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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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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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
글자수 :
6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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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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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6)

DUMMY



“대표, 괜찮으세요?”


“.... 그럭저럭.”


리비티는 레온에게 걱정 말라는 듯이 대답하긴 했지만, 핼쑥해진 얼굴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그뿐일까 부상 탓에 기동력은 물론, 감각 자체가 예민하지 못했다. 사실상 일반인이었다면 진즉 쓰러졌을 것을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터라 신체 능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이렇게 약해진 대표를 지름길에서부터 여기까지 보좌한 것은 레온이었다. 그는 곁에 있었으면서도 리비티를 지켜내지 못한 것으로 인해 후회가 짙어 보였다.


“장비 모두 설치 끝냈어. 이제는 티시포네를 기다리기만 하면 돼.”


에드워드는 장갑에 묻은 먼지를 털며 대표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다른 레지스탕스들도 각자 맡은 준비를 끝냈는지 대표의 곁에 모여 있었다.


“다행히 시간을 맞췄네. 어떻게 이런 곳을 알고 있었어?”


“우연이라고 해두지.”


이곳은 평야지대 근처에 있는 무너진 성벽으로, 제국이 건국되기 이전 전쟁으로 가득했던 시기에 지어진 성곽의 일부였다. 그렇기에 이 성벽은 폐허가 되었음에도, 적을 상대하기에 제법 괜찮은 장소였다.


뒤에는 숲이 이어져 있어 만일의 사태에 도망치기 유용했고, 여전히 견고한지라 총격에도 끄떡없었다. 게다가 2층까지 일부 남아있어 저격수가 자리를 잡기에 적합했다.


‘회귀 전, 유렌가의 정보를 빼오기 위해 이 영지를 돌아다녔던 것이 도움이 될 줄이야.’


그에게 이 성벽은 잊을 수 없는 곳이었다. 유렌가를 뒤쫓았던 2년 동안 정보원과 만남을 가졌던 장소이기도 했고, 사람 하나 숨기에도 나쁘지 않아 종종 쫓길 때 피난처가 되어주기도 했다.


다그닥-다그닥-


어디선가 말발굽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하자, 대표 곁에 모여 있었던 이들은 긴장한 채 바깥을 바라봤다.


“..... 드디어 납시셨군.”


성벽을 등지고 있던 대표는 입술을 깨물며, 주저앉아 있던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그녀는 다른 이들도 곧 지정된 위치로 돌아갈 것이라 짐작했으나, 몇 분이 지나도록 그들은 석상처럼 굳은 채 멈춰 서서 조금도 움직이질 않았다.


“왜 그래?”


의아함에 대표 또한 뒤를 돌아 성벽을 너머를 보자, 그제야 그들의 행동을 이해했다.


감각이 둔해진 대표만이 몰랐을 뿐, 아까부터 들려오던 소리는 6명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티시포네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어림잡아 15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숫자였다.


“아저씨?”


당혹감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그들을 깨어나게 한 것은 아이의 부름이었다. 심상치 않은 말발굽 소리를 느꼈는지 아이 또한 불안한 얼굴로 에드워드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제야 몇몇 이들은 현실 감각이 돌아왔는지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 각자 자리로 돌아가. 변한 건 없어.”


대표가 냉정하게 상황을 정리해 주자, 레지스탕스는 흩어져 위치로 향했다. 에드워드도 아이에게 다가가 손을 꼭 잡으며 괜찮다고 말한 뒤, 안정된 표정을 보여주려 애썼다.


그러나 갖가지 노력에도 성벽에 남은 6명의 이들은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 없었다.


‘벤투가 명확하게 우리를 짚어냈군. 어쩐지 유렌가의 명성과 다르게 일이 쉽게 흘러간다 했어.’


모두가 다가온 절망을 손끝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에드워드와 대표만큼은 미련할 정도로 포기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감정을 배제한 채 끊임없이 생각을 이어갔다.


‘지름길에서 벌어진 전투로 부상당한 인원을 제외한다면, 벤투를 포함해 17명 정도.’


아까 파악했던 티시포네의 인원을 떠올리며,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계산했다.


‘폭탄이나 장치들을 혹시 몰라 넉넉하게 설치했으니 그나마 다행이야. 이 성벽 자체도 소수에게 유리한 구조이니 버티기에 이보다 좋을 순 없지만....’


원래의 계획대로 6명의 그림자들하고만 붙었어도 아슬아슬한 마당에, 전력에 있어 격차가 너무 컸다.


