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도 먹고 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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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녕
작품등록일 :
2024.01.26 13:26
최근연재일 :
2024.09.1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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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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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크루타 던전(2)

DUMMY

크루타 던전의 두 번째 방으로 향하는 문.


첫 번째 방의 크기는 딱 이 정도까지라는 듯 벽면에 붙은 덩굴줄기는 바닥부터 시작해 높게 치솟은 천장까지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덩굴의 벽면에 덩굴과 나무문이 합쳐진 듯한 기묘한 모양새의 문이 있었다.


그리고 문에는 벌레의 고치 같은 것들이 장식처럼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이건 뭐지?’


그러나 레이먼은 그런 것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덩굴이 감긴 문의 손잡이를 잡고 열뿐이였다.


열린 문 너머에도 똑같은 숲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방을 이루는 숲은 대낮처럼 밝았다. 진짜 태양에서 내리쬐는 빛이 아닌 높은 천장에 달려있는 거대한 태양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었다.


‘기묘하네.’


조금 두터운 덩굴 벽 하나를 기준으로 밤과 낮이 공존하는 듯한 모습은 말 그대로 기묘했다.


“가시죠.”


레이먼의 말과 함께 우리 모두 두 번째 방으로 이동했다.


***


두 번째 방은 낮밤의 차이 정도가 있을 뿐 첫 번째 방의 환경과 유사했다. 높은 습도와 가득 들어찬 식물들과 때때로 튀어나온 베놈프록들이 있었다.


베놈프록들은 아이스볼트로 손쉽게 처리할 수 있으나 우리의 앞을 막아선 것은 베놈프록이 아닌.다른 몬스터였다.


“솔리스파이더! 테오 형님은 후방으로! 이 놈들은 저희가 해치우겠습니다! 아조랑 리리는 앞으로! 시아나는 테오 형님을 지켜줘!”


솔리스파이더는 대형견만 한 크기의 거미와 비슷하게 생긴 몬스터로 대개 다섯 마리에서 열 마리 정도의 무리를 이뤄 상대를 공격한다.


우리를 습격한 솔리스파이더 무리는 총 여섯 마리. 당연히 이들만으로는 모든 솔리스파이더를 막아낼 수 없었고 나와 시아나를 향해 거미가 달려들었다.


“징그러어어어!”


콰직.


시아나에게 달려든 솔리스파이더 한 마리는 그렇게 그녀가 휘두른 메이스에 맥없이 터져 죽었다.


“워우···.”


‘올힘사제야?’


외유내강형 인재란 시아나를 두고 하는 말이 틀림없었다.


가냘파 보이기만 했던 그녀의 압도적 퍼포먼스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내게 달려든 솔리스파이더에게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다.


콰직!


그 대가로 왼팔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마, 마법사님!”


거미의 녹색 체액이 잔뜩 묻은 그녀가 경악하며 내게 달려왔다.


‘저건 좀 무서운데···.’


내 팔을 물고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거미보다 거미 진액을 잔뜩 묻힌 시아나가 더 무섭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 역시 물리적인 공격수단을 아예 준비하지 않은 건 아니다. 허리춤에 매달아 놓았던 낫을 꺼내 들어, 내 왼팔에 물고 있는 거미의 목에 걸고 빠르게 당겼다.


<절삭력>의 룬 문자가 새겨져 있어 그런지 큰 힘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숭덩 잘려 나갔다. 마치 식칼로 익은 토마토를 잘라내는 것 같은 감각과 비슷했다.


“괜, 괜찮으세요?”


그녀가 급하게 내 왼팔을 살폈지만, 다친 곳 없이 멀쩡했다.


“괜찮습니다.”


내가 아무리 고통에 둔감하다 해도 아무 생각 없이 팔을 내놓지는 않는다.


왼쪽 손목엔 롭다가 마나기석과 함께 건넨 팔찌가 있었다. 이 팔찌에는 보호 마법과 함께 질기면서도 얇은 막이 팔 전체를 덮는 식으로 튀어나오게 설계했다. 그리고 일이 끝나면 다시 팔찌 안으로 스르륵 들어가는 마법 장비.


