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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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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신비로운 세계 7

DUMMY

< 68화 >




-달그락 덜컹 쿵!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거실로 들어오더니, 세 명이 앉아있던 거실에 엄청난 진수성찬을 차려놓고는 사라졌다.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가득 차려진 음식은 갓 구워진 육즙이 좔좔 흐르는 갈비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봉으로 높이 쌓은 쌀밥, 통째로 튀겨서 먹음직스러운 통닭과 새콤달콤한 양념이 된 비빔국수, 윤기가 넘쳐흐르는 잡채와 떡고물이 잔뜩 묻은 인절미로 세 명의 허기진 배를 유혹하고 있었다.


이미 한번 독이 든 차를 먹었기에 할아버지가 주는 음식에는 생각이 없었던 세 명이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규모의 음식이 눈앞에 펼쳐지자 당장 입에 침이 고였고, 머리는 먹을 생각으로, 위장은 당장에라도 음식을 소화할 듯 꿈틀거렸다.


“다들 시장할 텐데, 어서들 들게나! 흥부의 박을 타서 나온 음식들이니, 나쁜 것은 아무것도 안 들었다네! 걱정하지 말고 들어! 정 안심이 안 되면, 내가 한 번씩 다 먹어볼 테니 보고 먹던가!”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곤, 여러 가지 음식들을 모두 들어 직접 먹어보았다.


그렇게 유혹하듯 앞에서 몇 번의 젓가락질이 지나가자, 모두 홀린 듯 자리를 잡고 앉아서 너나 할 것 없이 음식을 탐하기 시작했다.


“우와ㅡ! 너무 맛있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생전 처음인 것 같아!”


천상의 비율로 간을 맞춘 듯, 음식은 온갖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황홀한 맛이었으며 입에 들어가자마자 눈 녹듯 사라졌다.


세 명과 할아버지, 그렇게 네 명은 정신없이 음식을 먹었고 어느새 그 많던 음식들은 점점 사라져갔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많은 음식을 먹었음에도 그들은 전혀 배가 부르지 않았고, 허기는 날로 더해가기만 했다.


음식은 점점 사라져 마지막에는 떡 하나만 남게 되었다.


분명 누군가는 남은 떡 하나를 먹을 수 있었지만 아무도 양보할 생각은 없는 듯, 모두 젓가락을 손에 들고 놓지 않고 있었다.


네 명은 누가 남은 떡 하나를 먹을지 눈빛을 교환하고 있었는데 이는 매우 팽팽했다.


“마지막 떡은 내가 먹음세.”

“아니죠. 제가 먹겠습니다.”


할아버지가 먼저 나서자, 강충재가 거부하며 말했다.


“내가 차려준 거니, 내가 먹음세!”

“그렇다면, 손님이 먹어야 맞는 것 아닙니까?”


할아버지가 주인임을 강조하고 나서자, 공유식이 대접하는 음식임을 강조했다.


“어허! 나이 든 어른에게 양보하는 게 미덕 아닌가?!”

“할아버지는 원래 할아버지로 태어나신 분 아닙니까? 나이로 치자면 제 나이가 삼백 살이 넘었으니, 제가 먹는 게 맞을 듯합니다.”


다시 할아버지가 경로 우대정신을 피력하자, 이번엔 독고혈이 나서며 말했다.


좀처럼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네 명의 떡에 대한 탐욕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렇다면, 말하지 않고 참는 내기를 하여 끝까지 참는 사람이 먹기로 하는 건 어떤가?”

“좋습니다.”

“네!”


식탐으로 가득한 그들은 모두 할아버지가 말한 내기에 동의했고, 곧바로 거실엔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렸고 복면을 쓴 도둑 한 무리가 집안으로 습격해 들어왔다.


-드르륵 벌컥


대범하게 이른 아침부터 범행을 시도한 도둑들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여러 명의 사람이 거실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 놀라 그대로 멈춰 섰다.


하지만 분명히 눈이 마주쳤는데 그들을 보고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도둑들은 매우 이상하게 생각했다.


“이···, 이보시오?”

“·········.”


그대로 도망가야 했던 도둑들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말을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말을 걸어도 여전히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고민하던 도둑들은 결국 그대로 물건들을 훔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의 집 안에 있던 귀중한 물건들이 도둑들의 손에 들려 속속히 사라지고 있었다.


“도, 도둑이!! 이것들이 무슨 짓이야?!”

“조용히 하지 못해?!”


결국 참지 못한 독고혈이 첫 번째로 일어나 소리를 쳤지만, 할아버지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신 옆에 있던 도둑 하나가 칼을 빼어 들어 위협을 하기 시작했다.


“독고혈!! 할아버지?!”


도둑의 위협에 두려워진 공유식이 이어서 두 번째로 말했고 독고혈과 함께 강충재의 뒤로 숨었다.


도둑들은 강충재를 보더니 조금 경계하는가 싶더니 그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다시 집안의 물건들을 쓸어가기 시작했다.


“저기···,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


다시 조심스레 공유식이 말을 걸어 보았지만, 할아버지는 묵묵부답이었다.


-덜컥 쿵!


할아버지는 집안의 물건들이 다 털려 나가는 상황에서도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고, 여전히 남은 떡 하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둑들은 기둥뿌리까지 뽑아갈 속셈으로 온 집안의 물건들을 탐했고, 더 이상 털어갈 것이 없는 지경에 이르자 칼을 빼어 들고 네 명 앞으로 다가왔다.


“야! 네놈들! 가진 것들 다 내놔!”

“···뭐야?! 이 도둑놈의 새끼들이! 죽고 싶어?!”


물건들을 훔친 것으로도 모자라서 강도질까지 벌이려고 하자, 더는 못 참겠는지 강충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험상궂게 소리쳤다.