‘여차하면.....’


에드워드와 대표는 각자 가지고 있는 수 중, 최후의 수단을 고려했다. 아이를 보호하면서 사상자가 나오지 않도록 할 수 있다면 방법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다그닥-


거센 기세도 달려오던 말발굽 소리가 점차 약해지더니 성벽과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역시나 티시포네는 레지스탕스를 따라 잠시 나눠진 척했을 뿐, 기존의 인원을 모두 데리고 6명 앞에 자리했다.


레지스탕스가 티시포네를 조준할 동안, 어째서인지 티시포네는 지름길에서 마주쳤을 때처럼 바로 달려들지 않았다. 거침없이 진격 명령을 내릴 것 같던 벤투도 상황을 살필 뿐 대기하고 있었다.


“샤토 님.”


얼마 가지 않아, 레지스탕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샤토가 티시포네의 무리에서 나와 가장 선두에 섰기 때문이다. 벤투가 마지막으로 만류하고자 그녀를 불렀으나, 샤토는 아예 벤투의 말을 무시했다.


“.... 제로원!”


샤토가 성벽을 향해 고함치자, 벤투는 뒤에서 인상을 찡그렸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계속 노력했지만, 샤토의 행동이 지긋지긋함은 어쩔 수 없었다.


‘퍽이나 설득이 가능하겠군.’


성벽에 다다르기 전, 샤토는 벤투에게 자신이 대화로 제로원을 끌어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벤투는 이 말을 믿을 수 없었으나, 그녀는 아까 일을 겪고도 여전히 고집을 부렸다.


아마도 그가 추측하기로는, 총알이 난무하는 전투 속에서 혹시라도 제로원이 다칠까 봐 이리 구는 것 같았다.


‘아무리 연구 쪽에서는 천재라지만, 가주님께서 왜 화를 내셨는지 아직도 깨닫지 못했다니.’


실험실의 폭발 이후, 베르트가 화원의 약물을 아이에게 사용하라 명령을 내린 것은 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었다. 제로원을 오로지 실험체로만 인식해, 그에 맞는 대우를 하란 말이었으나 사토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렇듯 샤토의 주장을 답답하게 여기면서도, 벤투는 다른 속셈이 있기에 그녀의 행동을 막지 않았다.


‘샤토가 설득을 시작하면 불쾌한 그녀의 언사에, 저쪽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겠지. 거리가 멀어 사격이 닿지는 않을 테지만, 분에 못 이겨 공격할 터.’


선두에 샤토가 자리하긴 했지만, 벤투와 티시포네는 샤토의 바로 뒤쪽에 있었다. 여차 하면 바로 샤토를 보호할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기에, 공격이 시작된다 할지라도 그리 위험하지는 않았다.


‘제로원을 아끼는 그놈이 가장 먼저 반응할 테니, 이를 확인해 진입 루트를 세운다.’


벤투가 샤토를 미끼 삼아 계획을 세우고 있을 무렵, 샤토는 설득을 빙자한 독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네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테지. 지금 상황에서는 승산이 없다는 걸!”


샤토가 제로원을 부른 그 순간부터, 에드워드는 아이의 귀를 손으로 덮어 소리를 차단시키려 했다. 하지만 성벽의 특성상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지라 아이는 샤토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라도 순순히 돌아오면..... 널 데려간 자들은 살려주도록 하마.”


그녀의 제안에 아이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이와 동시에 에드워드는 아이의 앞을 몸으로 가리며 절대 안 된다는 듯이 막아섰다.


“안 돼. 저 말이 진실이라도 너를 보내지 않을 거지만, 이건 명백한 거짓말이야.”


혹시나 아이가 능력을 써서라도 자신에게서 벗어나서 티시포네에게 투항할까 봐, 에드워드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치만.....”


“걱정하지 마렴. 네가 실험실로 돌아가는 일은 절대로 생기지 않아.”


아이를 품에 안으며 에드워드는 맹세했으나, 온전히 아이의 마음을 돌이키지는 못했다.


‘쯧, 합의되지도 않은 얘기를 잘도 말하시는 군. 그다지 상관은 없지만.’


벤투는 샤토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혀를 찼다.


