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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에이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최근연재일 :
2024.09.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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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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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42)

DUMMY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화장실로 들어가 씻으면서 식 신께 기도를 올렸다.

최악만은 면하게 해달라고 짜고 심심한 건 괜찮은데 엉뚱한 맛이 나면 처치 곤란이다.


“‘안동’, 식사 준비됐어요, 어서 와요.”

“알았어요, 가요.”


식탁에 올려진 대형 전골냄비에는 빨갛게 물던 돌문어가 중심에 자리 잡고 밑에는 게와 새우를 비롯해 전복 조개까지 나 혼자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엄청 많은 해물이 나를 반겼다.


“‘엠마’, 비주얼은 한식 셰프보다 좋은데요.”

“맛은 더 놀랄걸요.”

“그럼 먹어볼까요?”

“제가 가위로 잘라 드릴게요.”


가위와 집게로 해물들을 해체하는 솜씨가 전에 ‘아라’가 보여준 가위질은 장난이었다.


혹시 손놀림만 예술?


한입 크기로 토막 나 버린 돌문어를 한입에 쏙 집어넣었다.

쫄깃하고 탱글탱글한 식감이 먼저 나를 깨우고 씹을수록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적당한 간이 맞춰줘서 감칠맛이 입안에서 터져 버렸다.


“아우! 너무 맛있어요. 역시 싱싱한 해물이라서 다르네요.”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칭찬하면 ‘안동’이 아니죠.”

“응? 칭찬인데요. 해물이 싱싱한 그대로 요리했잖아요.”

“네, 고맙네요, 다른 것도 드셔 보세요.”

“네, 잘 먹겠습니다.”


전복은 숟가락으로 국물과 함께 입으로 이동시켰다.

서걱서걱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은 다른 전복요리와 차이가 없는데 얼큰한 국물에 각종 해물 향이 스며들어 코와 혀를 동시에 만족시켰다.


“‘엠마’, 맛있어요, 같이 먹어요.”

“저도 먹고 있어요, 어서 먹어요.”


새우와 게도 속살을 쏙쏙 빼내어 한입에 넣고 씹어보니 부드럽게 그리고 갑각류 특유의 향이 코를 자극하며 구수한 맛을 더한다.


조개와 채소까지 빠짐없이 국물도 남김없이 모두 클리어 하고 ‘엠마’에게 엄지척을 날려줬다.

기대치가 낮을수록 감동은 배가 되어 돌아왔다.


‘브로’, 나만의 맛집이 덩굴째 들어왔다.

극한 직업을 견뎌내고 맛집을 발견한 것이다.

새로운 맛집으로 등록하고 예약 스케줄을 알아봐야겠다.


“‘엠마’, 가끔 요리해 줄 거죠?”

“그럼요, 주말엔 ‘안동’이 좋아하는 요리해 줄게요.”

“정말요? 진짜죠?!”

“호호, 이렇게 좋아해 주니 기분이 좋네요.”


결혼 한방에 맛집이 둘이나, 생기다니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쾌거를 이루었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인생 맛집을 방문할 생각에 통통한 배와 상관없이 침이 흘러내린다.


아침 식사를 매우 만족한 나와 ‘엠마’는 새내기 신혼부부가 되어 제주 관광을 나서게 되었다.


“‘엠마’, 제주에 오면 가보고 싶은 곳 있어요?”

“전 제주에 자주 와서 관광지도 많이 다녔어요. ‘안동’도 제주에는 자주 와봤죠?”

“난, 어릴 때 몇 번 와보고는 안 와봤어요.”

“아! 군에 있어서 그렇죠?”

“네, 다른 나라는 많이 가봤는데 정작 제주도는 많이 못 왔네요.”

“그럼, 제가 가이드, 할게요.”

“좋아요, 난 먼저 해녀박물관에 가보고 싶어요.”

“‘안동’은 역사를 좋아하죠?”

“어! 어떻게 알았어요.”

“은정 씨가 얘기 해줬어요, 역사에 대해서 진심이라고.”

“역사를 부정하면 미래가 없거든요.”

“해녀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국립제주 박물관 이 세 곳을 둘러보면 되겠어요.”

“오늘 일정은 그렇게 해요.”


우리는 서둘러 외출 준비를 하고 별장을 나섰다.

