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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에이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최근연재일 :
2024.09.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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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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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50)

DUMMY

거의 시체가 되어버린 네 마리의 변견을 어떻게 처리할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다행히 룸의 방음은 꽤 좋았다.


“대화가 되는 놈이라도 있는지 확인해봐.”

“......”


전투의 여신과 분노의 투사가 자신이 만든 작품들을 건드리며 복구가 가능한지 타진하고 있다.


나는 소파에 앉아 본능적으로 앞에 놓인 호박색 액체를 기계적으로 잔에 따르고는 입으로 가져갔다.


크으! 화끈한 목 넘김이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안동’, 뭐해?”

“응, 여기 왜 이게 있냐?”

“당연히 주문했지, 그래야 룸을 이용할 수 있으니까.”

“그렇지? 향은 별로네.”

“그래? 줘봐 내가......”

“집중 안 해요?”


매서운 전투의 여신이 뿜어내는 서린 눈빛에 ‘브로’와 나는 호박색 액체가 찰랑이는 아름다운 병을 옆으로 치우고 시체가 되기 직전인 변견 중에 그나마 의식이 돌아오고 있는 변견 사호를 각성시켰다.


으아아악! 아아악!


미안하다, 변견 사호! 시간이 마냥 흘러가게 둘 수는 없잖아?

내 발이 변견 사호의 ‘소중이’를 살짝 아아주 살짝 눌러 주었다.

효과는 깜짝 놀라울 정도로 최고였다.

변견 사호의 기습적인 비명에 놀랐긴 했지만, 효과는 정말 최고였다.


“안녕하십니까? 헌터 라이선스 넘버 원 ‘안동’ 킴입니다. 잠시 대화 가능하실까요?”

“왜, 왜? 이러십니까?”

“약 십일 전에 이곳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중형차를 폐차시켰지요?”

“모, 모릅니다, 제, 제가 이곳 출신이 아닙니다.”

“그렇군요, 이것 참 대화가 될 줄 알았는데 안타깝군요. ‘아라’?”

“안녕하세요? 헌터 라이선스 넘버 투 ‘아라’ 킴입니다. 잠시 대화 가능하실까요?”

“에, 에, 지, 진짭니다.”

“안타깝네요.”


‘아라’가 변견의 눈을 보다가 외면하고 천천히 몸의 아래로 시선을 옮기자, 변견 사호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더니 결국 바지 중앙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노란 액체를 슬며시 배출한다.


‘아라’가 ‘안동’을 따라 하면서 헌터 라이선스 넘버 투란 말이 튀어나왔을 때 ‘브로’는 상황 때문에 큰소리로, 항의하지 못하고 소심하게 종알종알 거침없이 퍼부었다.


‘내가 넘버 투라고! 왜? 네가 넘버 투냐고? 이건 아니지!’ 작은 소리가 큰 소리로 올라가려는 순간 변견 사호의 경련과 노란 액체의 배출을 목격한 ‘브로’는 입을 다물고 내 뒤로 몸을 숨겼다.


“죄, 죄송합니다. 용돈벌이였어요. 지, 진짜 살인을 하려고 한 건 아닙니다.”

“말 더듬지 말고 차분히 답하세요, 폐차에 관해서 물었는데 답은 살인에 관해서 나왔네요?”

“죄......송합니다. 몰랐습니다. 단순한 의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요, 그렇게 차분히 대답하시면 됩니다. ‘브로’?”

“안녕하십니까? 헌터 라이선스 넘버 원원 ‘브로’ 캉입니다. 잠시 대화 가능하실까요?”

“......”


하아! 진짜 창의성 없는 전투의 여신과 분노의 투사를 어쩌냐?

변견 사호도 입을 다물게 만든 창의성 부재를 고민하고 있을 때 ‘브로’의 심문이 이어졌다.


“누구에게 의뢰, 받았을까요?”

“여기 카지노를 이용하시는 분인데 몇 번 술자리를 같이했습니다.”

“관계가 아니라 누, 구, 냐, 고 물었습니다만?”

“그게, 술자리 몇 번 한 게 답니다.”


어쩐지 쉽게 간다, 했다.

이렇게 잘 풀리면 사건이 아니겠지.


“의뢰 내용?”

“지정하는 사람을 린치하고 모든 것을 빼앗고 이곳에서 쫓아내는 거였습니다.”

“내용과 결과가 심하게 다르네요?”

“둘은 차를 처리하고 둘은 린치를 가하는 거였는데 몇 대 맞고는 바로 숨을 쉬지 않아서......”

