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도 먹고 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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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녕
작품등록일 :
2024.01.2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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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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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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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DUMMY

폴리모리 포션을 마시고 라르바티로 향했다.


가장 먼저 들릴 곳은 당연히 벼벼르다. 주 고객이 마법사와 연금술사인만큼 돌연변이 마석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컸다.


“어서오십시요. 테오도르님.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십니까?”


오늘도 베티가 나를 맞이했다. 그녀에게 가볍게 인사한 후 돌연변이 마석에 관해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되돌아온 답변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죄송합니다만, 돌연변이 몬스터의 마석은 판매하지 않고 있습니다.”

“허···. 어째서인가?”

“말씀드릴 수 없는 점 양해바라겠습니다.”

“···어쩔 수 없지. 가보겠네.”


씁쓸한 마음을 뒤로하고 벼벼르다를 나왔다. 이후 몬스터 부산물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 중개소, 여러 길드를 찾아갔으나 모두 허탕이였다.


아무래도 도시 내에서는 돌연변이 마석을 구하기 힘들어보였다.


‘결국 던전행인가.’


그렇다면 원하는 물건 안 판다고 좌절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다음 계획을 생각하고 던전에 갈 준비를 하는게 더 효율적인 판단이였다.


‘그럼 일단 대장간부터 가보자.’


발걸음을 옮긴 곳은 장사가 안되는 허름한 대장간. 롭다의 대장간은 아니였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소?”

“대장간에 무기 사러 오지, 뭘 사러 오겠나.”

“······척 보아하니 마법사 어르신 같은데 뭘 구하러 오신거요? 우리는 스태프는 팔지 않소만.”


이곳에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무기 종류 별로 하나씩 주시오.”

“···?”

“내 실험에 필요해서 그러오. 안 팔거면 다른데 가고.”

“아, 아닙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대장간 주인이 허둥지둥 무기를 챙겨가지고 왔다. 주인이 가지고 오는 무기들의 상태를 살피고 대금을 치뤘다.


당연히 무기는 인벤토리 돌 안에 잘 보관했다.


“감사합니다!”

“수고허이.”


내게 맞는 무기를 찾으려면 자연히 하나씩 써봐야할 것 아니겠는가. 안 맞는 무기는 쓰고 버려야하는데 굳이 비싼 물건을 살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 이 주변에서 가장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떨어지는 대장간을 찾은 것이다.


‘온 김에 장 좀 볼까.’


도시에 온 김에 할 수 있는 건 전부 하고 돌아가야 폴리모리 포션을 쓴 값어치가 있다. 저녁시간이 되었늘 때는 그 부작용으로 고통받아야 할 테니까.


***


폴리모리의 효과가 사라지고나서야 라르바티에서 구매했던 무기들을 마당에 꺼내 나열해봤다.


“쉬이.”

“고쳐먹을 수 있는 건 고치면 좋겠지.”


종류 별로 구매해온 싸구려 무기들.


검이니 창이니 하는 것들은 내가 사용하기엔 너무 무겁고 어울리지도 않는다. 다른 이들이 이것들을 주 무기로 삼는다면 내게는 한 번 쓰다버릴 보조 무기로 사용하는 게 맞을 것이다.


먼저 가장 무거운 도끼에 가장 먼저 가벼움, 그리고 절삭력을 뜻하는 룬 문자를 새겨넣었다.


“확실히 가볍네.”


양 손으로 들어도 제대로 휘두를 수 없었던 도끼는 나뭇가지를 들어올린 것처럼 가벼웠다. 무게는 확인하였으니 다음은 절삭력을 확인할 차례.


도끼를 눈 앞에 아름드리 나무를 향해 휘둘렀다.


콰직!


“악!”


도끼가 아름드리 나무에 부딪히면서 날 부분이 산산조각나며 터져버렸다. 날카로운 쇳조각들이 비산하며 주변의 흉터를 남겼다.


“고, 고마워.”

“쉬이익.”


내 경우엔 플라위가 재빨리 달려들어 내게 날아오는 날붙이 조각을 대신 맞아줬기 때문에 무사할 수 있었다.


“다친덴 없어? 괜찮아?”

“쉬이이이익!”


