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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에이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최근연재일 :
2024.09.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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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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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25)

DUMMY

“야! 아직 김 보좌 연락이 안 돼?”

“예, 겁먹고 아예 잠적해 버린 것 같습니다.”

“이 새끼 지금까지 얼마나 챙겨줬는데 저 혼자 살겠다고 달아나버려?”

“저희도 몸을 숨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너네, 나 모르게 죄지은 거 있어?”

“아닙니다, 하지만 사건이 워낙 복수에 가깝다 보니까......”

“걱정하지 마, 아무리 미친놈이라도 우리까지 해를 입힐 생각은 없을 거야.”

“저희는 그럼, 계속 여기 있을까요?”

“왜? 어디로 가고 싶어?”

“아닙니다. 교회도 불타고 갈 데도 없습니다.”

“이건 나한테 기회야, 이번 총선에 내가 나갈 거다, 그러니 딴생각 품지 말고 김 보좌나 찾아봐.”

“예, 알겠습니다. 찾아서 묻어버릴까요?”

“아니야, 숨만 붙여서 데려와 그래도 머리는 그 새끼가 잘 돌아가니까 내가 써먹어 줘야지.”

“예, 알겠습니다.”

“오늘은 같이 저녁이나 먹지, 나가봐.”

“예.”

“예.”


김 보좌 이 새끼가 입을 나불거릴 놈은 아닌데 그래도 옆에서 지켜보면서 부려 먹는 게 최선이야.

어디로 도망을 간 걸까?

고아로 어릴 때부터 사촌 형이 거두어 지금까지 잘 지내왔는데 가족도 없는 놈이 갈 데가 없을 텐데 바깥에 있는 저 두 놈이 찾을 수 있을까?


웬 미친놈 때문에 십여 년 이상을 개처럼 일하며 겨우 지역구를 물려준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다 망쳐 버리게 생겼다.


제기랄! 내가 중기 형처럼 되지 말라는 법 있어?

한번 해보는 거야.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사무실에 남겨진 박 보좌관의 상념은 깊어 가고 넘실대며 올라오는 욕망도 싹을 틔운다.



부지런히 달린 밴은 돼지 형제의 휴게실 간식 타임이라는 의식을 치르고 또다시 요망한 입을 막을 간식을 조달하면서 장장 여섯 시간 만에 겨우 밀양에 당도 할 수 있었다.


입이 오리주둥이가 된 ‘아라’의 주둥이에, 휴게소에서 공수한 고급 초콜릿을 물려주고 달래면서 밀양역 부근에 밴을 주차했다.


“여기서 저녁을 먹고 사무실에 나오는 놈들을 쫓아보자.”

“여기는 시내를 벗어나면 행적을 찾기 힘들어.”

“그만큼 방범 씨씨티비가 적다는 소리네?”

“서울에 한 동 밖에 안되는 것 같아요.”

“주변 산들과 농토가 좀 있는 것 빼곤 그렇겠지.”

“시내를 벗어나면 따라붙어야 하는데 어떡할까?”

“현재 세 명이 사무실에 있다고 했지?”

“응, 세 명이 사무실에 들어간 건 확실해.”

“우리도 세 명이니까 한 명씩 맡으면 되겠네요.”

“그건 지켜보면서 결정하자.”

“알았어, 그럼, 저녁을 빨리 해결하고, 대기하자.”

“그래, 역 옆에 식당이 많으니까 대충 해결할까?”

“응? 정말 대충 해결할 거예요?”

“당연하지, 시간이 촉박한데 ‘아라’가 너무 늦게 도착했잖아.”

“그게 어떻게 내 탓이에요? 휴게실 간식타임을 포기 못 한 두 돼지 때문이지.”

“미안, 우리 돼지 삼 남매가 똑같이 먹어야 하는데 ‘아라’가 조금 덜 먹었지?”

“그 말이 아니잖아요.”

“알아! ‘아라’, 미안해 다음엔 ‘아라’가 더 많이 먹어.”

“아니라고~! 아니라고요.”

“‘브로’, ‘아라’가 아니라는데 자꾸 그러냐? 그냥 나중에 네가 더 챙겨줘.”

“하아! 알았어요, 다음엔 내가 더 많이 먹을게요. 됐죠?”

“저기 돼지국밥집 있는데 갈까? 어때?”

“응, 좋아! 수육은 대자로 시간 없으니까 한 개만.”

“나도 좋아요, 국밥.”

“가자, 난 섞어 국밥하고 수육 대자 하나.”

“응? 일 인당 수육 대자 하나씩이었어요?”

