들은 제이 파치노가 샤를에게 다가왔다.


“막지 말게.”


“아니요. 같이 가시죠.”


“아니. 이건 가족과 관련된 일이네. 자네한테까지 피해를 줄 순 없어.”


“서운하네요. 우리는 샤를 님을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게요.”


제이 파치노에 이어 우노아, 토테미넴까지 합세했다.


“카일은 귀중한 전력입니다. 어쩌면 지금이 마왕을 잡을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르죠.”


샤를이 제이 파치노를 바라봤다.

흔들리지 않는 눈빛.

그는 알고 있다.

저 눈빛을 한 제이 파치노는 꺾이지 않는다는 것을.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잖아요. 지금이 그 기회입니다.”


제이 파치노가 마법진에 발을 올렸다.

그리고 순서대로 발을 올리는 원정대원들.

마법진이 빛났다.


“부탁합니다.”


탈리아가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을 눈빛으로 전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카일도 영지 사람들도 반드시 구할 테니까요.”


그게 탈리아와 제이 파치노가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그리고


“카일은 어디 있느냐?”


***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하늘이 밝은 태양을 덮는 어둠일 줄이야.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단 한 번도 검을 온전하게 휘두르지 못했다.

거리를 벌려 검기를 날려도 소용없었다.


녀석은 여유로웠다.

그저 살기를 담아 주먹을 내지르면


핏.


풍압만으로 살갗이 뜯겨 나갔다.

녀석의 일방적인 공격이 이어졌고

나는 방어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결국 빈틈이 생겼다.


후웅.


내 안면을 노리고 녀석의 주먹이 날아왔다.


‘막기엔 늦었다.’


퍽!


왼팔을 내주고 목숨을 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

팔이 축 처졌다.

지금은 붙어있는 게 다행인 수준.

녀석은 정말 강했다.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았음에도 내가 상대할 수 없을 만큼.


“아직 늦지 않았다.”


녀석의 진심이 느껴졌다.


“내 밑으로 들어와라. 그러면 살 수 있다.”


녀석은 가질 수 없다면 부숴버리지 않았다.

부숴버리기 전까지 끊임없이 회유했다.

내가 어지간히도 마음에 든 모양.


“미안하지만 그건 할 수 없을 거 같은데.”


“너로선 날 이길 수 없다.”


“나도 알아.”


“근데 왜 예정된 죽음을 받아들이려 하지. 그건 숭고한 희생이 아니다. 개죽음이지.”


“말이 심하네. 나름 시간 끌려고 노력 중인데.”


“그럼 이건 어떠냐? 내 밑으로 들어와라. 그러면 너희 영지민들은 살려주겠다.”


얼핏 달콤한 유혹처럼 들린다.

하지만 개소리다.

녀석은 우리를 가축으로 본다.

목숨을 연명한다 한들

그건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거다.


“그러고 보니 내가 말해줬나? 네 밑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


“내가 마왕이란 이유 때문이라면 그건 너의 시각이 편협한 것일 뿐.”


“아니. 그거 말고 따로 있어.”


녀석이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저기 오네.”


메피스토가 뒤를 돌아봤을 땐

이미 다리아가 칼데아를 휘두르고 있었다.


후웅!


칼데아가 공기를 가르고 지나갔다.

메피스토가 몸을 90도로 꺾어 몸을 피했다.


“괜찮나?”


다리아가 내 앞을 막아섰다.


“괜찮아 보이십니까?”


“잘 버텼다.”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긴장하고 있었다.

평소에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기죽지 않은 그녀였지만 지금은 위축돼있는 게 느껴졌다.


“검은? 휘두를 수 있나?”


“가능합니다.”


“보조해라.”


“알겠습니다.”


나와 다리아가 양쪽으로 산개했다.

메피스토의 시선이 다리아를 따라갔다.


‘절공검 제1식!’


내가 녀석의 지척에 도달했다.

하지만


척!


검을 뽑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힘 싸움으로 끌고 갔다.

뽑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싸움.


절공검은 애초에 보법의 속도를 이용한 쾌검.

이런 식의 공격은 효과가 없다.

하지만 내 역할은 어디까지나 녀석의 발을 묶는 것.


