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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에이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최근연재일 :
2024.09.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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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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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41)

DUMMY

‘브로’가 ‘아! 저놈과 붙어 있다 보니 누군지 잊어......’ 혼잣말을 하면서 기운이 쭉 빠져나가는지 의자에 푹 늘어진다.


“‘안동’, 한 정 밖에 없어요?”


장난감이 가지고 싶은 어린아이의 눈을 하고 ‘아라’가 내 눈을 바라보며 간절한 마음을 선보인다.

축 늘어진 ‘브로’도 움찔하는 것이 관심을 보인다.


“가지고 싶지?”

“네, 없어요?”

“왜? 없겠어, 우리 것하고 예비로 두 정해서 준비해 놨지.”

“어디 있어요? 밴에 있어요?”

“아니, 헌터 본부에 돌아가서 아저씨한테 말하면 줄 거야.”


눈을 반짝이는 ‘아라’와 아닌 척 안 듣는 척 귀를 쫑긋 세우며 조용히 내 말을 모두 들은 ‘브로’의 오리주둥이가 쏘옥 들어가며 정상적인 마녀와 찌질이로 돌아와 있었다.


“빨리 돌아가서 쪼글쪼글해진 피부를 되살릴 시술을 받자.”

“피부에 좋은 쌀가루로 발효시킨 곡차도 있어야겠죠?”

“아! 아름다운 자태를 풍기던 호박색의 액체를 담은 두꺼운 병이 그립다.”


콜라겐이 폭발하는 쫄깃쫄깃 족발의 탱글탱글한 육질을 상상하자 입에서 축축한 침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아라’는 막걸리를 ‘브로’는 이미 배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된 브랜디를 추억한다.


그렇게 하나의 사냥이 끝나고 헌터 본부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브로’와 ‘아라’는 새로 지급, 받은 저격 소총이 마음에 드는지 하루 종일 닦고 겨누어보고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 이외에는 손에서 놓질 않는다.



꿀 빠는 장기 출장을 마치고 회사로 출근하니 십이십이 사태가 멀지 않았다.


“사장님, 결혼식이 내일모레로 다가왔네요, 흐흐흐.”

“결혼은 내가 하는데 왜? 네가 즐거워 보이냐?”

“사촌이 땅을 팔면 입꼬리가 올라가 입이 찢어진다고 어디서 본 것 같습니다. 흐흐흐.”


실제로 ‘브로’의 입이 찢어질 듯 웃고 있는 것이 괜히 심술이 올라올 것 같아 말을 돌렸다.


“신혼여행은 안 따라 올 거지?”

“엥? 신혼여행을 우리가 왜 따라가아?”

“다행이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잘 지내라.”

“알았어.”

“다른 일은 없지?”

“아! ‘불광’에서 수상한 거래가 포착되었다고 모레 VIP 룸에서 미팅한다더라.”

“뭐가 수상한데?”

“몰라, 최근 주가조작으로 조사받는 놈이 있는데 기술 유출이 의심되는 상황인가 봐.”

“주가조작은 뭐고?, 기술 유출은 또 뭐야?”

“초전도체?”

“그거 빨라야 십 년이고 늦으면 몇십 년이 지나야 상용, 가능할걸.”

“그래서 이상하다는 거야, 일단 녹취 따면 확인하고 유출이면 정 국장한테 넘길게.”

“하필이면 내 결혼식 날이네.”

“신경 쓰지 말고 여행이나, 잘 갔다 와.”

“알았어, 보고 싶어도 울지 말고 ‘아라’, 구박 하지 마라.”

“네, 네, 알겠습니다.”


결혼한다고 많이 달라질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지금도 ‘엠마’는 내방을 신혼 방으로 사용하고 있고 가족으로 녹아든 지 오래되었다.

그리고 ‘엠마’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것도 오래전이다.

‘브로’, 네가 고춧가루 안 뿌려도 난 이미 양념이 듬뿍 칠해진 배추가 되었단다.


운명의 시간은 빨리도 다가왔다.

십이 십이 결혼의 날이 밝았다.


우리의 결혼식은 양가 가족들과 친지 몇 분 그리고 지인 몇 분만 초대하여 호텔 소연회장에서 프리스타일 스탠딩 파티로 결혼식을 치렀다.


