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환자와 소문들 7
< 91화 >
-타앙!
한참을 고민하던 슈타인은 자신을 향해 첫발을 발사했다. 다행히도 첫발은 공포탄이었다.
슈타인은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곧 시커멓게 문신한 눈알 전체를 살벌하게 굴리며 총구를 이연석 쪽으로 돌렸다.
-타앙!
두 번째 탄알 역시 공포탄으로 발사되었고, 리볼버는 하얀 연기만을 뿜어냈다.
“후유···! 우와! 긴장되는데?”
“이야···! 운 좋네?! 여기서 퍽! 하고 죽었으면 되게 재밌었을 텐데!”
어느새 양쪽 진영으로 나뉘어 상대가 먼저 죽길 원하는 방향의 무시무시한 대화가 오갔고, 가상임에도 슈타인과 이연석의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갔다.
“자~! 다음은 이연석이 쏠 차례야! 아이템을 쓸 사람은 지금 쓸 수 있어!”
릴라의 설명을 들은 유백서와 자이크는 재빨리 셔플카드와 공포탄을 사용한다고 외쳤다.
-찰칵
릴라는 자이크의 공포탄을 받아 이연석에게 넘겼고, 그는 리볼버 안의 탄알 중 하나를 선택해 공포탄과 교환했다. 그다음 릴라는 셔플 카드를 적용해서 리볼버를 여러 차례 돌려서 탄알을 섞은 후 돌려줬다.
“아이템의 확인이 끝났으니, 이연석은 총을 사용해도 돼!”
-철컥
릴라는 슈타인의 손을 족쇄로 가둔 후 말했고, 이연석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대로 총구를 슈타인 쪽으로 겨눴다.
총구를 마주 보는 슈타인의 얼굴은 뭔가를 직감한 듯 공포로 얼룩져있었고, 사지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타앙!
불길했던 예감은 사실이 아니었던 듯 리볼버는 공포탄이었고,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은 슈타인은 참았던 한숨을 내쉬었다.
“자! 다음은 슈타인이 쏠 차례야! 아이템을 쓸 사람은 지금 쓸 수 있어!”
릴라의 설명이 끝나자, 이번에도 최현수와 백승호가 아이템을 사용한다고 외쳤다.
-찰칵
릴라는 백승호의 공포탄을 받아 슈타인에게 넘겼고, 그는 리볼버의 탄알 중 하나를 선택해서 교환했다. 그다음 릴라는 셔플 카드를 적용해 리볼버를 여러 차례 돌린 후 그에게 돌려줬다.
“아이템의 확인이 끝났으니, 슈타인은 총을 사용해도 돼!”
-철컥
릴라는 이연석의 손을 족쇄로 가둔 후 말했고, 슈타인은 이미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듯 한층 홀가분한 미소를 띤 채 리볼버를 이리저리 회전하는 여유를 보여줬다.
“이제 이쯤에서 승자가 결정이 날 것 같은데?! 너희들의 예측을 내가 깨주겠어!”
“오!! 갑자기 자신만만한데?”
“방금까지 존나 쫄았던 새끼가 이제 자기가 쏠 차례 됐다고, 입만 살아서 주둥이 털고 있네!”
“그래! 쏴봐!! 빨리!!”
긴장으로 가득 차서 한동안 정적으로 가득했던 공간이었지만, 갑작스러운 슈타인의 도발로 이연석과 슈타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신경전이 펼쳐졌다.
“에라이~ 병신들! 뭘 안다고~! 가문의 명판? 그거랑 이게 무슨 상관이냐? 잘 보라고!”
슈타인은 주변을 비웃더니 리볼버를 들고는 갖은 폼을 재며 이연석을 조준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신한테로 총구를 겨냥하더니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앙!!!ㅡ!! 덜거덕
순간 엄청난 소리가 저택에 울려 퍼졌다.
리볼버에서 뿜어나온 실탄은 공포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굉음을 내며 그대로 슈타인의 머리를 관통했고, 그대로 슈타인의 머리는 터져나갔다.
갑작스러운 결과에 너무도 놀라 사람들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헉?! 뭐야?!”
“아, 씨···! 저 등신 뒤진 거야?!”
“아하하하!! 뭐야? 진짜 죽었어?!!”