이 얇은 막은 플라위의 탈피 껍질로 유연하면서도 질기고 단단했다. 어지간한 날붙이에 흠집도 안 날 정도였으니 보호의로 이만한 게 없었다.


팔찌와 탈피껍질 모두 보호 마법과 물건의 내구를 올리는 마법을 부여했기에 적어도 팔 서너 번은 이렇게 더 내놔도 무리 없을 것 같았다. 실제로도 나쁘지 않았고.


마법부여든 룬이든 사용할 수 있는데, 그 능력 뒀다 뭐하겠는가. 많은 마나를 사용해야 했고 몇 번이나 마나고갈, 탈진으로 고생해야 했지만, 이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모르겠지만, 지금 내 몸에 걸친 것 중 인챈트가 되지 않은 물건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럼 다른 분들도 도와드리러 가죠.”

“도와주긴 뭘 도와. 다 끝났다고.”


아조가 거미의 찐득한 녹색 체액을 거칠게 닦아내며 다가왔다.


“이거 좀 찝찝한데, 혹시 클린도 쓸 수 있나?”


아조는 물론 레이먼이나 시아나, 그리고 리리아 역시 거미의 진득한 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내 로브에도 기분 나쁜 거미의 피가 묻어있었기 때문에 하는 김에 모두에게 클린을 걸어줬다.


“깨끗해졌다냥.”


연신 고양이 세수를 하던 리리아가 순식간에 깨끗해지는 모습을 보자 신기하다는 듯 제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나는 왜 안 해줘?”


아조가 불만 가득한 소리로 내게 따져 들었다.


“아, 죄송해요. 마나가 다 떨어져서. 회복되는 대로 걸어드리겠습니다.”

“뭐? 왜 하필 지금? 마나 있는데 일부러 그러는 거 아냐?.”

“설마요.”

“이···!.”


시종일관 삐딱한 자세. 껄렁거리는 태도. 묘하게 아니꼽다는 언행.


‘아무것도 안 했는데 싫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이유를 만들어줘야 덜 억울하지.’


그렇게 모두가 상쾌한 기분으로 나아가는 한편, 아조만이 녹색 핏물이 잔뜩 묻은 옷을 입고 찝찝하게 가야만 했다. 그렇게 세 시간이 지나서야 아조는 클린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


던전에 들어온 지 6시간


레이먼이 일전에 말한 대로 다음 방으로 향하는 문이 두 개가 나타났다.


모두 덩굴로 만들어진 문이였지만 왼쪽과 오른쪽 문에는 다른 식물들이 자라나 있었다.


왼쪽 문엔 회백색의 얇고 가느다란 버섯이 다발로 나 있었고, 오른쪽 문엔 여섯 장의 꽃잎을 가진 청보라빛 꽃이 피어있고 주변엔 키가 큰 풀들이 높다랗게 자라있었다.


“이 둘 중 하나가 꽝이란 말이지?”

“어.”


레이먼이 말했던 두 개의 문. 그리고 다음 방으로 향하는 문을 찾지 못해서 시간만 허비하고 돌아가 버린 이전 탐사대의 이야기.


“뭐 특징 같은 건 말 안 해주디?”

“······.”

“쓸모없구먼.”


아조가 그런 레이먼을 타박하긴 했지만 진실로 그를 나무라는 것은 아니었다.


원체 그런 성격인 탓이지.


던전에 대한 정보는 쉬이 풀리지 않는다. 애초에 그들이 하나는 꽝이라고 말해준 것조차 어떻게 보면 레이먼이 부단히 노력한 결과일 것이니 말이다.


“어디가 꽝이고, 어디가 진짜일까···.”


막상 들어간다고 해도 이 방이 꽝인지 진짜인지 알 방법이 없다.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거나 지나치게 넓은 방, 혹은 특수한 조건을 충족해야지만 문이 드러나는 방 역시 꽝인 경우가 있었으니까.


고생해서 몬스터 웨이브로부터 살아남고 넓은 방을 횡단했는데 다음 방으로 가는 문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 혹은 열심히 머리를 쥐어 싸매서 던전이 내건 문제를 풀어놨더니 이전 방으로 돌아가는 문만 나타나는 경우가 그 예였다.


즉, 들어가 보고 오랜 시간 들여봐야 안다는 소리다.


그러니 고민이 깊을 수밖에.


