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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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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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1
추천수 :
3
글자수 :
6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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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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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3)

DUMMY




“이건.....”


베르트는 책상 위의 놓인 두 개의 종이를 모두 펼쳐 보았다. 한 가지는 수도 출입 명부였고, 다른 하나는 신문이었다. 찬찬히 명부를 들여다보던 베르트는 티시포네가 수도로 들어오기 위해 사용한 출입증의 기록을 발견했다.


옆에 있는 신문 또한 훑던 그녀는 3번째 지면에서 시선이 멈췄다. 크로퀴스 경계 지역에 싱크홀이 생겼다는 제목으로, 미스터리를 소개하듯이 개제 되어 있었다.


“내 그대가 무기 이송에 필요하다 하여, 수도로 들어올 수 있는 출입증 몇 개를 예전에 넘겨주었지. 그런데 이상하군, 분명 ‘프롬’에 관해 수도로 보내달라 요청한 적이 없는데, 왜 이것이 쓰였을까?”


황태자가 준 황실 인장이 찍힌 출입증은 수도로 들어오는 성벽에서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특별한 허가증이었다. 베르트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샬럿을 납치한 마차와 티시포네에게 이 출입증을 사용하게 했다.


‘황태자가 출입증의 사용을 걸고넘어질 줄이야....’


참으로 치사한 태도였다. 황태자가 출입증을 준 이후, 이미 다른 일에도 몇 번 이 출입증을 사용한 적이 있었으나,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었다.


애초에 출입증을 넘겨받을 때도 명확하게 사용 범위에 대해 짚은 적이 없었다. 지금 와서 이를 언급하는 것을 보아하니 일부러 황태자가 깔아놓은 덫 같이 느껴졌다.


“게다가 오늘 자로 나온 기사를 보니 더 황당함을 감출 수가 없었네. 크로퀴스 지역에 싱크홀이 났다던데, 무너진 성벽에 묘한 붉은빛이 도는 특이한 자국이 있다더군.”


이는 베르트도 몰랐던 부분이었다. 테스트하던 무기를 사용했다고 벤투에게서 듣기는 했으나, 자국이 남을 줄은 몰랐다.


사실 그녀가 알았다 할지라도 수습이 불가하기는 했다.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 성벽에서 돌에 깔린 티시포네의 시체를 거두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했었다.


다만 출입증과는 달리 이는 큰 문제였다. 황태자와 유렌가의 계약 사항 중 유렌가는 무기의 생산과 공급만 할 뿐, 공작가에서 사용하지 않겠다는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엉뚱하게 쓰인 황실 출입증과, 오르뷔 무기의 사용 흔적이라.... 내가 그대를 너무 믿었군.”


황태자의 말에 베르트는 해명하려 했으나, 자연스러운 변명이 떠오르지 않았다. 제로원을 쫒느라 그랬다고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으며, 애매한 거짓말은 황태자의 화만 돋우게 될 것이었다.


‘대체 어떻게....’


출입 명부도, 신문기사도 치명적인 내용은 맞으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정보였다. 평소 이런 것들을 귀찮아하던 황태자가 바로 알아챘다는 것이 베르트로서는 믿기 어려웠다.


‘설마 유렌가를 공격할만한 꼬투리를 계속 찾고 있었나...!’


이미 파놓은 덫에 걸렸다면 지금은 가만히 있는 것이 나았다. 먹잇감이 얌전해졌다고 포식자가 안심한 뒤라면, 비축해 둔 힘으로 목덜미를 물 수 있으리라고 베르트는 판단했다.


“당분간 자중하게, 수도에 발을 디딜 생각조차 말도록.”


그나마 다행이라면, 황태자는 계약 파기를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그는 베르트에게 경고만을 날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걸로 유렌가가 내게 뭘 요구하기에는 어렵겠군.’


황태자가 일부러 유렌가에 찾아와 실수를 들먹인 것은 빚을 지워놓기 위함이었다. 여왕이 아직도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했기에 그는 대회의가 열리면 자신이 황위를 이어받을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러니 그는 자신과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유렌가의 콧대를 한 번 꺾어놓을 생각이었다.


‘대회의가 열리기 직전 이들을 용서하는 척하며, 지지를 요구하면 이보다 더 좋은 그림은 없겠군. 황제의 자리에 오를 나를 유렌가도 거절할 수는 없을 테고...’