그 사이, 다리아가 메피스토의 목을 배어들어 갔다.


쾅!


칼데아와 메피스토의 팔이 충돌했다.

잠시 후 공간이 얇게 찢어지며


서걱.


녀석의 팔을 베는 데 성공했다.

처음으로 녀석에게 공격이 들어갔다.

나와 다리아가 거리를 벌렸다.


“훌륭하다.”


녀석은 여전히 우리를 짐승으로 취급하는 눈치였다.


“나도 제대로 하마.”


메피스토의 표정이 변했다.

녀석의 표정은 이랬다.


‘길을 가던 개새끼가 감히 나를 물어?’


녀석의 오른손으로 검은 마나가 응축되기 시작했다.


“스승님. 긴장하세요. 지금부터가 진짜입니다.”


“말 안 해도 알고 있다.”


응축하기 시작한 암흑 마나가 길게 뻗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암흑 마나가 꿈틀거리며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암흑검 인파니아.’


검은 도신이 특징인 메피스토의 마검이 등장했다.


“시작하지.”


나와 다리아가 동시에 움직였다.


‘절공검 제3식.’


다리아는 아래서


‘절공검 제4식.’


나는 위에서 녀석을 압박해갔다.


‘상천!’

‘낙하!’


쾅!


메피스토는 다리아의 검은 피하고

내 검은 인파니아로 막아냈다.

이번에는 녀석의 공격이 이어졌다.

나를 인파니아로 밀어낸 뒤

메피스토가 집요하게 다리아를 노렸다.


쾅! 쾅! 쾅! 쾅!


메피스토의 힘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검에 실리는 힘은 물론

속도도 다리아를 압도했다.

하지만 다리아는 검성.

그녀가 지금까지 쌓아온 세월이 인파니아를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다.


‘기다려라!’


필사적으로 방어하는 와중에 그녀가 나에게 눈빛을 보냈다. 저 눈빛의 뜻은 하나다.


‘기회를 만들 테니 검을 찔러 넣어라.’


내가 발도 자세를 취한 뒤 힘을 갈무리했다.

왼쪽 팔이 말을 듣지 않아 균형이 무너졌다.

하지만 보폭을 조정하고 상체를 기울여 균형을 잡았다.

그 사이


촤악!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공격을 강행하던 다리아가 쓰러졌다.


“내 몸에 검을 대는 건 한 번이면 족하다.”


“다리아!!!”


다리아의 몸에 깊은 검상이 보였다.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그녀는 의식을 잃은 채 쓰러졌다.


“죽이진 않았다. 이 또한 나의 자비.”


“자비의 그릇이 생각보다 옹졸하구나.”


“벌레를 죽이는데 바다와 같은 자비를 바라는 것 또한 욕심이다.”


녀석은 눈 깜빡한 사이 내 앞에 다가와 있었다.


‘제기랄.’


빠르게 보법으로 거리를 벌리려 했다.

하지만


덥석.


녀석이 내 목을 잡는 게 먼저였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내 밑으로 들어올 생각 있나?”


“거절이다.”


“독특하긴 하나 현명하진 못한 인간이군.”


푹!


녀석의 검이 내 복부를 꿰뚫었다.

신목의 경고가 현실이 됐다.

가슴 아래가 뜨거웠다.

반대로 몸이 차갑게 식는 게 느껴졌다.


“으아아아아!”


항상 생각했다.

녀석이 내 복부에 검을 박으면?

나는 녀석의 목에 검을 박으면 그만.

하지만


휙.


녀석은 너무나 쉽게 내 마지막 발악을 피했다.

눈이 감겼다.

느껴졌다.

나에게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촤아아아악!


녀석이 인파니아를 뽑았다.

그리고 나를 바닥에 던졌다.

메피스토가 멀어지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죽음은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때였다.


“카일!”


죽음과는 다른 뭔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건 뭘까?

죽음과는 다른 따듯한 감각.

구원인가?“


“카일!”


들려서는 안 될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변은 샤를이었다.

힘겹게 눈을 떠 주변을 바라봤다.

샤를이 나를 안고 제이 파치노가 메피스토에게 성검을 겨누고 있었다.


“여긴 어떻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제이 파치노는 여기에 있으면 안 됐다.

