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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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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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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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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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8)

DUMMY



터벅터벅-


기어코 에드워드는 몸을 일으켜, 방어선 쪽으로 절뚝거리며 걸어갔다.


‘티시포네에게 내 손에 있는 오르뷔를 보여주고, 협상을 유도하면 시간을 끌 수 있다. 그 틈을 타서 아이와 레지스탕스가 도망치면, 이 작전을 끝낼 수 있겠군.’


회귀 전까지 포함해도, 오르뷔 실험에 성공한 사람은 아이 한 명밖에 없는 것으로 에드워드는 알고 있었다. 만약 유렌가에서 에드워드가 오르뷔를 먹고 살아남은 것을 알았다면, 그들은 아이보다도 그를 노렸을 것이 분명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많은 실험으로 충분히 데이터가 쌓여있는 아이보다, 오르뷔 실험이 우연이 아님을 보여주는 두 번째 실험체에 더 구미가 당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날 유렌가로 잡아가기야 하겠지만, 당연히 죽이지는 못할 테고.....’


이 작전만이 모두가 목숨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실험실에서 갖은 고통을 겪으리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나, 아이가 실험실로 끌려가고 여기서 전멸하느니 차악을 선택해야만 했다.


‘진통제 효과가 남아있을 때 빨리....’


부상 때문에 온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마침 레온의 전달을 들은 대표가 다가와 직접 그를 막아섰다.


“꾸?”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고슴도치가 주머니 안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이는 멍하니 그런 고슴도치를 꺼내 성벽 위에 올려놓으며 에드워드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에드워드와 레온, 리비티와의 대화는 거리가 멀어 아이에게 잘 들리지 않았지만, 끝내 에드워드가 장갑을 벗는 모습을 아이는 똑똑히 지켜봤다. 오르뷔를 본 리비티와 레온이 당황스러워하는 것까지 아이의 눈에 의미 없이 흘러갔다.


‘싫어.’


아이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로 인해 괴로워했다. 마치 실험이 끝나고, 고통이 지나가길 무력하게 기다리던 그때 같았다.


‘아저씨를 여기 두고 가기 싫어, 다른 사람들도 더 이상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다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거야?’


순간 샤토가 항복하면 모두 살려주겠다는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클로이를 구했을 때처럼 어쩌면 자신이 나서면 이 상황이 끝날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이는 생각 끝에 ‘다 함께’에 자신도 포함됨을 깨달았다.


‘..... 그들에게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바라는 것은 많았지만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자, 아이는 답답함에 눈을 감았다. 숨을 들이쉴수록 피 냄새와 함께 먼지가 섞인 탁한 공기가 마셔졌다.


누군가 소리치고, 총격이 오가는 소리 또한 무척 귀에 거슬렸지만, 불현듯 아이는 과거에 이 순간을 비슷하게 겪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험실에서 도망쳐 나왔던 날도 이랬지.’


탈출하기 전날 밤,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는지 밤을 꼴딱 새웠었다. 카넬이 준 오르뷔를 손에 쥐고 능력을 발동하는 그 순간까지도 손이 덜덜 떨렸다.


도망칠 때도 건물이 부서져 나는 먼지로 공기가 답답했고, 경비들이 소리치고 공격하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끝내 이 모든 것과 함께 지붕을 뚫고 밖으로 나왔을 때, 살며시 눈을 떠 마주한 그 풍경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빠각-


하늘로 뛰어올랐던 그때처럼 아이는 천천히 눈을 떴다. 맑은 호수 같던 눈이 어느새 루비처럼 붉어져 있었다. 신발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발등의 오르뷔도 마찬가지로 빛을 발했고 이내 발의 힘 때문에 바닥이 파이기 시작했다.


‘아직도 무서워. 벤투도, 티시포네도, 샤토도 모두..... 그들과 마주칠 때면 거인 앞에 난쟁이가 된 것만 같아.’


연구원에게 말 한마디 하는 것조차 두려워했던 아이였다. 실험실을 벗어난 이후에도 그들을 공격하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못 해봤다. 클로이를 위해 앞을 막아섰던 것이 아이가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용기였다.


'그래도, 나아가볼래.'


여전히 손이 떨려왔지만, 아이는 굳어있던 발을 움직여 한 발자국을 걸어갔다.


