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도 먹고 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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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녕
작품등록일 :
2024.01.2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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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3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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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연금술사(2)

DUMMY

흡족하게 웃던 막스가 잊은 게 생각났다는 듯 내게 말했다.


“아, 그리고 체력 포션을 추가로 더 구매하고 싶은데 말이야, 혹시 3일 내로 30개 정도 만들어줄 수 있는가?”

“아··· 되긴 되는데 무슨 일 생겼어요?”


나는 습관처럼 목덜미를 매만졌다. 3일의 30개는 만들려면 만들 수야 있지만 시간이 좀 촉박한 것도 사실이기도 했으니까.


“이번에 아울베어 토벌의뢰를 끼게 돼서 말이야. 나도 이렇게 급하게 부탁하고 싶진 않았는데 원래 토벌단에 있던 몇 사람이 갑자기 빠지는 바람에 인원 충원한답시고 우리도 들어가게 됐지 뭔가.”


아울베어라면 요근래 상단을 습격해 피해를 주고 있다는 녀석들을 말하는 것 같았다. 야행성인 녀석들이 갑자기 미쳤는지 낮밤가리지 않고 습격을 해오는 통에 상단에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아울베어란 놈들는 영역이 확실한 놈들인데 영역 바깥으로 나오는 일이 잦아진 것도 문젠데 최근엔 낮에도 출몰한다고 하니 여간 골치가 아닌 모양이야.”


아울베어는 부엉이 대가리를 단 곰처럼 생긴 몬스터. 우스꽝스럽게 생긴 외모와 다르게 생명력도 질기고 영리한 구석도 있어서 토벌이 어려운 몬스터 중 하나로 유명했다.


그러니 막스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위험한 아울베어인데 신입도 생겼으니 하나라도 더 많은 포션을 많이 가져가고 싶을 것도 이해가 갔다.


나는 작게 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최대한 만들긴 하겠는데 30개가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래도 이해해 주세요.”

“당연하다마다! 오히려 내 쪽에서 좀 무리한 부탁이었는데 들어줘서 고맙네. 그럼 난 이만 가보겠네, 사흘 후에 보지.”

“다음엔 마시고 남은 빈 병 있으면 가져 와 주세요. 가지고 오면 그만큼 가격 까드릴게요.”

“허허, 노력은 해보지.”


막스가 떠나고 나서 집 바깥에 따로 만들어둔 창고로 향했다.


“다른 건 다 있는데 병이 없네···.”


포션 제작에서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항목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유리병이라고 말할 수 있다. 포션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이미 차고 넘치는 데다 모자라다고 해도 지금 당장 숲으로 들어가 캐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유리병은 오로지 구매해야만 하는 품목이었고 비싸기도 했다.


그래서 빈 병 회수를 하기 위해 방금 한 것처럼 가져온 만큼 할인해 주고도 하지만 대부분은 가져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네.”


어차피 오늘은 병이 없었기에 할 일이 없었다. 포션을 만들기 위한 밑 작업은 언제나 조금씩 하고 있었기 때문에 30개 분량의 포션을 제작하는 데 모자람이없었다.


한 일주일은 집에 박혀서 이것저것 만들려고 했었는데 내일 다시 라르바티에 가야 한다니 저절로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래··· 돈 벌어야지, 돈을 벌어야 빨리 도시로 들어가지···.”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


나는 내가 가진 가장 깨끗하고 고급진 외출복을 꺼내 입었다. 그 위로 다시 로브를 걸쳐 이전에 후줄근한 잡상인 같은 모습을 지워냈다.


“정말 귀찮네···.”


마지막으로 폴리모리 포션을 들이켰다. 피부가 요동치며 격통이 몰아쳤다. 고통이 잦아들 때쯤이 되자 청년이 아닌 자글자글한 주름을 가진 노인으로 변해 있었다.


폴리모리 포션은 랜덤하게 외형이 바뀌는 폴리모프 포션을 내가 조금 더 손 봐서 나이가 든 모습으로만 변형시켜 주는 약이었다.


이렇게 되면 다른 사람의 모습이 아닌 ‘나’의 나이 든 모습으로 변하니 자주 드나드는 장소로 들어갈 때 매번 신원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편함이 있었다.


