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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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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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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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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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9)

DUMMY




“......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따뜻했던 방 안은 창밖의 날씨처럼 얼어붙었다. 여왕의 말에 놀라 굳어버린 것도 잠시, 국서는 형편없이 얼굴을 구겼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여왕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극도로 날 세운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대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임을 아네. 하지만 케레스가 황위에 오른다면 역사상 최악의 황제가 될 걸세.”


여왕은 국서의 표정이 변했음에도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덤덤하게 전달하는 듯한 말투가, 그 어떤 감정도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이 오히려 국서를 미치게 만들었다.


‘어떻게 자신의 아들을 향해 저렇게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국서 또한 황태자가 황제로서 올라서기에는 아직 부족한 면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와는 별개로 기가 찼다.


권력과 돈에 관해 약하기도 하고, 제국민을 향해 가져야 하는 자애의 마음이 적은 것은 사실이나, 그럼에도 케레스는 자신과 여왕의 첫째 아들이었다.


폐위를 입에 올려야 했다면, 적어도 마음이 편치 않아 하거나 안타까운 감정이라도 내비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럼, 누구에게 황권을 주실 겁니까? 길버트는 몸이 약해 지금의 폐하처럼 제국민을 돌볼 수 없습니다. 카린은 스스로 권한을 포기했다는 것을 폐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황태자 말고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상기시키듯 국서는 따졌다. 아들을 격하하는 말에 분노가 차올라 소리 지르고 싶은 마음을 꾹 참은 상태였다.


“황족의 권한을 나눌 걸세. 짊어져야 하는 책임을 덜고 나면, 길버트도 그 자리에 올라설 수 있을 테고.... 카린 또한 결혼을 허락받고자 포기한 권한이란 것을 알지 않는가. 우리의 용서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네.”


“...... 나눠진 권력이라 할지라도 케레스는 그 자리에 못 올라간다는 말씀이시군요.”


확인하듯이 국서는 말했지만, 아니라고 말해주길 바랐다. 제발 이 모든 말들을 자신이 잘못 이해한 것이길, 다른 숨겨진 뜻을 여왕이 가지고 있길 그는 신께 간절히 빌었다.


“그래, 황태자만큼은 작아진 권력조차 갖게 할 수 없네.”


못을 박는 듯한 한마디 말에, 국서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희망이 단번에 꺾어버렸다.


“다른 아이들은 충분한 능력이 있으니 시행착오를 겪을지언정 이겨낼 수 있을 걸세. 아직 짐의 체력도 남아있으니 업무를 배울 시간도 충분하고.”


여왕이 몇 가지 설명을 더했으나, 국서의 귀에는 단어 하나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렴 그에게는 상관없는 소리였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폐하의 생각을 돌이켜야만 해.’


국서는 여왕이 아직 이 생각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음을 알았다. 그녀는 통보가 될지언정 제국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늘 그에게 먼저 말해왔기에, 여왕을 설득할 수만 있다면 이 일은 해프닝에 그칠 것이었다. 그는 입술을 깨물으며, 이 싸움에서 이기고자 의지를 다졌다.


“폐하께서 왜 이러시는지 압니다. 오르뷔 참사 때문이지 않습니까.”


작게 중얼거린 국서의 말에 여왕은 움찔거리며 반응했다.


황태자의 자질에 대한 의심은 그 사건 때부터 피어난 것이 맞았다. 오르뷔 참사의 시작은 황태자가 일부 과학자의 경고를 무시하고, 업적만을 쫓아 개량된 오르뷔를 황실에서 발표하면서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여왕은 지금도 후회했다. 황태자가 세울 첫 업적일 테니 비판도 검증도 하지 않았던 그때를 말이다. 단 한순간 여왕이 아닌 어머니로서 살았던 대가는 너무나도 컸다.


