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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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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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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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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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9)

DUMMY



“젠장할....”


비명이 들리는 방향으로 뛰어가던 벤투는 저절로 욕이 나왔다. 후회로 상황을 되짚어 보았으나 이 사태를 해결하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질 않았다.


‘아이를 납치했을 때만 해도 문제가 없었는데... 샤토, 이 미친 과학자와 마주쳤을 때부터 모든 것이 꼬였군.’


스스로 생각하기에 벤투는 잘못 판단을 내린 적이 없었다. 효율적으로 움직였고, 시도 때도 없이 바뀌어만 가는 상황 속에서 냉철하게 티시포네를 지휘했다.


이렇게까지 수세에 몰리게 된 것은 온전히 샤토의 탓이라며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절대로 질 수 없는 전투였다. 분명 승기를 확실히 잡았었는데...!’


성벽 안쪽을 향해 적이 후퇴한 뒤로, 벤투는 시간 싸움일 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결국에는 자신들이 승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으며, 여기까지 오는데 소비한 시간과 인력이 아까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확신은 이내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불길함만이 남았다.


‘그럴 리 없다. 20명이나 되는 티시포네가 이렇게 허무하게 질 리가 없어...!’


애써 떠오르는 가정을 떨쳐내며 벤투는 뒤를 돌아봤다. 바닥이 무너져 구덩이가 생긴 뒤, 티시포네의 대열이 흔들리며 후퇴하는데도 레지스탕스는 공격하질 않았다. 아이마저도 보이지 않자 그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었다.


“벤투 님!”


드디어 벤투와 티시포네들은 비명이 난 곳에 다다랐다. 성벽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벤투는 샤토와 그녀를 호위할 2명의 티시포네를 이곳에 둔 채 전투를 하러 떠났었다.


‘가지가지하는 군.’


비명을 들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짐작을 하긴 했지만, 벤투에게 있어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티시포네의 호위에도 불구하고 샤토가 부상을 입어 기절한 것이었다.


보아 하니 4명의 적들에게서 티시포네는 최선을 다해 샤토를 보호하려고 했으나, 샤토가 길길이 날 뛴 탓에 끝내 부상을 입은 듯했다.


‘어쩐지 후퇴하는데도 쫓아오지 않더라니... 미리 이곳에 와서 약점을 잡아놓고 있었나.’


짜증이 올라온 벤투는 왼손으로 총을 집어 들었으나, 어째서인지 그들은 벤투와 지원 온 티시포네들을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의 시선은 벤투를 지나쳐 그 뒤를 바라보고 있었다.


달칵-


총의 안전장치가 풀리는 소리와 함께, 벤투는 뒤에 서있는 두 사람의 기척을 느꼈다.


“자네의 패배일세, 벤투.”


그토록 증오했던 놈의 목소리였다.


벤투는 이 전투가 시작되기 전, 카넬에게서 정보를 받아 에드워드의 뒷조사를 했었다. 후작가의 소가주, 오르뷔 참사의 희생자, 제국의 명탐정 등 그를 수식하는 말이 많고 많았지만 벤투의 의문에 답이 되지 못했다.


아이와 접점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특별히 유렌가에 앙심을 품을만한 사건을 겪은 것도 아니었다. 도대체 왜 공작가의 앞길을 이렇게 막아서는지 그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함부로 내 이름을 부르지 마라.”


불리한 상황임을 알면서도 벤투는 여전히 으르렁거렸다. 가주께서 직접 내려주신 이름이 에드워드의 입에서 불리는 것 자체가 그는 매우 불쾌했다.


“이제 불필요한 추격전은 그만두지, 유렌가로 돌아가.”


벤투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에드워드는 제안을 건넸다. 그가 건방지다 생각한 벤투는 에드워드를 향해 뒤돌지 않은 채 대답했다. 마주 볼 가치도 없다는 암묵적인 태도였다.


“하하!... 제로원을 믿고 이리 구는가 본데,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포효하듯 벤투는 투쟁심을 드러냈다. 그의 말대로 아이가 초월적인 능력을 발동할 수 있기는 했지만, 레지스탕스의 전력은 한계에 가까웠다. 사실상 리비티와 에드워드는 전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레지스탕스는 4명 외에 싸울 수 있는 인원이 없었다.


이와 다르게 티시포네는 벤투를 포함해 8명이나 남아있는지라, 인원만 놓고 보자면 레지스탕스가 불리했다.


“죽음을 각오하고 싸웠을 때 마지막에 누가 남아있을지 나도 궁금하군.”


벤투와 남은 티시포네의 눈빛이 형형하게 바뀌었다.


