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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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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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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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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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1)

DUMMY




“아바마마, 부르셨습니까.”


“...... 잘 왔습니다, 황태자.”


‘아침 일찍부터 나를 찾으시다니, 어젯밤 어마마마와 크게 다투셨나 보군.’


한눈에 보기에도 국서는 피곤한 기색이 가득했다. 소리를 질렀는지 목이 잠겨있었고, 눈 밑이 짙고 초췌해 보였다. 게다가 시종들과 시녀들이 바짝 긴장해 있는 것을 보니, 이미 한바탕 짜증을 부리신 것이 분명했다.


‘최근 두 분이서 의견을 다툴만한 일이 있었던가....?’


언제부턴가 국서는 여왕과 싸운 날이면, 황태자를 붙잡고 하소연을 하곤 했다.


이 황궁에서 아버지의 편이라고는 후작가에서 데려온 몇 사람뿐인 데다가, 그들마저도 때때로 그를 완전히 이해해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릴 때는 국서가 자신에게 한탄하는 것을 싫어했다. 맛있는 과자나 선물을 주곤 했기에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뿐, 진정으로 국서의 슬픔을 이해해 위로하기 애쓰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버지가 자신을 부를 때면, 황태자는 좋은 기회라 여겼다. 여왕이 자신에게 해주지 않는 황실의 정보를, 국서에게서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황태자 외에 모두 나가거라.”


빠릿빠릿하게 시종과 시녀들은 움직였고 금세 침실이 비워졌다.


시중을 드는 이들까지 모두 나갔기에 국서는 손수 황태자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방금 차를 우려냈는지 찻잔에서 따뜻한 김이 올라왔으나, 방안의 차디찬 분위기까지 바꿔주지는 못했다.


“괜찮으십니까, 아바마마? 곧 조찬 시간입니다만....”


황궁의 아침 식사는 여왕이 항상 참석했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황실 인원 모두가 식사 시간을 지키는 편이었다.


그것을 지금껏 가장 잘 따져온 것이 국서였으므로, 황태자는 그가 여유를 부리는 모습이 의아했다.


“오늘 폐하께서는 조찬에 참석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단정 지어 말하는 국서의 모습에 황태자는 심상치 않은 상황을 읽었다. 한 마디뿐인데도 말속에 가시가 들어있어 사람을 찌르는 것만 같았다.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 케레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를 잘 들어야 한다.”


국서는 황태자를 향한 존칭을 버리고 이름을 불렀다. 커서는 잘 없는 일이었으나, 애정을 담아 황태자를 부를 때 국서는 그런 방식으로 칭하곤 했다.


“여왕 폐하께서 아프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이 되는구나. 증거만 없을 뿐, 확신하고 있지 않으냐?”


“..... 그렇습니다. 아바마마.”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지만 황태자는 여왕 때와는 달리, 이 물음의 의도가 떠보려는 것이 아님을 판단했다.


“네 판단처럼 폐하께서는 많이 아프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을 정도로.”


잠시 망설였지만, 어젯밤 결심했듯 국서는 황태자에게 여왕의 상태를 털어놓았다.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그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병증이 심하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을 정도셨다고?’


여왕을 향해 미움을 가지고는 있다지만, 돌아가실 수도 있다고 생각해보지 못했기에 황태자는 당황했다. 복잡한 표정이 황태자의 얼굴에 서렸으나 국서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어젯밤, 폐하께서 내게 무슨 말을 남기셨는지 아느냐?”


황태자는 국서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여왕이 남긴 말이, 자신에게 절대로 좋지 않을 것이라 쉽게 예상이 갔다.


“너를 폐위시키겠다 하셨단다.”


대번에 황태자는 눈썹을 찡그렸다. 마치 역한 것을 본 것과 같은 표정이었으나, 국서의 앞인 것을 자각한 황태자는 애써 감정을 갈무리했다.


‘경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싸우시다 홧김에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이 분명하다.’


