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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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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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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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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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2)

DUMMY




“공작님께서는 어디 계신가.”


유렌가의 저택은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티시포네로 정문이 가득 찼다.


원래도 떠들썩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벤투의 표정을 본 시종과 시녀들은 모두들 사색이 되었다. 또다시 그가 실패했다는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어서 올라오십시오. 공작님께서 기다리시고 계십니다.”


그들이 도착한 것을 본 집사는 계단을 내려왔다. 그는 평정심을 가장하고 있었으나, 패잔병과 같은 티시포네의 모습에 눈앞이 캄캄했다. 밤새 작전을 펼친 데다가 부상자까지 있었으나, 벤투를 비롯한 티시포네는 모두 집사를 따라갔다.


“보고하렴, 벤투.”


집사와 함께 집무실로 들어간 벤투는 그대로 베르트 앞에 무릎을 꿇었다. 뒤이어 들어온 티시포네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당장 상처를 치료하지 않으면 큰일 날 자도 있었으나 예외는 없었다.


베르트의 뒤에는 3명의 기사들이 서있었는데, 이는 늘 곁을 지켰던 티시포네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겠다는 의미와도 같았다.


“..... 임무에 실패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입 밖에 꺼내고 싶지 않았지만, 침묵은 더 큰 죄를 불러올 뿐이었다. 이번 일의 결과를 마주한 베르트는 낮게 한숨을 내쉬고는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신호를 알아챈 집사가 그녀에게 다가가자 무언가를 명령했다.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집사는 집무실을 나갔다.


“자세히 설명해 보렴.”


베르트가 저번처럼 집무실에 있는 모든 이를 죽일 것이라 티시포네는 예상했지만 의외로 그녀는 가만히 있었다. 혹시나 자비를 베풀어 살려주시는 것일지도 모른다며, 그들은 작은 희망을 품고 더욱 낮게 몸을 숙였다.


오직 벤투만이 차분해 보이는 베르트의 표정에 더욱 두려움을 느낄 뿐이었다.


“수도를 통과한 뒤, 저희는 크로퀴스 영지의 경계로....”


상황을 설명하는 벤투의 말을 베르트는 별다른 반응 없이 듣고만 있었다. 결론적으로 샤토의 무모한 행동과, 아이가 전투에 참여할 것이라 짐작하지 못한 것이 패착이라고 벤투는 작전 실패를 해명했다.


찬찬히 얘기를 모두 들은 베르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벤투에게 다가갔다.


“참담한 패배보다도 너희가 변명할 말이 남았다는 것이 더 놀랍구나.”


스산한 베르트의 목소리에 티시포네는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어 감을 깨달았다.


“순간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되나, 고민까지 했잖니.”


그녀는 이번 일이 용납되질 않았다. 실험실이 폭파되는 것을 막지도 못하고, 제로원마저 도망쳤다. 그 와중에 배후는커녕, 제로원의 위치조차 못 찾았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친히 발걸음을 옮겨 자신이 돕기까지 했으나, 습격받아 놓쳤다는 말들을 듣고 있자니 티시포네를 향한 신뢰가 무너져 내렸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면, 잘할 수 있겠니?”


벤투에게서 뒤돌아 서있던 그녀는 창밖을 내려다보며 티시포네에게 물었다. 어째서인지 쉽게 용서를 베푸는 그녀의 모습에 그들 모두 당황했으나, 이내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무슨 일이든 해내겠습니다!”


우렁찬 그들의 목소리에도 벤투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그가 아는 베르트라면, 이렇게 끝낼 리가 없었다.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강해지겠다고 내게 맹세하렴.”


또다시 티시포네에게서 간절함을 담은 맹세가 전해져 왔다. 모든 대답을 들은 베르트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다시 가주의 자리에 앉았다.


똑똑-


“공작님, 연구원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갑작스럽게 문을 두드린 이는 유렌가의 기사였다. 그는 인체 실험을 관리하는 연구원들을 거칠게 끌며 집무실 안으로 들여보냈다. 방 안의 살벌한 분위기에 연구원들을 눈치를 보며 한쪽으로 몰려 섰다.


“마침 적시에 왔구나.”


만족스럽다는 듯 베르트가 연구원들 쪽으로 시선을 두었다. 그들은 긴장한 채 눈동자를 굴리며 샤토를 찾았으나, 그녀를 발견할 수 없었다. 10명 남짓한 연구원들이 멀뚱히 서 있는 것을 보며 베르트는 기가 찼다.


