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도 먹고 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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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녕
작품등록일 :
2024.01.26 13:26
최근연재일 :
2024.09.1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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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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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도 쉽지 않다

DUMMY

크라프톤을 등지고 라르바티로 향하는 마차 안은 평화로웠다.


“쉬이익?”

“응 이제 안 숨어있어도 돼.”

“쉬이익!”


플라위가 냉큼 내 몸을 타고 올라와 목에 감겼다. 본래 반려동물이란 털이 북슬북슬하고 따뜻한 생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플라위와 함께하니 그런 것보다는 교감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좋다며 제 머리를 비비고 껴안으려는 듯 서늘한 몸으로 휘감으면 나 역시 기분이 좋아졌으니 말이다.


“조금만 더 참자.”

“쉬이이익!”


아직은 작은 몸을 유지하는 플라위였다. 원래의 제 크기로 돌아가고 싶어했지만 아직은 그렇게 해줄 수 없었다. 작은 뱀까진 조금 독특한 취향이구나 하고 넘길테지만 거대한 보아뱀을 몸에 휘감고 다니면 아무래도 눈에 띌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난 그런 눈에 띄는 행동은 지양하고 싶었다.


내 마음을 이해한 플라위가 괜찮다며 답했고 그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미안했다.


그런 플라위의 머리를 작게 쓰다듬으며 나도, 플라위도 힐링하고 있는데 갑자기 마차가 ‘끼이익!’ 하는 소음과 함께 멈춰섰다.


바깥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에 나 역시 바깥으로 나와 무슨 상황인지 살폈다.


“무슨 일이십니까?”

“하.... 저길 보쇼.”


마부가 가리킨 곳에는 길 한가운데를 떡하니 가로막고 자고 있는 몬스터가 있었다.


“드비자...군요.”

“맞네. 저놈은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깨먹질 않는놈이니 지금으로써는 돌아가는 수 밖에 없어.”


이 세계의 잠x보 같은 녀석이 나와버렸다.


뚱글뚱글한 몸집과 거대한 입, 그리고 단추를 달아놓은 것 같은 작은 눈을 가진 몬스터로 잠들었다하면 최소 반년은 그 자리에서 잠만 자는 몬스터다.


그때 나와 같이 마차에 신세지고 있던 남자가 물었다.


“그냥 죽이고 넘어가면 안되오? 여기 호위하시는 분들도 있잖소?”


그 말에 이번 상행을 책임지는 자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하! 저 놈을? 그래, 죽일 수야 있겠지. 문제는 그 다음이지!”

“문제가 뭔데 그러시오?”

“그놈의 노린내가 문제요!”


겨우 그것 때문에?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드비자가 죽으면서 내뿜는 냄새를 맡아본 적 없는 사람이나 할 법한 생각이다.


‘끔찍하지....’


녀석을 얼려죽이던, 태워죽이던, 대가리에 검을 쑤셔박아 뇌를 찢던 따라오는 결과는 하나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악취.


그냥 악취만 나는 것이라면 그 순간만 참고 넘어갈 수 있겠으나 그 악취는 다른 몬스터들을 불러모은다. 악취는 드비자가 죽었다는 뜻이고, 그 큰 덩치를 배부르게 포식할 수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더불어 그 악취는 피부에 스며들어 며칠간 헛구역질을 하게 만들었고 몸에 베긴 냄새에 이끌린 몬스터와 계속 마주쳐야만 했다.


그리고 이는 물건에도 해당된다. 사람과 함께 실려있던 물건들도 그 악취가 베면서 상품가치가 수직하락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뽈뽈뽈 움직이며 스스로 냄새를 털어내는 인간과 달리 물건은 움직이지 않아서 냄새가 빠지지 않는다.


그러니 상행마차의 주인은 절대 드비자를 건드리지 않는다.


나는 고개를 빼꼼 들어 드비자가 자고 있는 곳을 바라봤다. 내리막길 제 몸을 낑겨놓고 자고 있었기에 오르막을 오를 때까지 드비자를 확인하지 못했던 것이다.


“정 가고 싶으면 저 사이로 혼자 가시오. 우리는 돌아가야겠소.”


사람 한 두명 정도는 드비자와 바위 사이에 난 작은 틈으로 들어갈 수 있겠으나 말과 마차는 불가능해보였다.


“어째 귀갓길도 쉽지 않네....”


이 곳에서 라르바티까지 걸어간다면 족히 보름은 걸어야할 것이다. 그러는 와중이 몬스터들도 신경쓰면서 노숙해야만 했다.


“돌아가면 얼마나 걸립니까?”

“한 엿새는 더 걸리겠지.”