내가 굳이 이런 귀찮은 방법으로 내 원래 모습을 숨긴 채 들어가는 이유는 그냥 내가 불안해서 였다. 도시는 크고 넓지만 똑같은 양아치를 안 마주칠거란 보장이 없었다.


‘거지인 줄 알았던 잡상인 테오가 사실은 부자 연금술사라고? 당장 털어먹자!’ 가 되지 않을까하는 염려에서 왔다는 것.


게다가 나의 경우 도시 바깥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도시 내부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검문소를 거쳐야 했기 때문에 경비대원이 내 얼굴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도 크고 말이다.


물론 신분패는 전부 다 진짜로 발급 받은 것이다. 이곳의 행정력은 아직 많이 모자른 수준이여서 재발급 받아서 필요없어진 이전 신분패도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보통은 이전의 신분패는 수거하고 새로운 신분패를 발급해주긴 하지만 내 경우가 좀 특이 케이스긴 했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새내기 관리자가 이전 신분패를 처분하지 않고 그대로 내게 돌려준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재발급을 한 이유는 별 개 없었다.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신분패는 동패. 철패보단 높지만 약간의 노력만 하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게 동패였다.


“성함과 함께 신분패를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테오도르 리체트, 신분패는 여기 있네.”


외성 앞에서 검문을 하고 있던 경비대원이 나를 막아섰다. 나는 자연스럽게 품 안에서 재발급된 내 진짜 신분패를 꺼내 보였다.


“은패 등급,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재발급한 신분패는 은패로,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자라면 받을 수 있는 패였다. 이를 테면 대장장이나 세공사 같은 기술직이거나 의술이나 약초학에 뛰어난 의사나 약제사 같은 전문직. 아니면 연금술이나 마법에 조예가 있다거나 한다면 은패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마법사 제자로서 ‘마법사’임을 증명하고 은패를 발급 받았다. 사실은 변경된 인적사항을 정정할 겸 은패로 등급업을 한 것이지만 말이다.


“어르신, 오랜만에 뵙네요. 오늘도 벼벼르다만 들렸다 가실 겁니까?”

“그렇지. 뭐 도시 구경은 옛적에 다 했지 않겠는가.”

“하하, 그것도 그렇겠군요. 그래도 오늘은 유랑극단이 왔다고 합니다. 한번 구경해보는 건 어떠실는지요?”

“그러면 제법 사람이 몰리겠구먼.”

“네, 중앙광장에서 극을 연다하니 사람에 치이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들어가십시오.”

“고맙네. 이건 그래. 늘 친절한 자네를 위한 선물이네.”


품에서 그리핀을 조각한 나무상을 꺼내 경비대원에게 쥐여줬다.


“이게 뭡니까?”

“한 번 정도, 강한 공격으로부터 자네를 지켜줄 걸세.”

“예? 이렇게 귀한 것을 제게 왜? 이런 거 주셔도 아무것도 안 나옵니다!”

“그냥 작은 재주로 만든 것이니 부담스러워 하지 말게. 늘 도시의 치안을 위해 힘내는 자네가 보기 좋아 그러는 것이니.”

“감사합니다.”


가끔은 뇌물도 필요했다. 좋은 인상 심어주면 좋지 않겠는가. 가짜도 아니고 진짜니까, 그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그들을 지나치며 도시로 들어갔다.


‘뇌물용으론 아깝긴 한데··· 만드는 건 금방이니까 또 만들지 뭐.’


그렇게 걷고 걸어 마법사와 연금술사의 쇼핑몰, 벼벼르다에 도착했다.


“어서 오십시오. 테오도르님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십니까?”

“베티 오랜만이네.”


벼벼르다는 손님에 맞춰 담당 직원들이 붙는 시스템이 있었는데 나는 과하게 치근거리지 않는 베티의 사무적인 태도가 좋았다.


옆으로 흘깃거리자, 마법사에게 온갖 아양을 부리며 판매하는 직원의 모습과 아부에 취한 마법사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다시 시선을 베티에게 돌렸다.


“오늘도 포션 병을 구매하려 한다네.”

