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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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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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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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2)

DUMMY

덜컹덜컹-


어둠이 내린 창밖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베르트는 시선은 고정한 채 의자에 깊게 몸을 기댔다.


“지금 몇 시 정도 되었니?”


“새벽 1시입니다. 공작님.”


호위기사가 시계를 보며 대답하자, 베르트는 남은 시간을 계산했다.


‘지겹도록 수도는 멀다니까. 아직도 3시간이나 더 가야 한다니.’


밤이라 바깥 풍경마저 잘 보이지도 않았고, 혹시라도 상황에 변수가 생길까 베르트는 일할 거리도 가져오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휴식밖에 없기에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으나, 이 사태에 대한 언짢은 기분이 올라왔다.


“...... 또 집무실이 더러워지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죄송합니다, 가주님. 이번에는 꼭 임무를 완수해 내겠습니다.”


그녀가 잠을 청하려는 줄 알고 잠시 긴장을 풀었던 호위 기사는 갑작스러운 베르트의 말에 움찔거렸다. 그가 무언가 대답하기도 전에, 어느새 열차 특등칸 복도에 서 있던 티시포네가 문을 열고 대답했다.


“아무렴, 내가 직접 나서기까지 했는데 실패할 리가 없지. 완벽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내 앞에서 무능이나 보여주지 마렴.”


짜증이 올라온 베르트는 다시 눈을 뜨고 차갑게 티시포네를 바라봤다.


실험실이 폭파되고, 아이를 뺏겼던 것이 시작이긴 했지만, 더욱 그녀를 거슬리게 만들었던 것은 카넬이었다. 아이가 에드워드에게 있다는 정보를 그에게서 받은지라, 화원보다 정보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무척 베르트의 심기를 상하게 만들었다.


“명심하겠습니다.”


공작이 매우 불쾌해함을 눈치챈 티시포네는 더욱 고개를 낮게 숙였다. 늦은 시간인지라 다시금 피곤이 몰려오는지 베르트는 손을 휘저어 나가라는 뜻을 내비쳤다.


처음에 나타났을 때처럼 티시포네는 특등칸 문 앞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고, 열차 안은 다시 침묵을 맞았다.


‘지금쯤이면 크로퀴스 경계에 도착했을 텐데....’


완벽한 계획에 따라 벤투에게서 제로원과 함께 저택으로 향하고 있다는 연락까지 받았으니, 더 이상 위험 요소가 없었다. 설사 에드워드가 뒤쫓아 오거나, 그가 실험실을 폭파할 때 힘을 보탰던 집단이 다시 돕는다고 할지라도 헛수고일 것이라 그녀는 자신했다.


베르트와 벤투가 따로 움직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제로원을 저택으로 옮기는 것은 그야말로 잡일이었고, 종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기에 특별히 벤투에게 합류해야 할 이유도 없어, 베르트는 편하고 빠른 기차를 타고 저택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티시포네가 움직이는 길목을 소가주가 알 리 없고, 설마 추리해 따라왔다고 한들.... 손수 내가 교육시켜 놓은 그림자들이 그를 괴롭힐 수 있는 좋은 기회지.’


오히려 준비가 과했지 부족하지는 않다고 베르트는 생각했으나, 기차를 타기 전 승리를 예상했던 직감이 왜인지 근거 없는 불안감으로 자꾸만 뒤덮였다.


‘일이 너무 잘 풀리니, 별 이상한 생각이 드네.’


초조함을 무시하며 베르트는 벽에 머리를 기댔다. 쓸데없는 걱정은 그만두고 쪽잠을 청하기 위해서였다. 끝내 한 치 앞을 보지 못한 베르트는 열차를 타고 유렌가로 향했다.




.

.

.




“벤투 님, 여기가 크로퀴스 경계선의 시작입니다.”


“티시포네 전원 긴장을 늦추지 마라!”


낮은 목소리로 벤투가 명령을 내렸고, 뒤따르던 그림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 문제는 없나?”


“예! 이상 없습니다.”


제로원을 태운 마차를 두드리며 그가 묻자, 안에 감독하고 있던 그림자가 대답했다. 모든 것을 확인한 벤투는 말에 탄 채 먼저 숲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유렌가의 영지 안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지름길이지, 유렌가 출신도 아닌 그놈이 알 수 있을 만한 곳이 아니다.’