“당신들이 폭력을, 휘두르면 일반인들이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까?”

“저, 정말 가볍게 겁만 주려고 했습니다.”


이놈들 이용당한 거다? 아닐 거다.

탈탈 털린 놈을 주워서 갔다, 버리면 깔끔한 처리가 될 수 있었겠지.

하지만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하겠는가?

이렇게 똑똑한 일 처리를 하는 양반이?

결론은 났으니, 마무리가 남았다.


“‘아라’, 의뢰자와 만난 날짜 시간 그리고 유기한 시체 위치까지 받아내고 나머지 정보도 십 분 안에 확보해 줘.”

“알았어요.”

“‘브로’, 흔적을 지워야겠다.”

“알았어.”


‘브로’가 룸을 나가고 나는 룸 안의 흔적을 지우며 ‘아라’가 정보를 뽑아내는 동안 잠시 기다렸다가 ‘아라’가 변견 사호의 목을 꺾는 것을 보고 거의 삼도천을 넘어가기 직전인 나머지 변견들의 목을 꺾어서 고통을 없애 주었다.


폭행치사라고 주장하지만, 눈에 어린 공포보다 거짓이 더 지분이 많았다.

거짓은 저들이 린치가 아닌 살인을 계획한 계획 살인으로 판명되는바 사형이다.

특히 청부살인은 괴물 초기 단계임을 확신한다.


괴물이 아닌 변견은 사실 전치 오십이 주가 적당했지만, 죄질이 나빴다.


“‘안동’, 제가 먼저 ......”

“괜찮아, 얼마 안 가 괴물이 될 놈들이었어.”

“의뢰 금이 일 인당 일억이었습니다. 청부살인이 확실했어요.”

“잘했어, 흔적이 지워졌는지 확인하고 철수하자.”

“네, 알겠어요.”

“‘브로’, 철수하면 되지?”

“응, 철수해.”


‘브로’ 이름이 철수다.

철수, 철수 하니까 이상하네?


“걍~ 철수할까?”

“이름은 건들지 말지?”


흐흐흐! 바로, 반응이 들어오는 게 손맛 아니 입맛이 찌릿하다.


나와 ‘아라’는 서로의 간격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며 태연히 변견이 가지고 있던 현금으로 계산하고 유흥업소를 나와 밴으로 복귀했다.


“‘안동’, 마지막 걍~ 철수할까? 정말 좋았어요.”

“그렇지? 내가 목소리는 정말 좋다니까.”

“야! 내가 어릴 때 이름으로 놀림당하고 지금이 처음이다, 너무 유치하다고오!”

“아닌데? 너 군에 있을 때 놀림이 최고였잖아.”

“어, 어떻게 알았어?”

“군에서 제일 많이 쓰지 철수하라! 철수하라! 철수는 철수하라!”

“호호, 철수는 철수하라! 호호호!”

“그래, 가지고 놀다가 제자리로만 갖다 놔라.”


우리는 괴물이 아니다.

그래서 괴물이라고 해도 인명을 해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일이 끝나면 억지로 웃고 장난을 치고 음식을 탐하고 정을 탐한다.

이게 잘못되면 술과 담배, 폭력성 그리고 심하면 약으로 잘못된 길을 가고 결국은 파멸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가족이다.

서로를 감싸주고 목숨을 걸 수 있는 가족이다.

가족을 팀원으로 가진 우리는 시작부터 행운을 품고 시작했다.


“‘안동’, 오늘도 밴에서 모니터 보면서 밤을 지새워야겠다.”

“‘브로’, 야식은 챙겨야지.”

“빵은 안 돼요, 너무 많이 먹었어요.”

“만두? 만두 어때?”

“만두는 언제나 정답이지!”

“괜찮네요.”


‘아라’가 확보한 정보인 살인 의뢰자와 만난 날짜와 시간 전후로 이곳 CCTV를 모두 봐야 하는 끔찍한 일이 남아있었다.


“내가 빨리 갔다 올게.”

“잡아! ‘아라’!”

“잡았어요.”

“왜 이래? 징그럽게.”

“정말 징그럽다, 어떻게 도망을 생각하냐? 눈에 불을 켤 생각을 해야지.”

“내 눈 속성 얼음이라서 그래.”

“‘아라’, 이참에 ‘안동’, 묶어서 모니터 보게 할까?”

“그 방법이 최선일 것 같네요.”

“하하, 장난이야, 빨리 보자, 만두는 손가락과 폰에게 넘기고.”