나와 ‘엠마’는 서로의 손을 잡고 파티장을 돌아다니며 축하 인사를 받고 답례 인사를 하며 유부남과 유부녀가 된 것을 즐겼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는 친지분들과 인사만 나누고 집으로 돌아가셨고 아버지와 장인, 장모께서는 따로 자리를 잡고 얘기 중이시고 엄마는 ‘엠마’와 내게 당부의 말씀을 전하려는지 다가오신다.


“어! 아름다우신 여성분은 어디서 오신 누구신지요?”

“넌 결혼식 날 신부를 옆에 두고도 장난이 치고 싶니?”

“어마마마, 장난이라뇨? 진정 아름다우셔서 누구신지 몰라뵈었습니다.”

“그래? 그럼, 평소엔 못생겼다는 말 이렷다!”


말이 끝나는 순간 기습적으로 들어오는 등짝 스매싱에 결혼식 날 설마 하며 방심한 나는 불꽃 스매싱을 허용하고야 말았다.


“어. 마. 마. 마. 불초 소오자! 등짝이 심히 간지럽사옵니다.”

“어머님, 손이 더 아프실 것 같은데 몽둥이라도 가져올까요?”

“부인 아니 될 말씀이오, 어찌 하늘 같은 서방님의 옥체에 몽둥이 찜질을 획책한단 말이오.”

“예지야, 넌 저런 네 신랑이 좋니?”

“어머님, 말 없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그렇지? 네가 잘 데리고 살아다오.”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님.”

“저 여기 있습니다. 너무 심한 처사가 아닙니까?”

“예지야, 내가 몇 대 더 때려도 되겠니?”

“부인 저기 잘생긴 청년에게도 인사를 갑시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손을 풀고 계신 엄마를 뒤로하고 ‘엠마’의 손을 끌고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차 부사장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야 말고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일전에 잘 들어가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예, 친우들과 같이 있다가 잘 들어갔습니다.”


‘도그’가 그날의 알리바이를 제대로 마련했나보다, 물론 진 사장에게 혐의를 씌웠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이번에 새로운 정보로 연락하셨더군요.”

“예, 정확히 확신 없는 정보지만 이상한 점이 있어서 보내 드렸습니다.”

“저희가 확인해 보고 조치하겠습니다.”

“예, 그럼 저는 계획대로 일정을 진행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시죠.”


‘도그’와 대화를 끝내고 이어서 성웅 이형과 진종호 그리고 김수경까지 모임의 멤버와 인사를 나누고 헌터 본부의 가족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축하드립니다. 사장님.”

“축하드려요. 사장님.”

“축하합니다아. ‘안동’ 삼촌.”

“고맙습니다. 고맙다 주빈아, 예지 씨 이쪽은 ‘브로’, 하숙집 가족분들.”

“안녕하세요.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사모님.”

“축하드려요, 사모님.”

“축하합니다아, 사모님?”

“고마워요, 고맙다. 주빈아, 숙모라고 부르렴.”

“네, 숙모.”


헌터 가족들을 ‘엠마’와 소개 시켰으니 다음에 보더라도 별다른 의심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신혼여행을 떠나기 위해 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는 차에는 ‘브로’가 운전하고 ‘아라’가 조수석에서 우리를 이끌었다.


“사장님, 사모님, 좋은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흐흐흐.”

“‘브로’, 그만 웃어라! 입 찢어지겠다.”

“철수 씨는 우리가 결혼한 게 그렇게 좋아요?”

“네, 정말 좋습니다. 흐흐흐.”

“‘브로’, 사모님, 기분 나쁘면 어떡하려고 자꾸 웃어요?”

“괜찮아요. 은정 씨 좋아서 웃는 걸 왜 기분 나빠하겠어요?”

“사모님, ‘브로’가 웃는건 ......”

“‘아라’, 사모님 피곤 하실 텐데 말은 삼가자.”


‘브로’가 또 ‘아라’에게 약점이 하나 더 잡혔다.


‘아라’가 실실 웃으며 눈으로 ‘까불면, 알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의기양양하다.

입이 찢어질 것처럼 즐겁던 ‘브로’는 갑자기 침울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운전에 열중한다.


“‘브로’, 오늘은 좋은 날이니까 한번 봐줄게요.”

“고마워! ‘아라’, 헤헤헤.”