이제 서로에게 숨겨둔 패가 모두 드러났기에 전력으로 붙는다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랐다. 임무를 성공시킬 수 있다면 벤투는 자신의 목숨은 물론, 이곳에 남아있는 모든 티시포네의 생명도 아깝지 않았다.


“틀렸다네, 벤투. 이보다 더 마침표가 찍혀있을 수 없지. 아, 아까 쓴 그 이상한 무기라도 더 남아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명백한 도발에도 벤투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으나, 성벽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다그닥-다그닥-


“..... 허....”


그림자 한 명이 자신도 모르게 한탄하는 소리를 냈고, 이로 인해 기어이 벤투의 목이 돌아갔다.


뒤를 보자 에드워드와 아이 너머 말을 탄 이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림잡아도 10명이 넘어가는 인원이 티시포네 앞에 멈춰 섰다.


“뭐가 이리 오래 걸려?”


“말을 지금보다 세게 몰았으면 상처 다시 터졌다. 과다 출혈로 죽는 걸 보고 싶냐?”


가장 앞에 있던 리비티는 에드워드의 핀잔에 투덜거리며 말에서 내렸다. 다가온 이들은 모두 레지스탕스로 그들은 평지에서 티시포네를 피해 도망치다가, 어느 순간 티시포네가 사라지자 이상함을 감지해 수도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들은 혹여 대표가 있는 무리를 티시포네가 습격했을까 봐, 위험을 무릅쓰고 대표가 향한 쪽으로 경로를 바꿨다. 그렇게 이동하던 도중, 성벽 근처에서 소란이 이는 것을 보고 뒤쪽의 숲으로 숨어들어 대표에게 합류한 것이었다.


레지스탕스의 지원이 도착한 시기와 아이가 방어선을 뛰쳐나간 때가 겹쳐 리비티는 그들을 성벽에 대기시키고, 레온을 비롯한 기존의 인원을 샤토에게 보냈다.


“너야말로 아직도 안 끝났어?”


대표는 눈을 흘기며 벤투를 쳐다봤다. 그 눈빛에 벤투는 일말의 모멸감마저 들었으나 쉽사리 총구를 겨누지 못했다. 아까와는 상황이 너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전면전을 시작했다가는 아무런 소득 없이 티시포네만 전멸이었다.


‘게다가 샤토까지 여기서 죽는다면....’


자신이나 티시포네의 목숨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낱 소모품일뿐더러, 죽더라도 누군가 대신할 수 있는 위치였다.


다만 샤토는 유렌가에 있어 유일했다. 그녀가 죽게 되면 무기 실험과 인체 실험 모두 주도할 사람이 없었다. 이는 유렌가의 계획에 있어 뼈아픈 실책 정도가 아닌 완전한 실패를 의미했다.


“저대로 놔두면 전투를 하기도 전에 먼저 죽겠는 걸, 빨리 결정하지 그래?”


속을 긁듯이 대표가 턱끝으로 샤토를 가리켰다. 벤투는 이가 갈렸지만 대표의 말은 사실이었다. 샤토의 상처는 꽤나 깊어 보였는데, 대치 상태로 인해 지혈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 다음번에는 머리에 구멍을 내주지.”


“예~ 하실 수 있으면 해 보시죠.”


끝까지 신경전을 벌이던 벤투는 뒤돌아 샤토에게 향했다.


그제야 에드워드도 총구를 내렸고, 레온을 비롯해 티시포네와 대치하고 있던 레지스탕스를 대표가 불러 들었다. 티시포네는 샤토를 지혈하며 그 주위로 모였고, 레지스탕스는 말을 타고 그곳을 떠났다.


밤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었기에 레지스탕스와 에드워드는 가능한 성벽에서 멀어지는 것에 집중했다. 한참을 달렸을까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판단한 레지스탕스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숲을 찾느라 속도가 느려졌다.


“탐정, 정말 이대로 저들을 보내도 괜찮겠어?”


대표와 에드워드는 부상 때문에 가장 뒤쪽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 일로 티시포네의 위력을 톡톡히 경험한 리비티는 에드워드에게 넌지시 질문했다.


실험실을 전부 책임지는 샤토와 티시포네의 수장으로 보이는 벤투를 이대로 놓치면 다시는 잡을 기회가 없을 것만 같았다. 게다가 지금이야 무사히 넘어갔다지만, 유렌가는 티시포네의 세력을 회복하는 대로 언제든 아이를 납치하려 들 것이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어. 지금 붙으면 분명 저들을 죽일 수는 있을 테지만, 우리도 목숨을 걸어야만 돼.”