“---- 안 돼, 탐정. 끝까지--”


“-- 이러다간 ---”


대표와 레온, 에드워드 간의 대화가 의견 조율이 되지 못해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 그 세 사람의 곁으로 아이는 천천히 다가갔다.


“아저씨.”


작은 울림이었으나, 세 사람 모두 고개를 돌려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에게 대화가 들렸나 싶어 다들 당황한 탓이었다. 그러나 붉은 눈을 마주한 순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에드워드는 아픈 것도 잊고 아이를 붙잡으려 했다.


“안 돼-!”


능력을 사용한 아이를 부상까지 입은 에드워드가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가볍게 그의 손을 피한 아이는 그대로 2차 방어선 부근으로 움직여 인사를 남겼다.


“다녀올게.”


아이의 능력 탓에 딛고 있던 돌바닥이 파였고, 아이는 어느새 모습을 감췄다.


“사격을 멈춰!”


리비티는 급하게 레지스탕스에게 명령을 내렸다. 방어선 안에 있던 이들은 그 지시에 따라 총을 전부 내렸다.


쿠웅-


앞쪽에서 커다란 울림이 일자, 티시포네도 잠시 공격을 멈추고 상황을 파악했다.


“오, 항복을 하려 왔나?”


벤투는 티시포네와 레지스탕스 사이에 서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붉은 두 눈이 아이가 능력을 발동시키고 있음을 보여주었으나, 그는 개의치 않아 하며 다가갔다.


“돌아가.”


짧은 한 마디였으나, 그 의미는 명확했다. 이 싸움을 그만두고 유렌가로 후퇴하라는 요구였다. 협상은커녕, 자비를 구하는 말투도 아니기에 벤투는 코웃음을 쳤다.


대담하게 티시포네 앞에 나서기는 했지만, 아이의 눈에 섞여 있는 두려움을 벤투가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멍청하군. 차라리 저들 사이에 숨어있었다면 잠시나마 끌려가는 것을 미뤘을 터.”


티시포네를 향해 벤투가 신호를 보내자, 그들은 아이를 조준했다. 아이를 살려서 데려오라 명령을 받았긴 했지만, 아무런 부상 없이 유렌가로 데려가는 것은 더는 무리라고 벤투는 판단했다.


‘어차피 신체 강화능력이 있으니 쉽게 죽지는 않을 거다. 이 정도 흠집은 가주님께서도 용서해 주시겠지.’


“쏴라!”


타다다당-타앙-


혹시라도 레지스탕스가 아이를 데리고 여기서 도망칠까 그것이 가장 큰 염려였던 벤투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었다. 오르뷔의 능력을 아이가 사용한다 할지라도, 실험실에서의 아이를 생각하면 이 인원으로 충분하다 판단했다.


‘총까지 있으니, 제압하기에는 훨씬 쉽겠군. 실험체를 다치게 하지 말라며 소리 지르는 샤토도 없으니.’


다만 벤투는 알지 못했다. 그들이 핸디캡을 가지고 아이를 통제했던 것처럼, 아이 또한 최선을 다해 반항한 적은 없었다는 것을 말이다.


“멈춰라.”


한참의 총격 탓인지 뿌연 연기가 생겨 아이가 잘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티시포네는 잠시 사격을 중지한 채 앞을 주시했다. 이윽고 연기가 가라앉자, 그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 피 흘린 흔적 하나 없이 아이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어디로 간....!’


기껏해야 다른 구조물 뒤에 숨은 줄 안 벤투는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하늘색 머리카락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혹시라도 레지스탕스 쪽으로 다시 숨어든 건가 싶었지만, 그렇다기에는 그들도 총격을 여전히 멈춘 상태였다.


토옥-


아이는 총격이 오가는 사이 2층 높이의 기둥 잔해로 올라가 위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들이 꽤나 작아져 보였다. 자신을 찾는 그들을 보며 아이는 고민했다. 싸우겠다고 결심하긴 했어도, 어떻게 해야 효율적 일지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


“위다!”


티시포네 중 누군가 아이를 가리켰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아이는 다시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대로 아래를 향해 힘껏 뛰었다. 능력까지 발휘한 터라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통에 귀에서 거센 바람소리가 들렸다.


콰앙-


“으아악-!”


“따... 땅이!”


