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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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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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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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3)

DUMMY



꿀꺽-


“향이 무척 깊습니다, 공작님. 덕분에 좋은 차를 마셔봅니다.”


베르트의 기대와는 달리 에드워드는 천연덕스럽게 찻잔을 들어 홍차를 넘겼다. 보이는 것처럼 강한 꽃 향과 달콤한 맛이 그의 입안에 맴돌았다.


‘차에 독을 탔음을 가리키는 흔적들이 있긴 하지만, 지금 공작은 나를 죽일만한 이유가 없다.’


그녀가 진정 자신을 죽이려 했다면, 마차 안에서 공격을 가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흔적이 남지 않았다. 적어도 이 카페 안에서 만큼은 베르트가 자신을 죽이지 않을 것이라 에드워드는 자신했다.


“.... 입에 맞는다니 다행이군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였으나, 베르트는 더욱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자신도 앞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에드워드의 것과 달리 주황빛의 색깔로, 자몽이 들어가 새콤한 맛이었다.


‘이 정도 얕은수에는 어울려주지 않겠다, 이건가? 아쉽게 되었어.’


제법 압박을 가했으나, 그는 무해한 소가주의 모습을 아직까지도 잘 유지한 채 버텨냈다. 하기사 이 정도에 흔들렸다면, 베르트가 나설 것까지도 없기에 그녀는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어디 본론으로 들어가고 나서도 똑같은 모습을 유지해 낼지 기대되는군.’


잠시 창밖을 구경하는 척, 베르트는 뜸을 들였다. 카페 안과 달리 바깥에서는 사람들의 웃음과, 경쾌한 발자국 소리가 합쳐져 꽤나 활기찼다.


“봄이 찾아오는 이 설레는 시기에, 제게 요즘 걱정거리가 하나 있답니다.”


화두를 던진 베르트는 테이블 위에 있던 부채를 챙기며 우아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떤 것이신지요?”


“최근 공작가 별장에 도둑이 침입해, 소중한 것을 훔쳐가 버렸습니다.”


한 발자국 걸음을 옮기자 베르트의 모습이 창가에 비쳤다. 그녀는 정말로 슬픈 것처럼 시선을 아래로 둔 채 입꼬리를 내렸다.


“저런, 안타깝습니다.”


베르트가 말한 ‘도둑’이 실험실을 습격한 자신을 가리키는 것을 알아챘지만, 에드워드는 상식적인 반응만을 내놨다.


“감히 공작가의 물건을 훔쳐가다니, 당장이라도 재판에 넘기고 싶었지만 공작가의 체면이 있지 않겠습니까. 실수로 인해 벌어진 일을 일부러 크게 만들 필요는 없지요.”


그녀는 다시금 한 발자국을 나아가자 구두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마치 포식 동물이 먹이를 노리며 멀리서 내는 울음소리 같았다.


“게다가 상실감이 무척 컸기에, 감옥살이 정도로 죄를 사하도록 하고 싶지는 않답니다. 그 자가 제가 느낀 고통의 몇 배는 느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최대한 조용히 처리할 생각입니다.”


그때를 불현듯 떠올렸는지 베르트의 말투에 서늘함이 뚝뚝 묻어 나왔다. 에드워드는 빈 의자에 시선을 고정해 베르트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싸늘하게 굳어있을 것이 분명했다.


“다만 조금 아쉽긴 하더군요. 삼엄한 공작가의 경비를 대체 어떻게 뚫었는지 말입니다.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면 자비를 베풀어줄 수도 있겠지요.”


또각-


베르트가 마지막으로 걸음을 디디자 그녀는 에드워드의 뒤에 위치했다. 등 뒤에서 베르트가 드러내는 압박감에 그는 온몸이 무거워졌다.


에드워드는 베르트가 자신을 죽이지 않으리라 확신하기는 했지만, 멀쩡하게 자신을 돌려보내줄지는 알 수 없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 이상 시야각도 잡히지 않아 그는 베르트의 행동을 확인하기 위해 힐끗 창문을 바라봤다.


“에드워드 소가주.”


