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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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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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
글자수 :
6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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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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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0)

DUMMY



아직 새벽이 오지 않은 어두운 밤, 국서는 자신의 침실과 이어진 발코니로 걸어 나갔다. 바람을 쐬며 정신을 차리고자 그는 차가운 난간에 걸터앉았다. 고요함 속에 아까 들은 이야기가 다시 떠오르자 국서는 손이 떨리는 듯했다.


‘지금은 안정을 다시 찾으셨습니다만, 당분간 휴식을 취하셔야만 합니다. 업무는 물론, 최대한 침실에만 계시도록 시종장께서 신경 써주십시오. 폐하의 병색이 더 짙어지셨습니다. 이대로는.....’


응접실에서 한참을 기다렸을까, 드디어 궁의가 여왕의 침실 밖으로 나와 상황을 설명했다.


궁의는 다음 말을 잇지 못했으나, 그들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여왕에게 살날이 얼마 안 남았을지 모른다는 의미였다.


이를 들은 시녀 중 하나가 기어코 울음을 터트려, 비관적인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국서는 여왕이 자신의 품에서 피를 토했을 때보다는 진정되었으나, 여전히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어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


‘여전히 나을 방도는 찾지 못한 것이냐?’


‘송구하옵니다, 전하.’


그럼에도 국서는 호령하듯이 궁의를 다그쳤으나, 그는 사죄 외에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여왕의 병은 제국 최고 의사인 궁의조차 해결할 수 없는, 이른바 불치병이었다.


연구가 진행되고는 있었으나 치료제로 쓰이는 신약을 개발하지 못한 상태였다. 기존의 약들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뿐이었다.


휘이잉-


차가운 겨울바람에 국서는 다시금 현실로 돌아왔다. 여왕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국서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는 자신과 시종장, 시녀장을 비롯한 몇 명의 사람들만이 알고 있는 정보로서 외부에 새어나가지 않도록 모두가 조심했다.


“..... 오늘은 제게 너무하셨습니다, 폐하.”


발코니의 난간을 세게 쥐며 국서는 중얼거렸다. 여왕의 죽음이 눈앞에 왔다는 사실이 더욱 그를 흔들어 놓고 있었다.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났으나, 국서의 머릿속에는 마지막 여왕의 단언만이 귀에 맴돌았다.


‘황권을 나누고, 황태자를 폐위하고, 그것이 제국을 위한 길이다....’


국서는 고개를 돌려 황궁 밖을 내려다보았다. 밤이라 대부분의 집들이 불이 꺼져있었지만, 가로등과 군데군데 빛이 남아있는 곳들도 있었다. 장관이라 여겼던 풍경이었으나 오늘따라 제국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이 지긋지긋했다.


‘틀렸습니다, 폐하. 통치하는 황실 없이는, 이 제국도 없습니다.’


사자인 황실이 가장 큰 권력을 잃어버리면, 늑대 같은 자들이 그 밑에서 포식할 뿐이었다. 제국민은 누군가의 지배를 필요로 하고, 그렇다면 황실만큼 그들을 생각해 주는 지배자는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니 저는 제 뜻대로 제국을 위해 행동할 것입니다.’


그동안 국서는 여왕의 말에 거역한 적이 없었다.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녀를 사랑했기에 논쟁은 했을지언정 결국은 여왕의 말에 따랐다. 하지만 이제 국서는 더 이상 그녀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않았다.


‘원망 마십시오. 이 모든 것은 폐하께서 먼저 시작하신 것입니다.’


발코니의 난간에서 내려온 국서는 다시 침실로 들어갔다. 그의 뒤편으로 새벽을 알리듯 해가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으나, 그는 보지 못했다. 오히려 강한 햇빛이 국서의 얼굴에 그늘을 더해줄 뿐이었다.


“아침이 되면, 황태자에게 내 침실로 오라 전하거라.”


국서는 침실 밖의 시종에게 전언을 남겼다. 굳건했던 황실이 마침내 갈라져나가는 신호탄이었다.





.

.

.





같은 날 저녁, 에드워드는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아무리 하루 밤이라지만, 이 사나운 녀석과 어떻게 시간을 보내라고....’


