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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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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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수 :
6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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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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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5)

DUMMY

“샬럿, 오늘 즐거웠니?”


“응! 이사벨 언니, 필립 오빠랑 엄청 재밌었어! 언덕에도 가보고, 공놀이도 하고...”


저택에 도착한 뒤, 샬럿은 하루종일 새로운 경험을 실컷 했다. 에드워드와 사촌인 이사벨과 필립이 샬럿을 데리고 이곳저곳 다녔기 때문이었다.


엘리엇을 닮아 활기차고 아이를 좋아하는 남매는 처음 보는 샬럿에게도 잔뜩 애정을 퍼부어주었다. 낯을 가리는 샬럿조차 그들의 따스함에 마음을 열어 신나게 함께 논 듯했다.


“내일은 바닷가에 가자고 했어! 강이랑은 다르다고 하던데.”


“완전히 다르긴 하지. 대신 날씨가 추우니 물에 들어가는 건 안 돼.”


에드워드는 침대에 누워있는 샬럿에게 이불을 꼼꼼히 덮어주며 잔소리를 늘여 놓았다. 그조차도 샬럿의 설레는 마음을 막을 수는 없는지 여전히 아이는 웃고 있었다.


“내일도 재밌게 놀려면 자야지.”


탁자 옆에 놓인 그림책을 집어든 에드워드는 어느 지점을 펼쳐 들고 곁에 앉았다. 여유가 있을 때면 그는 샬럿이 잠들 때까지 동화책을 읽어주곤 했다.


이번에 들고 온 책은 리비티가 선물해 준 책이었다.


[용사는 각각 불과 물, 땅과 바람을 지배하는 괴물을 결국 모두 물리쳤습니다. 모두들 실패할 거라 말했지만, 그는 신의 축복을 받았기에 어려움을 전부 이겨냈습니다. 용사는 제국 땅 한가운데 마지막 어둠의 괴물을 물리치러 길을 떠났습니다...]


세 문장을 채 읽지 않았으나, 샬럿은 피곤했는지 금세 잠들어버렸다. 곤히 자는 아이의 모습에 살며시 미소 지은 에드워드는 동화책을 옆에 둔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방은 변한 것이 하나 없군.’


엘리엇은 두 사람에게 에드워드가 어릴 적 쓰던 방을 내줬다.


깔끔하게 청소가 된 이곳은 에드워드가 저택을 떠나기 전과 거의 바뀌지 않았다. 여러 책장을 가득 채운 책들과, 이 저택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의 취향을 맞춰 바른 어두운 색깔의 벽지까지. 관리가 무척 잘 되어있는 상태였다.


좀 더 추억에 잠기려는 찰나, 샬럿이 침대에서 뒤척거리자 에드워드는 자는 데 방해가 될까 봐 조심히 방 밖으로 나왔다.


“소가주님, 잠시 괜찮으십니까?”


“무슨 일인가?”


에드워드가 문을 열고 나오자, 마침 응접실로 들어오는 시종 하나와 마주쳤다.


“가주님께서 뵙기를 원하십니다.”


급한 사안은 아닌 것 같았지만, 에드워드는 기꺼이 초대에 응했다. 마침 그도 숙부에게 부탁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종의 뒤를 따라가자 에드워드는 익숙한 공간에 도착했다.


생전 그의 아버지가 사용했던 가주의 집무실이었다.


“에드, 늦은 밤에 시간을 내주다니 고맙구나.”


“아닙니다, 숙부님. 저도 마침 잠이 잘 오지 않은지라...”


방 안으로 들어오자, 엘리엇은 환하게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이에 화답하듯 어색하게 웃어 보인 에드워드는, 잠시 집무실을 둘러보았다.


자신의 방처럼 집무실 또한 기억과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었다. 디테일한 부분은 엘리엇이 일하기 편한 방식으로 바꿨을지 모르나, 벽지나 바닥, 가구와 러그까지 똑같거나 비슷했다.


“흠, 이제 너도 성인은 한참 지났으니 와인은 어떠냐?”


“좋습니다.”


딱 봐도 제법 가격대가 있어 보이는 와인 한 병과 간단한 플래터가 보란 듯이 테이블 위에 준비되어 있었다. 에드워드는 엘리엇과 마주 보고 자리에 앉아, 시종이 따라주는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풍미가 깊군요.”


