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화. 환자와 소문들 6
< 90화 >
-달각 탁
“오늘의 게임은 러시안룰렛! 여기 있는 룰렛으로 두 명의 선수를 정할 거야!”
릴라는 자신을 제외한 10명의 참여자 이름이 부착된 룰렛 판을 꺼내 들고,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이것도 한번 해볼 때가 되었다면서 유백서가 추천했어! 그럼, 돌린다~!”
“오오!! 좋아!!”
“···재밌겠는데?”
“와! 이거 실제로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모두 기대에 잔뜩 부푼 말을 꺼내며 룰렛 판을 바라봤고, 룰렛은 한참을 돌다가 ‘슈타인’을 지목하고 멈춰 섰다.
“한 명은 슈타인! 그리고 나머지는···!”
릴라가 다시 룰렛 판을 돌리자, 이번엔 ‘이연석’이 지목되었다.
“그럼! 슈타인과 이연석! 이렇게 두 명이 대결하게 되었어! 선수 둘은 이쪽에 준비된 테이블로 와서 앉도록 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 앞으로 모이면 돼~. 참! 칩은 딜러인 나한테서 받아가고, 잠에서 깨고 나면 결제하는 방식이니까 모두 일어나면 잊지 말고 이체들 해!”
릴라의 지시로 슈타인과 이연석은 족쇄가 걸려있는 테이블로 옮겨가서 앉았고, 그 주변으로 사람들도 이동하기 시작했다.
‘러시안룰렛’은 워낙 유명한 게임이라 공유식과 독고혈, 강충재도 대충 게임의 방식은 알고 있었지만, 이곳에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다.
“그럼, 게임에 대해 설명을 해줄게! 모두 알고 있겠지만, 러시안룰렛은 리볼버로 상대방을 먼저 쏴서 죽이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야!”
“뭐···? 진짜로 사람을 쏜다고?!”
독고혈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아하하하!! 뭐야! 긴장하지 마! 여긴 꿈속이니까 총을 쏜다고 해도 실제로 죽진 않아! 저 문으로 나가면 꿈에서 깨게 되니까 걱정하지 마! 물론···, 아프기야 할 테지만···?”
릴라는 깔깔대며 아무렇지 않게 설명했지만 ‘악몽의 저택’에서 죽은 후,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람을 두 명이나 봤던 공유식으로서는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지 너무도 헷갈렸다.
이곳이 그때의 저택과는 다른 상황일 수는 있었지만, 어쨌든 장소는 같은 곳이었다.
게다가 병원 내의 사람들이 이유도 모르는 채로 실종되거나 죽어 나간다는 흉흉한 소문도 있는 상태였다. 이곳이 그 소문의 발원지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달그락 찰칵
그사이 슈타인과 이연석이 앉아있는 테이블 위로 각각 리볼버가 한 개씩 올려졌다.
“이건 턴제 전략 게임이니까. 한 명이 쏘고 나면, 다음 사람으로 턴이 넘어가게 돼! 리볼버 안에 있는 탄알은 공포탄과 실탄으로 되어있고, 공포탄은 상대방한테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아! 여기서 특이점! 만약 공포탄을 자신한테 쏘게 되면, 총을 한 번 더 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하지만, 자살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주의하도록 해야지~!”
릴라는 손을 총 모양으로 만든 후, 자신의 머리를 총으로 쏘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와우···!! 신나는데?! 아주 재밌어!!”
“아씨! 존나 떨린다!!!”
스릴감에 빠져 도파민이 넘쳐흐르는 듯 사람들은 게임의 설명을 들을수록 기뻐서 날뛰기 시작했고, 현실과 꿈의 경계가 어디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공유식과 독고혈, 강충재는 점점 긴장감에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자! 이제부터 집중해! 자신이 지목한 상대가 이기길 바란다면 아이템을 구매하라고!”
릴라는 아이템을 테이블 위에 늘어놓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모든 아이템은 한번 사용하면 효과가 사라져! 또한, 훈수를 두거나 게임을 방해하면 벌금으로 모든 사람에게 칩 50개씩을 내야 해! 방해의 정도가 지나친 경우는 벌금뿐만 아니라 선수와 자리가 바뀌게 되어 직접 선수로 뛰어야 하니까 모두 주의하도록 해!”
릴라는 게임의 규칙을 설명하면서 위반했을 때의 벌칙에 관해 경고했다.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 첫 번째는 투시경! 리볼버 안에 무슨 탄알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 한 번에 양쪽 선수의 모든 탄알을 확인할 수 있지만, 자신 외의 사람에게 발설은 금지니까 주의하도록 해! 일회용이고, 가격이 매우 비싸니까 잘 생각하고 사용하도록 해.”
릴라는 특수 투시경 아이템을 보여주며 말했다. 확실한 효과가 있는 만큼, 가격은 칩 300개로 상당히 비쌌다.
