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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에이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최근연재일 :
2024.09.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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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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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39)

DUMMY

안가의 미니바에 있던 등급 좋은 브랜디가 ‘브로’의 손을 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내가 셔틀이었다는 사실을 둘 다 잊어버렸다.


안주는 확정이다.

우리의 공식 야식 겸 안주 ‘족가네’ 족발이 배달되어 오고 ‘아라’는 막걸리를 찾아 부엌을 헤매는 사이 마술처럼 ‘브로’의 양손에는 두껍고 아름다운 병이 들려 있었다.



다음날 ‘브로’의 양손에 들린 병을 모두 비워버린 우리는 거실에서 빨아야 할 빨래처럼 늘려져 있었는데 아침 일찍 일어난 주빈 이의 쫑알쫑알 쉼 없이 물어오는 셔틀에 관한, 질문 공격에 백기 투항하고 아줌마표 해장국을 들이켜야 했다.


구수한 향이 주방을 가득 메우고 듬성듬성 썰어 뚝배기 위에 올려진 투박하고 두툼한 고기의 식감이 쫄깃하면서 목으로 부드럽게 넘어가고 구수하고 간이 잘되어 감칠맛을 두른 국물과 함께, 메마른 사막처럼 갈라져 말라버린 갑갑한 고통을 호소하는 위장을, 달래준다.


구수한 국물만 한 그릇 더 들이키고는 다시 뚝배기 가득 국물과 두툼한 고기를 채우고 추가 해장을 핑계로 맛과 식감을 즐겼다.


“‘안동’, 맛있지?”

“‘브로’, 맛있지?”

“‘아라’, 오늘 ......”

“맛있어요, 됐죠.”

“뭔 소리야? 오늘 작전 계획 밥 먹고 시작하자고 할 참인데.”


황당한 표정의 ‘브로’를 보는 ‘아라’의 눈에서 당혹감이 스쳐 지나고 이어 뜬금없는 대화를 이어 간다.


“나는? 나는 왜 안 물어봐요?”

“뭘? 물어줘! 어디? 팔? 다리? 말 만해 콱 물어줄 테니까.”

“족발 먹을 때도 개가 되더니 이제는 국밥 먹어도 개가 되는 거야?”

“‘아라’가 괜히 시비 걸어오잖아.”

“아뇨, 난 그냥 맛있는지 안 물어봐서 ......”

“아! 서운했구나, ‘아라’, 맛있지?”

“그랬어? ‘아라’, 맛있지?”

“됐거든요! 맛있는데 앞에 보이는 풍경이 기분 나빠서 한 그릇만 더 먹고 그만 먹을 겁니다.”

“내가 더 먹어 줄 테니까 그만 먹어! 괜찮아.”

“저도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시고 드시던 거나 마저 드세요.”

“‘안동’, ‘아라’, 삐졌지?”

“‘브로’, 삐진 거 맞네.”

“사람 앞에 앉혀놓고 그러는 거 아니거든요.”


앞담화를 부담스러워하는 ‘아라’를 배려해 뒷담화를 위해 일어섰다.

우리는 바로 의자를 뒤로 돌려 앉으며 대화를 이어 갔다.


“밥 먹다 왜 삐지고 그래? 소화 안 되게.”

“그러게, 이러다 우리 네 그릇도 못 먹는 거 아냐?”

“설마? 그래도 다섯 그릇은 채우겠지.”

“빨리 먹고 마녀에게서 벗어나자.”

“오케이, 빨리 먹어도 부지런히 씹어 알았지?”

“알았어, 너도 꼭꼭 씹어 먹어야 해!”

“이 양반들이 진짜?!”


우리가 장난 치는 걸 눈치챈 마녀 ‘아라’가 눈을 부라리며 양손 스매싱을 날려온다.

허나, 우리는 마녀의 저주 스킬이 아닌 이상 흔하디흔한 스킬에 타격 될 리가 없었......?


쫘 쫘악


경쾌한 사운드가 울려 퍼지고 ‘브로’와 난 등의 간지러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온몸을 배배 꼬며 트위스트를 추기 시작했다.


“으흐윽! ‘안동’, 등이, 등에서 불이 솟는 것 같아.”

“난 지렁이가 기어가는 것처럼 간지러워서 미칠 것 같아.”


불꽃 스매싱으로 응징을 마친 ‘아라’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국밥을 먹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무사히(?) 해장을 마친 우리는 안전하고 쾌적한 나와 ‘엠마’의 신혼여행을 위하여 진 사장을 이번 기회에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심화 계획 수립을 추진했다.