시선의 변화를 눈치챈 베르트는 나지막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자신의 말에 집중하라는 듯이.


“슬프게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신 걸로 알고 있답니다.”


베르트의 목소리는 무척 작았으나 그녀가 친히 고개를 숙여 속삭였기에 생생하게 들렸다.


평정심을 잘 유지하고 있던 에드워드였으나, ‘같은 경험’이란 단어가 언급되자 눈길이 날카로워졌다. 베르트 또한 에드워드처럼 오르뷔 참사에서 가족을 모두 잃는 사태를 겪었으나, 그녀가 위로나 공감을 위해 이 이야기를 꺼낸 것 같지 않았다.


“얼마나 험난한 인생이셨습니까, 그 노력이 부디 허무하게 부서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에드워드의 역린을 손쉽게 짓밟으며 그녀는 회유를 권했다. 말뿐일까, 어느새 베르트의 손에 쥔 부채가 에드워드의 목에 차갑게 닿고 있었다. 얇고 레이스로 만들어진 부채였으나, 마치 목에 칼이 겨눠진 것만 같았다.


달콤한 당근 뒤에 협박과 도발을 섞은 채찍까지, 그녀는 사람을 굴복시키는 것에 이리도 능숙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베르트의 수법 앞에서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여전하군.‘


그러나 에드워드는 베르트 못지않게 사람의 감정을 마주하고 다뤄온 사람이었다. 게다가 이러한 그녀의 방식을 처음 겪는 것도 아닌지라 놀랍지도 않았다.


차분하게 생각을 가라앉힌 에드워드는 지금 얻은 정보를 조합해 상황을 파악해 나갔다. 서서히 베르트의 의도가 손에 잡히는 것 같았다.


‘어떠한 위협이나 회유도 나에게 통하지 않음을 그녀도 예상하고 있을 터. 내가 자신의 권유를 벗어나지 못할 것을 알고, 티타임에 초대한 거라면.... 이건 그저 시간 끌기일뿐이다.’


무심코 에드워드는 오르뷔가 박혀 있는 손을 조심스럽게 쥐었다가 폈다.


‘아이가 목표군.’


그가 추측한 베르트의 계획은 자신을 이곳에 붙잡아 둔 사이 집에 티시포네를 보내 아이를 납치하는 것이었다. 에드워드에게 빈말로 회유와 협박을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녀에게 있어 실패해도 상관없을 여흥에 가까웠다.


목적을 알고 나자, 그는 닥칠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클로이가 아이와 함께 있기는 했으나, 티시포네를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공작의 목표를 알아냈다고 여기서 급히 도망치려 해 봤자, 베르트가 힘으로 막으려 할 터. 여유를 부리는 척하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화를 마무리하는 수밖에 없다.’


이 방 안에는 베르트와 에드워드 외에 공작가의 시종과 호위기사도 서 있었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어딘가에 티시포네도 숨어 있을 것이 분명했기에 차라리 지금은 베르트의 계획에 넘어가 주는 것이 나았다.


‘베르트의 마지막 수를 파악하지 못한 것처럼 허세를 부려야 해. 가능한 그녀의 화를 돋워 이곳을 자기 발로 나가도록.’


“공작님께서 제 고충을 알아주시고, 이에 축복을 더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에드워드는 베르트의 압박에도 느긋해 보이도록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클로이와 아이에게 가해질 위협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으나 이를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다만 말씀 주신 도둑에 관해서는 걱정이 되는군요. 모든 일에는 적법한 절차가 있지 않겠습니까? 도둑 따위에 공작님께서 손수 힘을 쓰시는 것보다는, 경관에게 넘기시는 것이 더 좋은 모양새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베르트가 앞서 사용했던 도둑의 비유를 에드워드는 다시 끌어왔다. 마치 언급된 ‘도둑’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태도였다.


“설마, 훔쳐갔다는 것이 중요한 공작가의 서류일까요? 그렇다면 조금 복잡해지겠군요.”


에드워드는 도둑이 가져갔다는 것이 애초에 불법적인 인체실험으로 인해 피해를 본 아이라는 것을 짚어냈다. 공작가에서 이 사건을 외부로 드러낼 수 없음을 지적하는 말이었다.