나 역시 곧바로 플라위의 몸을 걱정스레 살폈지만 반질반질한 비늘의 약간의 흠집이 생겼을 뿐, 아무렇지도 않았다.


“가벼워진 만큼 내구는 떨어지나 보네.”


플라위가 멀쩡한 것을 확인하고나서 곧바로 도끼가 부딪혔던 나무를 살펴보았다. 도끼만큼 나무 역시 멀쩡하진 않았는데 두터운 기둥의 절반이 패여있었다.


일반적인 도끼였다면 나무의 수피부분에만 살짝 들어가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무리하게 룬 문자를 넣은 것이 패착인 모양이다. 지금은 플라위가 내 대신 막아줘서 다친 곳이 없었지만 이걸 들고 던전에서 설치다간 아군적군 할 것 없이 큰 피해가 날 것이다.


룬 문자를 사용하는 건 나쁘지 않았지만 일단은 보류해야할 것 같았다.


룬 문자를 이용해 인챈트를 하는 방식의 장점은 마나를 이용해 마법 부여를 하는 방식과 다르게 무기의 내구만 된다면 두 개, 세 개 혹은 그 이상으로 중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훨씬 더 강력한 효과를 볼 수 있는게 바로 룬 문자를 활용한 인챈트.


하지만 대부분의 인챈터들이 룬 문자를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 이유는 룬 문자 자체를 사용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본인의 마나만 충분하다면 물건 통째로 인챈트를 할 수 있는 기존의 마법 부여와는 다르게 룬 문자의 경우 룬 문자가 뜻하는 의미와 룬 문자를 새길 물건과 어울리는 조합이 존재했다.


예를 들면 검에 룬 문자를 새긴다고 한다면 <단단함> 이나 <절삭력>의 의미를 가진 문자가 가장 합이 잘 맞았고 <부드러움>, <화기>, <냉기> 같이 어울리지 않는 단어에는 되려 검이 검으로써의 기능을 잃었다. <부드러움>을 새기면 검이 흐물거렸으며, <화기>를 새겨넣으면 불의 기운에 검이 버티지 못하고 녹아내리는 식이다.


마나를 이용한 인챈트의 경우는 검의 형태는 유지하지만 어떠한 조건, 이를테면 충격을 받았을 때 화기나 냉기를 내뿜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룬 문자가 어려운 점은 이뿐이 아닌다. 룬 문자를 ‘새긴다’ 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해당 물건에 물리적인 홈을 파야한다.


특수하게 제작된 끌과 정으로 룬 문자를 음각한다. 그 홈을 따라 마나를 조심히 흘려준 다음 슬라락과 페어리의 가루를 일정 비율로 섞어 만든 특수 용액을 골고루 펴발라 정착시키기까지.


자신을 마법사라고 생각하는 자존감 높은 인챈터들은 이런 ‘물리’적인 방식은 고고한 자신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실제로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들도 많아서 마치 여우의 신포도마냥 대하는 자도 존재한다.


룬 문자는 섬세하게 다뤄야 한다. 음각으로 파낸 룬 문자의 홈이 깊이가 균등해야하는 건 물론 문자가 가진 가로 획과 세로 획의 비율까지 정확하게 맞춰야만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도끼에 새겨넣은 <가벼움>과 <절삭력>의 룬 문자를 새겨넣는 조합은 나쁘지 않았으나 무기의 내구도가 너무 조악해 실패에 가까웠다.


그러니 다음은 룬 문자를 포기하고 일반적인 방식인 마법 부여를 사용해 실험해볼 차례인 것이다.


검에는 예기를 더하는 마법을, 창에는 가볍게 만들어주는 마법을 부여해봤지만 모두 실패작이나 다름없었다.


숲 속에서 조용히 포션이나 만드는 샌님 나부랭이가 쓰기에는 둘 다 사용하기 지극히 어렵다는 점이였다. 주무기가 아니라 보조무기로도 사용하기 힘든 것.


“내가 근접전으로 싸울 일이 뭐가 있겠어. 그치?”

“쉬익.”