단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일이기에 황태자는 국서의 말을 믿지 못했다. 여왕이 자신을 혼내거나 분노를 표한 적은 있어도, 그녀가 황태자의 자리에서 자신을 끌어내리려 한 적은 없었다.


“설마요, 그럴 리 없습니다, 저 말고 누가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습니까?”


황태자가 쉽게 부정하자, 국서는 안타깝다는 듯이 그를 바라봤다. 여전히 황태자는 여왕이 자신을 버리지 않을 거라 착각 속에 빠져있었다. 진실이 마음을 찢어놓으리란 것을 알면서도, 국서는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입에 올렸다.


“황권을 나눠, 네 동생들에게 주겠다고 하시더구나.”


콰앙-! 쨍그랑!


“말도 안 됩니다!”


국서의 입에서 동생들이 언급되자, 황태자는 책상을 세게 내리치고 소리쳤다. 그 탓에 책상 위가 흔들려 몇 가지 물건들이 떨어지고 깨졌지만 두 사람 모두 신경 쓰지 않았다.


“감히... 그 녀석들이 어마마마께 그리 말씀드렸답니까? 황실은 생각지도 않고 자기 좋을 것만 해대는 것으로는 부족해서...!”


황태자가 동생들에게 갖고 있는 인식이 그러했다. 그는 동생들을, 황족으로 태어나 책임질 의무들은 내팽개치고 예술이나 복지와 같은 하등 쓸모없는 것에 시간이나 버리는 한량으로 판단해 왔다.


나름의 방식과 판단대로 길버트와 카린은 황실을 위해 일해왔으나, 황태자는 이를 모두 부정했다. 그들이 황태자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는 선에서 일부러 조용한 행보를 가진다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복지 정책으로 인해 둘째인 길버트가 제국민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인기를 얻자, 그는 국고를 이용해 돈을 버린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네 동생들이 말씀을 올린 것은 아니다. 폐하께서, 너를 황제의 자리에 앉히지 않으려는 수작이시지.”


엉뚱한 방향으로 황태자의 분노가 향하자 국서는 오히려 당황했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황태자에게 원흉을 자각시켰다.


“..... 하하.... 제가 그리도 못 미더우시답니까?”


황태자는 여왕을 떠올렸다. 대화재라는 재앙 앞에서 어린 나이에 황위에 올라, 제국을 굳건히 만든 여왕. 산처럼 높기에 그만큼 자신에게 그림자를 드리우셨던 어머니였다.


‘폐하를 뛰어넘는 것은 바라지도 않았다. 오직 단 하나, 인정만이라도 받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 왔는데.... 결국 폐하께서는 나를 버리시는구나.’


“나이가 드신 데다가 몸이 아프시니,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보지 못하시는 게야.”


그가 혼자 중얼거리는 말을 국서는 놓치지 않았다. 이에 맞장구치며 노망이 들었다는 말을 돌려 표현해, 황태자를 나름 위로하고는 설득을 계속했다.


국서는 자신의 뜻대로 황태자를 움직이는 것에만 급급해서,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전혀 보지 않았다.


“낙담하지 말거라, 케레스. 이 아비가 힘이 되어주마.”


“..... 아바마마.”


다정한 국서의 목소리였지만, 반대로 황태자는 분노로 인해 눈이 번들거렸다.


“필요한 것이 있느냐? 후작가를 파는 일이 있더라도 마련해 주마. 미리 준비해 둔 계획에 있다면, 내 한 몸이 부서지더라도 너를 도와주마.”


국서에게 황태자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가여운 아들이었다. 여왕에게 사랑받지 못해 늘 그 곁에 맴돌며 관심과 애정을 구걸하는 아이였기에, 그만큼 안타까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마냥 황태자를 애처롭게만 여겼던 국서는 알지 못했다.


황태자가 자신보다도 더 깊은 증오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잘못 생각하셨습니다, 폐하. 주시지 않는다고 제가 포기할 거라 기대하십니까?’