황궁에서 집으로 돌아왔지만, 에드워드는 문을 열지 못한 채 그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아이가 고슴도치를 좋아할지 싫어할지 단순한 문제도 있었으나, 혹시라도 고슴도치가 아이를 공격할까 봐 그는 두려웠다.


에드워드는 황궁에서 고슴도치를 잡았을 때 이 녀석이 자신을 물었던 것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에드, 고민해 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클로이가 현명한 대답을 내놨다. 그녀의 말에 에드워드는 깨달은 눈빛으로 케이지를 노려보다가, 품에서 사탕을 꺼내 하나 먹고는 결심을 굳혔다.


“아참, 내일 황궁에 방문해야 하는 건 어떻게 할 거야?”


“나 혼자 다녀올게. 어차피 이 녀석을 돌려주고만 올 테니 그렇게 시간도 걸리지 않을 거고.”


"에드, 그러면 시간이 비는 김에 내가 아이랑 같이 있어줄까?"


상냥한 클로이의 배려에 에드워드는 고마움을 표했다. 안 그래도 카넬이 방문한 일로, 아이를 혼자 두는 것이 걱정이 되던 터였다.


대략적인 일정 정리가 끝나자, 클로이는 윗 층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올라갔고, 에드워드는 문을 열었다.


“아저씨!”


“아이야, 잘 지냈니? 별일 없었고?”


에드워드의 호칭은 아저씨로 굳어졌으나, 그는 아직 아이의 이름에 대해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였다. ‘샬럿’이란 이름보다 더 좋은 것은 잘 생각나지 않기에, 에드워드는 회귀 전처럼 그렇게 부르고 싶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아이의 오해를 먼저 풀어야만 했고,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미래에 관한 이야기까지 언급해야 하기에 그는 조심스러웠다.


“응! 오늘은 특이한 걸 봤어.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손에 든 건 뭐야?"


아이는 하루동안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얘기하려다, 에드워드의 손에 들린 커다란 케이지를 보고 온 관심이 집중되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안에서 들리자, 아이는 약간 경계했는지 케이지에서 조금 떨어졌다.


“사정이 좀 있어서, 하루 동안 맡아주기로 했어.”


케이지가 흔들리지 않도록 에드워드가 테이블 위에 내려놓자, 아이는 조심스럽게 다가오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안을 살폈다. 이내 케이지의 유리에 살며시 손을 대자, 그 너머로 고슴도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천천히 고개를 든 고슴도치는 아이와 눈을 마주쳤고, 에드워드는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어차피 케이지 안에 고슴도치가 있으니 난동을 피우더라도 아이가 다치지는 않을 테지만, 혹시라도 놀라게 될까 봐 그는 무척 긴장한 상태였다.


톡-


“..... 안녕?”


걱정이 무색하게도 고슴도치는 순한 양처럼 아이의 검지손가락에 코를 대었다. 물론 케이지 안에 있는터라 물리적으로 닿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도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손으로 만져 봐도 돼?”


“.... 손을 씻고 오고, 고슴도치를 상냥하게 대해주겠다고 약속한다면.”


가만히 고슴도치를 바라보고 있던 아이는 간절한 눈으로 에드워드를 쳐다봤다. 위험하다고 말릴 생각이었으나, 그 눈빛을 보고 있자니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소동물이니까 난폭하게 군다 할지라도 큰일은 없을 테지만... 아이도 함부로 고슴도치를 만질 수 있으니 잘 보고 있어야겠어.’


에드워드는 더욱 긴장된 상태가 되었다. 고슴도치가 아이를 공격하거나, 아이가 과격하게 고슴도치를 다룰까 봐 아까보다도 아슬아슬한 기분이었다.


달칵-


아이가 손을 씻고 오자, 에드워드는 케이지의 뚜껑을 열었다.


꺼내기 전 고슴도치의 상태를 확인해 보니, 포르테에게 가시를 세웠던 아까와는 달리 그리 예민해 보이지는 않았다. 에드워드가 먼저 손을 케이지 바닥에 놓자, 고슴도치는 잠시 고민하더니 손 위에 올라탔다.