“당연한걸, 왜 물어 너는 수육 못 먹어?”

“어처구니가 없네, 지금까지 늦었다고 타박을 해놓고는 일 인당 수육 대자 하나씩 먹는다고요?”

“왜? 성질을 내고 그래, 무섭게. 넌 국밥만 먹어 우린 절대 권하지 않아.”

“전, 섞어 국밥에 수육 소자 하나요.”

“처먹을 거면서 꼭 시비야! 꽃돼지.”

“뭬~ 라고?”

“아냐, 꽃돼지 국밥 맛있겠다고.”


우리는 역 옆에 붙어있는 상가에 자리 잡은 밀양 돼지국밥집에 들어가 서둘러 각자 주문하고 기다렸다.


“밀양 돼지국밥이 유명해요?”

“난 모르겠더라? 맛이고 비주얼이고 특별한 건 없더라고.”

“밀양 주위에 돼지 사육장이 많아서 돼지국밥이 유명할 수도 있지.”

“웬만한 시, 도에는 밀양 돼지국밥집이 다 있을걸.”

“일단, 먹어 봐요.”


국밥이 먼저 나오고 국밥에 새우젓갈, 다진양념 그리고 맛있게 버무린 부추무침을 넣어서 휘저으며 식혀 한 숟가락 듬뿍 떠 입으로 넣었다.


구수한 향과 감칠맛 나는 육수와 양념이 된 밥알과 수육, 순대, 내장까지 물컹거리고 때로는 질겅질겅 씹히는 거친 식감을 느끼며 혀와 코를 만족시키고 부추의 향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국밥의 맛을 음미하며 순식간에 반 이상을 흡입했을 때 수육이 나왔다.

두툼한 두께에 살과 비계의 비율이 칠 대 삼으로 기름이 좔좔 흐른다.

간장 소스에 살짝 담그고는 한입에 넣었다.


보기에는 꼬들꼬들할 것, 같은 비주얼을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입 안에 넣어 씹히는 식감은 쩍쩍 달라붙는 찰진 부드러움을 가지고 때로는 쫄깃쫄깃한 식감으로 식욕을, 돋군다.


대충 식사를 마친 우리는 살짝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식당에서 나왔다.


“시간은 충분하겠지?”

“응, 이십 분도 안 지났어, 지금 가면 거의 퇴근 시간에 가까울 것 같아.”

“삼문동에는 차 세울 곳이 있어요?”

“안쪽에는 없을 걸 바깥 강변 쪽에는 있을까?”

“주차 필요 없어 틈 있으면 대충 세워놓고 나오면 따라붙자.”

“하나씩 따로 나가면요?”

“‘브로’가 첫 번째, 내가 두 번째, ‘아라’가 마지막.”


작은 동네라 몇 분 만에 삼문동에 도착해서 둘러보니 멀리서도 보이는 의원 사무실이 상가건물 이층에 있었다.


우리는 적당한 곳에, 밴을 주차하고 눈과 모니터를 통해서 사무실 입구를 감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붐비기 시작했고 왕래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때 전에 보았던 이인조 덩치 가짜 아이에스 광신자 와 고인이 된 왕 거머리 박 씨와 닮은 거머리로 추정되는 놈이 입구에 나타났다.


“저놈들 맞지?”

“응, 맞아, 박 보좌관이고 두 놈은 전에 본 미친놈들.”

“같이 가는 것 같죠?”

“분위기는 그런데, 계속 지켜보자.”


광신자 일과 광신자 이는 거머리 박 씨 뒤를 따라 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내가 따라간다.”

“알았어, 조심하고.”


‘브로’가 밴에서 내려 거머리 일당을 따라 움직였다.


“고릴라, 꽃돼지 들리나?”

“똥 방귀 잘 들린다.”

“똥 방귀 잘 들린다.”


오랜 만에 미행이라 신이 난 ‘브로’가 통신으로 테스트를 마치고 사람들 속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멀리 가는 건 아니겠지?”

“여기서 가봐야 다리를 넘지 않으면 몇 분이면 돼요.”

“저 녀석 들은 뭘 먹으려고 저렇게 가는 걸까?”

“왜요? 저들 옆에서 또 식사하려고요?”

“내가 돼지야? 그리고 지금은 작전 중에 그러면 안 되지.”

“‘안동’, 이놈들 숙성 소고기 집으로 가는데?”

“‘브로’, 들어가서 옆에 자리 잡아.”

“응, 벌써 들어왔지. 숙성이라서 그런지 싸다, 돼지고기보다 싼 거 같아.”