황제가 되고자 황태자는 어릴 적부터 쉬지도 놀지도 못한 채 공부에 매달려야 했고, 불편한 엘든모어 공작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 애써왔다. 게으르고 능력 없는 제국민들의 불평불만을 들어주려 노력했으며, 때로는 건방진 귀족들의 요구를 묵살하기는커녕 자비롭게 수용하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살아왔건만, 이제와 여왕의 변덕으로 제 것을 빼앗길 수는 없었다.


‘이젠 인정 따위 필요 없습니다, 폐하. 직접 당신의 자리를 차지해 제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지요.’


황태자는 끓어오르는 증오로, 마음속에 남아 있던 윤리성을 잘라냈다. 지금까지는 여왕을 어머니로 대했을지 몰라도, 이제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벽일 뿐이었다.


“아바마마, 곧 있을 대회의에서 병환을 증언해 주십시오. 폐하께서 부정하실 때를 대비해 증거가 또한 필요합니다.”


‘같은 후작가 출신이지만, 국서로서의 발언은 에드워드 소가주와 비교할 수 없는 무게일터.’


에드워드만으로도 충분하기는 하지만, 황태자는 이제 모든 일에 확실히 해둘 참이었다. 게다가 국서를 증인으로 쓰면 에드워드에게는 추가적으로 다른 일을 맡길 수 있으니 다른 계획을 실행하기에도 좋았다.


“증언은 물론 해주마, 증거는.... 궁의를 설득시켜 자료를 받아두거나 폐하의 시종이나 시녀를 회유해 두도록 하마. 워낙 강경한 자들이라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아바마마.”


황태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국서의 옆에 앉았다. 거리가 훨씬 가까워졌음에도 황태자가 무표정이라 그런지, 국서는 묘한 긴장감이 들었다.


“더 필요한 것이 있느냐?”


“증거가 꼭 있어야 합니다. 협박, 회유, 공갈... 뭐든 좋습니다. 안 된다면 거짓으로라도 만들어 주십시오.”


명백히 올바르지 않은 일을 부탁하는 황태자의 말에 국서가 머뭇대자 그는 쐐기를 박았다.


“이 정도 각오도 없으시다면, 차라리 가만히 계셔 주십시오. 저는 폐하와는 달리 황위를 차지하더라도 아바마마를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황태자의 눈이 저리 매정하고 시렸던가? 국서는 기억을 되새겨보았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설마 황태자가 그러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마치 지금 도와주지 않으면 자신을 버리겠다는 느낌을 국서는 받았다.


‘아니, 내 아들이 그럴 리가 없다. 어설프게 일을 시도했다가 틀어지거나 다칠까 봐 걱정하는 것이겠지’


애써 떠오른 가정들을, 국서는 얼굴을 쓸어 넘기며 모두 부정했다. 그저 황태자가 갑작스럽게 이런 말을 들은 탓에, 감정이 날카로울 뿐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해 나갔다.


“.... 내게 케레스, 너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느냐? 네 말대로 하마.”


“감사합니다, 아바마마. 이 은총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국서가 긍정적인 답을 하자 황태자는 웃으며 그대로 그를 껴안았다. 따뜻한 포옹에 국서는 어리광을 부리던 어린 황태자가 문득 생각나 등을 두드려주었다. 잠시나마 그는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은총은 무얼, 더 도울 것이 있다면 언제든 말하렴.”


‘이리 다정한 아이가 또 어디 있겠는가. 모두가 이 아이의 진가를 몰라주는 것뿐.’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을 국서는 과거의 기억으로 덮어버렸다.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탓에, 그는 황태자가 자신이 알던 것과 완전히 달라졌음을 눈치채지 못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 안에 있던 모든 불행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 또한 국서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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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 24.06.01 9 0 11쪽
67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7) 24.05.31 9 0 11쪽
66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6) 24.05.30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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