“수도에서는 마셔보기 어려울 거란다.”


허세를 살짝 덧붙이며 호탕하게 웃은 그는 치즈를 얹은 크래커를 한 입에 먹었다.


낮에도 에드워드와 함께 있었지만, 후작가의 얘기가 주로 했다. 어째서인지 수도에만 있었던 에드워드가 해박하게 영지의 일을 알고 있었기에 엘리엇은 신나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던 것이었다.


조카가 지루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돌이켜보니 너무 자기 얘기만 한 것 같아 그는 조금 민망했다.


‘에드도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을 텐데.... 너무 내 얘기만 했군.’


“그래, 수도에 지내는 동안 별 일은 없었니?”


“예, 숙부님.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큰 탈 없이 잘 지냈습니다.”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받던 에드워드는 와인을 한 모금 더 마시고 본론을 말하기 위해 서두를 열었다.


“숙부님, 사실 오래간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주제에 드릴 말씀은 아닙니다만, 부탁이 있습니다.”


“괜찮단다, 너도 많이 바쁠 텐데 시간을 내서 온 것 아니니. 뭐든 말하렴, 할 수 있는 최대한 도와주마.”


엘리엇은 에드워드의 말에 순간 놀랐다. 조카는 어릴 적에도 무언가를 달라 조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는 에드워드가 어떤 부탁을 하려는 건지 호기심에 찼다.


“오늘 이곳에 함께 온 샬럿은 출신이 불분명한 아이입니다만, 여러 사정이 있어 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래, 아이가 너를 잘 따르는 것 같더구나.”


에드워드가 샬럿을 언급하자, 엘리엇은 무언가 이해되는 기분이었다. 조카가 이렇게까지 바뀐 모습을 보이는 데는 그 아이가 톡톡히 역할을 한 것만 같았다.


“무리한 말씀인 것을 압니다만.... 샬럿을 제 딸로 입적시켜주셨으면 합니다.”


‘부탁’이 무엇인지 들은 순간, 엘리엇은 잠시 침묵했다. 에드워드도 어느 정도 억지임을 알고 있었다. 출신이 불분명하단 말은 평민이란 의미였으며, 그렇다고 에드워드와 혈연으로 이어진 것 같지도 않았다.


샬럿을 후작가로 입적시키게 되면, 심지어는 후계자 문제에서도 권한을 가질 수 있었다. 무리한 요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에드워드는 꼭 입적을 원했다.


‘샬럿이 후작가로 입적되면, 나를 건드리는 것에 베르트가 고민했듯이 샬럿에게도 그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샬럿이 안정을 더 찾을 수 있을 테지.’


이번 일을 겪으면서 에드워드는 샬럿이 이 집에서 언젠가 내쫓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정식으로 샬럿을 자신의 가족으로 맞이함으로써, 아이에게 명확히 해주고자 했다. 병원에서 샬럿에게 약속했던 것도 이것이었다.


“숙부님, 똑같은 가문의 일원을 받아달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호적상으로만 이 가문에 속해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만약 계승권의 문제라면, 당연히 포기....”


“자, 잠깐 에드.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니 기다리렴.”


엘리엇의 침묵을 거절로 받아들인 에드워드는 간절하게 덧붙였으나 이를 엘리엇이 막았다. 그는 에드워드의 부탁이 싫다기보다는 당황스러움에 가까웠다.


‘흠, 에드워드가 저리 부탁하는데, 호적에 못 올려줄 것도 없지만은....’


조금 더 샬럿에 대해 설명을 해주면 좋으련만, 에드워드는 더 말하지 않으려는 눈치였다. 엘리엇은 샬럿이 에드워드에게 딸 같은 존재란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기에 조금 불안했다.


물론 영특한 조카를 향한 신뢰가 있기는 했지만, 엘리엇은 걱정이 되었다.


“..... 나에게 이리 부탁할 만큼 소중한 아이니?”


고민 끝에 그는 후작가의 가주가 아닌 에드워드의 숙부로서 물었다. 입적한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지, 후회하지 않겠는지 엘리엇은 에드워드에게 돌려 말하고 있었다.


“제게 이 아이보다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미 예전에 정해져 있었다. 굳은 눈빛으로 에드워드가 다짐을 말하자, 돌이킬 마음이 없음을 엘리엇도 깨달았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자 엘리엇은 잔에 있던 와인을 단숨에 비웠다.