“그래?, 그럼, 십 인분만 일단 시켜봐.”

“알았어, 바로 올 거지?”

“응, 지금 출발한다. 그 옆에 주차장 맞지?”

“맞아. 빨리 와,”

“‘아라’, 빨리 가자.”

“......”


짜게 식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라’의 눈길을 살짝 지려 밟고 뻔뻔하게 재촉했다.


‘아라’가 조잘조잘 작은 소리로 웅얼거리는데 언뜻 듣기로는 ‘돼지가 돼지라고 돼지 했네, 나보고 꽃돼지라면서 지들은 돼지 중에 상 돼지’ 말도 안 되는 돼지 연달아 내뱉기 놀이라도 하는 걸까?

‘아라’가 숙성 소고기가 마음에 안 드나 보다.

하지만 작전을 위해서 숙성 소고기를 먹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아라’, 내가 서울 가면 한우 투 뿔로 쏠게 오늘은 작전 중이니까 참아 응?!”

“네, 알았어요. 한우 투 뿔 기대할게요.”


왠지 축 늘어진 힘없는 목소리가 어지간히 숙성 소는 먹기 싫은 눈치다.


“이 거머리 같은 놈들이 돈도 많을 건데 좋은 거 먹지, ‘아라’, 그지?”

“그만 해요, 난 괜찮아요.”

“‘브로’, 고기 나왔어? 우리도 주차장에 도착했어.”

“응, 고기 불판에 올렸어, 빨리 와! 안 오면 십 초마다 인질 숙성 소가 내 입으로 들어간다.”

“이런 간악한 숙성 소 인질범! 시간을 조금만 유예, 시켜라.”

“불판의 뜨거운 마음을 어찌 너희가 알 수 있으랴? 십 초다! 협상은 없다.”

“젠장, ‘아라’, 빨리! 우리의 숙성 소가 똥 돼지의 아가리로 들어가게 생겼다.”


‘잘 논다. 어찌 시나리오도 없이 이렇게 잘 맞을까?’ 이제는, 또렷이 들려오는 ‘아라’의 중얼거림에 예전의 미친년이 강림한 게 틀림없어 보였다.


식당에 들어서서 ‘브로’가 자리 잡은 곳에 앉았다.


“‘브로’, ‘아라’가 기어코 예전 미친년으로 회귀했나 봐.”

“어쩌지 미친 건 약도 없잖아.”

“제발, 듣는 데서 미친년이라고 하지 말아요.”

“아! 미안, ‘안동’, 통신 끄고 미친년에 대해서 의논하자.”


아악! 으아아악!


주위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물론 바로 옆에 있는 목표는 당연히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한순간에 소란스러운 탁자 순위 일위에 오르며 식당 사장님의 관심도 받게 되었다.


아니 이것들이 옆에 목표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그로를, 끌다니 제정신인가?


“뭐하는 거야? 목표들이 쳐다보고 있잖아.”

“으으흑, 나의 부상을 목표에게 알리지 마라.”

“언니, 괜찮아요, 나도 모르게 발이 나가버렸네?”

“난, 언니가 아니란 말이다. 꽃돼지~야.”


앉아 있는 상태에서 어디를 맞았는지 축 늘어져 몸을 일으키질 못하는 ‘브로’를 ‘아라’가 사과하며 옆에서 거들자 화들짝 놀라며 소고기 집에서 돼지를 부르며 절규한다.


한순간에 미소를 되찾은 ‘아라’가 실실 웃으며 주위를 돌아보며 고개를 숙여 보이곤 사과한다.


“죄송해요, 우리 언니가 몸이 안 좋아서 호호호.”

“나, 난, 언니가 아니란 말이다.”

“앗! 실수 언니가 남장한 걸 깜빡했네요. 호호호.”


음, 무서운 미친년으로 업그레이드해서 회귀를, 했다.


“‘아라’, 난 처음부터 미친년이 아닌 줄 알았어, 정말이야.”

“나도 미친년이 아닌 줄 알았어, 진짜야. 으흐흑.”

“고마워요, 저도 미친년이 아닌 줄 알았어요, 오래전에.”


비겁한 형제와 무서운 미친년으로 돌아온 꽃돼지가 잠시 진실게임에 열중하고 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문한 고기는 불판에서 구워져 쉴 새 없이 우리들의 입으로 전송되고 있었다.


옆에서 소주와 고기로 침묵을 지키던 거머리 일행은 거머리의 주사가 시작되면서 어수선한 탁자 순위 일위로 등극하는 기염을 토하며 관심을 독차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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