“이번에도 청소부가 필요하겠지?”

“아니, 이번에는 공개 처형으로 가닥을 잡자.”

“하긴 그쪽은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긴 해, 그지?”

“새로 불곰 파생 조직원이 부산포를 기웃거린다던데 진 사장 없어지면 불곰이 의심, 받겠죠?”

“의심의 표적이 될 수 있도록 증거도 조작해 줘야지.”

“증거는 많으니까 괜찮은 걸로 골라야겠네요.”


몇 번의 작전으로 획득한 전리품은 재화뿐만이 아니라 여러 물품이나 장비도 포함되어 있다.

그중 불곰 소유의 물품을 현장에 교묘하게 숨기면 위장 작업은 끝난다.


“그럼, 지금부터 밀착 감시하고 기회가 뜨면 바로 작업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

“타이밍만 보면 돼! 감시한 지 벌써 반년이 넘어가고 지금은 캠으로 도배를 했는데 준비는 필요 없이 바로 작업 가능해.”

“좋아, ‘아라’는 필요한 거 있어?”

“있죠, 집게가 필요해요.”

“집게? 빨래집게?”

“네, 빨래집게 큰 걸로 몇 개는 있어야 해요.”


‘브로’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한 뒤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디다, 쓸려고?”

“설마?......”

“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요.”

“말해봐! 내가 좋은 걸로 준비해 줄게.”


‘아라’가 ‘브로’와 나를 조용히 바라보며 입을 뗐다.


“작전 중이나 작전이 마무리 단계에서 항상 우리 팀원 중에 입을 나불거려서 임무를 방해하는 일이 있거든요.”

“‘브로’, 왜 그랬어? 조심 좀 하지.”

“‘안동’, 집게가 큰 게 몇 개면 내가 아니고 너 아닐까?”

“한 놈이 아니라 두 놈이거든요.”

“‘브로’, 우리 말고 팀원, 들인 적 있냐?”

“몰라! ‘아라’가 팀원 구했나?”

“이번에 진짜 방해하면 집게가 아니라 펜치로 집어버릴 거예요.”

“난 이번 작전에서 입도 벙긋할 생각이 없었어. 진짜야.”

“나도 입을 꾹 다물고 열지 안을게, 정말이야.”


실행될 리 없는 공수표를 남발한 ‘브로’와 나는 서둘러 마녀의 눈에서 멀어졌다.




우리가 진 사장의 처리를 앞두고 타이밍을 재고 있을 때 국정의 청국장이 의뢰를 투척해왔다.


“‘안동’, 정 국장이 기분이 좋은가 봐 의뢰비를 막 퍼주네?”

“기분이 좋겠지. 국정 의전 서열 이위와 삼위가 소각되어서 어디로 날아갔는지 모르잖아.”

“이번 의뢰는 받을 거야?”

“응, 공짜를 마다할 순 없잖아.”

“공짜? 미션 임파서블이 언제부터 공짜로 바뀌었어?”

“잘 생각해 봐 조건을 붙이면 되지.”

“조건?”


‘브로’가 곰곰이 생각에 잠기면서 나도 눈을 감고 다른 생각에 잠겼다.

생각의 끝을 만들어 낸 건 마녀가 출몰하면서 공기가 냉각되었기 때문이었다.


“뭐해요?”

“생각?”

“......”

“이 양반들은 잠시라도 틈을 주면 안 된다니까.”


서둘러 정신을, 챙긴 나는 ‘아라’의 대척점에 서기 싫어서 황급히 태세 변화를 꾀했다.


“아! 이제 생각 났다.”

“나도 알겠다. 기한을 붙이면 되겠네, 선금이고 환불 없애고 맞지?”

“응? 그걸 생각하고 있었어?”

“그럼 넌 뭘 생각했는데?”

“아냐, 네가 먼저 생각해서 놀랐다고.”

“얼렁뚱땅 피해 나가려고 그런 거죠?”

“아니야, 이번에 의뢰 들어온 거 공짜로 먹을 방법을 강구 중이었어.”

“그게 무슨 방법이 필요해요? 의뢰 금 받고 증거만 넘겨주면 되는걸.”

“응? 어떻게 그런 방법을 ‘아라’, 네가......?”

“넌 누구냐? ‘아라’의 껍질에서 사라져라!”

“나도 한때는 감찰국의 에이스였어요. 왜 들 그래요?”

“‘안동’, 정말 ‘아라’가 맞을까?”