“예전에, 기억나느냐? 베리 말이다.”


“어떻게 잊겠습니까, 그나마 베리가 있어 집에만 있던 제가 밖에 나갔는걸요.”


“후후, 사람을 어찌나 좋아하던지, 방범 효과는 꽝이었어.”


뜬금없는 얘기였지만, 에드워드는 엘리엇이 말을 돌리기 위해 이 얘기를 꺼낸 것이 아님을 눈치챘다. 그의 생각대로 엘리엇은 샬럿의 입적에 관해서는 이미 결론을 내렸으나, 이를 말해주기 전에 풀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종종 그때가 무척 그립더구나. 참, 행복했던 순간이었어.”


에드워드는 엘리엇이 회상하는 날들이 언제인지 알고 있었다. 자신도 누군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물어보면 자연스럽게 그 시절이 떠올랐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피크닉을 참 좋아하셨지. 업무가 끝나기만 하면 늘 저택 밖 숲에서 여유를 즐기시곤 하셨는데.’


부모님뿐이었을까, 누님도 언제나 두 분을 따라갔다. 에드워드는 이 모임을 자주 거절했지만, 때때로 베리가 자신을 데리러 오면 못 이기는 척 서재에서 나왔다.


갈색의 긴 털을 휘날리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베리를 이길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종종 숙부는 이 모임에 함께 했는데, 그가 만들어주는 샌드위치는 후작가의 요리사조차 맛을 흉내 내질 못했다.


“그런데...”


엘리엇은 그 뒤의 일이 떠올랐는지 말을 멈췄다. 두 사람의 사이가 갈라지게 되었던 그날은 지금과 같이 유독 어두웠다. 목이 메어온 그는 술 대신 옆에 둔 물로 입을 축였다.


“얼마나 신을 원망했는지 모르겠구나, 세상의 그 모든 악한 사람들을 두고 왜 그들이여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단다.”


그의 눈에는 깊은 슬픔이 깃들었다. 에드워드 앞에서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던 감정이었다. 자신이 잃은 것은 형제였지만, 에드워드가 잃은 것은 가족 전부였기 때문이다.


“어렵겠지만, 잠시 얘기를 들어줄 수 있겠니?”


에드워드는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묵었던 과거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참사 이후, 한참이 지나서야 후작가에서 장례식을 치를 수 있었지.”


기억을 더듬으며 엘리엇은 물을 한 모금 더 마셨다. 황실로 간 형님 대신 임시 업무를 보고 있던 그는 황성이 폭발했단 말을 듣고 서둘러 수도로 향했다.


처참한 황궁과 수많은 희생자들로 인해 난장판이 된 수도에서, 그는 후작가의 사람 중 에드워드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전해 받았다. 장례식은 에드워드가 몸이 회복되어 후작가로 내려올 수 있게 된 이후에야 저택에서 진행되었다.


“비가 참 많이 왔었어...”


이 밝은 저택이 검은색 천으로 대부분 뒤덮이고,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자신이 장례식에 온 사람들을 맞이했지만, 에드워드도 함께 그 자리에 서있었다.


참사 이후, 에드워드는 꼭 필요한 말 이외에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식사는커녕, 잠조차 취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매번 시종들이 보고를 올리곤 했다. 눈물조차 흘리지 않는 에드워드의 모습에 엘리엇은 그에 대한 걱정이 쌓여만 갔다.


“이쪽으로 오렴.”


며칠간 이어졌던 장례식이 끝나고, 한 가지 절차만을 남겨둔 때였다. 관을 옮기기 전 가족들만이 모여 시간을 가지는 자리였기에, 그곳에는 에드워드와 엘리엇만이 있었다.


“에드...”


짧게 형에게 말을 남긴 엘리엇이 눈을 떴을 때, 에드워드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가만히 서있었다. 그 모습에 엘리엇은 더 이상 방관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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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 24.06.01 8 0 11쪽
67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7) 24.05.31 9 0 11쪽
66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6) 24.05.30 10 0 11쪽
»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5) 24.05.29 9 0 11쪽
64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4) 24.05.28 9 0 11쪽
63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3) 24.05.27 11 0 11쪽
62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2) 24.05.26 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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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0) 24.05.11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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