크로퀴스의 경계 부분은 길들이 모두 매끄럽지 못했다. 산맥이 자리 잡고 있기도 했고, 안전한 길목들은 대부분 빙 돌아가는 길이었다. 군데군데 숲길이 나있기는 하지만 중간에 끊기거나, 가다 보면 어차피 다른 길목들과 만나는 등 굳이 사용할만한 도로가 못 되었다.


그 많은 이상한 숲길 중에서도 이곳만큼은 특별했다. 일직선으로 길이 뚫려있고, 최소 1시간은 단축할 수 있는 경로였다. 문제가 있다면 마차 하나 간신히 지나갈 정도의 통로인 데다가, 길에 단차가 있기에 습격당하기 좋아 도적들이 사용했었던 길이라는 점뿐이었다.


‘만에 하나의 확률이겠지만 직감이란 것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 이래도 쫓아온다면 죽는 것보다 고통스럽게 해 주지.’


벤투는 이를 으득 갈았다. 실험실 사건 때 에드워드의 손에 4명의 그림자들을 잃었던 것을, 기억에 새겨두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들 중 한 명과는 처음 티시포네를 만들 때부터 함께 했었던지라, 그는 복수하고 싶은 마음을 참아왔다.


다그닥-


길이 좁아 평지에서만큼 달릴 수 없기에, 마차와 말들은 일렬로 늘어서 천천히 나아갔다. 혹시 모를 습격에 대비하며 그들은 무장한 채 주변을 눈여겨봤지만, 특별한 사항은 없었다.


“벤투 님,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지름길을 지난 지 반 이상이 되었을 때, 벤투 곁에 있던 그림자가 그에게 말했다. 귀가 예민한 부하였기에 벤투는 다급히 모두에게 신호를 보냈고, 이에 따라 말들이 멈췄다. 행렬에서 나는 소리가 없어지자, 벤투에게도 저 멀리서 말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투 준비!”


그가 크게 소리치자, 그림자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었다. 이제는 뒤에 있는 그림자들에게도 말발굽 소리가 천천히 들려오고 있었다.


‘가만, 천천히?’


무장을 명했기는 하지만, 벤투는 의구심을 품었다. 적이라고 보기에는 행동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그들을 습격하고자 했다면 숲에 있는 나무들 사이에서 대기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었다. 이 길의 도착점에서 반대로 출발하여 정면으로 오는 것은 미리 대기하고 있는 벤투 쪽에게 오히려 유리했다.


‘멍청한 것인가, 아니면....’


적이 아닐 가능성도 있었지만 한 두 마리가 아닌 말발굽 소리였기에, 단순히 이동하는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도적들을 만나기 좋은 이 밤중에 움직이는 상단이 있을 리도 없었다.


누가 오든 수상한 상황인지라 벤투는 주의를 집중해 앞을 살폈다.


“...... 벤투 님! 저희입니다!”


드디어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이 공격 범위 안에 들어오자, 모든 그림자들은 무기를 겨눈 채 벤투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들은 아까보다도 더 속력을 낮춘 상태였는데, 맨 앞쪽의 두 명은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듯이 두 손을 들고 있었다.


“.... 로니?”


그중 한 명은 로브의 모자를 걷은 상태였기에, 벤투는 그림자 중에 한 명인 그녀를 바로 알아보았다.


“너희가 왜.....”


분명 다른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이들이 여기까지 오자, 그는 혹시나 계획이 틀어졌나 싶어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길래 내가 직접 명했다.”


그때, 로니의 뒤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쪽에 있던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옆으로 살짝 비켜섰고, 벤투는 중간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볼 수 있었다. 밤중이라 새하얀 머리카락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그녀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샤토 님.”


로니를 인지했음에도 총을 내리지 않던 벤투는 그제야 무기를 거두고 말에서 내렸다. 그가 무장을 해체하자, 다른 티시포네도 그를 따라 무기를 집어넣었다.


“도착이 늦어져 죄송합니다만, 여긴 위험합니다.”


원래 샤토는 크로퀴스 경계선 너머 평지에 다다렀을 때 접선할 예정이었다. 사실 이 작전에 있어 그녀가 꼭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데려올 아이가 제로원이 맞는지 자신이 확인해야겠다며 계획을 세울 당시 고집을 부렸다.