“‘브로’, 지금 당장 디엔에이 검사 가능할까?”


국정에서 의뢰가 들어온 건 안보 수석의 실종에 관한 것으로 의뢰 내용은 그의 비서와 사라진 경위를 조사해 달라는 것이었으나 그들은 이미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 지 수십의 시간이 지나 버렸다.


그러나, 우리는 안보 수석과 그의 비서가 가지고 있는 돈 되는 물품을 보관 중이었다.

증거품은 있으니 적당한 장소와 사건을 재구성하면 공짜 의뢰를 완수하게 된다.

거기다가 우리는 지금 진 사장을 태울 예정인 시점, 떡밥 하나 더 던진다고 물고기가 싫어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아라’, 수고 했어, 에이스라는 건 못 믿어도 이번엔, 잘했어.”

“그래 ‘아라’, 넌 예전부터 봐왔는데 가끔 머리도 쓰는 걸 알게 됐어.”

“...... 한판 붙을까요? 칭찬인지 욕인지 알 수가 없네요.”

“물론 칭찬이지 머리 나쁜 미친년에서 조금은 생각도 하는 미친년......”


으아아악! 우아우아


생각 없이 ‘아라’의 바로 앞에서 떠들던 ‘브로’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응징이 들어가고 ‘브로’는 우아한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발레를 추기 시작했다.


“일루와! 미친년이 왜 미친년인지 알게 해주께!”

“항~보옥! 그만 내가 잘못했다. 정말이야!”


결국 ‘브로’는 ‘아라’에게 붙들려 이차 응징을 당하고 나서야 내 곁으로 귀환할 수 있었다.


“‘브로’, 등 만져줄까?”

“만지지 마! 너무 아파! 마이~ 아파!”


등짝 스매싱을 서너 번 당한 ‘브로’는 축 늘어지며 안쓰러움을 더했다.

하지만 저주 스킬이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미친년을 미친년이라 부르지 못하는 너의 마음을 내가 어찌 모르리.

허나, 언제나 대세에 따라야 하는 법, 다음을 기약하며 미친년은 마음속에 묻고 마녀로 각인하자, 형제여.


내가 ‘브로’를 바라보고 마음 속으로 다독이고 있을 때 ‘아라’의 눈길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마녀의 직감으로 형제를 다독이는 나의 마음을 읽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안동’, 진 사장 세력이 크게 변화가 없이 유지되는데 지금이라도 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브로’, 당장 내일 움직이자.”


‘아라’의 눈치를 슬쩍 살피던 ‘브로’가 나를 쳐다보며 작게 속삭인다.


“‘안동’, 내일이면 ‘아라’가 머리 나쁜 미친년으로 돌아올까?”

“‘브로’, 우선 지금 살아야지?”

“...... 내일이면 적당하겠다. 그렇지 ‘아라’?”

“찌질하게 굴지 말고 똑바로 해요.”


그렇게 진 사장 소각의 날이 정해지고 소각을 준비하면서 빠진 게 없는지 확인하면서 긴장을 서서히 끌어올렸다.



다음날, 아침과 점심을 충분히 먹고 소소한 작전 준비를 마치고 심신을 안정시킨 뒤 저녁을 간단히 해결한 다음 우린 만반의 준비를 한 채 밴에 올라 저택을 나섰다.


우리의 슈퍼 밴이 거리를 나서자, 연예인을 본 초딩 애들처럼 몰려드는 불나방 같은 퇴근 후 집을 향하는 자가용들을 재빨리 따돌리고 제물포 황해 인력사무소로 이동했다.


“일이 끝나면 인력사무소 상주 인원이 대륙의 오크들로만 남아있는 거 확실하지?”

“네, 총인원이 오십여 명이었는데 저번에 스물이 사라지고 지금은 서른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기는 권총을 다 소지 하고 있겠지?”

“네, 우리도 권총으로 작전을, 시행하고 국정 스타일로 증거도 남겨야 해요.”

“‘브로’, 이번에 소총으로 진압하는 거 어때?”

“인원이 많아서 소총이면 혹시나 대치, 할 경우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기는 한데.”


‘브로’가 고민에 빠져들기 전에 재빨리 내 마음을 전했다.


“내가 ‘하비’하고 백업을 확실히 보장할게.”

“그럼 우린 평소대로 근접으로 권총과 삼단봉으로 침투할게.”

“흐흐흐, 이번엔 건물에 가려 딴짓은 못하겠네요.”

“내가? 딴짓이라니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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