‘백성의 배달’ 앱으로 만두를 듬뿍 시키고 우리는 밴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숨은그림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밤이 지나가고 아무 성과도 보지 못해 눈이 퀭해진 좀비의 모습을 한 우리는 사우나에 가서 씻고 한숨 푹 자고 일어나니 벌써 저녁 시간이 다가왔다.


사우나 앞에서 만난 우리는 간단하게 정식집에서 저녁을 먹고 밴으로 돌아와 모니터를 계속 주시했다.


“‘아라’, 시체 유기 장소는 안 실장님께 넘겼어?”

“네, 내일 출발한다고 연락, 왔어요.”

“혹시 내가 급하게 필요한 상황이 생겼거나 하진 않았지?”

“네, 탈출은 꿈 깨세요.”

“우리 모니터 요원 구할까?”

“있으면 좋지, 바로바로 정보지원이 가능하면 작전도 훨씬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겠지.”

“지원팀에 이제 청소부로 아저씨가 있으니까 천천히 처리 요원, 모니터 요원을 구하면 지원팀도 완성이네요.”

“사람 구하는 게 제일 어려워.”

“맞지, 그래도 꾸준히 구해봐야겠다.”


모니터를 보던 ‘브로’가 갑자기 나를 잡고 흔든다.


“‘브로’, 말로 해! 왜 그래?”

“저 사람 알지?”


모니터에 나타난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를 가리키며 묻는데 어디서 많이 본 행동 패턴이 몸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와 같은 출신이군.”

“너와 상당히 가까운 사이였어.”

“어디서 많이 본 체형인데 ‘킬팍’?”

“빙고! 여기서 보네.”

“왜 여기 있지? 그리고 가까운 사이 아니야.”

“그럴까? 만나서 물어보면 되지.”

“뭘 물어?”

“너랑 가까운 사이인지, 여기 왜 있는지.”

“아무튼 만나보자. ‘아라’, 우리 갔다 올게.”

“네, 다녀오세요.”


‘브로’와 난 ‘아라’를 밴에 남겨두고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킬팍’에게 다가갔다.


그에게 다가서자, 처음엔 길을 비키더니 다시 앞을 가로막자 그제야 우리를 쳐다보고는 눈을 똥그랗게 치켜뜨며 입을 벌리고 놀람과 동시에 알아본다.


“어! 고릴라? ‘브로’? 맞지?”

“하이! 선배 여기서 보내요.”

“선배! 고릴라 아니고 ‘안동’이라고!”

“어, 여긴 어쩐 일이야?”


내 항의를 가볍게 무시하고 물어본다.


“그건 우리가 물어봐야지 전역했어요?”

“응, 작년에 나왔어.”

“우린 일 보러 왔습니다.”

“선배 커피 한잔해요.”

“그래 저기 들어가자.”


‘킬팍’과 우리는 근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나 여기서 가까운 연수원에서 교관으로 있다.”

“성호 연수원?”

“어! 알고 있네, 숙식도 되고 연봉도 괜찮아.”

“동생 있었잖아요, 같이 사는 거 아닙니까?”

“같이 있지 여기도 동생이 있어서 온 거야, 연수원 보안 담당이거든.”


나는 음흉한 눈빛을 ‘브로’에게 보냈다.

내 눈빛을 받은 ‘브로’는 존경의 눈빛을 다시 내게 보낸다.


“‘안동’, 징그럽고 느끼한 눈빛은 뭐냐?”


이 색, 내가 생각하는 방향을 전혀 짐작도, 못하고 있다.


“...... 선배 일은 적성에 맞아요?”

“그냥 그렇지, 운동은 어제든 할 수 있어서 괜찮아.”

“우리는 국정 의뢰 받아서 일하고 있는데, 관심 있어요?”


어제 일어난 일에 프로의 냄새를 맡고 이곳에 서성거린 건 우연이 아니다.

프로다운 일에 목말라 있을 ‘킬팍’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들이댔다.


나는 앞뒤 다 자르고 직접적으로 물었다.

그러나 ‘킬팍’은 답 대신 물음으로 응답했다.


“정 과장이 복귀한 게 너희와 관계있는 거냐?”

“어! 연락하고 있는 겁니까?”

“내가 정 과장 밀려날 때 더러워서, 나왔거든.”

“이 차장도 소각된 거 알아요?”

“그것도 너희가?”

“뭐 일이 좀 많았어요.”


군 시절 당시 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은 모두 고인이 되신 강아지 애비 이 차장과 악연이나 원한이 조금씩은 가지고 있었다.


충격이 큰지 잠시 못생긴 얼굴이 더욱 일그러지며 생각에 잠겼다가 잠시 후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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