다음으론 원거리 무기인 석궁과 활.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근접 무기보다는 원거리 무기들이 내가 보조 무기로 사용하기에 좋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활과 석궁 본체에는 내구도를 올릴 목적으로 <단단함>의 룬 문자를, 각각에 쓰이는 화살에는 원소 마법을 강하게 부여했다.


이렇게 개조한 활과 석궁을 들고나가 저 멀리 있는 표적을 향해 시위를 당겼다. 그렇게 쏘아진 화살은 표적물에 꽂히고.


콰과광!


“휘유.”


강력한 한 발이 탄생했다.


어차피 화살은 소모품. 그 급박한 순간에 화살을 챙길 여유가 있진 않을테니 화살에 가진 마나를 전부 때려넣어 단발성의 아주 강력한 화살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마나와 룬을 이용해 만들어진 인챈트 무기들을 모두 인벤토리 돌에 담았다. 원거리 무기야 이 정도면 충분할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맞을 수 있도록 조정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근접 무기는 처음부터 다시 어떻게 개조해야 할 지 생각해야할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이것에 만족해야겠지만.


***


아무렇게나 버려진 종이들을 정리하려는데 작업실 한 켠에 상자 하나가 눈에 띄었다. 상자에는 그동안 만들어놓은 여러 종류의 포션들이 쌓여있었다.


“······.”


포션들을 보자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되어 갔다.


내 본질은 용병이나 모험가가 아니다. 전사도 아니고 마법사도 아니다. 지금까지 한 행동들은 모두 보조 무기를 내가 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실험아니였던가.


‘그러고보니 내가 제일 잘 다루는 날붙이가 하나 있지.’


깨끗한 종이를 펼쳤다. 검이니 창이니 하는 건 후순위, 이것들은 전부 뒤로 미루고 가장 손에 익은 날붙이 하나를 그려나갔다.


그 이후 마법 도구 제작을 위한 내용을 빼곡히 적어갔다.


***


다음날 롭다를 찾아갔다.


“낫을 만들어달라고?”

“네. 이왕이면 이렇게 만들까 하는데요.”

“일반적인 형태가 아닌 것 같은데?”


롭다에게 건넨 종이에는 이곳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낫과는 조금 다른 모양새로 그려져있었다.


일상적으로 쓰이는 낫은 낫자루가 길고 낫공치가 짧아 약간의 낫의 날과 낫자루가 거의 직각으로 붙어있는 모양새라면 내가 원하는 낫은 기존의 낫보다 두꺼운데다 낫공치도 길어 날붙이 모양새만으로 보면 ‘ㄱ’ 의 모습을 한 모습이였다. 또한 자루와 날을 결합하는 슴베 부분도 일반적인 낫보다 배는 길었다.


“아저씨가 보기엔 어때보이세요?”

“엄청 튼튼해지긴 하겠지만 엄청 무거워질게다. 뭐 누구 골통 부수러 가나?”


전문가인 롭다가 잘 알아본 걸 보면 다행히 내가 그림을 잘 그려온 듯 싶었다.


“네, 그러려고요.”


롭다가 순식간에 미친놈 다 봤다는 표정을 지어냈다.


기존의 낫은 가볍고 내구가 약하다. 이유는 보통 얇은 풀을 베기 위한 목적으로 나왔기 때문인데, 낫을 주로 사용하는 건 주로 농민 혹은 약초꾼이다. 허구헌날 성인 키만큼 자라나는 풀들을 제거해야하는 입장에서는 굳이 무겁게 만들 필요가 없었으니 이런 얇고 가벼운 형태의 낫이 일반적인 것이다.


하지만 내가 원한 건 사람의 두개골을 박살낼 수 있는 단단한 낫이다. 모티브는 당연하게도 전생의 기억. 그것도 조선의 농민들이 사랑한 농기구이자 무기 조선 낫이다.


실제로 이 낫은 풀도 벨 수 있지만, 도끼 대신 나무도 벨 수 있고, 해머 대신 사람 골통도 부술 수 있다.


질린 표정을 한 롭다가 낫의 사용처를 물어봤다.


“진짜 골통 부수려는 건 아닐테고, 이런 건 왜 필요하다는 게야?”

“던전에서 구해야할 물건이 있어서 들어가려고요.”