‘아예 힌트가 없을 것 같진 않은데.’


그렇게 생각한 나는 문에 자라난 버섯과 식물들부터 관찰하기로 했다.


“마법싸, 뭐 하는 거냥?”

“이 식물들이 답이 되진 않을까 해서요.”


회백색의 버섯은 틈이 버섯이라는 버섯으로 약간 알싸한 맛이 특징이다. 약한 마비 독을 가지고 있어서 포자가 닿으면 피부가 마비된다.


오른쪽 문에 있는 청보랏빛 꽃은 흐니풀.


포션을 만드는 데 쓰이는 재료라던가, 약이나 독이 되는 것과는 거리가 먼 평범하디 평범한 들풀 중 하나다.


이 식물을 기억하는 것은 생전 스승이 종종 이 꽃을 말려서 차로 마셨었기 때문이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


여전히 아조는 불만 섞인 말을 했지만 내가 한 말이 궁금하긴 한 모양인지 더 캐묻기 시작했다. 그에 나 역시 문 위로 자라난 버섯과 꽃에 대해 설명했다.


문 위로 보란 듯이 자라난 틈이 버섯과 흐니초.


“이름이야 지금 처음 알긴 했지만 그런 비슷한 거 많이 본 것 같은데요.”


레이먼의 말에 시아나와 리리아, 그리고 아조 역시 긍정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즉, 흔히 볼 수 있는 잡초 같은 이것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뜻이었다.


물론 평범한 버섯과 들꽃이 우연히 자라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틈이 버섯과 흐니초에 생태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이상한 점을 알아챌 수 없어 그런 것이다.


일단 틈이 버섯은 ‘틈’에 자라는 버섯. 그게 돌 틈이든, 갈라진 나무의 틈이든. 틈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자라나는 것이 틈이 버섯이다.


다음은 흐니풀.


흐니풀은 청보라색의 제법 보기 좋은 꽃을 피워내지만 기생식물이다. 마치 실새삼처럼 뿌리도 없이 다른 식물의 줄기에 매달려 양분을 빨아가며 생장한다.


즉, 자라난 형태가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덩굴로 얽혀진들 문 자체는 평범한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문이었다. 던전에 이런 일반적인 문이 달려있다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만 그건 차치하고서라도 버섯과 기생식물이 나무로 짜여진 문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난다?


버섯이야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틈에 포자가 들어가서 자라날 수 있다고 쳐도 기생식물인 흐니풀은 그게 불가능했다.


기생식물인 이유는 살아있는 숙주의 양분을 모두 빨아먹기 때문에 기생인 것이다.


즉, 이미 죽어버린 나무판자 위로는 흐니풀이 자라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 생각은 던전이 주는 힌트지 않을까 싶은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흠···. 이상하다는 것까지야 알겠습니다만···.”


모두가 다시 고민에 빠졌다. 부자연스럽다는 것까진 알겠지만 그래서 그게 어떻게 다음 방에 관한 힌트가 될 수 있는지는 연관 짓기 어려웠다.


말 그대로 어떠한 정보가 없었으니까.


꽝 방을 골랐다던 이전 탐사대가 ‘그 방은 넓었어, 꽃이 흐드러져 있었지. 아무것도 없었어, 암석 지대였어.’ 하는 등의 설명을 해줬더라면 유추하기 조금 더 쉬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디가 진짜라고 주장하고 싶은 건데?”

“일단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꽝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다음 방은 어떤 방일 것이다 라는 거죠.”

“뭔 소리야.”


아조를 포함한 모두가 의문을 표했다.


“던전에는 여러 모습을 한 방들이 존재하지 않습니까? 첫 번째와 두 번째 방이 숲을 모방한 것처럼요.”

“그렇죠.”

“그렇다면 첫 번째 방에서 두 번째 방으로 향하는 문은 어땠을까요?”


내 질문에 레이먼이 기억난다는 듯이 말했다.


“이상한 것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랬었냥?”

“응. 아까 문 손잡이를 잡을 때 뭔가가 손등 위에 닿을락 말락 했었거든.”


레이먼의 말대로 두 번째 방으로 가는 문에는 고치 같은 것들이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방인 지금의 방에서 그런 고치와 관련된 것은 떠올렸다.