“부디 조심하셔야겠습니다. 돈이 안 되는 것을 쥔 도둑이 그걸 다른 가문으로 가져가면 큰일이 벌어지겠군요.”


무슨 말을 꺼내려는 건지 뜬구름을 잡는 소리에 의문을 품던 베르트는 마지막 에드워드의 말에 움찔했다. 베르트가 가장 우려하는 것 또한, 인체실험이 세상 밖에 알려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죽일까.’


귀찮은 일이 벌어지기 전, 에드워드를 미리 처단하는 것이 좋을지 베르트는 고민했다. 그녀의 살기가 그대로 노출되었기에 에드워드도 이를 알고 있었으나 태연한 표정을 유지할 뿐이었다.


‘..... 아니, 굳이 수고를 들일 필요는 없지. 증거는 모두 없앴고 살아남은 실험체들이 있긴 하지만 그들은 무슨 실험인지 모른다. 결국 오르뷔를 이용한 인체실험이라는 것은 제로원만 확보할 수 있다면 부정할 수 있어.’


베르트는 인체실험이 노출되어 재판까지 갈 경우, 이를 의약품에 대한 테스트로 위장시킬 계획을 세웠다. 가짜 증인들과 실험체들이 억지로 서명한 서류를 이용하면, 도망친 실험체들이 증인으로 나설지라도 논란은 남을지언정 재판에서는 승리할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에드워드는 타 가문의 귀족이었기에 그를 죽이는 것은 위험부담이 컸다. 어차피 제로원만 잡는다면 에드워드가 가진 증거 또한 사라져. 그가 고발할 수 있는 방법도 없을 것이라 베르트는 판단했다.


“이런, 제 걱정이 공작님의 기분을 상하게 해 드렸군요.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생각을 끝낸 베르트는 에드워드의 목에서 부채를 치우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 그녀가 자신을 노려보는 듯하자, 에드워드는 사죄의 의미로 살짝 고개를 숙였다.


“후회할 겁니다.”


회유를 거절한 에드워드에게 보내는 베르트의 단언이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그 말을 듣지 못한 사람처럼 대답 대신 미소를 띠었고, 그녀는 더 이상 그가 꼴도 보기 싫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쾅-


베르트가 방에서 나가고, 곧 창문 밖으로 공작가의 마차가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진 것을 확인한 에드워드는 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 마차!”


그는 다급히 거리를 돌아다니며 마차를 찾았다. 베르트가 데려온 카페는 자신의 집과 한참 떨어져 있기에 뛰어서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끼익-


다행히도 금세 마차를 잡은 에드워드는 마부에게 잔뜩 동전을 쥐어주며 최대한 빨리 가달라고 부탁했다. 갑작스러운 요청이었지만, 간절한 에드워드의 표정을 본 마부는 거칠게 말을 몰았다. 심하게 덜컹거리기는 했으나 빠른 속도로 마차는 수도를 가로질러 출발했다.


‘제발.....’


에드워드는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려 애썼다. 강도단 때처럼 클로이가 무사히 버텨주길 바랄 뿐이었으나. 서서히 노을 진 하늘이 보여주듯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가 있었다.


“도착 했습-”


마차가 멈추자 에드워드는 받침대도 밟지 않고 뛰어내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짧은 복도를 지나 계단에 다다르자 그는 인기척을 내지 않은 채 빠르게 올라갔다.


철컥-


총을 꺼내 들어 안전장치를 푼 에드워드는 한 발자국씩 남은 계단을 오르며 소리를 들으려 애썼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큰 소음은 들려오지 않았다.


드디어 집 앞에 도착한 에드워드는 바짝 문쪽으로 다가갔다. 애석하게도 문은 잠겨져 있지 않았고, 무언가 일이 벌어졌음을 그는 직감했다.


‘...... 피 냄새.’


콰앙-!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는 않았지만, 문틈에서 피비린내가 새어 나왔다. 불안감이 증폭된 에드워드는 발로 문을 차, 집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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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5) 24.05.29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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