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도 먹고 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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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녕
작품등록일 :
2024.01.2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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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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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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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타 던전(1)

DUMMY

본격적인 얘기에 앞서 레이먼이 한 식당을 가리키며 말했다.


“탐사 일정이나 던전에 대한 이야기는 식사부터 하면서 천천히 하죠. 다들 괜찮지?”

“냐아!”

“응.”

“맘 대로 해.”


긴 이야기가 될 테니 길거리에서 이야기하는 것보단 앉아서 듣는 게 낫겠지.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식당에 도착하고 나서는 식당 종업원에게 레이먼이 익숙하다는 듯 다른 이들의 몫까지 주문했다.


“테오님은요?”

“······. 그걸로 됩니까?”

“예? 아, 혹시 식당이 별로 신가요?”


나는 이들을 짠하게 쳐다봤다. 그가 주문한 것은 호밀빵 네 개와 따뜻하게 데운 우유 한잔. 그리고 계란 하나였다.


이제 한창일 청년들이 이렇게 비실하게 먹는 게 다소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내 표정을 레이먼과 다른 일행들이 식당이 후줄근해 마음에 안 드는 것으로 오해한 모양이다.


“인근에 괜찮은 식당이 있긴 한데···. 멀기도 하고, 그···. 저희가 여유가 안 돼서요···.”


레이먼의 말이 가면 갈수록 줄어들었다.


‘얘네들 돈 없나?’


하긴, 던전은 돈이 되지만 모두가 사이좋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고 종업원을 다시 불러 다시 메뉴를 주문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아닙니까. 여기, 이거 이거랑 제일 잘 나가는 거 주십시오. 아, 혹시 다들 못 먹는 건 따로 없습니까?”


다들 말은 안 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기에 한 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제가 살 테니까, 부담가지지 마십쇼.”

“형님···!”

“착한 마법싸다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다. 게다가 얼마 안 하기도 하고.


던전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공격수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배가 고파 비실거리면 나만 손해니까, 그 전에 좀 먹여서 정양시켜 놓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마침 나온 음식을 입에 넣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은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


식사가 끝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던전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였다.


“처음 뵀을 땐 크루타 던전으로 간다고 했는데 변함없습니까?”

“예. 경쟁이 치열한 다른 표준형 던전들에 비하면 크루타 던전은 한산한 편이거든요. 괜히 다른 탐사대랑 마주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걱정도 덜 거고요.”


던전에도 종류가 있다. 그리고 이 종류는 던전의 구조에 따라 분류가 갈렸다.

그중에서도 ‘표준’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던전들 중 가장 많은 형태이기 때문에 ‘표준’이 되었다.


표준형 던전의 구조는 정육면체 도면을 펼쳐놓은 것처럼 방과 방들이 서로 붙어있고, 가장 마지막 끝방. 보스 방이라고 불리는 방에 돌연변이 몬스터를 해치우면 공략이 되는 방이다.


공략된 던전은 일주일 혹은 몇 달의 휴식기를 지내고 난 다음에야 다시 문이 수많은 몬스터들을,, 또한 야생에서는 보기 힘든 돌연변이 몬스터를 끊임없이 생성하는 지는 아직까지 던전이 가지고 있는 미스터리다. 게다가 리셋 후 새로 생겨나는 것은 몬스터들 뿐만 아니다.


수많은 금은보화와 아티팩트와 같은 물건들이 튀어나오는 것이 던전이었다.


몬스터들까지야 크게 보면 생물의 한 일종이니 어딘가 자연 발생할 요소가 있다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금은보화나 아티팩트 같은 건 인공적인 물건이다.


누군가가 인위적인 공정 과정을 거쳐야만 만들아지는 것인데 그런 것들 또한 던전이 리셋되어도 어디선가 다시 생겨난다는 것이 기이할 뿐이다.


물론, 그런 것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긴 하지만 그런 것들을 노리고 던전을 찾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만큼 던전은 위험하다.


실제로 던전에서 사망하는 사람도 꽤 많았고, 던전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그대로 실종 처리가 되는 사람들도 많았다.


위험한 만큼 제대로 준비해야만 생존율을 올리고 귀환할 수 있는 법.


“얼마 전 크루타 던전을 다녀온 탐사대에게 직접 얻은 정보야.”


