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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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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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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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6)

DUMMY

“에드, 잠깐 나 좀 보렴.”


엘리엇은 에드에게 무슨 말이든 나누고 싶었다. 남은 가족으로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만했는지도 몰랐다.


툭-


하지만 엘리엇이 에드워드와 시선을 맞추며 그의 손을 잡으려 하자, 에드워드는 거칠게 엘리엇의 손을 쳐내며 뒷걸음질 쳤다. 그런 행동을 스스로가 했다는 것에 되려 놀란 에드워드는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 혹시 내게 속상한 일이 있니?”


갑작스러운 에드워드의 거부에 엘리엇은 당황했다. 수도에서 저택까지 올 때나, 장례식 중 자신이 에드워드에게 실수한 것이 있는지 기억을 더듬었지만 잘 떠오르지 않았다.


‘에드에게 신경 썼던 시간이 너무 적었나? 아니면 장례식을 내가 대표로 진행한 것이 싫었으려나.’


워낙 정신이 없었던 데다가 아직 에드가 어리다고 생각해 물어보지 않고 결정한 부분들도 있었다. 그러한 점이 불만이었을지 엘리엇의 고민이 깊어질 무렵, 에드워드가 입을 열었다.


“.... 숙부님, 제게 잘 대해주실 필요 없습니다.”


잔뜩 가시가 돋친 말에 엘리엇은 상처받으면서도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장례식장에 온 대부분의 이들은 조용히 고인을 추모했으나, 부산스럽게 쓸데없는 말들을 늘여놓는 자들도 있었다. 자신과 에드워드 중 누가 이 공작가를 이어받을지 궁금증을 드러내며 은근슬쩍 떠보기까지 했다.


‘내가 가주 자리를 욕심낸다고 오해해 화가 난 건가?’


그는 승계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당연히 형님의 아들인 에드워드가 가주가 되리라 여겼다.


“에드, 혹시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말 때문에 그런 거라면....”


“아니요, 숙부님.”


엘리엇이 설명을 하려 했지만, 에드워드는 여전히 단호했다. 괴로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볼 뿐 무슨 일 때문에 이리 차갑게 자신에게 구는지 설명해주질 않았다.


“부탁이다, 내게 화난 일이 있다면 무슨 일인지 말해주렴.”


그는 하나 남은 조카와 이렇게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 오해가 있다면 풀려고 했고, 속상한 점이 있다면 용서를 구하려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엘리엇은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모른 채였다.


“에드, 내 사랑하는 조카. 제발...”


다급한 마음에 엘리엇은 에드워드를 붙잡으려 간절히 말했으나, 그의 반응은 처참했다. 충격을 받은 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입술을 깨문 것이었다.


‘어째서.....’


엘리엇은 자신의 말에 왜 에드워드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에드워드와 자신 사이에 높은 벽이 생긴 것만 같아 그도 마음이 미어져만 갔다. 아무리 노력해 봐도 그 벽을 넘지 못할 것 같았다.


속상해하는 엘리엇의 모습에 에드워드는 주먹을 꼭 쥐었다가 풀더니, 결국 숨겨 두었던 말을 털어놓았다.


“숙부님은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으셨습니까?”


“무엇을...?”


아까까지만 해도 인상을 쓰고 있던 에드워드의 표정이 이번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공허하게 바뀌었다.


“가장 어린 데다가 수도에 잘 가지 않아 황궁의 지리도 모를 제가, 폭발이 일어나 무질서가 된 그곳에서 혼자 살아남은 것이 말입니다.”


엘리엇은 에드워드를 바라봤다. 텅 비어있는 에드워드의 눈에 다시금 그 화마의 순간이 새겨지는 것만 같았다.


“...... 저만 아니었다면, 모두 살아계셨을 겁니다.”


작은 중얼거림이 에드워드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함축적인 말이었으나, 엘리엇이 이해하기엔 충분했다. 죽은 세 사람 모두, 에드워드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했다는 의미였다.


바꿔 말하면, 에드워드는 가족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모두 봤다는 말이었다.


‘세상에....’


엘리엇은 에드워드를 구출한 기사에게 간단한 내용만을 전달받았다. 황궁 정원 근처에 쓰러져 있었다고 들었기에, 우연히 도망치다가 그곳에서 구조된 줄로만 생각했다.