장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바뀌었고, 비웃는 웃음과 예측이 실패한 이들의 욕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존나 이빨 털어대더니 병신새끼!!”
“아오! 심장이야! 내가 다 놀랐네!!”
-달그락
“이번 대전은 이연석이 승리했어!!”
릴라는 슈타인의 시체 옆에 떨어진 피 묻은 리볼버를 주워서 닦으며, 첫 번째 대전의 승부를 결정지었다.
“그럼, 진 쪽의 칩은 몰수할 테니, 이긴 쪽은 칩을 받아 가도록 해!”
릴라는 승부에 걸려있던 칩을 가져가고, 이긴 쪽에 칩을 분배해서 나눠주기 시작했다.
충격적인 결말에 놀란 공유식과 독고혈, 강충재는 멍하니 피가 터져나간 슈타인의 머리를 쳐다보고 있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런 참혹한 현장과는 무관한 듯 자신이 얻은 칩과 잃은 칩을 따져보며 소란스럽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슈타인의 시체를 공유식이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때, 갑자기 쓰러진 그의 시체 위로 어디선가 짙은 어둠이 안개처럼 덮쳐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슈타인의 시체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검은색 책 하나가 남겨졌다.
검은색 책은 번쩍거리는 금빛의 오라가 감돌았고, 책 위로는 불길한 문양이 휘갈겨 있어서 함부로 손대면 큰일이 날 것만 같은 기운을 풍겼다.
그걸 본 샌드맨은 아무렇지 않게 책을 줍더니, 방에 있던 유일한 문을 열곤 그 안에 책을 던지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왔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여기서 죽으면 책이 돼. 어차피 저 문으로 나가면 잠에서 깨게 되니 걱정하지 마.”
샌드맨은 공유식의 질문에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하지만, 전에 악몽의 저택에서 경험했던 일과 동일한 사건이 벌어지자, 공유식은 왠지 불길한 느낌을 떨치기가 어려웠다.
정말 그의 말대로, 그냥 잠에서 깨고 마는 걸까···?
공유식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어서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자! 그럼, 두 번째 대전을 시작할게! 룰렛 돌린다?!”
“오오!! 그래!! 시작해!”
“오늘 아주 재밌어!! 고고!!”
-달각
릴라는 슈타인의 이름이 있던 자리를 엑스자로 표시해서 지운 후, 9명의 참여자 이름이 부착된 룰렛 판을 돌리기 시작했다.
기대에 잔뜩 부푼 사람들은 누가 다음 선수가 될 것인지 궁금해서 룰렛 판을 뚫어지게 쳐다봤고, 룰렛은 한참을 돌다가 ‘자이크’를 지목하고 멈춰 섰다.
“자~! 한 명은 자이크! 그리고 나머지는···!”
릴라가 다시 룰렛 판을 돌리자, 이번엔 ‘강충재’가 지목되었다.
“그럼, 자이크와 강충재! 이렇게 두 명이 대결하게 되었어! 선수 두 명은 이쪽에 준비된 테이블로 와서 앉도록 하고, 다른 사람들은 아이템을 사서 그 앞으로 모이도록 해!”
릴라의 지시로 자이크와 강충재는 족쇄가 걸려있는 테이블로 옮겨가서 앉았고, 그 주변으로 사람들도 이동하기 시작했다.
공유식은 강충재가 게임 선수로 선발된 것이 굉장히 불안했고, 강충재도 자신이 선수로 선발된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물론 샌드맨의 말처럼 죽으면 책으로 변하고, 방에서 나가면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고는 했지만, 모두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일이라 그의 말을 신뢰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머리를 쓰는 쪽으로는 영 재능이 없는 강충재가 이번 대결에서 이길 것 같지도 않았다.
러시안룰렛은 운이 많이 작용하는 게임이지만, 머리를 쓰는 게임이기도 했다.
-달그락 찰칵
그사이 자이크와 강충재가 앉아있는 테이블 위로 각각 리볼버가 한 개씩 올려졌다.
“모두 게임할 준비 됐지?! 그럼, 칩을 걸도록 해! 지금 이외에는 칩을 이동할 수 없으니까 신중하게 걸라고~!”
릴라의 지시에 따라 자이크 쪽에 1,000개의 칩이 강충재의 쪽에 1,300개의 칩이 걸렸다.