레이먼이 자신이 알아온 크루타 던전의 정보를 하나 둘 씩 풀어가고 있었다. 그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 크루타 던전엔 독가스를 뿜어대는 개구리 몬스터가 있다. 근접하면 독가스를 뿜어내므로 원거리에서 공격하거나 해독 포션이 다수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레이먼 일행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일단 내가 들어옴으로써 이들이 근접해서 상대하지 않아도 내가 원거리에서 마법을 이용해 개구리들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요.


그다음엔 견습이지만 사제인 시아나가 있으니 해독 포션은 최소한으로만 들고 다녀도 된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레이먼이 얻어왔다던 두 번째 정보는 던전의 방은 열 개 혹은 그 이상이라는 것과 크루타 던전을 탐사한 탐사대는 모두 세 번째 방에서 진행을 멈췄다는 것이다. 즉, 네 번째 방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귀환했다는 얘기다.


이 이야기는 다소 흥미로웠기 때문에 몇 가지 질문을 더했다.


“그렇다는 말은 다들 네 번째 방 이후로는 진행한 팀이 없었다는 얘기인데 어떻게 던전의 방이 열 개, 혹은 그 이상이라고 짐작할 수 있는 겁니까?”

“그건 말이죠···.”


이어지는 레이먼의 설명.


짧게 설명하자면 보스를 죽이고 던전이 리셋되어 다시 열리더라도 원래 가지고 있는 방의 개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셋 전의 크루타 던전에서 보스 몬스터가 열 번째 방에서 발견됐고, 녀석을 해치우니 첫 번째 방으로 통하는 지름길이 열리면서 공략 완료, 던전이 닫히고 휴식기를 거치고 리셋된 던전이 지금의 크루타 던전이다···. 맞습니까?”

“맞습니다.”

“신기하군요. 공략되면 첫 번째 방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 생긴다는 게···.”


마치 던전이 볼 일 다 끝났으면 꺼지라는 것 같지 않은가.


“그렇죠, 저도 언젠간 그 지름길을 이용할 날이 오지 않을까요?”

“아직은던전을 클로징한 경험은 없으신가 보네요.”

“하하···.”


레이먼은 머쓱하게 아무 말 없이 머리를 긁었고 아조는 갑자기 버튼이 눌렸는지 발끈하며 말했다.


“그래서 뭐, 나가기라도 하게?”

“언제 나간 댔습니까. 그래서 이번 크루타 던전의 탐사 목적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 어차피 레이먼 일행의 목적은 공략. 보스 몬스터를 잡고 던전 클로징.

레이먼과 처음 만났을 때 얘기된 부분이다.


“그건 그렇고 이전 탐사대들은 왜 세 번째 방밖에 못 들어간 거냥??”


마침 리리아가 좋은 질문을 던졌다.

앞선 이들이 네 번째 방에 들어가지 못한 채 돌아갔다면 이유가 무엇일까? 그에 대한 답변 역시 레이먼이 설명했다.


“네 번째로 가는 ‘문’이 두 개였다고 합니다. 그중 하나가 꽝이었던 모양이에요.”

“꽝이라 하면···?”


던전의 ‘방’ 도 여러 형태를 가지고 있다. 크게 나누자면 일반, 비밀, 특수가 있다.


일반과 비밀은 의미 그대로 일반적으로 몬스터가 나오는 방과 숨겨져 있는 비밀의 방이라는 뜻이지만 특수 방은 얘기가 달랐다.


특수는 일반적이지 않은 온갖 요소들이 존재하며 특수에 해당하는 방들이 공유하는 공통점이랄게 없다는 것 또한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물론 이 중에서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미설계 방, 통칭 빈 방이라고 불리는 쉬어가는 방도 존재하지만, 일반 방에 비해서 몬스터가 곱절의 곱절로 더 많이 밀집되어 있는 방이라던가, 일정 시간 체류하거나 체류하면 안 되는 방이라던가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흔히 꽝, 폭탄, 쓰레기 등 부정적인 단어가 붙는 특수 방이 있는데 이 경우는 어떤 경우든 다음 방으로 향하는 문 자체가 없는 경우를 뜻했다.


일반 방 다섯 개는 붙여놓은 것 같이 넓게 이뤄져 있으면서도 정작 다음으로 가는 문이 없어서 헛걸음친다든가 하는 그런 일.


길을 잘못 들어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거나 가지고 온 장비, 체력이 떨어져서 더 이상 탐사 불가 판단이 드는 경우가 의외로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문 두 개 중에 어디가 꽝인데?”

“아···. 그게, 그것까진 알아 오지 못했어.”