만족스러움을 느끼며 그는 저택을 벗어나기 위해 마차에 올랐지만, 황태자를 배웅하는 베르트는 전혀 다른 생각이었다.


‘이 타이밍에 황태자에게 빌미를 잡혀버리다니....’


티시포네에게 벌을 내린 이후, 베르트는 그들을 에드워드에게 다시 한번 더 보낼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납치가 아닌 사살을 명할 계획이었으나, 황태자 때문에 모든 것이 틀어졌다. 에드워드가 수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 그를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어차피 황태자의 명은 일시적일 터. 이 치욕은 꼭 기억해 두지...’


하는 수 없이 베르트는 계획을 잠시 접어두었다. 이참에 그녀는 무기 개발에 힘을 쏟아 칼날을 날카롭게 버려두기로 했다. 수도가 열리는 순간, 에드워드의 목을 가져가리라 그녀는 살기를 품었다.




.

.

.




화창하게 해가 뜬 봄날, 에드워드는 어느 방문 앞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알던 것과는 조금 다르겠지.’


그는 대표에게서 소개를 받아 일명 ‘과학계의 수호자’를 만나러 왔다. 회귀 전 그와 인연이 있기는 했으나, 오래 만난 사이가 아니었기에 8년 전의 모습이 어떨지 상상이 잘 되질 않았다.


똑똑-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에드워드 바몬입니다.”


마음의 준비를 끝낸 에드워드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고는 방문을 열었다.


‘..... 안녕하세요? 이곳의 연구소장,‘


방 안의 창문 사이로 햇살이 강하게 내리쬔 탓에 에드워드는 문득 과거 그를 처음 봤을 때와 겹쳐 보이는 것 같았다.


“센테스 엘리어스입니다. 오시느라고 힘드셨겠어요, 연구소가 수도에서 좀 멀죠?”


“..... 아닙니다, 멋진 공간이더군요.”


놀라울 정도로 센테스는 회귀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화사한 분홍색 머리카락과 동안인 얼굴, 귀엽게 생긴 모습은 여전했다. 연구소장의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권위적이지 않으며 따뜻하고 밝은 사람이었다.


‘샬럿을 처음 보고는 울음을 터트렸지.’


회귀 전 재판을 준비할 때, 센테스는 기사를 보고 에드워드를 먼저 찾아왔었다. 샬럿을 보고 아이가 인체실험을 당했음을 눈치챈 그는 눈이 붓도록 눈물을 흘렸다.


너무 울어 빨개진 눈으로 그는 샬럿이 무죄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오르뷔와 관련된 정보를 에드워드에게 전해줬다.


하지만 에드워드가 재판에서 패배한 데다가 센테스가 레지스탕스의 일원인 것이 차후 밝혀지며 투옥되는 바람에 인연을 길게 가져가지는 못했다.


“대표에게서 오르뷔와 관련된 일이라고 말씀 들었습니다.”


몇 가지 일상 얘기를 주고받던 센테스는 천천히 본론을 꺼내 들었다. 그는 자세한 사항까지는 전달받지 못했기에 무슨 일로 에드워드가 찾아왔는지 궁금했다.


“맞습니다, 잠시 봐주시겠습니까?”


기존에 알고 있던 센테스와 똑같은 모습에 안심한 에드워드는, 오른손에 낀 장갑을 벗고 책상 위에 손을 내려놓았다. 붉은빛의 오르뷔가 손 위에서 자태를 뽐냈다.


“.......”


에드워드가 오르뷔를 드러냈음에도 한참이 지나도록 센테스는 움직이질 않았다.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 그는 잔뜩 굳어져 있었는데, 제대로 숨은 쉬고 있는 건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연구소장님?”


“세상에....”


보다 못한 에드워드가 그를 부르자, 센테스는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는지 조심스럽게 에드워드의 손을 살며시 들어 올렸다. 그는 손등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오르뷔를 자세히 보더니, 솜사탕을 만지듯 조심스럽게 눌러보았다.


피부와 오르뷔가 이어져 있음을 인지한 그는 고삐가 풀린 것처럼 갑자기 말을 우다다 늘어놓았다.


