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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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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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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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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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8)

DUMMY




"폐하,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오늘도 많은 시간을 업무에 할애하셨지 않습니까."


"오래 있지 않을 걸세. 금방 돌아올 게야."


하늘을 수놓듯 별이 펼쳐진 밤, 여왕은 소수의 인원만을 데리고 황궁 뒤편 호수로 향했다. 늦은 시간인지라 시종장은 여왕의 건강을 우려해 말렸지만,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시종장, 보석함을 이리 주고 떨어져 있게.”


“예, 폐하.”


호숫가에 다다른 여왕은 사람들을 물리고, 근처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시종장만이 마지막으로 남아 담요를 덮어드리고, 의자 옆에 등불을 내려놓으며 보좌를 마쳤다.


밤중에 몇 번 찾은 적이 있기는 하지만, 오늘따라 호숫가는 더욱 다른 공간에 와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수면에는 화려하고 반짝거리는 성의 모습이 비쳤고, 주변의 나무들은 곧게 뻗어져 있어 꼭 동화 속의 모습 같기도 했다.


계절이 서서히 바뀌고 있는 터라 벌써 새싹이 살짝 올라온 나무들도 있어 다가올 봄이 눈으로 느껴졌다.


‘황궁에서 이보다 고요한 곳이 있을까.’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불이 꺼지지 않는 황궁과는 달리, 호숫가는 조용하고 인기척을 찾아볼 수 없어 편안했다. 꽤나 이곳을 좋아함에도 여왕이 자주 들리지 않았던 이유는 늘 바빴기 때문이었다.


왕위에 오르고도 수십 년, 그녀는 황족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왔다. 잘못된 선택들이 있을지언정, 게으르게 살아오지는 않았다고 신께 맹세할 수 있었다.


달칵-


상념에 잠겨있던 여왕은 손에 들고 있던 보석함을 열었다. 허전하게 목걸이 줄만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며칠 보았다고, 완전한 형태로서 펜던트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퍽 마음에 들었다.


‘폐하, 달의 뒷면을 이 땅에서는 절대 볼 수 없음을 아십니까?‘


펜던트를 찾아준 에드워드 경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리는 듯했다. 그가 말한 ‘뒷면’은 단순히 보자면 펜던트의 어느 부분을 빗댄 것 같았으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것이 전부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이중적인 의미 같았지. 사진 뒷면 말고도 뜻하는 바가 더 있는 것인가?’


고민 끝에 여왕은 우선 펜던트를 먼저 열어보기로 했다. 사진 뒷면에 힌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톡-


“...... 녹스.”


작게 중얼거린 여왕은 아차 싶었는지 서둘러 자신의 입을 감쌌다. 그만큼 사진 뒤에 쓰여있는 단 하나의 메모는 여왕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꼭꼭 숨겨두어 영원히 닿을 수 없을 것 같던 고백이 반세기가 지나서야 스러지듯이 그녀에게 전해졌다.


‘황녀님.’


그와의 기억은 지우려 해도 잊을 수 없었다. 오랜 짝사랑이었으며, 여왕이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황족으로서 권력을 쥔 채,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웠으며, 이렇게 평화로운 순간이 매일 지속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어린 날들. 걱정이라고는 어떻게 수업에서 도망치고 들키지 않을 수 있을지 뿐이었다.


한없이 순진했던 황녀는 나만을 위해주는 다정한 호위기사에게 속절없이 빠졌다. 신분 차이가 문제가 될 것을 알았지만, 그녀는 소설의 역경처럼 딛고 일어나 해피엔딩을 맞이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대화재가 없었다고 한들, 모두 이루어질 수 없었던 단꿈이었거늘...'


황녀는 이 사실을 여왕의 자리에 오른 뒤에야 깨달았다. 그 당시는 지금보다도 신분의 경계가 강해, 평민과 귀족조차 거의 섞이지 않는 사회였다. 후작 가문이었던 현 국서와의 결혼도 일부 반대가 있을 정도였으니, 평민 출신의 기사와의 사랑이 이뤄질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럼에도 안타깝구나, 이 귀중한 마음을 그저 흘러 보내야 하다니.’