이 상황이 가장 미련이 남는 것은 에드워드였다. 그도 샤토나 벤투가 회귀 전 얼마나 강한 존재였는지 알고 있기에 더욱이 끝을 맺고 싶었다. 굳이 미래까지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그들이 아이에게 한 행동을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그 어떤 이득도 없이 레지스탕스가 최선을 다해 자신을 도와주었는데, 그들에게 이 이상을 부탁할 수는 없었다.


에드워드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한 리비티는 이전과는 달라진 그의 태도에 의외라는 듯 눈을 깜박였다.


“.... 고맙다.”


그도 실험실에서 아이를 구출할 때 자신이 리비티의 도움에 어떻게 반응했었는지 기억했다. 조금 머쓱하긴 했지만, 에드워드는 장난으로 무마하는 대신 진심을 털어놓았다.


“..... 와. 아니, 이게 아니고. 진짜? 정말?”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는지 리비티는 자연스럽게 감탄사를 내뱉었다가 급히 수습했다.


대표가 인식하기에 에드워드는 지인에게 신세 질 일을 아예 만들지 않거나, 오히려 거래를 핑계로 도움을 주는 자였다. 그에게 힘을 보태주는 일이 생긴다 할지라도, 다른 방식을 보답을 해줄 거라 생각했지 이렇게 솔직하게 표현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못 들었으면 됐고.”


“아, 그러지 말고~”


말을 꺼낸 에드워드도 조금 민망했는지, 갑자기 속도를 올려 리비티를 앞질러 갔다.


그녀는 쑥스러워하는 에드워드를 따라가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 어떤 것보다도 리비티에게는 모든 노고를 잊을 정도의 보상이었다.


무리 뒤편의 어수선함에도 선두에 있던 빌리는 열심히 길을 찾아갔다.


“흠, 이 정도면 사정권 안에서 벗어났겠군.”


조금 더 달린 끝에 빌리는 어느 마을 주변의 숲을 찾아냈고, 레지스탕스는 이곳에서 잠시 멈췄다. 다행히도 티시포네가 따라오는 것 같지 않자, 그들은 숲 속에 숨어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고 정비했다.


“레온! 길을 확인하게 잠시 와 볼래?”


대표가 부상을 입었기에, 빌리와 레온은 그녀를 대신해 레지스탕스를 이끌었다. 지도를 보며 위치를 확인하던 두 사람은 곧 수도 근처에 다다름을 깨닫고 안심했다.


다만 열 명이 넘는 인원이 수도로 한꺼번에 들어가기에는 주목을 끄는지라 흩어지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을 내렸다. 대략적으로 인원을 나누다 보니 에드워드와 아이가 애매해졌고, 레온은 이에 관해 직접 묻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그에게 다가갔다.


“탐정, 여기서부터는 나눠지려고 하는데....”


의견을 제시하려던 레온은 에드워드의 상태를 본 순간 말을 멈췄다. 아까와는 달리 새하얗게 얼굴이 질린 데다가 묘하게 눈의 초점이 풀려있었다. 대표와 떠들썩하게 굴어 괜찮은 줄 알았더니 약효의 효과가 거의 떨어진 듯했다.


“.... 아이를....”


나무에 기대 주저앉아있던 에드워드는 자신의 상태가 점점 더 나빠지고 있음을 알아챘다. 마침 레온이 다가오기에 다행으로 여기며 아이를 부탁하려 했으나, 단어를 제대로 말하지 못할 정도의 어지럼증이 그를 덮쳤다.


“아저씨?”


당황하는 아이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에드워드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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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3) 24.06.03 9 0 11쪽
69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2) 24.06.02 11 0 12쪽
6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 24.06.01 9 0 11쪽
67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7) 24.05.31 10 0 11쪽
66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6) 24.05.30 11 0 11쪽
65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5) 24.05.29 9 0 11쪽
64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4) 24.05.28 10 0 11쪽
63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3) 24.05.27 11 0 11쪽
62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2) 24.05.26 8 0 12쪽
61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1) 24.05.25 10 0 12쪽
60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0) 24.05.24 8 0 12쪽
»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9) 24.05.23 10 0 11쪽
58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8) 24.05.22 10 0 11쪽
57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7) 24.05.21 8 0 11쪽
56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6) 24.05.20 10 0 11쪽
55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5) 24.05.19 8 0 11쪽
54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4) 24.05.18 8 0 12쪽
53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3) 24.05.17 6 0 11쪽
52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2) 24.05.16 8 0 11쪽
51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 24.05.15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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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1) 24.05.12 10 0 11쪽
47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0) 24.05.11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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