“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잠시후 베티가 5개의 병이 담긴 상자를 가지고 왔다. 병들은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갈수록 크기가 커졌다.


“세 번째 크기로 100병, 그리고 첫 번째 크기로 10병으로 하지.”


다섯 개의 병 중 세 번째는 표준형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많은 제품들이 이 병의 크기로 팔리고 있었다.


첫 번째 가장 작은 병은 샘플용이었다. 내 과일 맛 포션은 노점에서 팔지 않는다. 노점에서 팔기엔 기존 포션보다도 비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괜한 드잡이질 하느라 기운 빼고 싶지도 않았고 이상한 놈들이 꼬이는 것도 사양이기 때문에 숲 인근에 살고 있는 나를 찾아오는 손님에게만 판매하고 있었다.


보통은 포션뿐만 아니라 오만가지 것들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이긴 했지만 그럴 때 겸사겸사 포션도 끼워 파는 것이다.


그리고 이게 그 용도로 쓰이는 샘플용인 거고 말이다.


작은 용량의 샘플용 포션을 건네고 이런 걸 팔고 있으니 사라고 권유하는 것이다. 한 번 맛본 손님은 절대 평범한 포션을 입에 댈 수 없었으니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무슨 마약 중개업자 같기도 한데···?’


나는 작게 고개를 흔들며 상념을 떨쳐냈다. 진짜로 마약을 파는 것도, 중독물질이 섞인 것도 아니고 그냥 맛있는 포션을 가려가며 파는 것뿐이다.


베티는 내가 그러든 말든 다시 한번 더 주문서를 확인했다.


“표준형이 100개, 최소형 포션 병이 10개 맞습니까?”

“맞다네.”

“네, 표준형 100개에 200만 크론, 최소형 포션 병 10개 10만 크론으로 총 210만 크론입니다. 운송도 필요하시다면 운송비까지 포함하여 245만 크론입니다.”


그럴 줄 알고 백금화로만 25개를 준비해 왔다.


제국에 화폐는 동화, 은화, 금화, 백금화로 구성된 동전들과 특별한 조폐 기술로 만들어진 백 이상 단위의 지폐가 존재했다.


여기서 동전들은 말이 금, 은, 동이였지만 실제로 그런 금속인 것은 아니고 대충 색깔이 비슷하게 입혀 그렇게 불렀다.


실제로 금이나 은 같은 걸로 동전을 만들면 너무 무르기 때문에 화폐로는 적절치 않으니 말이다. 아무튼 이런 동전들은 각각 동화부터 백금화까지 순서대로 백, 천, 일만, 십만 크론의 가치가 있었다.


하여 미리 준비해 온 10만 크론의 가치를 지닌 백금화 주머니를 준비했고 이를 베티에게 건넸다다. 주머니를 받아 든 베티는 백금화의 개수 확인을 마치고 잔돈 금화 5개를 거슬러주었다.


“운송 위치는 지난번과 동일하게 바흐머 숲에 위치한 곳이 맞습니까?”

“맞네. 바로 배송해 주면 좋겠는데 가능한가?”

“지금으로부터 3시간 후에 배송이 가능합니다만 추가금을 주신다면 당장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아, 그건 좀···.

3시간 후라고 하니 어쨌든 오늘 안에 배송이 완료된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굳이 추가금을 낼 필요는 없었기에 그 부분은 거절했다.


“그렇군요. 그럼 마지막으로 성함과 마나 암호를 넣어주시길 바랍니다.”


베티가 점성술에서나 쓰일 법한 크기의 수정구슬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245만 크론이 담긴 주머니를 수정구슬 앞에 가져다 대자 슈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수정구슬 안에 주머니가 들어가 있었다.


그 이후 나는 자연스럽게 수정구슬에 손바닥을 올려 마나를 불어넣었다. 수정구슬은 푸르게 빛을 발하였다.


이건 일종의 금고 같은 마법 아티팩트로 내가 물건을 수령할 때까지 벼벼르다도 내가 치른 대금을 가질 수 없다는 의미였다. 저 수정구슬에 묻혀둔 내 마나로, 정확히는 내가 마나로 조작한 특수한 암호를 걸어 잠갔기 때문에 내가 수령함과 동시에 마나 암호를 알려주는 시스템.