본래라면 이틀이면 갔을 거리지지만 엿새쯤 더 늘어나도 혼자, 야외 노숙을 일주일 동안 하는 것보단 나아보였기에 상단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


내가 몸을 실었던 마차가 다시 한번 멈춰섰다. 내려서 확인해보니 이번엔 비가르 라고 하는 작은 마을이였다. 지친 말들을 관리하고 있던 마부에게 물어보더니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이 마을에서 이틀 정도 쉬었다 다시 출발한답디다. 알아서 하라는군요.”


마부의 말을 들은 다른 여행자들은 서둘러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무슨 일인가 싶어 멀뚱히 서 있자 마부가 내게 설명했다.


“뱀 총각도 서두르는 게 좋을거요. 천장있는 곳에서 자고 싶다면 말이지.”

“아.”


라르바티나 크라프톤 같이 외부인이 많이 드나드는 도시는 그만큼 여관이나 숙박을 겸하는 식당들도 많기 때문에 느긋하게 움직여도 괜찮았지만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는 빠르게 움직여야만 그나마 찬바람 안 맞고 잘 수 있었다.


“잭씨는 다른분들처럼 서두르지 않으셔도 되시나요?”

“나? 나는 상단에서 고용한 마부잖나. 내 거처는 상단이 알아서 해주니 걱정말고 총각이나 어여 뛰어가게.”

“감사합니다. 이틀 후에 뵙죠.”


마부의 친절에 감사인사를 하고는 빠르게 마을 안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이왕이면 사면이 벽으로 막혀있는 곳에서 자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관처럼 보이는 곳을 전부 들렸지만 이미 상단의 인원들이 차지해 자리가 남아있지 않았다. 마을까지와서도 노숙을 할 생각에 침울해졌다.


그렇게 정처없이 마을을 걷던 중 나뭇가지를 들고 있는 남자아이 무리들이 우르르 내게 모여들었다.


“우와! 뱀이다!”

“형이 키우는 뱀이에요?”

“만져봐도 돼요?”


무리의 대장으로 모이는 아이가 내게 거래를 요구했다.


“형 지금 갈 곳 없죠? 여관 말고 잘 곳이 있긴한데 알려줄까요?”

“알려주면 고마울거 같긴한데...뭐 원하는 게 있어?”


그때 아이가 씨익 웃으며 플라위를 가리켰다.


“한번만 만지게 해줘요!”


하지만 플라위는 내가 아닌 다른 이의 손길은 거부하겠다는 듯 내 옷자락 품속으로 후다닥 숨어들었다. 하긴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제 몸을 더듬거린다고 생각하면 나라도 싫을 것 같긴 했다.


“내 작은 친구가 싫어해서 그건 안되겠고 다른 건 뭐 없을까?”

“음... 그럼 됐어요. 저기, 저어기로 가시면 톰슨 아저씨가 하는 식당이 있는데요. 거기 가보세요.”

“고마워.”


열살 언저리쯤 보이는 아이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리곤 곧바로 여관을 겸하는 식당을 향해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노숙은 싫었기에 빠르게 움직였것만 도착한 식당에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쉬이익.”

“그러게.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방이 남아있을지 모르겠네.”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내게 남은 선택지가 없었으므로 종업원으로 보이는 듯한 소녀를 불러 숙박 여부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활짝 웃으며 답변했다.


“마침 딱 하나 남았는데 운이 좋으시네요!”


그리곤 그녀는 손짓으로 식당 뒤 편에 있는 계단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은 제가 좀 바빠서. 저기로 올라가시면 제 동생이 있거든요. 걔한테 다시 말씀하세요, 그럼 이만!”


이후 그녀는 쏜살같이 다른 손님이 있는 테이블로 달려가 새로 주문을 받으며 바쁘게 움직였다. 나 역시 더 이상 묻지 않고 그녀가 가리킨 방향에 있는 계단을 찾아 올라갔고 그곳에는 열댓살 되어보이는 남자아이가 턱을 괴고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

“예, 남는 방이 있다고 해서요. 안내해주실 수 있나요?”


내 말에 남자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 끝 방으로 쪼르르 움직였다.


“안에 한 명 더 있으니까. 참고해요.”


2인 1실인듯 싶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길바닥에서 자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아이의 말에는 괜찮다며 대답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배에서 천둥이 치는 소리가 울렸다.


꼬르륵.


“형, 내려가서 빵부터 먹어.”


***


금강산도 식후경,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는 전생의 옛 선조들의 말씀에 따라 허기를 물리치러 식당으로 내려왔다.


식당은 여전히 사람이 많아서 남는 자리가 여의치 않아 다른 손님들과 동석을 해야할 것 같았다


‘어디보자... 아, 저기만 자리가 있네.’


쭉 훑어보니 유일하게 혼자 테이블을 사용하고 있는 거구의 로브인이 보였다. 나는 성큼성큼 걸어가 자연스럽게 앉으며 말했다.


“동석해도 되겠습니까?‘

“....”