“뭐라고?”


어처구니없다는 듯 아조가 반응하자 레이먼이 변명하듯 말을 이었다.


“이것도 겨우 알아 온 거라고, 우리 예산이 별로 없는 거 너도 알잖아.”

“쳇.”


서로 친숙해 보이는 이들은 이후 얘기로 들어보니 레이먼과 시아나, 아조는 23세로 동갑내기이며 리리아는 20세라고 한다.


동갑내기인 저 셋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로 각자의 꿈을 향해 성인이 될 때쯤 고향을 떠나 여행을 했다가 이번에 크라프톤에서 재회하게 되었다고 한다.


리리아는 그 과정에서 합류하게 되었다고 한다.


‘왜 사제가 이런 팀에 있나 했더니···.’


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불안감을 많이 줄일 수 있다. 그러니 이곳에서 귀족이나 다름없는 시아나가 이런 열정페이 청년 팀을 들어와 있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렇다고 해도 새로 탐사대를 꾸리는 건 비효율적이지 않나?’


크라프톤에서 신분 증명서를 발급 받는 건 지난한 일이다. 시간도 절차도 복잡하고 돈도 많이 든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은 기존에 개설되어 있는 탐사대에 들어가길 희망했고 실제로도 다들 괜찮은 탐사대에 자신들이 차출되길 바란다.


‘뭐. 상관없나.’


던전에 들어가는 사람들 중에 사연 없는 사람이 없다 했다.


그것이 나처럼 어떤 재료를 얻기 위함이든,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이든, 아니면 또 다른 목적이 있든 말이다.


나 역시 돌연변이 개체의 마석을 구하기 위해 온 것이니 이들도 던전에 들어가야만 하는 목적이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정말 단순히 어린 치기에 누군가 밑에 소속되기 싫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러니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이들이 어떤 목적으로 탐사대를 개설하고 던전을 들어가려고 한들 보스 몬스터를 잡고 던전을 공략한다는 건 나와 같았으니 말이다.


이후 이들과의 던전 공략에 대한 이야기를 더 나눴다.


“그럼 사흘 후에 뵙겠습니다.”

“예, 그때 뵙죠.”


그동안 할 수 있는 준비를 모두 끝마치고 사흘 후, 크루타 던전 탐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


사흘 후, 레이먼 일행과 식사했던 그 식당 앞에서 만나 크루타 던전으로 이동했다.


크루타 던전 입구 앞엔 크라프톤의 무장한 병사들이 서있었다. 그들은 임무는 던전으로 들어가는 탐사대의 자격을 확인하고 들여보내는 것.


입구를 막아선 병사 중 가장 계급이 높아 보이는 자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허가증.”

“여기 있습니다.”


레이먼이 예의 마름모 패를 꺼내 보였다. 병사가 자신이 가진 흑요석 단검으로 마름모 패를 내리찍자 쨍하는 소리와 함께 보라색 빛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피어오른 보라색 빛이 다섯 갈래로 갈라지며 레이먼, 시아나, 아조, 리리아, 나에게 잠시 머물다 사라졌다.


“전부 다섯 명이군. 통과.”


주술적 의식이라더니 이런 식으로 식별하는 모양이다. 허가증은 병사가 품속에 챙겼는데 아무래도 허가증은 일회용인 듯싶었다.


참고로 허가증을 발급하는 데에도 제법 큰 돈이 든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을 모아서 나눠 납부한다는 모양이다.


물론 하나의 허가증이 허용하는 인원은 최대 7명.

그 이상이면 추가 발급이 더 필요했다. 허가증은 크라프톤의 쏠쏠한 돈벌이니까 말이다.


저 마름모꼴의 허가증 하나 발급하는 데 100만 크론.


레이먼드 탐사대는 나까지 포함해 총 다섯 명이니, 던전의 입장료가 한 명당 25만 크론인 셈이다. 그리고 허가증에 대한 비용은 던전 탐사를 완료 후 배분율에 맞춰 탐사대장에게 지급하는 식으로 이번 탐사에서 많은 수확을 얻으면 거기서 저마다의 계약서에 작성된 배분율에 맞춰 나누고, 거기에서 입장료에 대한 부분을 제하고 남은 것이 팀원의 소득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 부산물만 하나 챙겨 팔아도 입장료 정도는 벌고 들어갈 수 있었으니, 입장료라는 게 탐사대원 입장에서도 크게 부담되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무사히 공략 바라지.”