“던전? 네놈이?”

“돌연변이 마석이 필요한데 판매하는 곳이 아무데도 없더라고요.”


없으면 직접 구해야지. 물론 이런 경우는 의뢰자에게 직접 재료를 구해오라고 시키는 게 관례지만 이 경우에는 의뢰자가 와이번이니 시킬 수가 없었다.


롭다는 내가 건넨 조선 낫의 형태를 다시 유심히 보더니 한 마디 했다.


“네놈이 저번에 가져온 ‘호미’도 그렇지만, 사람 골통 부수는 ‘낫’도 그렇고. 이 기묘한 발상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게야?”

“그냥 편리를 추구하려다가 나온 거리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람 골통 잘 부수는 편리라 웃기는구나.”


진실로 그 발상이 웃기다는 듯 롭다가 쿡쿡거리며 웃었다.


“만들어주실거죠?”

“내가 농기구는 몰라도 이런 거엔 전문가지. 최대한 네 요구대로 골통 자알~ 부술 수 있는 튼튼한 낫으로 만들어주마!”

“감사합니다.”


롭다가 자연스롭게 손을 펼쳤다.


“돈!”

“···얼마면 되겠습니까?”


다행히 내가 예상한 금액 안이였다. 속으로 작게 한숨쉬며 롭다에게 선금을 건넸고 롭다는 가장.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이틀 후에 오게!”


롭다에게 간단히 인사하고 곧장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광장에는 나를 비롯한 노점상인들이 저미다 자질구레한 것들을 내놓고 팔고 있었는데 나도 그들 사이에 껴서 한 자리를 차지했다.


나온 김에 조금이라도 더 벌어가면 좋으니까 말이다.


“어머, 테오아냐~ 너무 오랜만이다!”

“누님, 오랜만이에요.”


나를 알아보는 손님들 위주로 물건을 팔고, 나를 모르는 손님에게 호객행위를 하며 열심히 수익을 올리고 있을 때 저 멀리 삥뜯으러 오는 양아치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럼 다음에 봬요!”


나를 포함힌 다른 노점상인들도 서둘러 자신의 돗자리를 챙겨 자리를 떴다.


***


그시각 롭다는 하던 일을 정리하고 저물어가는 하늘을 바라봤다.


“거, 괜찮을라나?”

“뭐라고?”


롭다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털었다.


자기가 똑똑한 줄 아는 어설프고 물렁한 놈이었지만 완전 모자란 놈이 아니었으니 스스로 죽을 자리를 찾아가진 않을 것이다.


롭다는 그렇게 생각하며 뭉툭하고 거친 손으로 자신의 풍성한 수염을 쓸어내렸다.


***


롭다에게서 낫을 받아온 후 집으로 돌아와 낫을 이리저리 휘둘러보았다. 이 낫에는 절삭력을 뜻하는 룬 문자를 새겨넣었다.


‘손에 익어서 그런지 나쁘진 않네.’


롭다가 만들어준 낫은 다소 무겁긴 했으나 사용하지 못할만큼은 아니였기에 굳이 여기에 가볍게 만들어주는 마법은 부여하지 않았다. 실험삼아 아무 나무에다 낫을 휘둘렀는데 기둥의 반을 해먹었다.


물론 기둥애 박힌 낫을 빼는데 더 많은 힘을 쓰긴 했지만, 비장의 한수로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나와 함께 할 탐사대원들이였다.


물어볼 사람들에게 다 물어보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미 다른 의뢰를 받은 상태거나 출타 중이였다.


“결국 기존의 파티에 들어가는 수 밖에 없겠네.”


썩 내키진 않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일단 시간이 될 때마다 도시로 내려가 던전 탐사 공고글을 봐야할 듯 싶었다. 물론 진짜 던전으로 들어가기 전까진 내 목숨을 구해줄 마법도구도 완성해놔야겠지만 말이다.


“쉬이익.”

“그래, 같이 가야지.”


사실 그동안 도시로 들락날락거리는 동안 플라위는 집에 두고 다녔었다. 이에 서운함을 숨기지 못한 플라위는 다음엔 무조건 자신도 데려가달라고 애원했고 나는 그 부탁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역시 마법사라고 하고 들어가는게 낫겠지?”