“..... 페투스, 짐은 황태자를 폐위하지 않음으로써 기회를 줬소. 참사 이후에,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스스로를 설득해 가며 말일세. 확인하지 않았던 짐의 잘못이다, 실수를 할 수도 있다, 나아질 거다.... 그러나 황태자에게서 달라진 모습을 찾을 수 없구려.”


“폐하의 손으로 임명해 평생을 황태자로 산 아이입니다!”


케레스는 둘째 황자인 길버트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황태자로 임명받았다. 대화재를 겪은 여왕이 불안감에 혹여나 자신이 죽더라도, 황제의 자리가 비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게다가 이는 황실의 후계를 걱정하는 민심을 우려한 결과이기도 했다.


국서는 그 점을 짚으며, 황태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우리들의 탓이라고 외쳤다. 일찍이 후계자의 자리에 앉히지 않고, 다른 것을 경험하게 했다면 황태자를 달리 자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케레스가 그렇게 자란 것에는 분명 짐의 책임이 있음을 아네. 그 아이가 짐을 원망한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소.”


어떠한 설득에도 여왕이 마음을 바꾸지 않자, 국서는 고해성사를 하듯 마지막으로 그의 연민에 기대 보려 애를 썼다.


“.... 저 때문에 이러시는 것이지요?”


“그게 무슨,”


“황태자가 몇 년 전, 저의 출신 가문인 러셀 후작가를 공작가로 올리려는 시도를 했었지요. 폐하께서 황태자를 강하게 질타하신 것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의자에 앉아있던 국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장의 불을 국서가 가리며 역광이 진 탓에 여왕은 그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폐하.... 그건 제 잘못이었습니다. 아비 된 자로서 부덕하여, 제 가문이 후작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안타까워 욕심을 부린 것뿐입니다. 케레스, 그 아이는 아비를 불쌍히 여긴 것 외에 죄가 없습니다. 어찌 책임을 전가하십니까.”


여왕 또한 국서와 얼굴을 마주하려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그전에 국서는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벌을 주시려면 제게 주십시오.”


마지막 국서의 말은 다른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황태자를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다면 자신에게도 동등한 처벌을 내리라는 의미와도 같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국서는 자신의 볼을 감싸는 여왕의 손이 느껴졌다. 그 손길에 따라 얼굴을 들어 시선을 맞추자, 여왕은 서글픈 눈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


그 눈빛을 국서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어떤 방식으로든 동정심을 샀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여왕이 자신을 불쌍히 여겼다면, 황태자의 폐위에 대해 철회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바꿀 수 있을지도 몰랐다.


“페투스.”


낮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국서는 여왕을 더욱 흔들고자 눈물을 흘렸다. 그는 여왕에게 결정을 돌이켜 달라고 최선을 다해 빌고 있었다. 그의 눈물이 흘러가, 국서의 볼을 감싸고 있던 여왕의 손에 닿았다.


여왕은 여전히 국서를 향해 안타까운 눈빛을 내비치고 있었으나, 그녀의 입 밖에서 나온 말은 칼보다 날카로웠고 얼음보다도 차가웠다.


“...... 짐이 아무것도 모를 거라 생각하지 마시오. 황태자가 그대의 가문을 공작가로 만들어주는 대신, 그대가 후작가의 영지 안에 황태자의 비밀스러운 창고를 만들게 해 준 것을 알고 있소.”


쿵- 국서의 머릿속에서 거대한 돌이 굴러 떨어지는 것 같았다. 부정도, 긍정도 하지 못한 채 그가 간신히 한 것이라고는 침묵하는 것뿐이었다.


“어째서 그대는 이렇게까지 황태자를 비호하는 것인가?”


국서에게서 손을 거둬간 여왕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유독 국서는 세 아이 중 황태자를 가장 아꼈다. 다른 두 아이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편애가 보일 정도였다. 그는 황태자가 잘못을 해도 크게 다그치지 않았고, 귀하고 좋은 것은 황태자에게 먼저 주곤 했다.