하지만 그 때로부터 지금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가버렸다. 이 호숫가에서 물을 뿌리며 서로에게 장난을 쳤던 날들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찬란한 과거였다. 이미 바래버린 사진처럼, 녹스의 고백에 거절도, 수락도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화르륵-


여왕은 발밑에 놓인 등불을 들어 잠겨있는 장치를 열고 그 안의 촛불이 일렁이는 것을 지켜봤다. 빨간 불빛 끝에 사진을 살며시 놓자, 몇 초도 되지 않아 낡은 사진은 흔적도 없이 불타 사라졌다.


환하게 웃고 있던 그 시절의 황녀의 모습은 이제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과거를 떠나보낸 여왕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죽을 때가 다 되어서야 생각이 바뀌다니, 너무 늦었다고 생각을 해야 할지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모르겠구나. ’


나이를 먹어가면 갈수록, 이전에 받아들이지 못했던 생각이 열릴 때가 있었다.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고, 상대방의 처지를 직접 경험해 가니 자신이 해왔던 것이 고집임을 명백하게 느끼는 것이다. 여왕은 펜던트를 만지며 생각을 이어나갔고, 호숫가 가까이로 발걸음을 옮겼다.


첨벙-


‘.....!’


멀리 떨어져 있던 시종장은 여왕의 행동을 조마조마한 눈으로 바라봤다. 반짝이는 무언가가 호수 한가운데 빠져들어가는 것을 보며 그는 적잖이 충격받았다.


‘그토록 아끼시던 펜던트를..... 심경에 큰 변화가 있으신 것이 분명하군. 당분간 황궁에 거센 바람이 불겠어.’


황실은 잠잠할 틈이 없다며, 시종장은 속으로 한탄했다. 다만 그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부디 불어오는 바람이 태풍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여왕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 편히 잠드시게. 모든 것이 내 부족함이었으니, 이제는 고쳐나갈 것이야.’


그녀에게 펜던트는 단순히 녹스의 유품이 아닌,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죽어갔던 제국민을 뜻했다. 황위에 오른 이후, 여왕은 이 죄책감의 무게를 덜고자 부단히 애를 썼다.


더 많은 제국민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황실에 의해 억울하게 목숨을 잃는 자가 생겨나지 않도록. 그리하면 언젠가 나아진 제국을 맞이해, 이 펜던트가 가벼워지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밤잠을 줄여가며 정무를 봐도, 수많은 법과 행정을 고쳐 봐도 펜던트는 해가 갈수록 무거워질 뿐이었다.


‘신의 권능을 황족이 이어받았다.’


지금에서야 여왕은 자신의 방향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대화재 때 떠올렸던 문장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채, 자신이 쳇바퀴를 돌고만 있었음을 인정했다.


‘남은 평생을 완벽해지려 노력한다 할지라도, 짐은 신이 될 수 없다.’


여왕은 한낱 인간이기에, 한 사람의 고통을 완전히 이해할 수도, 제국의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가질 수도 없었다. 결국 제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노력이 아닌, 전체적인 체계의 변혁이 필요했다.


“시종장, 이제 되었다. 그만 들어가자꾸나.”


낮은 부름이었으나, 시종장은 금세 가까이 다가왔다. 밤중이라 어두웠음에도 그는 여왕의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오늘따라 달이 더 밝은 것 같군.’


황궁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던 여왕은 그 끝에 걸려있는 달에 시선을 뺏겼다. 에드워드의 말대로 저 뒤편을 자신은 영원히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이 황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한은 말이다.






.

.

.





“페투스, 아직 안 자고 있었는가.”


“..... 폐하.”


침실로 들어간 여왕은 아직 밝게 켜져 있는 불에 멈칫했다. 평소라면 탁상의 등불 정도만이 밝혀져 있을 텐데, 국서는 여왕을 기다렸는지 모든 불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 그는 여왕을 보자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맞췄다.


“드릴 말씀이 있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으신지요.”


“우연이군, 짐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네.”