정양이 끝난 뒤, 토테미넴의 가문에 내려오는 전승을 듣고 성검의 시험에 도전해야 했다.


“그건 나중에. 일단은 회복이 먼저다. 토테미넴!”


제이 파치노가 메피스토를 잡은 사이

우노아가 빠르게 다리아를 데려왔다.

토테미넴의 신성력이 나와 다리아를 회복시키기 시작했다.


덥석


샤를의 멱살을 잡았다.


“왜?! 도대체 왜?!!! 여기 온 거야!”


이들은 여기 오면 안 된다.

내가 죽더라도 성검의 시험을 위해 남쪽으로 가야 했다.


“진정해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빨리 돌아가!”


“카일!!!!”


“자식새끼 재물 삼아 힘 얻은 아비가 인제 와서 왜! 왜! 여기 온 거야! 이러면 죄책감이 덜어질거라 생각했나? 내가 용서할거라 생각했어? 당신. 끝까지 이기적인 사람이야! 알아! 대의를 생각한다면 이래선 안 됐어!”


내가 피를 토하며 샤를을 쏘아붙였다.


“알고 있었다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빨리 돌아가라고!”


이제 와 무슨 자식을 위한 아비의 마음이란 말인가? 너희는 여기 오면 안 됐다. 이러면 전개가 어긋난다. 나를 만나는 순간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게 된다.


“카일!!!”


이때 제이 파치노의 분노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그저 당신을 구하기 위해 온 거라 생각합니까? 너무 자의식 과잉 아니에요?”


녀석의 설명이 이어졌다.

나를 포함한 소드 마스터가 셋.

9서클 마법사에 궁수, 대주교급 사제까지.

이 전력이라면 메피스토를 잡을 수 있다는 게 녀석의 판단이었다.


“시간을 벌겠습니다. 그때까지 회복하세요. 녀석의 목을 벨 정도로.”


“가세하지.”


제이 파치노와 샤를이 메피스토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몸이 서서히 회복됐다. 내가 다리아를 바라봤다. 트롤의 재생력에 신성력이 더해지자 그녀는 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게 몸을 수복했다.


“스승님. 들리십니까?”


“들린다.”


“이제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이미 어긋난 전개다.

그렇다면 취할 방법은 하나.

결말을 앞당기는 것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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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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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에필로그 +1 23.08.12 231 5 14쪽
122 돌아가자 23.08.11 215 4 12쪽
121 절공(切空) 23.08.10 210 4 12쪽
120 각자의 역할 (6) 23.08.09 188 4 12쪽
119 각자의 역할 (5) 23.08.08 185 4 11쪽
118 각자의 역할 (4) 23.08.07 192 4 12쪽
117 각자의 역할 (3) 23.08.06 194 5 13쪽
116 각자의 역할 (2) 23.08.05 195 5 13쪽
115 각자의 역할 (1) 23.08.04 193 4 12쪽
114 돌격 23.08.03 198 4 12쪽
113 약속 23.08.02 202 5 13쪽
112 스승과 제자 (5) 23.08.01 204 4 12쪽
111 스승과 제자 (4) 23.07.31 203 4 12쪽
110 스승과 제자 (3) 23.07.30 197 4 12쪽
109 스승과 제자 (2) 23.07.29 192 4 12쪽
108 스승과 제자 (1) 23.07.28 202 4 13쪽
107 영웅 (4) 23.07.27 204 4 13쪽
106 영웅 (3) 23.07.26 199 4 12쪽
105 영웅 (2) 23.07.25 207 4 13쪽
104 영웅 (1) 23.07.24 212 4 12쪽
103 시험 (4) 23.07.23 204 4 13쪽
102 시험 (3) 23.07.22 199 4 12쪽
101 시험 (2) 23.07.21 205 4 12쪽
100 시험 (1) 23.07.20 216 4 13쪽
99 너라는 변수가 (4) 23.07.19 222 3 13쪽
98 너라는 변수가 (3) 23.07.18 217 4 12쪽
» 너라는 변수가 (2) 23.07.17 220 3 12쪽
96 너라는 변수가 (1) 23.07.16 224 3 12쪽
95 모래성 23.07.15 234 3 13쪽
94 내 집 마련 (4) 23.07.14 23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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