“왜, 여기에 이렇게 서있어야 하는지 내게 묻고 싶니?”


“아... 아닙니다,”


샤토를 제외하고 연구원들 중 대장 격인 이가 대답했으나 베르트가 원하는 정답이 아니었다. 무릎을 꿇고 있던 벤투가 가장 먼저 그들의 실수를 인지했다.


‘샤토가 아무런 교육을 안 시킨 건가, 가주님께서 싫어할만한 짓만 골라하고 있군.’


그들은 바짝 엎드려 빌었어야만 했다. 그랬어도 베르트의 심기가 풀리기 어려웠을 텐데, 지금 그들의 행동은 그녀의 화를 돋우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샤토를 대신해 벌하시기 위해서 데려온 것인가...?’


베르트의 행동은 점점 벤투의 생각 밖을 벗어났다. 오랜 시간 겪어 왔기에 벤투는 직감하고 있었다. 이번 일이 쉽게 넘어갈 리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연구원들이 모이고 난 뒤, 시간이 조금 흘렀을까 벤투는 저택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저택에서 뛰어다니고 있군. 누구지? 기사단인가?’


벤투의 의문과 두려움은 얼마 되지 않아 가장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해소되었다.


“.... 준비가 끝났습니다, 공작님.”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집무실 안으로 집사가 들어왔다. 그의 뒤로 시종들 또한 함께 있었는데 그들은 작은 상자를 들고 있었다.


“아, 그래. 모두에게 나눠주렴.”


티시포네가 각자 동전보다 조금 큰 상자들을 받을 동안, 집사는 베르트에게 몇 마디를 속삭였다. 잠시 날카롭게 눈매가 변한 베르트는 허락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앞에 있는 이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집사가 다시 집무실을 나설 쯤에는 벤투와 심한 부상을 입은 이들을 제외한 티시포네의 손에 전부 상자가 들려 있었다.


“열어봐도 좋단다.”


몇몇의 티시포네들이 그녀의 말에 따라 상자를 열었다. 달칵거리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왔고, 그들은 상자 안에 담긴 것을 조심스럽게 만졌다.


고급스러운 벨벳 위로 짧게 잘라진 머리카락이 놓여 있었다.


‘설마...’


자신에게 주어진 것은 없었지만, 벤투는 다른 이의 것을 보자마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았다. 둔한 이들은 잠시 머리카락을 만져보고 있었지만, 벌써 티시포네 중 한 두 명은 사태를 깨닫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사람이 언제 강해지는지 알고 있니?”


경악으로 물들어가는 티시포네에게 베르트는 질문을 던졌다. 아무도 답하지 않자 그녀는 가볍게 손짓했고, 이를 본 벤투가 고개를 들었다.


“무언가를 잃었지만, 지켜야 할 것이 남아있을 때. 그때마다 사람들은 생각지 못한 정도로 강해지더구나. 내가 그랬고, 벤투 네가 그러했지.”


그녀와 눈이 마주친 벤투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 말 한마디 꺼낼 수 없었다.


벤투는 멀쩡하게 돌아온 티시포네 중 유일하게 처벌받지 않았는데, 이는 그의 인생에 있어 남은 것이 유렌가 뿐인 것을 베르트도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다시는 나를 실망시키지 말거라. 너희들이 약하다고 판단되는 날이 거듭 오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이 머리카락의 의미와 함께 그들은 자신들의 맹세가 무엇을 불러왔는지 깨달았다. 베르트가 말한 대가는 자신들이 사랑한 누군가의 목숨이었다.


게다가 악몽을 끝나지 않았다. 만약 임무가 실패하는 일이 또 일어난다면, 소중한 사람을 한 명 더 잃어야만 했다.


덜그럭-


“공작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제.. 커흑-!”


티시포네 중 한 명이 상자를 놓치더니 공작에게 무릎으로 기어갔다. 그가 가진 머리카락은 유독 얇고 하얀색이었다. 마치 노인의 것처럼.


“죄송합니다, 공작님. 집무실의 바닥을 더럽힌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하지만 그가 베르트에게 채 닿기도 전에, 벤투를 비롯한 곁에 있던 티시포네가 그를 찔렀다.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던 베르트는 벤투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처음부터 그가 아예 이 자리에 없었다는 듯한 태도였다.