“그 고치, 거미들의 먹이 보관 방법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일부 거미종은 자기 거미줄에 잡힌 먹잇감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거미줄로 똘똘 휘감아 놓기도 한다.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들어온 두 번째 방에는 거미와 비슷하게 생긴 솔리스파이더가 나왔다.


“하지만 솔리스파이더는 거미줄을 안 치잖습니까?”

“맞습니다. 무리 생활을 하는 솔리스파이더는 거미줄 대신 숲을 배회하며 사냥을 하죠. 하지만 먹이 잡아 온 먹이를 바로 먹지는 않습니다. 신선하게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 일부 거미와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둥지에 보관합니다. 새끼를 키워야 하거든요.”

“그걸 어떻게···?”


어떻게 아느냐고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험한 야생에서 날 버려두고 쏘다니던 스승 덕에 거미에게 물리고 둥지 구경까지 했었던 것뿐이니까 말이다.


레이먼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문에 뭐가 있는지가 다음 방에 대한 힌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다음 방에 나올 몬스터에 대한 거라면 그다지 도움 되진 않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무작정 운에 기대는 것보다는 추론해서 선택하는 쪽이 낫지 않겠습니까? 몬스터에 대한 정보일 수도 있지만 그 외의 다른 정보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다들 어느 정도 납득하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운에 기대서만 가는 건 마지막의 마지막에 해야 할 선택이다. 충분한 고민과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는 것이 옳다.


이에 두 문에 자라난 문을 차례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양쪽에 각기 자라난 버섯과 꽃은 뭘 의미하는 걸까요.”


오른쪽 문에 자라난 청보랏빛의 꽃을 지닌 흐니초. 하지만 오른쪽 문에는 흐니초뿐만 아니라 다른 식물 역시 높기 자라나 있었다.


이 높게 자라난 식물의 이름은 망생초.

망생초 역시 오른쪽 문에만 집중적으로 자라나 있을 뿐 왼쪽에는 자라나 있지 않았다.


이것을 가리키며 이번엔 망생초에 대한 설명을 이었다.


망생초는 흐니풀의 대표적인 숙주식물.


그렇다면 망생초는 어떠한 식물인가?

한마디로 말하자면 잡초다. 생명력도 강하고 번식력도 강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런 망생초가 자라나게 된다면 그 땅의 양분을 모두 흡수하게 되고 땅은 급속도로 황폐해진다.


그렇기에 망생(亡生). 자라나면 인근 주변의 식물이고 땅의 생명력을 전부 죽게 만들어서 망생초다.


“빙빙 둘러서 말하지 말고 제대로 좀 말해보라고.”


아조가 짜증 섞인 말로 답문했다. 기다리면 알아서 어련히 말해주련만 성격이 급한 건지 뭔지 모르겠다.


“예, 여기서 포인트는 황폐화죠. 아무것도 없다는 겁니다.”


즉, 오른쪽 문은 흐니초가 아니라 망생초가 힌트고, 그렇게 본다면 오른쪽 문을 통해 간 곳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 이해한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와중 아조가 다시 한번 딴지를 걸었다.


“완전 억지 아냐?”

“제 생각이 그렇다는 겁니다.”


왼쪽과 오른쪽. 어디로 향하느냐.


“그럼 간단하게 생각해 보죠. 여러분들이 이런 내용을 전부 모른다고 치자고요. 그럼 단순하게 어디로 가고 싶습니까? 버섯입니까? 꽃입니까?”

“난 꽃, 저 버섯 먹고 배탈 난 경험이 있다냥.”

“저도요.”

“글쎄, 난 오히려 그래서 버섯으로 갈 것 같은데. 네 말대로 꽃이 문에 뿌리박고 자라난 게 이상하니까.”

“저도 꽃 쪽으로 갔을 것 같습니다. 저 망생초라는 풀도 그렇고 더 생기 넘쳐 보이니까요.”


각자의 의견을 말했다. 아조를 제외한 모두가 꽃이 있는 오른쪽으로 간다는 선택.


“그럼 그 이전 탐사대 분들도 그랬지 않았겠습니까?”

“엇.”