‘제가 폐하의 사랑을 받으려고 발버둥 치는 동안 그 아이만이 나를 이해해 줬기 때문이죠.'


그는 답을 떠올렸으나,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여왕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우리의 처음 시작이 계약이었을는지는 몰라도, 짐은 최선을 다해 그대를 사랑했소. 그러니 황태자를 황위에서 내린 들 그대에게 어떤 처벌도 가하지 않을 것이오.”


대화재 이후, 황녀였던 여왕은 바로 후계자가 되었지만 대를 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휩싸였다. 골머리를 앓던 그녀는 우연한 자리에서 지금의 국서를 만났고,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호감을 바탕으로 계약 결혼을 진행했다.


그 당시 여왕은 황권이 약했기에 힘을 얻고자 5대 공작가 중에서 결혼 상대를 고를 것이라 대부분 예상했으나, 후작가 둘째 영식인 페투스와의 결혼에 한동안 파란이 일었다. 그러나 그때는 이 계약이 진정 사랑하는 마음으로 변할 줄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 하하하-, 사랑, 저를 사랑했다고 말하십니까? 차라리 계약상의 의무를 다했다고 하십시오. 폐하께 단 한 번이라도 제가 먼저였던 적이나 있으십니까? 언제나 제국, 제국!..... 저는 늘 넘을 수 없는 벽을 바라보고 살았습니다.”


여왕의 사랑했다는 말에 국서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의 손짓 하나, 말 한마디마다 휘둘렸던 자신의 마음을 안다면, 여왕은 절대로 사랑을 들먹일 수 없었다.


밤에 숨죽여 절망했던 날들에도, 국서로서 투쟁하다 지쳤던 순간들조차 국서는 홀로 모든 것을 삼켰다. 자신보다 더 힘들었을 여왕에게 투정을 부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언사가 심하오. 짐이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런 얘기를 왜 나눴겠는가.”


악을 지르며 국서가 분노를 터트리자, 여왕은 그를 진정시키려 했다. 하지만 안정되기는커녕 감정이 동화되어 그녀도 기저에 참아왔던 국서를 향한 화가 고개를 들었다.


“솔직해지시지요, 폐하. 그저 외척이 없고 폐하께 순종하는 편한 국서가 필요했던 것 아니십니까!”


“페투스!”


결국 화를 참지 못한 여왕은 그의 이름을 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까지도 국서는 무릎을 꿇고 있었기에 이제는 그가 여왕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쨍그랑-


어떤 방식으로든 분노를 쏟아낼 것이라 예측한 것과 달리 여왕은 테이블을 짚고 가만히 서 있었다. 의아함에 국서가 여왕을 부르려고 할 때, 여왕은 몸을 숙이며 몇 번 더 테이블을 헛짚다가 와인병을 밀쳐 깨뜨렸다.


“..... 흐.. 윽... 커헉-..”


여왕의 몸이 굽어지며 시선이 가까워지자 국서는 그녀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챘다. 국서는 몸을 일으켜 여왕을 자신에게 기대게 한 뒤 괜찮은지 살피려 했으나, 울컥 여왕이 피를 토해냈다.


“.... 폐하...? 폐하!”


국서가 몇 번인가 더 여왕을 불렀지만, 그녀에게서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엄습하는 두려움에 그는 소리를 내질렀다.


“시종장! 밖에 누구든지 궁의를 불러와라, 어서!”


국서의 외침을 들은 기사가 문을 급히 열어젖혔다. 여왕이 피를 토하고 쓰러진 것을 본 기사는 서둘러 밖으로 뛰어갔다. 끔찍한 고요함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곧 궁의를 데리고 왔다.


시종장과 이 사실을 아는 한두 명의 시녀들도 침실로 모였으나, 궁의는 진찰을 위해 우선 모두를 물렸다.


침실 밖으로 나온 국서는 자신의 옷에 잔뜩 묻은 피를 허망하게 바라본 채 한참 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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