“감사합니다. 그럼 세 시간 후에 물품이 지정된 장소로 배송되며 같이 도착한 골렘에게 마나 암호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네.”

“다음 방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후 벼벼르다를 나왔다.


“후우.”


참아왔던 깊은숨을 뱉어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잡상인 테오가 아니라 마법사 노인으로 있어야하기 때문에에 긴장을 완전히 놓진 않았다.


높게 솟아오른 내성의 벽을 멀리서 바라보았다. 어떠한 침입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위용 넘치는 모습이었다.


오늘은 평상시와는 다르게 여유롭게 도시를 걸어 다녔다. 이렇게 좋아 보이는 옷을 걸친 노인은 양아치들도 대부분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있을 때 거리를, 사람들을 눈에 담았다.


‘평화롭네.’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폴리모르 포션의 효과는 6시간으로 아직 충분하긴했지만 노인 행세를 계속하고 다니는 게 피곤하게 느껴졌다.


그때 누군가가 내 옷자락을 잡았다. 옷자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


‘어린이랑 엮이면 귀찮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무시하고 가려고 했는데 아이가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앙”

“어, 어, 왜, 왜, 왜 울어?”


나는 몹시 당황했고 처음으로 노인 컨셉이 깨지고 말았다.


***


훌쩍거리는 소리, 코 먹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이의 울음은 다행히 그쳤다.


“그래서 집이 어딘지 모르겠다고?”

“웅··· 엄마 잃어버렸어··· 집도 어딘지 모르겠구.”


어린이는 다시 왈칵했다. 나는 그런 아이를 잘 달래며 아이의 집이나 아이를 찾고 있을 아이 엄마에게 데려다주기 위해 대화를 유도했다.


“꼬마 친구, 일단 이름이 뭘까?”

“맥. 맥컬린··· 컬킨의 아들, 맥컬린 컬킨.”


오··· 어쩐지 혼자 집에 있으면 부비트랩을 잘 설치할 것 같은 이름이었다.


그리고 참고로 이 세계는 평민도 성이 있다. 다만 귀족처럼 가문으로 내려져 오는 성이 아니라 부모의 이름 중 하나를 성으로 물려받는다.


대부분은 아버지의 이름을 성으로 붙이지만 이 도시에 컬킨씨만 수십, 수백 명이 될지도 모르니 그것만으론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 맥컬린. 엄마를 마지막으로 본 데가 어딜까?”

“모르겠어어···. 사람이 엄청 많았는데···.”맥컬린은 다시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홀로 떨어진 공포는 아이가 받아들이기엔 너무 큰 것일 테니까.


아무래도 아이의 기억을 토대로 부모를 찾아주는 건 더 이상 힘들 것 같았다. 그러니 다른 방법을 써야 했다.


“맥컬린. 잠시 손을 줘 보겠니?”

“웅.”


마법으로 만든 종이학을 아이의 자그만 손바닥 위로 올려놓았다.


“우아아...”“자, 맬컬린. 이제 손에 꼭 쥐고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을 떠올려보려무나.”

“엄마...”아이가 눈까지 꼬옥 감은 채 엄마가 보고 싶다고 중얼거렸다.


잠시 후 종이학이 빛을 내며 두둥실 떠올라 어딘가를 향해 흘러갔다.


“자, 한번 따라가 보자꾸나.”

“웅.”


나는 맥컬린이 다시 미아가 되지 않도록 맥컬린의 손을 잡았다. 맥컬신 역시 혹여라도 또 혼자가 될까 봐 내 손을 꽉 잡고 놓치지 않았다.


종이학을 따라 이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맥컬린을 찾는 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왔다. 맥컬린 역시 들었는지 소리가 난 방향으로 뛰어갔다.


“엄마아!!”

“맥! 내 아가!”


마법으로 만든 종이학은 임무마치자 빛이되어 흩 흩어졌다.


아이와 엄마가 만났다면 나도 임무 완료다. 아이가 뛰어가며 넘어지진 않을까, 다시 잃어버리지 않을까 했지만 기우일 뿐이었다.