짐작했던 것보다 에드워드가 감당해야 했던 고통은 훨씬 무거운 것이었다. 그 어떤 말로도 에드워드를 위로할 수 없을 것만 같아 엘리엇은 침묵했다.


“그러니 숙부님, 저는 공작가에 있을 자격이 없습니다.”


떠나는 것을 암시하는 에드워드의 말에 그제야 엘리엇은 퍼뜩 정신이 들었다. 급하게 에드워드를 붙잡으려 했으나 어느새 그는 엘리엇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았다.


“..... 감사했습니다, 숙부님.”


마지막 인사만을 남긴 채, 에드워드는 장례식장에서 사라졌다. 그 뒤로 저택 어디에서도, 영지에서조차 그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간신히 소식을 접하게 된 건 그로부터 몇 년 뒤, 수도의 신문에서 명탐정으로 유명해진 에드워드에 대한 기사 인터뷰였다. 무사하다는 생각에 안심한 것도 잠시, 엘리엇은 에드워드에게 연락을 전하고 싶었다.


다만 이걸 에드워드가 바랄지 고민하느라 시간은 더 흘러갔다. 보내지 못하는 편지가 쌓여갈 무렵, 후작가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에드워드가 보낸 것으로, 안부를 묻는 짧은 카드와 함께 작은 선물이 들어있었다. 다시 연락을 주고받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네 상처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헤집어놓기만 했지. 기다려야 했으나, 조급한 마음에 다 망쳐놨어.”


엘리엇은 눈앞에 앉아있는 이가 장례식장에서의 어린 에드워드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에드워드의 속 깊은 성격상, 그는 엘리엇을 위해 굳이 이 일을 언급하지 않으려 할 것만 같았다.


이 일을 잊어버린 척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엘리엇은 에드워드에게 용서를 빌었다.


“..... 숙부님, 사죄드려야 할 사람은 저입니다.”


“아니, 그렇지 않다.”


엘리엇의 단언에도 에드워드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엘리엇이 수도에서부터 장례식의 마지막 날까지 자신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에는 혼자 살아 돌아온 저를 모두가 미워할 거라 그리 여겼습니다.”


왜 그렇게 판단했었는지는 나중에야 깨달았다. 주변인들의 행동과는 상관없이 에드워드 스스로가 자신을 원망했기 때문이었다.


“좀 더 자란 후에야, 제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겠더군요.”


참사의 전후를 회상해도 괜찮을 정도로 시간이 흘렀을 때, 에드워드는 그들의 표정을 기억해 냈다.


혼란 속에서 후작가의 모든 것을 짊어지고도, 바쁜 와중에 에드워드를 항상 살피던 엘리엇. 에드워드를 찾아와 방문을 두드리고, 문을 열어주지 않아도 그들이 소중히 여기던 물건들을 방 앞에 두고 갔던 사촌들.


식사를 거르자 한 입만이라도 드셔야 한다며, 늘 곁에 함께 있으며 건강을 염려해 주던 폴과 시종, 시녀들까지.


“용서를 바랍니다, 숙부님.”


스스로가 인식하지 못했던 그 순간에 얼마나 많은 보호와 애정을 받았는지 에드워드는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이런, 에드.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 게다가 그 일 이후에도 먼저 다가와 준 건 늘 너였단다. 비겁했던 나를 용서해 주렴.”


“숙부님....”


에드워드는 숙부의 말에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을 깨닫고 나서도 그는 쉽사리 저택으로 향하지 못했다. 죄책감은 해가 갈수록 쌓여가서 더욱 저택의 식구들을 마주할 수 없었다.


회귀 전에도 에드워드는 죽을 때까지 이 저택에 돌아오지 않았다. 이렇게 숙부와 마주 보고 속내를 털어놓는 것은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 하하, 샬럿에게 고마워해야겠구나. 그 아이가 아니었다면 저택에서 널 보기 어려웠을 테니.”


농담 삼아 엘리엇은 꺼낸 말이었지만, 에드워드에게는 정말로 그러했음을 알기에 양심이 찔렸다.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어내고 나자, 평온해진 엘리엇은 에드워드의 제안을 다시 꺼냈다.