“쉬이이익.”


이미 꾸려진 탐사대에 들어가려면 나 역시 그들에게 맞는 인재상이 되어야만 했다. 탐사대원들이 가장 반기는 인재는 당연하게도 사제들. 즉, 힐러들이다.


하지만 사제는 구하기가 몹시 어려웠는데 대부분의 사제들은 교단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단 자체에서도 사제들의 외유를 반기지 않는 것도 한 몫하기도 했고.


그렇다면 두 번째로 반기는 인재는 마법사다.


수준 높은 마탑 마법사는 사제와 같이 보기 드문 존재지만, 마탑 소속이 아닌 무소속 마법사. 즉, 방랑 마법사는 그 수가 제법 됐다.


탐사대에 마법사 하나 있고 없고 차이가 탐사대의 생존률을 크게 좌우했기 때문이다.


이 다음부터는 다들 비슷비슷했다.


물론 연금술사도 탐사대에 있으면 나쁘지 않은 인재지만, 그럴 바엔 조금 급이 떨어지더라도 초보 마법사를 영입하는 게 더 낫다라는 게 탐사대의 중론이다.


연금술사는 포션이나 약초에 전문가지만, 위험천만한 던전탐사에 어울리는 인재는 아니다. 그들은 같이 싸워줄 사람을 찾는 것이지 뒤에서 안전하게 보호받는 학자를 원하는 게 아니니까.


그러니 방랑 마법사라고 신분을 속이는 게 던전탐사대에 들어가기 수월할 것이다.


‘부족한 마나는 마나사탕으로 커버하면 되겠지.’


다시 생각해도 눈물 나긴 하지만 마나기석으로 마나량의 절대값이 조금이나마 늘긴 늘었으니 ‘초보 마법사’ 흉내 정도는 낼 수 있을 것이다.


최하급 마법 두 번은 못 쓰지만, 하급 마법 한 번 쓸 정도로 늘었으니 마나사탕으로 빠르게 마나를 회복하면서 싸우면 얼추 그럴싸해보일 것이다.


중급 이상의 마법은 미리 스크롤로 만들어둬야 했다. 초보 마법사로 들어가는 만큼 탐사대원들도 내게 많은 것을 바라진 않겠지만 그래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미리 만들어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중급 그리고 고급 마법이 담긴 스크롤은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


“쉬이익.”

“그래, 일단 밥이나 먹자.”

“쉬이이이익!”


플라위는 나와 함께 던전탐사에 참여할 것이다. 펑퍼짐한 마법사형 로브는 비단 구렁이 정도는 충분히 숨길 수 있을만큼 공간이 넓었다.


“흠, 눈에 띄긴 하네.”


물론 구렁이정도의 몸집이 되는 플라위였기에 내 팔에 휘감기거나 허리춤, 혹은 어깨에 걸쳐져 있는다해도 얇은 로브 위로 플라위의 형태가 드러났었다.


“쉬이이!”

“어···. 정말?”

“쉬익!”


플라위의 몸이 조금씩 줄어들더니 다시 이전의 작은 실뱀의 크기로 돌아왔다.


“제한은 없어?”

“쉬이이이이이익.”


플라위는 자신의 크기를 변형시키는 것엔 많은 마나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략 일주일 정도는 내가 주는 마나를 차곡차곡 모아야한다고 하는데 그 정도까지는 크게 무리되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았가.


어차피 플라위는 몬스터를 부식으로 먹긴 하지만 주식은 어디까지나 내 마나이고, 마나 포션과 사탕을 이용한다면 플라위에게 주는 마나의 량을 더 늘릴 수 있을테니 말이다.


“자, 그럼 같이 갈까?”

“쉬이이.”


플라위가 펑퍼짐한 로브의 소매자락 안으로 쏙 들어왔다. 로브 안에 단단한 비늘을 가진 뱀이 숨겨져있었지만 그것이 드러나는 부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로써 던전탐사를 하는 내내 플라위의 먹이활동으로 플라위가 드러날 일은 없을 것이다. 로브 속에 숨어있는 플라위는 또 다른 나의 무기가 되어 날 지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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