그리고 한호 일가 별장에 연락해서 오늘은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낼 예정이었다.


우리가 방문할 박물관 세 곳 모두 제주시에 있어서 동선은 매우 단순했다.


먼저 해녀박물관을 먼저 찾았다.


“제주 해녀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이에요.”

“다양한 생활 유물이 전시되어 있네요.”

“모두 해녀들이 기부한 것이라고 해요.”

“여러 전통문화를 알 수가 있어서 좋네요.”

“다른 건 어때요?”

“음, 해녀 항일운동비가 세워져 있어서 뜻깊은 곳이네요.”


어느 도시는 일제 강점기의 유물을 보존하는데, 비해 여기는 항일운동의 발자취가 남겨져 있다.

실로 비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제주 여성의 강인한 정신을 흠모하며 우리는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근처 식당을 검색했다.


“‘엠마’, 뭐 먹고 싶어요?”

“전 ‘안동’이 싫어하는 거 먹고 싶어요.”

“오! 내가 싫어하는 거 답이 신선한 게 좋았어요.”

“싫어하는 게 있어요?”

“그럼요, 전 육 고기를 엄청, 싫어해요. 돼지고기 먹어요, 우리.”

“네, 네, ‘안동’이 싫어하는 음식을 상상한 내가 잘못이네요.”

“진짜로 육 고기 싫어해요. 진짠데!”

“알았어요. 맛집을 찾아볼게요.”


‘엠마’가 폰으로 근처 돼지고기 맛집을 검색하기 시작한 지 오 분 정도가 흘렀을 때 우리가 방문할 식당을 특정할 수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식당은 제주 흑돼지 전문점 ‘블랙픽’ 이었다.


식당에 들어서니 야외경관이 보이고 넓은 공간에 셀프바가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깔끔한 인테리어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숙성 오겹살과 목살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니 흑돼지의 오겹살과 목살이 두툼한 크기로 각을 잡고 나타났다.


특이하게도 이곳에서는 짚불로 일차 초벌구이해서 가져와 짚불 향이 진하게 배어있어 향이 좋고 맛 또한 일품으로 맛집의 소개가 되어있었다.


불판에 올리고 노릇해졌을 때 엠마의 앞접시에 한 조각을 삼등분으로 정성을 다하여 잘라 조공하고 나는 크게 입을 벌려 한 조각을 그냥 물었다.


입에서 먼저 향이 올라오고 뒤이어 육즙이 혀를 적시며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엠마’, 맛있죠?”

“네, 맛있네요, ‘안동’, 싫어하는 고기를 먹어서 어떡해요?”

“괜찮아요, 저녁은 제가 좋아하는 회 먹으면 되죠.”

“그래요, 그렇게 해요.”


흑 돼지고기로 배를 채운 뒤 우리는 다음 일정을 이어갔다.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국립제주 박물관인데 제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전시실이 여섯 개로 되어있고 제주의 탄생부터 탐라를 거쳐 고려시대의 고려와 제주가 통일 되고 대몽항쟁기의 삼별초 유물도 볼 수가 있다.


이어 조선의 탐라순력도는 삼백 년 전의 제주 생활을 엿볼 수가 있다.


전시물로서 관심이 가는 것은 안중근 의사 유목이다.


천여불수반수기앙이(天與不受反受基殃耳) 뜻은 하늘이 준 것을 받지 아니하면 도리어 그 벌을 받는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후세에 가르침을 남긴 안중근 의사의 깊은 뜻이 이루어지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자연사 박물관이다.


제주 민속 자연사 박물관 입구에 전시된 조각상들이 눈길을 사로잡고 박물관에 들어서면 거대한 고래 뼈가 우리를 맞이한다.


“‘안동’, 이렇게 보니까 정말 크네요. 그죠?”

“크긴 한데 맛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고래고기 맛은 여러 가지라고 하잖아요.”

“아뇨, 저 뼈를 고아 만든 국물을 말한 건데요.”

“못 말려 정말.”


규모가 생각보다 컸다.

돌, 식물, 동물, 민속 등이 전시되어 있어서 아이들과 오면 좋을 것 같았다.


박물관 투어를 마치고 저녁을 먹고 별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물론, 저녁은 내가 좋아하는 회로 메뉴가 정해졌다.