“아까보다 칩의 개수가 현저히 적은데?”
“이번엔 신입이니까! 천천히 하자고~! 어차피 밤은 길어!”
둘 중 어느 쪽이 이길지 감이 오지 않는 듯, 사람들이 내놓은 칩의 개수가 영 애매했다.
자이크를 지지한 쪽은 유백서와 샌드맨, 이연석으로 각각 500개, 300개, 200개씩을 걸었고, 강충재를 지지한 쪽은 공유식과 최현수, 백승호로 각각 700개, 300개, 300개씩을 걸었다.
“모두 다 걸었지? 그럼, 양쪽의 선수는 각자 상대방의 탄알을 넣어서 돌려줘! 이번에도 공포탄 3개와 실탄 3개야!”
-달각 달그락 타라락
릴라의 설명에 자이크와 강충재는 리볼버 안에 탄알 6개를 넣어서 서로에게 건넸다.
“그럼, 룰렛을 돌려서 선공과 후공을 정할 거야! 빨간색과 파란색 중에서 각각 선택해!”
“난 빨간색!”
“그럼···, 난 남은 거 하지 뭐.”
자이크가 재빨리 손을 들어 빨간색을 외치자, 뒤이어 강충재가 할 수 없다는 듯 답했다.
사실 강충재로선 먼저 하는 것이 유리한 건지 불리한 건지 판단할 여력이 없었고, 지금도 정신이 없는 상태로 자신이 선수로 앉아있는 것이 현실인지 꿈인지조차 가물가물했다.
무력을 동원하는 게임이라면 상황이 다를 테지만, 이런 류의 게임에는 영 자신이 없던 강충재는 다소 애처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공유식을 쳐다봤다.
그러자 강충재의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측은한 표정을 본 주변의 사람들은 그가 자신들을 협박하는 눈빛인가 싶어서 흠칫 놀라기 시작했다.
강충재의 부리부리하며 매서운 눈이 가늘어지며 주변을 그윽하니 훑어보았는데, 어쩐지 그 모습은 맹수가 먹잇감을 찾는 것 같기도 했고, ‘어디 한 놈만 걸려라! 그럼, 그놈은 오늘 밤에 죽는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자신이 지는 쪽에 칩을 건 놈들이 누군지 확인하려는 행동인지도 몰랐다.
뜻밖의 공포와 마주한 사람들은 슬슬 강충재의 눈빛을 피하면서, 아이템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경험상 보통 저런 타입의 사람이 원한을 가질 경우, 끝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도르륵
빨간색과 파란색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룰렛 판이 돌아가고, 이번에도 빨간색이 표시되었다.
“빨간색이 나왔으니 자이크가 먼저 쏘고, 다음 순서가 강충재로 결정되었어! 자, 자이크한테 아이템을 쓰고 싶은 사람은 지금 사용할 수 있어!”
릴라의 설명이 끝나자, 유백서와 샌드맨이 공포탄과 셔플 카드 아이템을 사용한다고 외쳤고, 이어서 공유식이 투시경을 외쳤다.
-찰칵
릴라는 유백서의 공포탄을 받아 자이크에게 넘겼고, 그는 리볼버 안에 있던 탄알 중 하나를 심사숙고해서 선택한 후 공포탄과 교환했다. 그다음 릴라는 셔플 카드를 적용해서 리볼버를 여러 차례 돌려서 탄알을 섞은 후 돌려줬다.
“자, 투시경으로 지금 탄알의 종류를 확인할 수 있어.”
“알았어!”
공유식은 투시경으로 자이크와 강충재의 탄알을 모두 살펴봤다. 자이크의 맨 앞의 탄알은 실탄이었고, 강충재의 맨 앞의 탄알은 공포탄이었다.
“아이템의 확인이 끝났으니, 이제 자이크는 총을 사용해도 돼!”
-철컥
릴라는 강충재의 손을 족쇄로 가둔 후 말했고, 자이크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된 강충재를 향해 총구를 들이밀었다.
공유식은 자이크가 어떻게 행동할지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고, 강충재가 시작하자마자 총알에 맞아 사망하는 일은 절대로 막아야만 했다.
그렇게 모두에게 초조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