아이를 동요시키려 하는 말이긴 했겠지만, 그는 아이가 항복한다 할지라도 적을 살려둘 생각은 없었다. 이로 인해 아이가 난동을 피운다 할지라도 벤투는 개의치 않았다. 수도와 달리 이곳은 아무도 없고, 유렌가의 지배 아래에 있는 영지이기에 눈치 볼 필요가 없었다.


기회를 준다는 듯이 몇 분을 샤토가 기다렸음에도 아무 대답이 없자, 그녀는 열이 받았는지 악담을 퍼붓기 시작했다.


“수도에 있는 동안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다니 아둔하구나. 그렇게 도망치니 자유롭더냐? 지내면서 너도 알았겠지. 결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없다는 것을!”


에드워드의 품 안에 있던 아이는 움찔했다. 샤토가 꺼낸 말은 내내 아이가 가지고 있던 두려움을 관통하는 얘기였다.


“네 힘을 편히 드러내고 지낼 수 있는 곳은 오직 실험실밖에 없어. 현실을 제대로 보거라!”


아이는 샤토의 말에 괴로운 기억이 떠올라 얼굴을 찡그렸다. 에드워드의 집에서 지낼 때, 때때로 힘을 조절하지 못해 물건을 부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게다가 악몽을 꿀 때면 능력이 진정되질 않아 에드워드를 상처 입히곤 했다.


그때마다 그는 괜찮다고 했지만, 아이는 이 괴물 같은 힘이 싫었다. 카넬이 다시금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것도 이런 모습 때문일까 봐, 아이의 걱정은 속에서 쌓여만 갔다.


결국 아이는 울음을 참듯이 숨을 들이켰고, 이 모습에 더 이상 참치 못한 에드워드가 사토를 공격하려던 순간.


타앙-


“아악-!”


리비티가 샤토를 향해 총을 쐈다. 거리가 떨어져 있는 바람에, 조준과 달리 대표의 총알은 샤토의 종아리를 스쳐갔다. 큰 상처는 아니었으나, 갑작스러운 고통에 샤토는 비명을 질렀다.


“뭔 X소리야. 아이는 수도에서 지내는 동안 행복했거든?”


들으란 듯이 대표는 샤토를 향해 소리치며 다시 그녀를 조준했다. 지금의 사격으로 인해 위치가 발각되어도 상관없다는 태도로 리비티는 몇 발을 더 쐈다.


제대로 맞지는 않았지만, 샤토는 두려움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평범하게 살 수 없다 한들, 이를 도와주는 것이 어른의 몫이지. 어디 숨어 지내라 헛소릴 지껄여!”


총소리에 묻혀 외부에서는 대표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지만, 성벽 안쪽에 있는 이들에게는 선명했다. 대담한 대표의 일갈에 레지스탕스는 왠지 모르게 막막했던 기분이 가시며 본래의 여유를 되찾았다.


“샤토 님을 보호하고, 저들을 처단해라!”


리비티가 탄창을 가느라 잠시 사격을 멈추자, 벤투는 그제야 명령을 내렸다. 샤토가 겁을 먹기를 바라서 일부러 늦게 나선 것이었다.


‘그놈이 아닌 다른 자였군. 아쉽긴 하지만, 한 명이라도 위치를 파악한 것에 만족해야겠어.’


벤투의 기대와는 달랐지만 나쁘지 않았다. 샤토가 생각지도 못했던 총격에 겁을 먹은 데다가, 위치가 드러난 자를 기점으로 어디로 침입할지 정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손짓으로 명령을 내리자 티시포네는 빠르게 성벽으로 접근했다.


“개시!”


쿠웅-


성벽 2층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빌리가 소리쳤고, 리비티는 타이밍에 맞춰 폭탄을 터트렸다. 이로 인해 성벽 앞쪽은 연기가 퍼지며 시야가 가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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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3) 24.06.03 9 0 11쪽
69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2) 24.06.02 11 0 12쪽
6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 24.06.01 9 0 11쪽
67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7) 24.05.31 9 0 11쪽
66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6) 24.05.30 11 0 11쪽
65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5) 24.05.29 9 0 11쪽
64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4) 24.05.28 10 0 11쪽
63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3) 24.05.27 11 0 11쪽
62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2) 24.05.26 8 0 12쪽
61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1) 24.05.25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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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7) 24.05.21 8 0 11쪽
»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6) 24.05.20 10 0 11쪽
55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5) 24.05.19 8 0 11쪽
54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4) 24.05.18 8 0 12쪽
53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3) 24.05.17 6 0 11쪽
52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2) 24.05.16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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