으레 하는 빈 말이었지만, 우리는 그에게 적당히 묵례하고 던전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갔다.


***


크루타 던전은 표준형 던전.


입구를 통해 계단으로 내려갈수록 던전의 구조물이 점차 바뀌어갔다. 계단을 모두 내려갔을 돌을 투박하게 깎아놓은 ‘문’이 하나 있었다.


“들어가기에 앞서 다시 한번 더 설명하겠습니다.”


이후 레이먼은 크루타 던전에 대한 짤막한 브리핑을 시작했다. 무엇이 나오고 조심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들 말이다.


이미 식당에서 얘기를 나눈 것들이지만, 한 번 더 이렇게 공지를 들으면서 생기는 긴장감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짝-


레이먼이 박수 소리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끝, 이제 들어가 볼까?”


모두가 레이먼의 말에 긍정했다. 드디어 첫 던전 탐사가 시작되었다.


***


‘방’ 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른 바 보상 방이 아닌 대부분이 ‘방’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았다. 이를테면 첫 번째 방이라고 불리는 이곳이 그랬다.


‘얘기로만 들은 거랑 다르긴 하네.’


첫 감상은 ‘신기하다’ 였다.


지하로 내려온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내부가 밝았다. 머리 위로 빼곡히 박혀있는 야광석과 발광 이끼들이 뭉쳐져 달빛을 모방하듯 내부를 비추고 있었다.


발아래에는 수분을 머금은 흙, 그 위로 자라난 식물들이 무성히 자라나 있어 던전이 아니라 평범한 밤의 숲길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야광이끼는 어떻게 따갈 방법이 없으려나.’


이따금 신묘한 식물을 보면 채집하고 싶어 하는 연금술사의 자아가 튀어나왔지만 굳이 튀는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간신히 억눌렀다.


‘습도를 보니 불 마법은 못 써먹겠군.’


주변 환경을 살피며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가짓수를 계산해 나갔다. 적어도 이곳은 습도가 높아 어지간한 화력이 아니고서야 제 성능 다하지 못할 게 뻔했다.


마법은 생각보다 환경의 영향을 많이 끼친다. 물론 그런 변수를 생각 안 하는 마법사도 있지만 마법을 사용하는 것에 제약이 많은 나에겐 이런 요소 하나하나가 족쇄가 된다.


그 순간 첫 번째 방에 거주하는 몬스터들이 등장했다.


“개애액-.”

“구우우우울.”


박자를 타며 개, 굴 하고 울어대는 모양새와 등의 창백한 얼룩이 있는 걸 보니 베놈프록이 확실했다.


멍청하게 생긴 개구리처럼 보이지만 사람 허리까지 오는 거대한 몸집에 맹독 가스를 입에서 뿜어내는 몬스터다다.


“전투 준비!”


각자 사전에 말해 놓은 대열을 맞췄다.


“테오님! 아이스 볼트!”


강한 맹독 가스로 자신을 지키는 베놈프록의 공략법은 원거리 공격. 하지만 일반적인 화살은 이들의 점액질에 막혀 무산된다.


그리고 이게 레이먼 일행이 원거리 공격수로 궁수가 아닌 마법사를 찾은 이유였다. 베놈프록은 근접하면 맹독가스를, 멀리서 날린 화살은 점액질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니 베놈프록을 해치우려면 이들의 약점인 냉기를 이용한 원거리 공격.


즉, 냉기 속성의 마법을 개구리에게 쏘아내는 것이다.


“개-!”

“구울!”


두 마리가 동시에 뛰어올랐다.


“흩어져!”


허공에 머물고 있는 개구리를 향해 가볍게 손짓하자 뛰어올랐던 개구리가 그대로 얼어버리고 그 자세 그대로 지상에 떨어졌다.


‘···음?’


개구리 두 마리를 얼린 마법 한 번에 마나가 동나야 정상이였지만 이상하게 아이스 볼트를 한 번 더 날릴 정도의 마나가 남아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스 볼트를 시전했다. 그러자 아주 자연스럽게 얼음결정이 만들어졌고 그걸 그대로 얼어붙은 개구리들에게 날렸다.


얼음과 얼음이 부딪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베놈프록들은 얼어붙은 채 그 모습 그대로 허무하게 죽어버렸다.


그 모습을 본 레이먼 일행은 놀란 눈으로 날 바라봤고, 나 역시 내가 날린 마법의 잔재들을 바라봤다.