우리는 제주시 부두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 가장 큰 횟집을 목적지로 정하고 그에 맞는 삼 층으로 된 ‘토옹’ 횟집을 선정했다.


큰 수족관이 여러 개가 있고 깨끗한 물과 수족관의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그 안에서 노닐고 있는 싱싱한 참돔이 눈에 들었다.


내부에 들어서니 건물만 큰 줄 알았더니 내부도 넓고 식탁도 엄청, 크고 좋았다.

우리는 갈치회와 고등어회를 시키고 창밖 넘어 노을이 지는 풍경을 감상했다.


하늘에 불을 놓아 땅도 사람도 붉게 물든 세상이 보였다.


‘엠마’와 노을 멍을 잠시 때리고 있을 때 주문한 회가 도착했다.


먼저 ‘엠마’의 취향과 상관없이 초장에 막썰기 한 두툼한 갈치회 한점을 찍어 ‘엠마’의 입으로 대령했다.


“‘엠마’, 먹어봐요. 싱싱해서 맛도 좋을 겁니다.”

“고마워요.”


‘엠마’의 입에 넣어주고 나는 서둘러 내 입에 젓가락이 걸리는 대로 잡아서 초장에 듬뿍 찍어 입으로 이동시켰다.


쫄깃하고 부드럽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온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맛있다.


“‘엠마’, 맛있죠?”

“네, 맛있어요. 많이 먹어요, ‘안동’.”

“‘엠마’도 많이 먹어요.”


투박하게 투명하고 빨간 그리고 하얀 바탕에 푸른 고등어회를 한점 집어 초장과 된장을 섞어 고소함을 올린 소스에 듬뿍 찍어 입에 넣었다.


야들야들한 살결이 부드럽게 씹히며 쫀득한 식감을 느낄 때 고소함이 입안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바다의 향과 맛이 입안에서 헤엄치며 노닐고 고소한 맛이 정점을 찍었다.


‘엠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관광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서 서귀포의 별장으로 귀환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우리는 관광하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고 이야기하고 웃고 장난치며 하루하루를 즐겼다.


제주에서 일주일간의 시간은 총알보다 더 빠르게 지나가 버리고 우리는 큰 가방에 제주 특산물을 잔뜩 사 쟁여 싣고 제주공항에서 비행기 이륙을 기다렸다.


“‘엠마’, 여행은 어땠어요?”

“좋았어요,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을 사랑과 함께한 시간이었어요.”

“캬! ‘사랑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 제목이 떠오르는 멋있는 대답이었어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아니에요?”

“언제 사랑이 바람이 났데요? 금시초문인데요.”

“...... 할 말이 없네요.”


잠시 말장난으로 시간을 보내고 우리는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서울에 도착하니 ‘브로’와 ‘아라’가 마중 나와 있었다.


“‘브로’, ‘아라’, 잘지냈지?”

“어떻게 연락 한번을 안 하냐?”

“폰을 안 가져, 갔잖아.”

“응? 그러네, 그래도 사모님 폰으로 연락할 수 있었잖아. 오늘 마중 나오라고 연락한 것처럼.”

“그럼, 왜 폰을 두고 가냐? 가지고 가지.”

“응? 그러네, 그래도 궁금하지 않던?”

“하아~나도 안 궁금하더라, 꿈속에서 노닐 다 온 것 같다.”

“‘안동’, 그래도 너무해요, 우리는 얼마나 기다렸다고요.”

“그래서 선물을 많이 사 왔지.”

“뭔데?”

“뭐에요?”

“‘브로’는 옥돔.”

“저는요?”

“‘아라’는 옥돔.”

“그게 뭐야? 같이 옥돔이잖아.”

“옥돔만 엄청 사 왔어. 구워 먹으면 너무 맛있더라.”

“진짜 옥돔만 사 왔어?”

“진짜야! 옥돔, 밖에 없어. 누구나 공평하게 옥돔 한 상자씩! 얼마나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선물이냐.”

“......”


할말을 잃어버린 ‘브로’와 ‘아라’는 우리를 목적지에 태워주고 선물꾸러미를 배달하러 떠나갔다.


서울에 도착한 우리가 먼저 방문한 곳은 당연히 인생 맛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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