“그럼, 이제 이 떡은 내 것일세!”


그리고 정확히 그 타이밍에 할아버지가 말하며 떡을 날름 집어삼켰다.


-쾅! 우직끈!!


공유식과 독고혈이 어처구니가 없어 할아버지를 쳐다본 순간, 강충재가 발로 상을 부숴버리고는 갈기갈기 찢겨 나뭇가지로 변한 상다리를 양손에 집어 들었다.


“나와! 어떤 새끼부터 죽을래?!”


강충재의 험악한 모습을 본 도둑들은 너무 놀라 딸꾹질하더니 그대로 혼비백산한 채 도망가 버렸다.


상당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떡을 먹던 할아버지는 곧 주변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는지 우울하고 침통한 표정으로 변했다.


“아···! 내가 또 무슨 짓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자네들에게 또 못 볼 꼴을 보였군. 이렇게 된 것 차라리 잘됐네. 내가 전에 살던 집으로 가세.”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그리고 강충재가 부숴서 초토화가 된 거실을 둘러보더니 자신을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할아버지는 거실에서 보았던, 이곳과 어울리지 않았던 낡은 오두막으로 향했다.


-끼이익 달각


세 명은 오래되었지만, 사람의 손때가 묻어있고 정리가 잘 되어있는 오두막의 안으로 들어갔다.


외관과는 달리 오두막의 안은 매우 아늑했고, 편안했다.


네 명은 가운데에 귤과 감이 든 바구니를 놓고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마주 앉았다.


“여기가 내가 원래 살던 곳이라네. 오히려 이렇게 되니 마음이 홀가분하구먼. 그럼, 자네의 얘기를 마저 들려주겠나?”

“네.”


할아버지의 말에 강충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전에 했던 이야기의 뒷부분을 마저 이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저승의 대왕님은 저에게 지옥의 권속을 소환하려는 무리를 와해시키라는 명을 내리셨고, 전 그 말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강충재는 앞서 했던 말을 요약하며 설명을 시작했다.


“하지만 제가 정확히 뭘 해야 할지는 몰랐습니다. 이어지는 대왕님의 말은 이해가 쉽지 않았어요. 그가 관장하는 저승에는 대단한 권속이라고 할 만한 우두머리가 없는데, 소환을 원하는 자들은 ‘마왕’ 급의 존재를 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강충재의 말을 듣고 보니, 공유식과 독고혈도 생각이 복잡해졌다. 자신들이 알고 있던 동화나 민담, 설화 중에 마왕 급의 존재가 등장한 적이 있었나 싶었다.


“하지만 대왕님과의 면담은 거기까지로, 전 곧바로 다른 방으로 안내되었습니다. 이동된 곳은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는 커다란 방이었는데, 거기서 묵은 회포를 풀고 일을 준비하라는 배려였죠.”


강충재의 얘기를 들으며 골똘히 생각하던 독고혈은 앞에 있는 귤의 껍질을 까기 시작했고, 강충재는 턱을 팔에 괸 채 그걸 바라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옆에서 저를 보좌할 저승사자 두 명을 붙여줬는데 그들은 손에 망치와 오랏줄, 창과 칼을 들고 있었고 말도 하나씩 끌고 있었습니다. 다소 험한 인상의 두 명은 붉은색과 녹색이 합쳐진 옷을 입고 반쯤은 벗은 상태였죠. 그들은 음식을 허겁지겁 먹으며 저한테도 권했지만, 전 배가 고프지 않았습니다. 왠지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어요.”


강충재는 당시에 할아버지가 내어준 독이 든 차를 먹고 죽었으니, 다른 사람이 권하는 음식을 먹고 싶지 않았을 듯도 했다.


“잘했네. 저승의 음식을 먹었으면, 다시 돌아올 수는 없었을 게야.”

“네?!”


이어지는 할아버지의 말에 다들 깜짝 놀랐고, 강충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 뭔가가 생각난 듯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이것들이!! 아주 계획적이었군!”

“어휴···, 다행이네!”


공유식이 강충재의 어깨를 토닥이다가 독고혈이 주는 귤을 받아서 먹으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모두 귤을 먹다 보니, 열린 오두막의 창문으로 중천에 뜬 해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정오가 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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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4화. 여우와 숨바꼭질 1 24.03.08 1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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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불혹성 - 데스매치 4 23.09.08 39 0 10쪽
40 40화. 불혹성 - 데스매치 3 23.09.07 2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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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보안 시설 1 23.08.31 3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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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무한 학교 4 23.08.28 3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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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무한 학교 2 23.08.25 39 0 13쪽
30 30화. 무한 학교 1 23.08.24 49 0 11쪽
29 29화. 카드 분실 23.08.22 39 0 13쪽
28 28화. 악몽 5 23.08.21 28 0 13쪽
27 27화. 악몽 4 23.08.19 49 0 10쪽
26 26화. 악몽 3 23.08.18 40 0 12쪽
25 25화. 악몽 2 23.08.17 19 0 11쪽
24 24화. 악몽 1 23.08.15 50 0 11쪽
23 23화. 유골 다이아몬드 23.08.14 29 0 13쪽
22 22화. 이행 면허 23.08.12 32 0 12쪽
21 21화. 코카체-킬러 게임 2 23.08.11 36 0 12쪽
20 20화. 코카체-킬러 게임 1 23.08.10 47 0 12쪽
19 19화. 과제 23.08.09 37 0 14쪽
18 18화. 인형 괴담 23.08.08 28 0 12쪽
17 17화. 매칭 23.08.07 41 0 11쪽
16 16화. 귀신 찾기 23.08.05 44 0 12쪽
15 15화. 시장 23.08.04 8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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