아이는 당황하는 바람에 도착 지점조차 잘못 디뎌 티시포네 사이로 발을 내려찍었다. 굉음이 울려 퍼지며 돌바닥이 푹 파이고 이로 인해 파편이 주위로 튀기 시작했다.


충격의 여파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쩌적 소리를 내며 땅이 갈라지자 티시포네는 당황하며 뒷걸음쳤다.


“신경 쓰지 마라! 제로원을 공격해!”


벤투의 명령에 티시포네는 흐트러진 자세를 다 잡고 아이를 향해 쏘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가 움직이는 속도가 너무 빨라 번번이 총이 맞질 않았다. 저격은커녕, 아이가 티시포네 사이를 돌아다니는 통에 서로를 조준하게 되어 쉽사리 발포할 수가 없었다.


우르릉-


그 와중에 땅은 어째서인지 별다른 자극 없이도 진동하기 시작했다. 마치 곧 무너질 것처럼.


“후퇴해! 성벽에서 벗어나라!”


‘성벽의 잔해 밑에 지하가 있었나!’


아이의 실수였지만 그 효과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성공했다. 에드워드마저 몰랐던 사실이었으나, 성벽 밑에 지하가 있었던 것이었다. 아직 바닥이 꺼지지는 않았으나 소리와 진동이 심상치 않았다.


무너지리라 판단한 벤투가 소리치자, 아이도 무심코 파인 땅을 다시 보았다. 돌이 패인 곳의 잔해가 이미 조금씩 아래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티시포네도 이 모습을 봤는지 서둘러 벗어나려 했지만, 여기저기 돌바닥에 금이 가는 통에 발 디디기가 어려웠다.


‘바닥이 무너지고 있어...!’


무언가 깨달은 아이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가 벤투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가 하려는 행동을 예측한 벤투는 총을 그대로 들어 아이를 쏘려 했다.


물론 아이는 잽싸게 벤투의 사격을 피해 가며 위로, 더 위로 성벽의 잔해를 발판 삼아 뛰었다. 이를 두고 볼 수 없던 벤투는 아이의 발걸음을 예상해 겨냥했고, 그의 조준점 안에 아이가 들어왔다.


타앙-


“크윽!....”


하지만 벤투가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그는 총을 놓쳤다. 모든 것을 보고 있던 에드워드가 그의 손을 노려 저격했고, 정확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 누구도 아이를 방해하지 못했다.


‘지금!’


끝내 아이는 다시금 2층 높이의 잔해에서 하늘을 가르듯 있는 힘껏 뛰었다.


쿠구궁-


엄청난 소음과 함께 충격으로 땅이 갈라지며 바닥을 덮고 있던 돌들이 무너져 내렸다. 이로 인해 거리를 충분히 벌리지 못했던 몇몇의 티시포네는 돌과 함께 성벽 지하로 떨어져 내렸다. 거대한 충격 탓인지 성벽 밖의 땅에서도 지각이 어긋날 정도였다.


‘말도 안 돼....’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벤투는 믿을 수가 없었다. 아이의 손에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기에 오르뷔의 특수 능력도 아니었다. 그저 발동 능력 하나만으로도 이만한 파괴력을 내었다는 것이 보고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험실에서 도망칠 때조차 이 정도 위력을 보이지 못했는데....!’


샤토가 그동안 아이에게 집착했던 것이 단번에 이해 갈 될 정도였다. 절대로 일반인이 가질 수 없는 무력이었다.


타앙-


“꺄아악-!”


거대한 힘 앞에 경악하고 있던 벤투는, 멀리서 들려오는 총소리와 귀를 찢는 듯한 비명에 그들의 불행이 끝나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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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 24.06.01 9 0 11쪽
67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7) 24.05.31 9 0 11쪽
66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6) 24.05.30 10 0 11쪽
65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5) 24.05.29 9 0 11쪽
64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4) 24.05.28 9 0 11쪽
63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3) 24.05.27 11 0 11쪽
62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2) 24.05.26 7 0 12쪽
61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1) 24.05.25 9 0 12쪽
60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0) 24.05.24 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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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7) 24.05.21 8 0 11쪽
56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6) 24.05.20 9 0 11쪽
55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5) 24.05.19 7 0 11쪽
54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4) 24.05.18 8 0 12쪽
53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3) 24.05.17 6 0 11쪽
52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2) 24.05.16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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