너희들이 그랬다면 그전에 왔었던 이들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다들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에 결국 다수결로 선택하기로 했다. 그 얘기가 나오자마자 나는 빠르게 버섯이 자라난 왼쪽 문에 한 표를 던졌다.


“전 앞서 설명한 대로 왼쪽입니다.”


이런 순간에 우물쭈물하다 보면 내 선택이 결정권을 가진 마지막 수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부담스러운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재빨리 말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일행의 의견은 반반으로 나뉘었다.


“나는 오른쪽! 그래도 버섯은 별로다냥.”

“왼쪽.”

“저도 오른쪽이요···. 테오님 말도 일리는 있지만 독버섯이 달린 문엔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요.”


의외로 아조도 버섯이 달린 문에 한 표를 던졌다.

이로써 나와 아조가 왼쪽 문에, 리리아와 시아나가 오른쪽 문을 선택했기 때문에 마지막 결정은 탐사대의 리더인 레이먼에게 달리게 됐다.


“제 결정은···.”


***


우리는 왼쪽, 틈이 버섯이 자라난 문을 열고 세 번째 방으로 향했고 그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세 번째 방은 동굴. 발광 버섯들이 내뿜는 미약한 빛만 존재하는 곳이었다.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기 때문에 각자 챙겨온 랜턴을 꺼내 길을 밝혔다. 그리고 리리아가 꼬리를 쭈뼛 세우고 저 멀리 어딘가를 길게 응시했다.


“리리?”

“음! 저 앞에 큰 웅덩이가 있는데 그 너머로 문이 보인다냥.”

“오, 잘 온 모양인데?”

“일단 가보자.”


빛도 미약한 동굴이었지만, 되려 이전 방과 달리 시야를 가리는 식물들이 존재하지 않아서 밤눈이 밝은 리리아가 멀리까지 바라볼 수 있었던 모양이다.


세 번째 방에는 걸어 다니는 버섯들과 벽에 착 붙어 있는 도롱뇽들이 있었지만 이전 방들의 몬스터들처럼 먼저 공격을 해오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버섯은 동굴 스토닛머쉬룸이고 벽에 붙어있는 게 아마 그레이맨더였지.’


스토닛머쉬룸은 사람만 한 크기에 직립 보행하는 버섯, 동굴에 사는 만큼 색이 발달하지 않아 기둥이나 갓이 밋밋한 색상을 띄고 있으며 육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선호하는 먹이는 광물. 마음에 드는 돌이 있다면 꼭 안은 다음 녹여 먹는다. 먼저 공격하지만 않는다면 부딪힐 없는 몬스터.


그다음 검회색의 촉촉한 피부를 가진 늑대만 한 크기의 도롱뇽은 그레이맨더이라는 이름의 몬스터. 주식은 스토닛머쉬룸이다.


덩치에 비해 겁이 많아서 스토닛머쉬룸를 제외한 다른 것들은 먹잇감으로 인식하지도 않고 도망부터 치는 몬스터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먼저 공격하지만 않는다면 스스로 상대에게 덤벼드는 일은 거의 없다.


빛이 없는 동굴에 서식하다 보니 눈이 퇴화해 깨처럼 흔적만 존재하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


“징그러···.”


물론 걸어 다니는 버섯이나 점액질 잔뜩 묻히고 다니는 도롱뇽이나 귀엽게 생겨먹은 놈들이 아니긴 했다.


그런 몬스터들의 사이를 지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리리아가 말한 웅덩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리리, 웅덩이라고 하지 않았어?”

“큰 웅덩이 맞자냥”


리리아가 말한 웅덩이는 호수였다.


그리고 그 호수 너머로 다음 방으로 향하는 문이 아주 작은 점처럼 어설피 보이긴 했다. 문제는 그 호수를 어떻게 건너느냐의 문제.


그때 마침 아조가 뒤뚱거리며 걸어 다니는 새끼 스토닛머쉬룸을 집어 호수에 집어 던졌다.


촤악! 텀벙! 텀벙!


두텁고 강력한 턱을 가진 보빗웜들이 파문을 일으키며 호수에 떨어진 작은 스토닛머쉬룸을 낚아채기 위해 소란을 일으켰다.


잠시 후, 언제 그랬냐는 듯 호수는 고요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오···. 조졌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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