무엇이 고마운지 ‘브로’는 아무 생각 없이 웃다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자신이 왜 웃는지 까먹은 모양이다.


“근데 내가 기분이 왜 좋았을까?”

“‘브로’, ‘안동’이 스스로 무덤에 들어가서 즐겁다고 했잖아요.”

“아하! 그랬지! ‘안동’, 스스로 무덤에 들어가다니 흐흐흐......?”


운전하면서 말하며 웃다가 갑자기 생각 난 듯 얼굴이 창백하게 변화하며 백미러를 힐끔 쳐다보다 ‘엠마’와 눈이 마주쳤다.


“죄송합니다. 장난입니다.”

“철수 씨는 형제인데 괜찮아요. 하지만 무덤은 너무했네요.”

“하하하! 그렇죠? 무덤보다는 지옥?”


옆에서 ‘아라’가 ‘브로’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꼬집어 비틀어 버린다.


끄아악 으흐 으흐윽!


“호호호, ‘브로’는 농담을 너무 현실감 있게 해서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다니까요.”

“으흐흑, 제가 가끔 저도 모르게 흥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거든요. 흐흐흑.”


묘한 표정으로 흐느끼며 변명하는 ‘브로’를 보니 참으로 머리가 좋아도 순발력이 없는 형태는 실생활에선 쓸모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바보와 천재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던가?


“저도 농담입니다, 가족처럼 대해줘요.”

“그럼요, 우린 가족이잖아요. 헤헤헤.”


‘브로’가 ‘엠마’의 한마디에 다시금 실실거리며 좋아한다.


‘브로’와 ‘아라’의 배웅을 받으며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 우리는 신혼여행을 떠났다.


제주에 도착한 우리는 마중 나온 별장 지키미 아저씨와 서귀포에 있는 별장으로 향했다.


“‘엠마’, 별장도 붙어 있는데 둘 다 사용할까요?”

“그래요, 오늘 여기 내일은 저기 그리고 관광하면서 호텔에 들러도 되고 어때요?”

“좋아요, 오늘은 늦었으니 여기서 지내고 내일부터는 하루 일정을 잡아서 알차게 보내요.”

“네, 그래요.”


청룡 일가 별장과 한호 일가 별장은 서귀포 한 귀퉁이에서 사이좋게 옆에 붙어 있다.

오늘은 마중 나온 청룡 일가 별장에서 묵고 내일은 어디서 보낼까?


관광 안내지를 찾아서 일주일간의 일정을 보람차게 만들어봐야겠다.


하지만 나는 계획은커녕 생각도 못 한 채 ‘엠마’의 수발을 들어야 했다.


“여기! 그래요, 조금 더 눌러 봐요. 좋아요.”

“......”


늦은 저녁인데도 한 시간이 넘도록 스트레칭하고 샤워하고 얘기하고 그렇게 새벽이 되어서야 잠들 수 있었다.


첫날부터 ‘극한 직업을 선택한 것인가?’ 하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브로’에게 알려 줘야겠다.

무덤? 아니야! 지옥? 더욱 아니다?! 극한 직업이었다고.


서너 시간은 잠들었을까?

일어나 보니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기는 게 식사를 차리고 있는듯하다.


‘엠마’가 보이지 않는 걸 보니 혹시 요리를?

솔직히 ‘엠마’는 요리를 잘 못하는 것 같더라, 집에서도 식기나 놓을까 요리를 돕는 걸 못 봤다.


허나, 주방에 들어선 나는 놀라고 말았다.

음식을 하고 있는 것은 하얀 요리복을 입은 셰프가 아닌 엠마가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고 있었다.


“‘엠마’, 잘 잤어요?”

“‘안동’, 일찍 일어났네요? 아직 식사 준비가 안 됐는데요.”

“냄새가 좋아서 벌떡 일어났어요.”

“호호, 조금만 기다리면 돼요.”

“냄새가 해물탕인가요?”

“네, 싱싱한 해물을 아주머니께서 갖다주셨어요.”

“‘엠마’가 요리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학원에 다녔어요?”

“아뇨, 독학했는데요.”

“저, 내가 아침은 안 먹는데 깜박했네요, 나는 산책이나 하고 올게요.”

“호호, 농담이에요, 호텔 한식 주방장님께 배웠죠.”

“저도 농담인 줄 알았어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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