‘왜 마나가 남지?’


마나기석을 섭취했음에도 소량밖에 늘지 않아 아이스볼트 두 번 연속으로 날릴 수 없는 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마나량이 증가한 것이다.


‘아니, 증가한 게 아니라 마나 회복 속도가 빨라진 거네.’


당황스럽긴 했지만, 이 모습을 굳이 이들에게 보여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았기에 바로 표정 관리를 했다.


그때 리리아가 반짝이는 눈망울을 한 채 내게 매달렸다.


“마법싸아! 마법싸는 대단하구냥!”

“개구리니까요.”


몬스터라고는 해도 베놈프록은 개구리. 결국 피부가 약한 양서류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만큼 습도와 온도에 민감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냉기가 약점이 될 수밖에 없고 말이다.


통째로 얼려버렸으니 개구리들은 저체온증으로 인한 쇼크. 게다가 피부호흡까지 하는 개구리들인 만큼 질식까지 더해져 금방 죽게 된 것이다.


물론 이는 식당에서 한 차례 한 이야기긴 했지만 이렇게 쉽게 잡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볼트는 원소 마법 중에서도 가장 약한 위력을 가진 공격 마법이다.

그런 아이스볼트 두 방에 죽음을 맞이한 개구리들. 이 개구리들은 아마 자신의 약한 몸을 지키기 위해 적들이 제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독을 뿜어내는 형태로 진화한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픽하고 죽어 나갈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아마 이들끼리만 있었다면 꽤 고전했을 수도 있겠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근접해야만 공격할 수 있었으니까.


레이먼은 방패와 검, 아조는 창, 시아나는 메이스, 리리아는 너클이다.


어쩜 이렇게 파티 포지션이 극단적인지, 이들이 그동안 돈을 못 번 이유가 다른 게 아니라 여기에 있는 듯 싶었다.


그나마 시아나가 견습 사제이기에 생존율은 높았겠지만. 그게 돈을 잘 번다는 얘기는 아니니까.


그렇다고 여기서 원거리 공격수를 영입하기엔 배분율이고 입장료고 남는 게 없었을 테니 마지막의 마지막으로 궁수가 아닌 마법사를 찾은 것이다.


마법사가 괜히 트롤 짓만 안 한다면 두 명분 이상의 효율을 보여주니까 말이다.


아무튼 아직도 얼타고 있는 레이먼 일행을 보며 말했다.


“흠흠. 레이먼 님, 다른 놈들이 몰려오기 전에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 그렇죠.”


내 말에 정신을 차린 레이먼이 아조와 함께 베놈프록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도와드릴까요?”

“아뇨, 아뇨! 테오 형님은 그냥 계셔도 괜찮습니다!”


그런 그들을 뒤로하고 마나 사탕을 하나 더 넣었다.


잠시 후, 몬스터 해체를 마친 레이먼이 베놈프록로부터 얻은 부산물을 모두에게 공지했다.


“하급 마석 두 개, 베놈프록의 독샘, 혓바닥 모두 온전하게 채취했습니다. 혹시 필요하신 분 있나···요?”


레이먼이 슬쩍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전 괜찮습니다, 나중에 정산금으로 주십쇼.”


이렇게 나온 부산물은 탐사대원들 중 한 명이 원한다면 돈을 주고 가져갈 수 있다. 물론 거래 대금은 구매자를 제외한 다른 인원들에게 돌아간다.


물론 아무도 구매하지 않는 부산물은 크라프톤에 있는 거래소에서 판매하고, 일정 비율로 배분받는다.


그리고 베놈프록의 부산물 자체가 귀하긴 하지만 내게는 매력적이지 않는 물건. 마석도 하급 마석이고 독샘이나 혓바닥 같은 것도 어디 쓸 데가 없다.


“알겠습니다. 이동하시죠.”


해체되어 너덜거리는 베놈프록을 사분오열해서 여기저기 흩트려놓았다. 이렇게 해놓으면 부패한 냄새를 맡은 몬스터들이 이것에 정신이 팔려 우리를 찾기 힘들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물론 이런 몬스터들의 부산물이 돈이 된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공략. 귀찮은 몬스터들이 여럿 들러붙으면 이동이 느려지고 그만큼 공략과 멀어지게 된다.


이들은 돈도 돈이지만 이상하리만치 돈보다는 던전의 공략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특이한 탐사대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잠시 후.


“저기다냐!”


리리아가 두 번째 방으로 향하는 문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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