“두 번째 아이템은 셔플 카드! 탄알을 무작위로 돌려서 섞을 수 있어. 세 번째 아이템은 공포탄! 안에 있는 탄알 중 하나를 공포탄하고 교환할 수 있어. 횟수 제한은 없지만, 각 턴에 한 번씩만 쓸 수 있고, 실탄을 아예 없애는 상황이라면 사용이 불가능해! 그럼, 각각 아이템의 가격이 적혀있으니까 잘 보고 구입하고, 사용하지 않은 아이템은 나중에 환불도 가능하니까 넉넉하게 사라고~!”
릴라의 설명을 들은 사람들은 가격을 보고 각종 아이템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투시경은 칩 300개, 셔플 카드는 칩 100개, 공포탄은 칩 50개로 여러 명이 앞다투어 구매하는 것을 보는 릴라의 표정은 흐뭇함으로 가득 차고 있었다. 아무래도 딜러인 릴라는 아이템으로 수익을 올리는 모양이었다.
“리볼버에는 총알이 6개가 들어가는데, 처음이니까 공포탄 3개, 실탄 3개로 가볼게! 두 종류의 탄알은 맨눈으로는 구분이 불가능하고 오직 투시경으로만 알 수 있어! 모두 준비되었으면 원하는 쪽에 칩을 걸거나 아이템을 걸면 돼! 자, 모두 게임할 준비 됐어?!”
릴라가 설명을 마치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나서기 시작했다.
“좋아!! 어디 한번 시작해 볼까?!”
“누구한테 걸어야 하려나?”
“아···! 근데, 연석이가 유리하지 않으려나?”
“그렇지? 가문의 명판도 있으니까?! 아무래도?!”
“야야!! 이거 실제로 죽는 것도 아닌데, 명판은 상관없지 않냐?”
사람들은 제각기 슈타인과 이연석의 운을 떠보기 시작하며 떠들썩하게 여러 말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말을 듣다 보니, ‘가문의 명판’ 같은 새로운 단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들과 친해지면 아무래도 할아버지와 관련된 일이나, 이곳에 얽힌 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 공유식은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기로 했다.
우선 독고혈이 산 칩으로 투시경 3개와 셔플 카드 3개, 공포탄 3개까지 모든 종류의 아이템을 전부 구입하며 야무지게 쇼핑을 마쳤다. 독고혈과 강충재는 공유식이 참여하는 마당에 굳이 나설 필요가 없어서 관전하기로 했다.
“와우?! 엄청나게 구입하는데? 릴라가 좋아하겠어?! 그나저나, 넌 누구 쪽이야?”
“응! 난 이연석!”
“쟤가 이길 것 같아?! 확률은 어차피 5:5라고~!”
공유식은 웃으며 최현수와 얘기했지만, 사실 이것이 정말 실제가 아닌 꿈이라면, 러시안룰렛 게임은 꽤 재밌는 기믹이기도 했다. 또한, 아이템을 이용해서 짭짤한 돈벌이를 해볼 수도 있는 일이었다.
매번 독고혈의 돈을 탕진하느라 라석양의 눈치가 보였는데, 잘하면 여기서 한탕해서 눈치 안 보고 넉넉하게 쓸 수도 있는 일 아닌가?
아이템을 사용하면 능력을 쓰지 않아도 되니, 사리사욕이 있다고 해도 악몽에 빠질 위험도 없었다.
“그럼, 모두 칩을 걸도록 해! 지금 이외에는 칩을 이동할 수 없어!”
릴라의 지시에 따라 슈타인 쪽에 500개의 칩이 이연석 쪽에 2,000개의 칩이 걸렸다.
“야야! 너희 너무한 것 아냐?! 내가 이기면 저쪽에 있는 칩 다 얻을 수 있다고!!”
“···아무래도 쟤는 패색이 너무 완연한데? 연석이 쪽에 더 거는 게 맞지 않아?”
슈타인이 자신을 향한 지지가 너무 적자 항의해 봤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이연석 쪽에 칩이 1,000개가 더 얹어져 500대 3,000의 게임이 시작되었다.
슈타인을 지지한 쪽은 자이크와 유백서로 각각 200개와 300개의 칩을 걸었고, 이연석을 지지한 쪽은 공유식과 샌드맨, 최현수와 백승호로 각각 2,000개, 300개, 400개, 300개씩을 걸었다.
“모두 다 걸었지? 상금 방식은 참여자인 경우, 이기는 쪽은 자신이 건 칩의 2배, 지는 쪽은 걸었던 칩을 모두 잃게 되고, 선수들은 상대방한테 걸린 칩의 개수만큼 얻거나 잃게 돼. 그럼, 양쪽의 선수는 각자 상대방의 탄알을 넣어서 돌려줘!”
-달각 달그락 타라락
릴라의 설명에 슈타인과 이연석은 리볼버 안에 탄알 6개를 넣어서 서로에게 건네줬다.
“룰렛을 돌려서 선공과 후공을 정할 거야. 빨간색과 파란색 중에서 각각 선택해!”