‘실험실에서 티시포네가 지키고 있었는데도 제로원이 도망쳤지. 이들 중 누군가 제로원의 탈출을 도왔는지도 모른다.’


제로원을 잃어버린 이후, 샤토는 티시포네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실험실 사건으로 인해 그들이 죽음으로 경질당했음에도, 베르트에게 뺨을 맞았던 스스로가 더 억울했던 탓이었다. 베르트조차 티시포네에 배신자가 있을 것이라 판단하지 않았으나, 샤토는 괜한 의심을 더해갔다.


“되었다. 지금 당장 제로원을 확인할 것이야.”


“샤토 님, 이 길목은 적을 마주칠 경우 대응이 어렵습니다. 기존의 계획대로 경계선을 빠져나가신 이후에....”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가며 벤투가 설득하려 했으나, 샤토는 힐끗 그를 쳐다보더니 말을 잘랐다.


“티시포네의 명성도 다 헛것이군. 안 그런가?”


명백히 그들을 낮잡아보는 태도는 물론, 거의 시비를 거는 듯한 말투였다.


“..... 죄송합니다.”


“자네들이 제로원을 제대로 데려왔는지 내가 어떻게 믿지? 만약에라도 다른 것과 착각했다면 누가 책임질 건가.”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기에 곁에 있던 그림자 몇몇은 주먹을 쥐었다. 특히나 샤토를 경호하고 있는 5명의 티시포네는 벤투에게 죄스러워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그들도 똑같은 것을 우려해 샤토를 말렸으나 막무가내였다.


심지어는 타고 온 마차까지 끌고 이 길목으로 들어오려고 해 하마터면 좁은 길이 막힐 뻔했다. 말을 타고서만 벤투에게 갈 수 있다고 설득하는 것만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 알겠습니다, 제로원이 마차에 타고 있으니 얼굴을 확인하시지요. 그 이후에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내 앞에 데려 오게.”


“샤토 님.”


“왜, 제로원을 또 저번처럼 놓치게 될까 걱정하는가? 내 앞에서 그럴 리 없으니 빨리 데려오기나 하게. 제로원이 나에게 반항하지 못하는 모습을 그동안 똑똑히 봤으면서 이리 구는군.”


실험실에서 제로원이 도망쳤을 때도, 샤토는 자신이 직접 그곳에 있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 자신했다. 제로원에게 단순히 실험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복종하도록 가르쳐왔기 때문이다.


“..... 데려와라.”


벤투의 명령에 옆에 있던 그림자가 입을 달싹였다.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었지만, 누가 봐도 비합리적인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벤투가 가장 잘 알고 있었으나, 그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때때로 가주님조차 꺾지 못하시는 고집을, 내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베르트가 진행하는 무기사업과 인체 실험 모두 샤토가 없었다면 시작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그만큼 샤토는 큰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실수하더라도 넘어갈 때가 많았다. 늘 떠받들어지는 인생을 살다 보니 이렇듯 남의 의견을 수용하는 법이 없었다.


지금같이 위급한 상황에서조차 샤토는 자신의 감정이 먼저였다. 매 번 죽을 각오로 가주의 명령에 임하는 벤투는 샤토의 말에 복종은 하나, 짜증이 솟구칠 수밖에 없었다.


달칵-


기어코 마차 옆에 서있던 그림자가 문을 열자, 샤토 또한 그제야 말에서 내려 제로원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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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2) 24.06.02 11 0 12쪽
6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 24.06.01 9 0 11쪽
67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7) 24.05.31 10 0 11쪽
66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6) 24.05.30 11 0 11쪽
65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5) 24.05.29 9 0 11쪽
64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4) 24.05.28 10 0 11쪽
63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3) 24.05.27 11 0 11쪽
62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2) 24.05.26 8 0 12쪽
61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1) 24.05.25 10 0 12쪽
60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10) 24.05.24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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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7) 24.05.21 8 0 11쪽
56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6) 24.05.20 10 0 11쪽
55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5) 24.05.19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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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3) 24.05.17 6 0 11쪽
» case 5 : 크로퀴스 후작가 싱크홀 사건 (2) 24.05.16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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