‘이제 귀찮은 일이 생기기 전에 얼른 도망가야지.’


감사 인사를 받거나 사례를 하녜마녜 하는 말을 듣는 건 피곤한 일이었다. 게다가 애가 울고 나서야 달래줄 목적으로 도와준 것이니 완전 선의로 보기 힘들었고.


“엄마아아!흐어어엉.”

“아가! 엄마 없이 어디 갔었어. 걱정했잖니.”

“괜찮아. 저어기 마법사 할아버지가 데려다 줬는...데?”


맥컬린이 나를 가리키기 전에 서둘러 인파 속으로 몸을 숨겼다.


“힘들다, 힘들어.”


마나 포션의 뚜껑을 따고 단숨에 삼켰다. 그제서야 몸에 들던 탈력감이 돌아오는 기분이 들었다.


‘이래서 마법은 에지간히 안 쓰고 싶었는데 말이지.’


선천적으로 마나통이 작아서 마법 하나 구사하는 데에도 마나 탈진이 오는 빌어먹을 몸뚱이다. 나름 잘나가는 마법사라고 한 스승도 이렇게 절망적으로 작은 마나통은 처음 본다고 했을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실전성 없이 크고 화려한 마법은 오히려 쉬웠다. 음식으로 예를 든다면 뻥튀기, 팝콘 같은 것이다. 큰소리가 나고 커지지만 사실 옥수수가 전부인. 그런 것들 말이다.


하지만 어떠한 목적성을 가진 실전 마법은 김밥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은근 손이 많이 가고 정성도 들어가는 음식.


김밥 안에 무얼 넣을지 정하고, 밥도 고슬고슬 짓고 김도 구워야 하고 속 재료도 다 따로 조리한 후 옆구리 터지지 않게 마는 것까지.


이렇다 보니 실전 마법은 아무리 효율성을 높여 사용한다고 해도 기본으로 들어가는 최솟값의 마나가 필요했다. 그러니 나의 경우는 김밥을 만들고 싶어도 충무김밥밖에 못 만든단 소리다.


그럼에도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실전 마법은 1번 정도. 그렇다고 마법을 쓸 때마다 마나 포션을 마실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마법사가 아닌 연금술로 정한 거고 말이다.


“에휴. 됐다, 됐어. 대충 장 좀 보고 집에나 가자.”


이후 요리할 재료들을 적당히 구매한 후 집으로 돌아갔다.


***


집으로 돌아오니 내 허리까지 오는 작은 골렘이 내게 인사했다.


-벼벼르다에서 왔습니다. 수령자 테오도르 님 맞습니까?

“맞다네.”


다행히 폴리모리 포션의 효과가 풀리기 전에 배송이 도착했다. 저 골렘을 통해 벼벼르다의 관리자들이 제때 도착했는지, 혹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건 아닌지를 확인했으므로 폴리모리 포션의 효과가 풀렸다면 부작용을 감내하고서라도 다시 마셨어야 했을 것이다.


작은 골렘이 제 머리를 불쑥 내밀었다.


-마나 암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골렘의 머리에 손바닥을 올리고 벼벼르다에서 했던 것과 똑같이 마나 암호를 입력했다. 그때 골렘의 눈 색이 형형색색 바뀌더니 이내 초록색으로 변했다.


-확인 완료 되었습니다. 다음 방문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말을 마친 골렘이 파스슥 흩어지며 검은 돌멩이가 튀어나왔다.


이 검은 돌멩이는 벼벼르다의 일회용 인벤토리로 이 안에 내가 주문한 유리병들이 들어 있을 것이다. 이 일회용 인벤토리는 내가 물건은 넣을 수 없지만 들어있는 물건은 하나씩 개별로 꺼내 쓸 수 있었다. 즉, 내가 실수로 110개의 유리병을 한꺼번에 빼내는 멍청한 짓만 하지 않는다면 모두 빼 쓸 때까지 사용 가능하단 소리였다.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쌓아두는 재료들은 많은 마법사나 연금술사에겐 안성맞춤인 서비스였던 것이다.


“일단 유리병 30개부터 꺼내놓고 시작해 볼까.”


폴리모리 포션의 부작용이 오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은 미리 해놔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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