거구의 로브인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이후는 추천받은 음식을 주문했고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


생판 모르는 사람괴 동석해서 그런지 공기마저 어색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후 주문한 돼지 목살 구이가 나왔다.


“쉬이익.”

“음, 먹고 싶어?”


접시에 나온 돼지고기를 작게 잘라 플라위에게 먹였다. 뱀인 플라위라면 굳이 잘라주지 않아도 잘 먹겠지만 그래도 먹이는 입장에서 괜히 체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툭. 투툭.


음?


뭔가 떨어지는 소리에 확인해보니 거구의 남성의 입에서 떨어진 침이 테이블과 부딪히며 난 소리였다.


크게 신경쓰지 않아서 그냥 덩치가 있는 수인이겠거니 했었다. 맥주잔을 잡기 위해 나온 손이 인간보다 두툼하고 컸으며 하얀 털로 빼곡히 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앞에는 이 식당에서 가장 저렴한 묽은 스프와 딱딱한 호밀빵이 있었고 시선을 살짝 들어올려 얼굴을 확인했다.


‘호족이잖아?’


제국의 북쪽, 산림지역에 살고 있다는 호랑이 수인은 곰 수인과 비등할 정도로 덩치가 크고 다른 수인 부족들과 비교했을 때도 훨씬 더 야성이 짙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들는 영역의식이 강해 산림 지역 바깥으로 거의 나오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호랑이 수인이 내 눈 앞에 있었고, 심지어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내 접시에 있는 고기를 따라 움직였다.


그러나 이내 나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어... 조금 드시겠습니까?”

“흠! 괜찮소. 우리들은 댓가없이 받지도, 남의 것을 탐하지도 않소이다.”


그는 흐르는 침을 대충 닦고는 호밀빵을 거칠게 씹어삼켰다.


“........”


스윽.


내가 고기를 한 점 입에 넣자 그의 시선 포크에 찍힌 고기를 따라 내 입으로 향했다. 두 차례 내 입으로 사라지는 고기에 시선이 따라가는 것을 확인했다.


꿀꺽.


‘시선이 너무 부담스러운데···.’


내 접시에는 아직도 따끈한 돼지고기가 절반 정도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걸 다시 한 번 그에게 내밀었다.


“정말 안 드셔도 괜찮으시겠어요?.”

“엣헴. 이렇게까지 권한다면 그것을 무시하는 것도 도리는 아닐테지. 그대의 호의를 감사히 받도록 하겠소!”


이번에도 거절할 줄 알았는데 두 번은 참기 어려웠는지 내가 그의 앞으로 들이민 접시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그의 로브 뒤로 빼꼼 나와있는 그의 꼬리는 그의 입으로 고기가 들어갈 때마다 기분 좋게 살랑거렸다.


‘아니 만나는 사람마다 왜 다 빈털터리인 것 같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털어 냈다. 식사 한끼 정도야 큰 돈도 아니고 남은 돈도 아직 여유가 있었으니 괜찮았다. 식사하는데 눈 앞에서 침을 흘리며 내 음식을 뚫어질 듯 쳐다보는 것보다는 이렇게 양보하고 편하게 식사하는게 나았다.


그렇게 다시 한 번 더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그동안 식사를 빠르게 끝마친 그가 내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흠. 감사 인사가 늦었소이다. 나는 금ㅎ... 아니, 아리베시 비테 라고 하오. 편하게 알시라고 불러주시오.”

“반갑습니다. 테오도르입니다. 저 역시 편하신데로 불러주십시오.”

“여행객인듯 보이는데 이런 작은 마을엔 무슨 일로 오셨소?”


아리베시에게는 있었던 일을 간단히 말했다. 그러자 아리베시는 무언가 납득헸다는 듯이 고개을 끄덕이며 말했다.


“자네도 드비자 때문이로구만.”

“자네‘도’ 라고 한다면?”


아이베시는 후드 아래에 감춰진 제 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귀가 좋은 편이거든. 여기 가만히 있다보면 알고싶지 않아도 다 들려서 말이야. 나야 정처없이 떠돌다 이 곳에 온 것이지만 다른 이들은 목적지로 가는 길이 막혀서 오도가도 못하고 이곳으로 왔다고 하더군.”

“그렇군요.”


이후 아리베시와 이 마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자신이 말한대로 이곳저곳을 방랑하는 떠돌이 여행객으로 지금은 이 마을에 소일거리를 도우며 한달여간 지내고 있다고 한다.


과묵할 것 같았던 처음 이미지와는 달리 아리베시는 말이 많았고 유쾌했다. 성정이 거칠다는 호족의 모습과는 완전 딴판이였기에 역시 직접 듣고 경험하는 것과 소문으로만 듣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그외 대화를 함으로 나 역시 지루하지 않아 좋았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음식이 새로 나올 때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식사를 대접한 것은 내 꼭 보은하겠소. 다음에 보지.”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잔뜩 모여있던 사람들이 스스로 길을 비켜주며 아리베시를 경계했다. 아무래도 아리베시의 테이블만 자리가 비워져있던 것이 우연은 아니였던 모양이다.


