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친구를 구했는데 입술이 이상하다
순간 언젠가 영화에서 주인공이 뱀에 물린 연인의 상처에서 입으로 독을 빨아냈던 장면이 퍼뜩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주저 없이 그 상처에 입을 대고 빨아서 나온 피를 뱉어냈다.
‘쭈욱! 퉤엣! 쪼옥! 퇫! 퇫퇫퇫!’
입안에서 비린 피 맛이 났다. 한
참 빨아내고 뱉고를 반복하다가 이제 됐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군대에서 배운 기술로 녀석을 들쳐 업었다.
“조, 조금만 참아! 조금마안! 흐윽! 민기야! 내가 구해줄게!”
울먹이며 혼잣말을 계속했다.
그런데 입술이 갑자기 아려왔다.
‘아야야! 이게 독의 맛일까? 톡 쏘는 아린 맛이다!’
나는 민기 걱정을 하면서도 속으로 생각했다.
쓰러질 듯 업어질 듯 그렇게 간신히 동굴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수가 우리를 발견하고 달려왔다.
“세상에! 오빠! 왜 그래? 미끼오빠 다쳤어?”
업혀 있는 민기를 보고 몹시 놀란 수가 물었다.
고개를 간신히 들고 대답하려는데 이상하게도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수가 내 얼굴을 보더니 소리를 질렀다.
“이게 뭐야? 으아악!”
“수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그런데 뒤따라 나온 어머니도 소리를 꽥 질렀다.
“으악! 이게 뭔!”
“허걱!”
아버지도 나오다가 말을 못하고 제자리에 우뚝 서있었다.
가족들이 너무 놀랐나보다 하고 생각한 나는 민기를 내려놓고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하려고 했다.
그런데 도통 입이 무거워서 열리지 않았다.
직접 손으로 만져본 내 입술은 평소의 열배이상 부풀어 있는 것 같았다.
‘오, 마이 갓!’
더한 것은 만졌을 때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입술을 세게 잡아당겨도 느낌이 전혀 없었다.
마치 마취 주사를 입술 전체에 맞은 것처럼 말이다!
민기도 거북이처럼 등이 많이 부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세 사람은 더 놀랐다.
친구 녀석은 오래 전부터 깨어 있었지만 몸이 심하게 마비됐는지 눈만 꿈벅꿈벅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 이게 다 무슨 일이야! 경우야아!”
어머니는 걱정하며 소리쳤고 수와 아버지는 갑자기 배를 잡고 웃고 있었다.
몸 전체가 마비된 민기는 물론이고 나도 말을 할 수 없어서 손짓 발짓으로 소통하려 했지만 무참히 실패해 나는 세 사람을 데리고 왕지네를 만난 그 바위 근처로 갔다.
간혹 나오는 지네들을 보고 세 사람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지네였구나. 다행히 큰 독은 없는 것 같으니 다행이다. 으흐흐흐!”
아버지가 내 얼굴을 다시 보고 웃음을 참으려고 고개를 휙 돌리면서 말했다.
상황을 다 파악해 동굴로 돌아가려는 세 사람을 나는 붙잡았다.
이대로는 분해서 소득 없이 돌아갈 수는 없었다.
민기랑 내가 이렇게 희생했는데 말이다!
나는 모래를 가리키고 그곳을 파기 시작했다.
내 행동을 보고 세 사람도 알겠다는 듯 같이 땅을 팠다.
한참 후, 우리는 큰 거북이 알 두 개를 더 찾아내 동굴로 들고 왔다.
우리 모습을 보고 등이 부어있어 옆으로 눕혀놨던 민기가 희미하게 웃었다.
“자아! 먹어라. 오늘 애썼다. 시간이 지나면 마비는 풀릴 거야.”
어머니가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민기에게 자신이 만든 알 요리를 떠 넣어주며 말했다.
입만 겨우 움직이던 민기는 행복한 눈빛이 됐다.
‘알지. 암! 알지. 우리 어머니 요리 맛있지!’
불행히도 내 입은 너무 부어서 나는 먹는 게 더 고역이었다.
부운 윗입술을 들고 음식을 넣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먹는 성찬을 나는 결국 포기해야 했다.
내 입술이 돌아오는데 이삼일이 걸렸다.
그리고 마비됐던 민기의 몸이 움직이는데 5일이 걸렸다.
친구 녀석은 좀 불편해하기는 했지만 편히 먹고 쉬는 그 시간을 즐기는 듯 했다.
왕지네 사고 후, 아버지는 지네 소굴에 가서 미끼를 이용해 한두 마리의 지네를 잡아왔다.
우리가 당한 것을 보고. 지네가 가진 마비독이 사냥에 유리할 거라는 수의 의견을 듣고 귀가 솔깃해졌기 때문이었다.
Comment ' 0