여왕은 편안히 웃으며 잠시 기다리라는 듯이 국서에게 손짓하고는 침실 밖으로 나갔다. 시간이 조금 흘렀을까 그녀는 와인과 간단한 카나페와 치즈, 햄 등을 손에 든 채 다시 들어왔다.


약간 짖꿎은 표정을 지으며 갖가지 음식들을 내려놓은 여왕은 손수 와인을 열어 국서에게 따라주었다.


풍미가 좋은 와인 향이 긴장된 방 안의 분위기를 풀어주었고, 한 모금을 그가 입에 머금자 산뜻한 맛이 퍼졌다. 국서의 표정이 점차 나아지는 것을 본 여왕 또한 함께 와인을 음미했다.


“그대와 술을 마신지도 꽤 오래전 일만 같아.”


“최근 몸이 안 좋으셔서 술 자체를 금하지 않았습니까.”


“아하, 맞네. 휴가를 간 시녀장에게는 비밀이야. 방금도 시종장과 요리장을 설득하느라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어쩔 줄 모르는 요리장의 표정을 자네가 봤어야 했네.”


작은 농담에 국서도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이런 여유가 얼마만인지 황태자가 태어난 뒤, 행복했던 시기 같았다. 신혼 때는 대화재가 아직 덜 수습되어 상상도 못 하게 바빴고, 얼마가지 않아 황태자를 임신한 터라 꿀 같다는 그 시간을 즐기지 못했다.


오히려 황태자가 한 살이 될 때쯤 국가적으로도 안정이 되어 간신히 숨 돌릴 틈이 생겼었다. 그때서야 두 사람은 부부로서 휴가란 것도 가보고, 가끔씩 밤에 와인을 함께 마시기도 했다.


“..... 요 며칠, 제가 폐하께 걱정을 끼쳤지요.”


“흠, 아닐세. 짐이 그대를 서운하게 한 것이 있는 게지.”


국서는 펜던트를 발견한 이후, 여왕과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았다. 의례적으로 갖는 아침 식사 외에 침실을 따로 쓰기까지 하자, 여왕이 몇 번 국서를 찾아갔음에도 그는 만남을 피했다.


이러한 국서의 행동에 답답함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었으나, 오랜 시간 함께 했었기 때문에 여왕은 그가 마음이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마음 쓰지 말게나. 많은 것을 짊어진 제국의 달에게, 짐이 늘 못해주기만 한 것 같아 미안하네."


여왕의 다정한 말에 국서는 미안함을 느꼈다. 펜던트에 대한 오해 때문에 여왕을 피해왔으나 모든 것을 알게 된 지금도 여왕에게 솔직하게 이유를 털어놓을 수 없었다. 에드워드와 여왕과의 대화를 엿들었다고 말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분명 에드워드 소가주가 폐하께 펜던트를 돌려주는 것을 내 눈으로 보았는데, 방금 보석함은 아예 비어있었지.’


국서는 여왕이 와인을 고르러 잠시 나간 사이, 그녀가 언제 오나 싶어 응접실에 갔다가 책상에 놓아진 보석함을 보고 호기심에 다시 열어보았다.


빈 보석함을 본 순간, 여왕이 사진 뒤편에 글을 보고 펜던트를 처리한 것만 같아 국서는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페투스, 중요한 얘기가 있는데, 부디 들어줄 수 있겠는가.”


조심스럽게 운을 떼는 여왕의 목소리에 국서는 혹시나 펜던트에 대한 얘기일까 기대했다. 그는 와인잔을 내려놓고 몸을 여왕 쪽으로 틀며 여왕의 솔직한 마음을 들을 준비를 마쳤으나, 가장 중요한 것을 망각했다.


바로, 그녀가 여왕이라는 사실이었다.


“짐은 황태자에게 황위를 물려주지 않으려고 하네.”


하늘에서 갑자기 내려친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국서는 입도 뻥긋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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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7) 24.05.31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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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5) 24.05.29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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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 24.05.15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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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1) 24.05.12 10 0 11쪽
47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0) 24.05.11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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