“우리는 천천히 먹고 올라가자.”

“쉬이익!”


우리는 남은 음식을 천천히 먹으며 접시를 비웠다. 그리고 식당의 2층에 있는 방으로 곧장 향했다.


낡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익숙한 실루엣이 나를 반겼다.


“그대도 여기서 신세를 지기로 했나보군.”


기골이 장대한 호랑이 수인이 나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예, 다른 여관들도 둘러봤지만 자리가 없어서요. 그나마 여기도 딱 한 자리 남았다고 하는 걸 겨우 잡은거지요.”

“음, 그 한 자리 남은 것도 나 때문이지 않을까 싶네만.


제 몸을 가리고 있던 두꺼운 후드를 벗은 아리베시의 몸은 그 호랑이 수인 답게 단단함이 느껴졌다.


조금 특이한 점은 양쪽에 있어야할 귀가 왼쪽에만 있었다는 것이다. 오른쪽 귀가 있어야할 위치에는 거칠게 뜯긴 흔적만 존재했다.


거기에 더불어 1층 식당에선 후드때문에 잘 보이지 않던 얼굴이 드러나자 일반적인 황색의 털이 아니라 금빛의 털이 호롱불에 따라 반짝이는 것이 인상적이였다.


그런 아리베시는 코를 긁적이며 말했다.


“자네 말고도 다른 이들이 온 적 있었네. 하지만 다들 날 보고는 곧바로 도망쳤네. 잡아먹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그렇습니까? 하긴 이런 변방에선 수인 여러분을 접하는게 쉽지 않으니 지레 겁을 먹은 모양이네요.”


내 말네 아리베시가 한쪽 귀가 쫑긋거리며 나를 지긋이 쳐다봤다.


“자네는 다른 인간들하고 다른 듯도 해.”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 아닐세.”


아리베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짓했다. 그리곤 인간용으로 만들어진 침대에 본인의 큰 몸을 억지로 웅크리며 올라갔다.


“좁진 않으십니까? 차라리 바닥이 더 편하실 것 같은데....”

“조금 불편해도 바닥보다는 편하오. 이런 건 익숙하니 신경쓰지 마시오.”


조금 전까지 호의가 묻어나던 아리베시의 목소리에 불쾌함이 묻어났다. 수인을 보기 힘든 이곳에서 그가 겪었을 편견에 대해 떠올렸다. 크라프톤에서도 리리아를 작은 고양이 수인도 말하는 짐승 정도로 취급하는 사람들도 있었기에 그보다 더 눈에 띄는 아리베시는 자연히 인간들에게 많은 눈총과 편견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러니 숨겨지지 않는 덩치와 꼬리가 있음에도 두꺼운 후드를 뒤집어쓰고 다니고 있던 것이겠지. 물론 이런 것도 내 편견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그가 불쾌해한다는 것은 사실이니 곧바러 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자 그대는 예상외의 말을 들었다는 듯 말했다.


“자네는 확실히 다른 인간들과는 다르군.”

“다를게 뭐가 있습니까. 다 똑같은 사람인데요. 잘못은 인정하며 사과하고, 고마운 일이 있으면 또 고맙다고 말해야 서로 오해가 안 쌓이는 법이죠.”


내 말을 들은 아리베시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내게 물었다.


“다 똑같은 사람... 그럼 자네가 보기에도 내가 사람인가?”

“대화가 통하면 전부 사람이죠.”

“.......”


이 세계에는 다양한 종족들이 살아간다. 가장 수가 많고 평범한 종족인 인간부터 드워프나 엘프 같이 인간의 외형을 많이 닮은 종족들도 있고 묘족인 리리아, 호족인 아리베시처럼 작은 부족 단위로 살아가는 동물 외형의 수인들도 있다.


그외에 크고 작은 무리를 이루는 종족들이 있었지만 적어도 내가 볼 땐 지성이 있고 대화가 통하면 다 사람이다.


생김새가 다르고, 사는 곳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지만 결국 대화가 통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군... 잘 자게.”


아리베시와의 대화가 마무리 되고 나 역시 잘 준비를 하려는데 곁에 있던 플라위가 내게 물었다.


“쉬이이익?”

‘그럼 나도 사람이야?’


대화가 통하면 사람이라는 말에 플라위가 반응한 것 같았다. 나는 나의 작은 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플라위는 내 친구지.”

“쉬이익.”


친구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 것인지 플라위는 제 몸을 내게 바짝 붙이고 머리를 비비적 거렸다.


***


이튿날. 별다른 일 없이 우회해 라르바티로 향할 줄 알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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