“참, 벤투. 네 설명을 듣다 보니, 억울하기도 하겠더구나.”


문을 열고 나가기 직전, 베르트는 벤투를 바라봤다.


“샤토 또한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단다. 내 명령을 이리 가볍게 여기다니 안타까울 따름이지..... 더 이상 결과 없는 인체실험은 그만둬야겠어. 화원과의 계약을 이행할 수 있을 정도로만 축소시킬 거란다.”


연구원들은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두려움에 더욱 뭉쳤다. 티시포네가 벌을 받는 모습을 옆에서 모두 지켜본 그들은 하염없이 떨고 있었다.


“두 명 정도면, 충분하겠지?”


쿵,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고, 곧 연구원들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으나 방 밖으로는 새어 나오지 않았다.


집무실 밖 복도에서는 집사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황태자가 찾아왔다고?”


“예, 공작님. 방금 도착하셨습니다.”


베르트는 응접실을 향해 내려갔다. 평소 황실과 유렌 공작가의 만남이 드러날까 조심하던 황태자가, 자신을 직접 찾아온 것이 의아했다.


‘엘든모어 가문과 여왕의 눈치를 보느라 항상 주의시키더니, 이번엔 또 무슨 생각인지.’


극장에서 황태자를 만났을 때, 자신의 신경을 긁어댔던 일을 베르트는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평범한 날 만났어도 기분이 좋지 않았을 텐데, 오늘만큼 안 좋은 타이밍을 골라 온 황태자에게 베르트는 짜증이 났다.


“제국의 별이신,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어서 오게나, 공작.”


황태자가 웃는 표정으로 베르트를 반겼으나, 이와 달리 응접실은 난장판이었다. 황실 기사단장이 검을 빼들고 있었고, 공작가의 하인 중에 하나가 상처를 입고 바닥에 쓰러진 채였다.


“..... 제 시종이 무례를 범했나 봅니다.”


“오, 감히 내 질문에 대답을 주지 않더군. 그래서 잠깐 교육을 하고 있었지.”


갑작스러운 상황 앞에서 황태자는 베르트가 당황하길 바랐으나, 그녀는 차분함을 유지한 채 비켜섰다. 알아서 처분하라는 뜻을 내비친 것이었다.


“.... 기사단장, 주인이 왔으니 검을 거두거라.”


당장이라도 하인을 벨 것처럼 굴던 기사단장은 황태자의 말에 검을 다시 집어넣었다. 좀 더 기싸움을 할까 황태자는 고민했으나, 할 얘기가 많이 남아있다 보니 시간 낭비를 더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응접실이 조금 정리가 되지 않은 듯 하니 다른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전하.”


‘태도가 평소와 다르군.’


일련의 일들로 예민해진 베르트는 황태자의 변화를 바로 눈치챘다. 예고 없이 자신을 찾아온 것도 그렇고, 하인에게 상처를 입힌 것만 해도 그답지 않았다.


성정이 난폭하고, 자신보다 아래인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하는 자이긴 했으나 지지 세력을 생각해 이처럼 선을 넘는 일은 없었다.


‘원래였다면, 나를 긁어대는 말들로 불만을 표했을 텐데... 황실에 내가 알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군.’


세력 변화를 알아챈 베르트는, 공작가를 무시하는 황태자에 대한 분노를 억눌렀다. 그에게 변수가 생겼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덤벼드는 것은 위험했다.


서로를 견제하며 베르트와 황태자는 공작가의 서재로 이동했고, 마주 보고 자리에 앉았다.


“수도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툭-


베르트의 물음에 황태자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으며, 책상 위로 무언가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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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 24.06.01 9 0 11쪽
67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7) 24.05.31 9 0 11쪽
66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6) 24.05.30 10 0 11쪽
65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5) 24.05.29 9 0 11쪽
64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4) 24.05.28 9 0 11쪽
63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3) 24.05.27 11 0 11쪽
»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2) 24.05.26 8 0 12쪽
61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1) 24.05.25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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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7) 24.05.21 8 0 11쪽
56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6) 24.05.20 9 0 11쪽
55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5) 24.05.19 7 0 11쪽
54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4) 24.05.18 8 0 12쪽
53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3) 24.05.17 6 0 11쪽
52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2) 24.05.16 7 0 11쪽
51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 24.05.15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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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0) 24.05.11 7 0 11쪽
46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9) 24.05.10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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