“그럼, 난 빨간색!”
“그럼···, 할 수 없이 난 파란색이군.”
이연석이 재빨리 손을 들어 빨간색을 외쳤고, 뒤이어 떫은 표정으로 슈타인이 답했다.
-도르륵
빨간색과 파란색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룰렛 판이 돌아가고, 곧 빨간색이 표시되었다.
“빨간색이 나왔으니 이연석이 먼저 쏘고, 다음이 슈타인으로 결정되었어! 자, 이연석한테 아이템을 쓰고 싶은 사람은 지금 사용할 수 있어!”
릴라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아이템을 쓰려는 사람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그럼, 난 셔플 카드!”
“난 공포탄!”
“난 투시경!”
이연석이 이기길 원치 않던 유백서와 자이크가 각각 셔플카드와 공포탄을 사용한다고 외쳤고, 이어서 공유식이 투시경을 외쳤다.
“그럼, 가격 순으로 공포탄을 먼저 적용하고, 다음엔 셔플 카드, 그 다음으로 투시경을 사용하도록 할께!”
-찰칵
릴라는 자이크의 공포탄을 받아 이연석에게 넘겼고, 그는 리볼버 안에 있던 탄알 중 하나를 선택해 공포탄과 교환했다. 그다음 릴라는 셔플 카드를 적용해서 리볼버를 여러 차례 돌려서 탄알을 섞고 돌려줬다.
“자, 투시경으로 지금 탄알의 종류를 확인할 수 있어.”
“오케이~!”
공유식은 투시경으로 슈타인과 이연석의 탄알을 둘 다 살펴봤다. 두 명의 리볼버의 앞쪽에 있는 탄알은 모두 공포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아이템의 확인이 끝났으니, 이연석은 총을 사용해도 돼!”
-철컥
릴라는 슈타인의 손을 족쇄로 가둔 후 말했고, 이연석은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된 그를 향해 총구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던 이연석은 총구를 돌려 자기 머리로 향한 채 숨을 들이마셨다.
아무래도 가상의 러시안룰렛이긴 하지만, 굉장히 떨리는 순간이었는지 이연석의 손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공포탄과 실탄의 비율이 3:3이거나 4:2로 바뀌었다고 가정해 보자면, 첫발은 공포탄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 이연석은 첫발을 자신한테 사용해 보기로 했다.
꿈속에서의 고통을 경험해 보지 못한 공유식은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 봤지만, 예전에 악몽의 저택 때를 생각해 보면 가상에서도 고통 그 자체는 사실로 느껴질 수도 있었다.
-타앙!
공포탄이었던 리볼버가 공허한 소리를 내며 울렸고,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은 이연석은 이번엔 슈타인 쪽을 향해 방아쇠를 조였다.
-타앙!
두 번째 탄알도 공포탄으로 발사되어 리볼버는 하얀 연기만 뿜어냈고, 사람들은 그에 맞추어 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었다.
“자~! 다음은 슈타인이 쏠 차례야! 아이템을 쓸 사람은 지금 쓸 수 있어!”
릴라의 설명이 끝나자, 곧바로 최현수와 백승호가 아이템을 사용한다고 외쳤다.
“그럼, 난 셔플 카드!”
“난 공포탄!”
-찰칵
릴라는 백승호의 공포탄을 받아 슈타인에게 넘겼고, 그는 리볼버 안의 탄알 중 하나를 선택해 공포탄과 교환했다. 그다음 릴라는 셔플 카드를 적용해서 리볼버를 여러 차례 돌려서 탄알을 섞은 후 돌려줬다.
“아이템의 확인이 끝났으니, 슈타인은 총을 사용해도 돼!”
-철컥
릴라는 이연석의 손을 족쇄로 가둔 후 말했고,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된 그를 향해 슈타인은 총구를 들이밀었다.
공포탄도 추가되었고, 셔플 카드로 탄알도 섞인 상태였다. 하지만, 투시경을 쓴 사람이 없어서 앞에 있는 것이 공포탄인지 실탄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슈타인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연석이 한 것처럼 첫발을 자신한테 쏴서 공포탄인 것을 확인한 후, 다음 발을 이연석에게 발사하는 방법과 그대로 이연석한테 쏘는 방법 중, 어느 것이 유리할지 따져보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앞의 이연석처럼 자신의 확률도 공포탄과 실탄의 비율이 3:3이거나 4:2일 터라 첫발은 공포탄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오늘 슈타인은 컨디션이 썩 나쁘지 않았지만, 어쩐지 불길한 기운마저 감돌았고, 수많은 눈동자가 그를 지켜보고 있자, 그는 생각보다 매우 긴장이 되었다.
게다가 자신의 상대는 자기의 명줄을 알고 있는 ‘가문의 명판’의 주인이기도 했다.
첫발을 자신한테 쏘는 것이 나을지, 상대방한테 쏘는 것이 나을지, 고민하는 순간 찰나의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슈타인의 심장은 점점 조여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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