“....! 괘... 괜찮으세요? 열이 있거나 아프시진 않고요? 언제부터 이러신...! 아니, 이럴 때가 아니고. 전체 검진부터....!”


“연구소장님, 저는 괜찮습니다. 특별히 문제도 없고요.”


에드워드의 침착한 목소리에 센테스는 잠시 안정을 찾는 듯했으나 착각이었다. 그의 두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듯 그렁그렁했다.


“어떻게 이런.....”


곧 울 것만 같은 센테스의 상태에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처음 보는 모습이 아닌지라 에드워드는 그를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샬럿이 아이라서 그렇게 우시는 줄 알았는데, 원래 감정이 풍부하신 분이었군.’


“연구소장님. 한참 전에 일어났던 일이라 이젠 멀쩡합니다, 손등이 아픈 적도 없고요.”


손을 앞뒤로 흔들고 미소까지 지으며 에드워드는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 센테스라 부르셔도 됩니다, 에드워드 경. 죄송합니다, 추태를 보였군요.”


태연한 에드워드의 모습에 간신히 감정을 추스른 센테스는, 아직도 울음기가 남아있는 목소리로 슬퍼한 이유를 말했다.


“예전에 연구소에서 오르뷔와 관련된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아직도 기억에서 지워지질 않는군요.”


오르뷔 참사 이전의 일이었다. 어떤 연구원의 악의로 발생한 사건이었는데, 소량의 오르뷔를 다른 연구원에게 속여 먹인 끔찍한 일이었다.


그 당시 옆자리에 있던 센테스는 모든 상황을 보았고, 무슨 고통이 있었는지까지 알았기에 에드워드가 어떤 일을 겪었을지 눈에 선했다.


“괜찮으시다면,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 말씀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에드워드는 센테스에게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오르뷔를 억지로 먹게 되었고 특수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까지, 우선은 샬럿과 회귀에 대한 내용은 제외한 채였다.


“.... 샤토.”


“..... 그녀의 짓인 것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센테스가 레지스탕스의 6대 협회장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에드워드는 유렌가에게 이 일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다만 샤토에 대한 것은 이번 일로 드러난 지라, 레지스탕스에 아직 전체적으로 공유가 되지 않았을까 봐 언급을 피했는데 그는 쉽사리 배후를 짚어냈다.


“이런 미친 짓을 할 사람은 그녀밖에는 없으니까요.”


내내 밝던 센테스의 표정이 험악하게 굳어졌다. 연구소에서 발생한 사건은 센테스에게 충격이었으나, 샤토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남았다. 이 사건 이후 센테스는 그녀가 연구소에서 어떤 주장을 해왔는지 전부 기억했다.


오르뷔를 이용해 새로운 인류를 만들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의견이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샤토와 센테스는 천재 스승과 제자의 사이에서 앙숙으로 완전히 갈라졌다.


“유렌가로 쫓겨나신 뒤 조용하셔서 그대로 단념하셨으리라 예상했는데, 너무 쉽게 생각했나 봅니다.”


센테스는 씁쓸해하며 에드워드의 손을 봤다.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놓고 아직도 헛된 생각에 빠져 이 짓을 포기하지 않았다니, 그는 같은 과학자로서 믿을 수가 없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뭐든 말씀해 주신다면 저희가 최대한으로 돕겠습니다.”


그는 샤토의 잘못을 마치 자신의 실수처럼 여겼다. 과학계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그의 탓이 아님에도 책임을 지려는 것 같았다. 센테스의 다짐을 들은 에드워드는 이제야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은....”


샬럿의 얘기를 시작하자, 에드워드는 이번에야말로 센테스의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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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2) 24.06.02 11 0 12쪽
6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 24.06.01 9 0 11쪽
67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7) 24.05.31 10 0 11쪽
66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6) 24.05.30 11 0 11쪽
65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5) 24.05.29 9 0 11쪽
64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4) 24.05.28 10 0 11쪽
»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3) 24.05.27 12 0 11쪽
62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2) 24.05.26 8 0 12쪽
61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1) 24.05.25 10 0 12쪽
60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0) 24.05.24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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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7) 24.05.21 8 0 11쪽
56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6) 24.05.20 10 0 11쪽
55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5) 24.05.19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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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3) 24.05.17 7 0 11쪽
52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2) 24.05.16 8 0 11쪽
51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 24.05.15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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