“조심하렴.”


천천히 케이지 밖으로 고슴도치를 꺼낸 에드워드는 아이의 손 위로 내려놓았다. 다행히도 고슴도치는 조금씩 움직이기는 했지만, 벗어나려 하거나 공격성을 띠지는 않았다. 아이가 아까처럼 손가락을 가까이해 이마를 쓰다듬자, 심지어는 가시를 눕혀주었다.


“.... 꾸?”


‘?.... 이상하다, 고슴도치가 소리를 내는 동물이었나?’


만족한다는 듯이 고슴도치가 작게 울자 아이도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에드워드는 이따가 매뉴얼을 확인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아직까지는 사이가 좋은 모습에 안심했다.


“아저씨, 얘 이름이 뭐야?”


“아직 없어.”


“주인이 안 지어줬어?”


“아니, 주인 자체가 없거든.”


고슴도치는 아이의 손길이 좋은지 웃고 있는 것 같더니만, 곧 아이 손에 편안히 기대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반짝거리는 눈으로 보던 아이는 에드워드의 말이 잘 이해가지 않았는지 질문을 더했다.


“그러면 고슴도치는 내일 어디로 가?”


“황실 보호소에서 하루 맡아달라고 한 거라, 거기로 다시 갈 거야.”


“돌아가고 나면 다신 못 봐?”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에 에드워드는 고슴도치로 쏠렸던 시선을 아이에게로 돌렸다. 본지 한 시간도 안 되었을 텐데 아이는 벌써부터 헤어짐을 걱정하고 있었다.


“..... 키우고 싶니?”


에드워드의 질문에 아이는 망설였다. 처음 보는 고슴도치였지만, 꼬물거리는 움직임과 자신을 신뢰해 주는 모습들이 무척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뿐일까, 어쩐지 무언가 통하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하지만 아이는 자신이 이 집에서 얹혀살고 있다는 생각을 아직까지 지우지 못했다. 자신조차 에드워드의 호의로 살고 있는데, 고슴도치도 함께 하게 해 달라는 부탁을 차마 하기 어려웠다.


“보호소에 있으면 얘는 새로운 주인을 만나?”


“아마 이 녀석은 어려울 거야. 평범한 고슴도치와는 다른 돌연변이라 들었거든.”


황실 보호소의 원칙은 자연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기에, 상처를 치료하고 나면 보호하고 있던 동물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영구적인 장애를 가져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는 동물들에 한해서는 간혹 입양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 고슴도치는 돌연변이 인지라 야생에 풀어놓을 수도 없었고, 밝혀진 것도 많지 않아 입양을 보내기도 어려웠다.


“...... 나는...”


에드워드는 아이가 고민하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어느 쪽을 부추기는 것보다는 아이가 결정하도록 기다려주었다.


“이 고슴도치 키우고 싶어.”


한참의 갈등 끝에 아이는 에드워드에게 속내를 털어놨다.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눈에 아직 서려있었으나, 원하는 것을 당당히 말하는 아이의 모습에 에드워드는 살며시 웃었다.


“좋아, 그렇게 하자.”


“..... 정말로? 키우게 해 줄 거야?”


“대신 약속해. 동물과 함께 하다는 건, 이 고슴도치의 평생을 책임져 주겠다는 거야. 그저 귀엽다는 이유만으로는 함께 할 수는 없어. 그럴 각오가 되어 있니?”


에드워드의 질문에 아이는 고슴도치를 다시 바라보았다. 깜박거리는 까만 눈을 바라보며 아이가 생각에 잠기자, 고슴도치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코를 아이의 손가락에 맞췄다.


“.... 응! 책임질게. 평생 같이 있어줄 거야!”


아이의 다짐을 들은 에드워드는 장하다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첫인상은 최악이었지만, 결국 이 고슴도치는 에드워드의 집에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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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 24.06.01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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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6) 24.05.30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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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2) 24.05.16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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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3) 24.05.14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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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1) 24.05.12 9 0 11쪽
»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0) 24.05.11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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