“그래, 샬럿이란 아이의 입적을 부탁했었지. 진행시켜 주마.”


“정말이십니까?”


순순히 엘리엇이 허락을 내리자, 에드워드는 기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럼, 뭐가 어렵겠느냐. 네가 소중히 여기는 아이에게 못해줄 일도 없지.”


감사하다는 말을 에드워드가 꺼내려는 순간, 엘리엇은 이를 손으로 잠시 막았다.


“다만, 조건이라고 하기는 뭐 하지만 종종 저택으로 데려 오너라. 이사벨이랑 필립이 아주 좋아하더구나.”


에드워드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엘리엇도 샬럿이 마음에 들었다. 조카처럼 영특한 구석이 있기도 했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참으로 예쁜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럼요, 숙부님. 자주 오겠습니다.”


엘리엇의 마음을 에드워드도 눈치챘기에,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약속했다. 에드워드 또한 그동안 오지 못했던 만큼 이곳에 자주 들리고 싶었다.


“덧붙여 말하자면, 후계자 권한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말거라. 샬럿도 공평하게 자격을 물려받을 것이란다.”


“아닙니다, 숙부님. 그렇게까지...”


뜻하지 않은 제안에 오히려 에드워드는 당황했다. 후작가의 것들을 탐낼 생각은 없었다. 오랫동안 저택에 돌아가지 않은 자신을 명부에서 지우긴커녕, 소가주의 자리를 내려준 것만 해도 에드워드는 이미 충분한 것을 받았다고 여겼다.


“한 번도 이 자리가 내 것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단다. 만약 네가 나타나서 가주가 되길 원한다면 언제든 물려줄 생각이었지.”


엘리엇은 전 공작이 자리를 비울 때마다 공백을 메꿔왔기에 이번에도 그와 다름없다고 여겼다. 좀 길게 맡고 있다는 것일 뿐, 주인이 원하는 때가 오면 돌려줘야 한다고 결정해 놓은 자리였다.


“그렇지만 탐정으로서 네가 자리를 잡은 것을 보니, 가주의 자리에는 욕심이 없어 보이는구나.”


엘리엇으로서는 에드워드가 자리에 욕심이 없다면, 그 기회를 샬럿에게라도 주고 싶었다. 그것이 마땅한 도리라고 그는 생각했다.


“정말 괜찮습니다, 숙부님. 제게는 소가주의 자리만으로도 과분합니다.”


염치가 없다고 여긴 에드워드는 다시 한번 더 거절의 말을 엘리엇에게 전했지만, 그는 완고한 말투였다. 혹시나 에드워드가 소가주마저 거절할까 봐 엘리엇은 명확하게 이를 짚기까지 했다.


“네가 소가주를 맡고 있다가 이후 정식으로 후계자 시험이 열리게 되어, 뒤를 이을 자가 결정 되면 그때 물려주도록 하거라. 그래야 샬럿도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겠니.”


거절을 에드워드가 말하기 전에, 엘리엇은 선수를 쳤다.


“이제 복잡스러운 이야기는 그만두고, 수도에서의 생활이나 더 말해보렴. 후작가와는 어떻게 달랐을지 궁금하구나.”


아까와는 달리, 완전히 이야기를 돌려버리는 태도였다. 더 이상 에드워드가 설득해 봤자 엘리엇은 들어줄 것 같지 않았다.


“..... 감사합니다, 숙부님.”


조심스럽게 에드워드가 그의 배려를 받아들이자, 엘리엇도 햇살과 같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이번엔 블루치즈와 꿀이 올려진 크래커를 한 입에 넣은 엘리엇은, 에드워드의 잔에 와인을 더 따라주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새벽이 가도록 이어졌고, 그동안의 해후를 푸는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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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 24.06.01 9 0 11쪽
67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7) 24.05.31 9 0 11쪽
»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6) 24.05.30 11 0 11쪽
65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5) 24.05.29 9 0 11쪽
64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4) 24.05.28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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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1) 24.05.25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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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6) 24.05.20 9 0 11쪽
55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5) 24.05.19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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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2) 24.05.16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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